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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통한 삶의 이해 - 해방기의 문학을 중심으로
이종한 ('90)
머리글 우리 민족의 물질적 부와 삶의 중심가치인 문화유산의 약탈 등을 통해 총체적으로 이루어졌던 일제의 억압과 착취가 이 땅에서 사라진 이후 우리 민족은 해방의 기쁨과 아울러 수많은 사상과 가치의 혼돈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 속에서도 일제잔재의 청산과 토지문제, 그리고 자주적 민족국가건설이라는 과제를 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계속되었는데, 이 시기의 연구가 사회과학분야에서 활발이 이루어진 데 반해, 문학의 영역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 문학의 흐름을 주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게 만들어 마치 민족문학은 사라지고 순수문학만이 진정한 문학으로서 위치지어지도록 한 오류를 범하고야 말았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대립과 교체를 사회적 현실의 발전 속에서 포착했던 이 시기의 작품들을 소설 중심으로 고찰해보고자 한다. 일단 Ⅰ. 토지문제의 해결 - 채만식 [논 이야기], 안회남 [농민의 비애] Ⅱ. 자주적인 민주국가건설 - 김영수 [혈맥], 김영석 [폭풍] Ⅲ. 외세와 분단의 문제 - 이근영 [탁류 속을 가는 박교수], 염상섭 [양과자갑] Ⅳ. 민족해방과 일제잔재의 청산 - 채만식 [맹순사] 의 네편으로 나누어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교체되던 격동의 시기에서 우리의 민중들이 또는 지식인들이, 그리고 학생들이 겪어야 했던 삶의 모습들이 어떻게 펼쳐졌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몸글 Ⅰ. 토지문제의 해결 채만식의 [논 이야기] :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있어서 농민들의 정당한 삶으로부터의 소외를 짧은 사건을 통해 보여준 문학이다. 주인공 한생원은 일인에게 팔아먹은 땅이, 해방되고 일인이 쫓겨나자 당연히 자기의 소유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찾으려 하지만, 친일파 잔존 무리들, 일본인 농장과 회사의 관리자들이 그 일인의 재산을 처분해버리고 그 땅은 이미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가버렸다. 그때부터 이미 국가라는 존재는 농민을 떠났다. 친일파와 지주들을 위주로 독점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것이다. 결국 해방때 부르지 못한 독립만세나 부르자는 한생원의 모습에서 땅을 잃은 농민에게 일제나 국가나 다른 것이 없었던 것이다. 해방 이후에도 땅은 가난한 소작농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반민중적 반민족적 특권계층에게 돌아가게 되어 이 땅의 농민들은 다시 땅에서 소외당하게 된다. 안회남의 [농민의 비애]는 먹고 사는 것에 충실하고 인간답게 살려는 민중들의 바램이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그들의 바램이 말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갑오농민전쟁, 식민지시대의 수탈을 지평선상에 놓고 새로운 질서를 바라는 농민의 열망이 무참히 짓밟히고 낡은 것이 파생시키는 각종의 모순들을 제시한다. 이 글의 주인공 서대응 노인은 일제나 별 다를 바 없는 국가의 착취에 일상적 삶을 포기하고 손자딸과 그의 생명유지를 위해 노루잡이를 떠나가나 노루를 잡지 못하고 손자딸 영이를 며느리가 데려가자 더 이상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어느 누구도 그의 편을 들어준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원님도 그랬고, 일제도 그랬고, 지금의 대통령도 그렇다. 그에게 있어 먹고 사는 것이 정치요, 정치가 곧 먹고 사는 것이었다. 좌익도 우익도 그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다만 한가지는 잘 알고 있었다. 남조선의 현실이 해방 이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었고 친일파가 여전히 득세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Ⅱ. 자주적인 민주국가의 건설 김영수의 [혈맥]은 찬탁을 지지하며 가두시위를 하는 의학도인 아들 이기호와 반탁을 옹호하는 아버지 이필호 사이의 대립을 다룬 작품이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정치적 노선의 차이로 말미암아 부정마저 끊고 아들을 냉대하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행동을 비판하며 자신의 입장을 견지하는 아들 사이에는 끊임없는 갈등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아들 기호가 테러단에 의해 습격을 받고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실려왔을 때 완강하게 치료를 거부하던 아버지 이필호는 결국은 부자간의 정을 끊지 못하고 치료에 나서게 된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교체기에 있어 그러한 대립이 정치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의 최소단위라 할 수 있는 가정까지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진보적 사상을 가진 젊은이들이 가정에서 느끼는 갈등을 생각해보며 씁쓸한 미소를 짓게 한다. Ⅲ. 외세와 분단의 문제 염상섭의 [양과자갑]은 민주주의 민족국가 건설을 위해 사익을 희생하는 한 지식인의 삶의 태도와 오직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는 한 이인의 삶을 대비시켜 새로운 질서의 정착이 무엇에 의해 어떻게 방해받고 좌절되는가를 보여준다. 일제시대에 미국에 유학을 했던 주인공 영수는 해방후 미군정이 들어섰을 때 그가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가 있었으나 그것이 민주주의 민족국가 건설에 방해가 되리라는 생각에 일체의 것을 포기하고 대학에 시간강사로만 나가며 남의 집에 세들어 살게 된다. 그런데 주인집 딸은 미군에게 온갖 아양을 떨어 가옥도 차지하고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미군의 편지를 번역해주던 영수의 딸 보해에게 양과자갑을 주게 된다. 이것을 본 영수는 양과자갑을 집어던지고 영수의 부인은 이것을 다시 줍는다. 집주인이 이것을 보고 그들을 내쫓을까 하는 염려때문이었다. 너무 심한 비약일까? 독재자에게 아양 떨기로 유명한 서정주와 자신의 시세계를 열어간 신경림 시인을 비교토록 하는 부분이었다. Ⅳ. 민족해방과 일제잔재의 청산 채만식의 [맹순사]는 일제시대에 순사를 한 사람이 해방된 이후에도 순사로서 설치고 다니는 모습을 통해 과거의 모순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인 작품이다. 8·15 해방 이후 순사직을 그만 두었을 때 일제시대 같이 순사를 하던 동료가 민중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는 것을 보며 자기는 덜 해먹었다고 대든다. 해방 이후 순사직업을 그만두고 먹고 살 일이 막막하자 다시 경찰학교에 지원해서 다시 순사를 하게 되나, 동료 순사 중에 일제시대 살인강도로 잡혀왔던 사람이 있음을 알고 다시 그만두게 된다.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의 교체기에서 낡은 것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모순을 낳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맺음말 해방과 함께 밀려들었던 수많은 문제들 속에서도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교체는 끊임없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러한 혼돈의 시기에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대응방식 또한 매우 다양했다. 농민은 농민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지식인은 지식인대로,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교체를 위한 움직임은 거세었다. 물론 그러한 새로운 질서재편 속에서도 거세되지 않은 모순들은 끊임없는 모순들을 재생산하고 있었다. 이번 호로 문학을 통한 삶의 이해, 두번째 작업이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제거되지 않은 과거의 모순이 현실 속에서 유형·무형의 폭력을 재생산하고 있음을 보며 도적질당한 과거에 대한 울분이, 움켜진 주먹으로 스며듬을 막을 수 없었다. 다음 호에는 전쟁기의 문학과 전쟁 이후 60년대의 문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1991.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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