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그리 잘 찍혀진 것은 아니지만 런던탑 사진 하나 더 올린다. 저녁 8시가 넘어서 찍은 것이라 화면이 무척 어두워보인다. 앞에서 Thomas More경의 얘기를 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런던탑하면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여자는 Anne Boleyn이라는 여자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천일의 Anne'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여자 Anne Boleyn은 당시에 유부남이었던 헨리8세의 사랑을 받아 오직 그녀의 미모 하나때문에 영국교회가 로마교회로부터 독립하게 되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대파란을 불러일으키면서 1533년에 영국의 왕비가 되었지만, 돼지처럼 뚱뚱한 몸매에 바람기가 넘쳐흘렀던 헨리8세가 얼마 안가 그녀의 시종이었던 Jane Seymour에게로 마음을 빼앗기면서 1536년 5월 2일에는 친정오빠들과의 근친상간 및 국가반역죄라는 얼토당토 않은 죄목으로 런던탑에 투옥되었고, 결국엔 참수형을 당하는 운명을 겪어야 했다.

물론 그녀가 죽은 이후 그녀의 딸인 Elisabeth는 반역의 핏줄로서 왕위계승서열 제3위조차도 위협받아야 했지만, 그 앞순위 왕위계승자인 남동생 Eduard, 언니인 Maria가 차례로 요절하자 Elisabeth는 뜻하지 않게 영국의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 그 후 그녀는 도탄에 빠진 영국정치와 경제를 기적적으로 부흥시켰으며, 그로써 마침내는 영국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거의 자기 혼자만의 리더쉽으로 훌륭하게 이끌어 내었지만, 그 어떤 부모의 사랑도 받아보지 못한 어두운 유년시절의 기억을 가졌기 때문인지 사생활면에 있어서는 남성을 혐오하여 평생 독신의 숫처녀로 머물렀다고 한다.

하여튼 지금도 나는 Anne Boleyn을 생각할 때면 영화 '천일의 Anne'에서 런던탑 안에 갇힌 채 죽음을 맞이하며 자기 혼자 처절하게 자문자답하던 그녀의 마지막 장면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듯하다. 그때 런던탑 안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던 그녀가 자신의 세살바기 딸과 남편을 생각하면서 토해내던 대사를 기억해보면 대충 다음과 같다:

'그와 내가 함께 했던 시간은 모두 합쳐 천일이었다. 그 천일 가운데 3백일 동안 그는 나를 사랑했고, 그 다음 3백일 동안 그의 마음은 내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그리고 나머지 4백일동안 나는 그에게 단지 죽어 없어져야 할 대상이었다. 그것이 내가 지금 이 순간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까지 그와 함께 했던 천일의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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