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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미안하게 생각하니 이젠...
그리고 내 글 자체에 대한 얘기인데, 한국과 포르투갈전에 대한 나의 관전기는 그냥 낙서로 한번 올려본 글이다. 하루에 평소 10~20명 정도가 드나드는 낙서장이기에 그냥 별 생각 없이 올렸고, 지금 다시 읽어보니 축구기술적인 분석에서 틀린 곳이 많이 발견된다. 어제 독일친구들과 술 마시면서 일치를 본 내용이지만, 한국축구팀은 분명 훌륭한 팀이고, 포르투갈팀보다 좋은 경기를 펼쳤다. 축구전문가도 아니면서 '감히' 관전평을 쓴 것에 대해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 만약 이렇게 수천명이 읽으실 줄 알았으면 절대로 그런 글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애국심결여와 패배주의를 말씀하시는데, 내가 우리나라 축구팀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해서,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를 얕보는 것도 아니다. 패배주의는 더더군다나 갖고 있지 않다. 나도 TV를 시청하면서 목이 터져라 우리나라 축구팀을 응원했고 독일친구들과 술마시면서 그들과 맞서서 우리나라 축구팀을 변호하느라 노력하기도 했다. 사실 내 독일친구들은 독일 국가대표팀에 대해 별로 애착을 갖고 있지도 않고, 오히려 영국팀이나 브라질팀을 더 응원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많은 친구들은 독일-파라과이전에서 파라과이팀을 더 응원했다면서, 한국이 독일보다 더 나은 팀이라고도 말해주더라. 그런데 나는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대표팀에 너무 집착하고 너무 우리 대표팀을 옹호하기만 했으니 그런 점에서는 그들에게 부끄럽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한번 생각해보시라. 그들 독일인들과 나를 비교하면 누가 더 멋있었고 너그러운 모습이었다고 생각하는가?
정말 부탁인데, 여러 비판자 분들께서는 그런 분노의 에너지를 특정인의 인신공격 같은 허튼 곳에 사용하지 말고, 좀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써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개인에 대해 관심이 많은 모양이신데, 난 솔직히 내 낙서장 조회수가 수천회를 넘어서는 지금의 상황,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처럼 40~50회 정도로 유지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나는 나란 인간에 대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한국에 계신 나이 어린 분들께서 나를 인신공격하는 것은 철없어서 그러겠지 하고 눈감아주겠는데, 나이 잡수실 만큼 잡수시고 공부도 하실 만큼 하셨다는 유학생 분들께서 내 글을 함부로 퍼날라대며 나에게 인신공격을 해대시는 꼬락서니는 정말 눈뜨고 못봐주겠다. 나는 님들께 아무런 관심도 없다. 당신들이 나보다 잘났는지 못났는지도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런데 왜 나를 그렇게 짝사랑하시는가? 솔직히 당신들의 관심이 나는 너무나 귀찮다.
그리고 당신들이나 나나 독일에 와서 독일대학에서 독일인들이 낸 세금으로 공부를 하는 처지라면, 가급적 독일인들의 입장에서 독일인들의 시선으로 우리에 대해 자성해보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비싼 돈 들여 독일까지 유학 와서 맨날 한국사람들끼리만 몰려다니며 독일말도 제대로 못하고 어영부영 살다가 얼렁뚱땅 학위 받아 한국 돌아가시면 뭐하는가? 나는 독일인들에 대한 욕은 독일인들 면전에서 독일어로 직접 대고 한다. 비겁하게 한국인들끼리 모여 독일인들 욕하지는 않는다. 한국인들끼리 모일 때는 독일인 칭찬을 주로 하고, 독일인들 앞에서는 한국인 자랑을 주로 하는 편이다. 왜 당신들은 한국인 칭찬을 한국인들끼리 마스터베이션하듯이 하려 하고, 독일인들에 대한 욕은 독일인에게 못하고 왜 우리 한국인들끼리 모여서 한국어로 하려 하는가? 좀 더 global한 사고를 할 수는 없는가?
당신들이 말로만 입으로만 '애국심'을 떠벌릴 동안 나는 우리나라에 정말 실질적으로 공헌하고 싶어서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사이트도 독일어로 만들고, 함부르크지역에서 한달 동안 내 공부 희생해가며 함부르크 한인학생회 홈페이지도 만들고, 또다시 한달 동안 내 공부 희생해가며 함부르크지역 한국식당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그 누구도 나에게 이렇다할 칭찬을 해주지도 않았고, 거기에 대해 수고했다고 돈을 주지도 않았다. 순전히 나의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그런 수고를 자청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우리 '한국인'들께서 보여준 태도는 정말 우스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뒤에서 내 흉을 본다는 소문이 떠돌아다니더니만, 익명으로 내가 학생회 서버를 도용했다고 모함하지 않나, 검은 돈을 받고 업무상 배임과 횡령을 저질렀다고 하질 않나, 그걸 보고 내가 얼마나 짜증을 느꼈는지는 이루 다 떠올리기도 귀찮을 정도다. (이와 관련해서는 "함부르크 한인학생회 서버계정스캔들" 참조)
나는 이번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민족주의가 이렇게 강하다는 사실에 참 희한한 기분을 느꼈다. 내가 군대 끌려갈 때 일이다. 난 그때 몸무게가 95kg이었으므로 일부러 살을 찌웠으면 군대를 면제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정말 순수한 애국심으로 살을 일부러 뺀 다음 군대에 자원해서 육군졸병으로 들어갔다. 그때 수많은 친구들이 나의 애국심을 비웃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애국심과 민족주의의 결여를 한탄했었는데, 불과 몇년 사이에 이렇게 바뀌다니 참 신선한 충격이다.
Faschismus란 것이 다른 것이 아니다. 모든 정치운동과 지배체계, 사고체계를 극단적인 민족주의, 국가주의와 연결시키고, 그와 반대되는 모든 개인견해를 억압하고, 민주주의적 대화와 토론을 부정하고,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폭력과 권위주의적 억압을 자행하는 것이 Faschismus다. 이런 Faschismus가 독일에만 존재했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런 분들은 반성하셔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Faschismus는 오랜 기간 존재해왔다. 이승만 정권 이래 박정희정권, 전두환정권을 거쳐서 얼마나 많은 민족주의적 억압이 우리 사회에서 자행되었는지 당신들은 아셔야 한다. (대표적으로 '화교'문제만 놓고 한번 생각해보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려 하는 듯하지만, 대부분의 족보가 처음 편찬된 조선시대 중기나 후기까지는 적어도 우리 사회에 '단군 할아버지'라는 공통의 조상을 모신 단일민족, '한국인'이라는 의식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또 엄격한 신분제가 유지된 전통사회에서 노비 등의 천민과 양반 등의 지배층이 같은 할아버지의 자손, 같은 '민족'이라는 의식은 존재할 여지가 없었다. 물론 나는 나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독일인'이나 '아일랜드인'이나 '영국인'들처럼 '한국인'들도 몇가지 특징적 성격들을 갖고 있고, 그런 성격을 나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한국인'이라도 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단점은 고치고 장점은 살리기를 원한다. 나도 애정이 있으니까 비판을 하는 것이다.
'한국인'임을 그렇게 강조하시는 여러분들께서는 바로 우리 한국땅에서 '한국인'이 아닌 데도 살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을 한번 떠올려 보셔야 한다. 이미 한국땅에는 50만에 가까운 외국 출신이 살고 있고 그들의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들이다. 19세기 후반 이래 우리나라를 떠나 외국으로 이민길에 오른 동포는 약 500만명.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땅은 동남아시아나 이란에서 온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태를 묻은 고향은 아니지만, 뼈를 묻어야 할 곳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수많은 인도네시아 노동자, 베트남 노동자들에게 우리 '한국인'이란 사람들이 자행하고 있는 폭력은 얼마나 끔찍한 것인가? 임금은 떼어먹고, 두들겨 패고, 성폭행하고... 그런 만행을 당하면서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번 월드컵경기에서 '한국인'들의 광분하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외국에서는 그런 모습들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지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모든 '민족적 단결'은 결국 '배타적 폭력'과 '테러'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민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20세기의 야만성과 광기로부터 우리 자신의 내면을 해방시켜 우리의 자율적인 개인정신과 양심을 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해외에는 외국인과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어도 부모, 아니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민족주의적 편견때문에 눈물을 흘려야 하는 수많은 한국의 아들딸들이 살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억압이나 박해로 다가갈 수밖에 없는 민족주의나 애국심이라면 차라리 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원칙적으로 민족이나 국가는 인간이나 개인보다 더 우선할 수 없다.
2002.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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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인터넷을 연결해보니 방명록에 써진 인신공격들이 참 가관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중에는 정말 사실에 바탕해서 객관적인 비평을 해주신 분들도 계셨고, 그래서 나도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비평은 인신공격 아니면 그 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루고 있어 참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조금 궁금한 점이 있다면 당신들에겐 우리 국가대표팀 축구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국가대표팀이 승리를 한다고 해서 당신들에게 당장 뚝 떨어지는 이익은 없쟎은가? 국가와 자기 자신을 그깟 축구를 통해서 동일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도 위험한 일인 줄을 당신들은 정말 모르는 것인가?
그러나 내 글이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치고, 돈을 150억이나 퍼부어서 만들어낸 우리나라 축구팀이 이번에 좀 좋은 성적을 올렸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갑자기 엄청나게 발전하게 되었다고 무작정 기뻐할 수는 없을 것 같으니 이를 어떻게 하면 좋지? 온 국민이 신바람이 나서 일을 열심히 해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부강해지는 것은 나도 참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월드컵축구 소용돌이의 이면에는 그로 인해 고통받게 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안에서도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을 왜 생각해보시지 않지?
그렇게 우리나라에 대해, 우리 민족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가 잘되기를 바라신다면, 막연하게 대표팀의 한 골 한 골에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월드컵의 이면에서 피보는 사람들은 없을까를 좀 생각해보시기 바라겠다. 그 '피버노바'라는 공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인도 어린이들이 지문이 지워져나갈 정도로 저임금의 중노동에 시달린다는 사실, 상암구장을 비롯한 여러 축구경기장을 건설하기 위해 가옥을 철거당하고 거리로 쫓겨나야 했던 난민들이 있었다는 사실 등을 상기하시며, '아,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시기를 바라겠다.
또 '붉은 악마'에 대해 한마디 더 한다. 나는 붉은 악마를 좋아한다. 그들의 예절바르고 질서있는 응원행태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며, 오래전부터 붉은 악마를 좋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붉은 악마는 아직도 많은 개선점을 갖고 있는 응원단체다. 그들의 응원깃발에 보면 치우천황이 무섭게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나는 치우천황 참 좋아하지만, 외국인들 입장에서 볼 때 그거 별로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평화와 상생을 지향해야 할 21세기에 상고시대의 전쟁영웅을 응원의 상징으로 삼는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그리고 응원가도 좀 더 다양화해야 하고, 관악단의 연주를 곁들인다든지 해서 좀 더 멋있고 세련된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지금 붉은 악마의 응원은 너무 단조롭고 위압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국응원단의 응원이 가장 마음에 드는 편이다.
이왕 이렇게 강화된 민족주의 이젠 좀 긍정적인 방향으로 써보자. 지역감정도 없애고, 차별받고 있는 연변동포들의 생활조건도 개선해보고, 남북통일도 이루어보자. 그러나 나는 그러한 민족주의가 가진 역기능에 대해 오히려 두려움을 갖고 있는 편이다. 해방 이후에 한반도의 남에서도, 북에서도, 민족주의를 주장하지 않은 정치 세력이나 문화권력은 거의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개인과 인간을 체제나 국가에 종속시키는 것은 민족해방을 위한다는 북이나, 민족중흥을 위한다는 남이나 거의 마찬가지였다.
사실 제국주의의 침탈과 분단을 겪은 20세기에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는 우리 민족의 단결을 고취하고, 신분의식 타파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일정하게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좀 다른 식으로 생각해볼 줄 알아야 한다.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무조건 뭉쳐야 하고, 같은 민족이기에 무조건 편들어야 된다는 논리는, 유감스럽게도 다른 민족이라면 뭉치지 않아도 되고, 편들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결론, 다른 민족은 적이고 다른 민족을 편드는 자도 무조건 적이라는 결론, 그러한 집단적 사고에 복종하지 않는 자에게는 테러가 가해져도 괜찮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고 만다. 우리보다 앞서서, 우리보다 더 강하게 하나의 민족, 하나의 조국, 단결된 대오를 내세운 나치 독일은 결국 600여만의 유대인 학살과 비민족주의자 그룹에 대한 테러, 주변 국가에 대한 침략을 저지르고 말았다. 물론 이런 가능성들이 늘 현재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위 '민족의식'이니 '애국심'이니 하는 말 속에는 분명 억압과 차별과 불관용이 숨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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