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미리] A Real Hardcore Porno
김택경 ('97)
진정한 하드코어 포르노... 얼마 전 호주의 한 대학에 범죄심리학 강의가 개설되어 폭발적인 수강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여기서 다루는 강의내용에 성도착증환자가 가지는 행위유형의 8단계가 있는데 그 마지막 단계는 살인이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자살이다. 결국 죽음에서 완결되는 그 무엇.. 그것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계도적이고 통속적인 성관념으로부터 탈주한 인간의 욕망은 도구적 이성의 가속페달을 밟으며 난폭운전을 해대다 결국 한 어린 소녀를 들이받아 사망하게 한다. 이 뉴스는 snuff라고 보도되었다. 바로 "살인 포르노" "It's HARDER than anything you saw" 세기의 거부인 크리스챤의 미망인은 죽은 남편의 금고에서 이상한 8mm필름을 발견하고 이를 사설탐정인 탐 웰즈(니콜라스 케이지'역')에게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사랑스런 아내와 귀여운 아기를 가진 평범한 가장이며 맡는 일도 대부분 그러한 일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달라져 보려는 시도에서 이번 사건을 맡게 된다. 그리곤 정말로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Devil don't change, Devil change you!" 평범하고 정상적인 집, 그러니까 건전하고 선한 세계와의 유대는 집에서 아이를 안고 전화하는 아내와의 통화로 유지된다. 그러나 악의 실체에 접근할수록 아내와의 연락은 차츰 뜸해진다. 앤드류 캐빈 워커(각본).. 이미 'seven'에서 성서의 코드를 마음껏 유린했던 그는 이 영화에서도 '크리스챤'의 이중적 잔혹성과 변태성을 영화 전면에 효시한다. 이 작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신을 죽이고 인본주의로 고개를 돌리자? 그렇다고 그는 인간을 찬양하기에는 너무 cynical하다. 증거가 되는 8mm필름과 마지막 증인을 잃어버린 탐 웰즈는 복수의 화신이 되어 정의의 이름으로 예쁘게 포장된 살인욕구를 드러내며 살인자를 처형한다('seven'에서 브래드 피트가 케빈 스페이스를 죽이듯이...). 그러나 정성스레 메어진 리본의 한쪽 끝을 살며시 잡아 당기기만하면 인간의 본연에 내재된 기초적 본능(basic instinct)을 어렵지 않게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포르노의 영웅 머신을 찾아가는 우리의 영웅 탐 웰즈는 검은 가죽 가면을 뒤집어 쓰고 한 소녀의 살갗을 종이 찢듯 찢어버린 악의 화신을 저주하며 묘지 위에 내동댕이친다. 그리곤 어서 가면을 벗어내고 그 추하고 악한 모습을 드러내라고 외친다.. 클로즈업 되며 드디어 드러난 가면 속의 얼굴은...독실한 크리스챤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너무도 평범한 중년남자의 모습이었다. 거기다 목사님이 성경을 볼 때나 낄 것 같은 단정한(?) 안경을 쓰고는 정의의 사자, 탐 웰즈에게 외친다. "무얼 기대했지? 괴물이라도 나올 줄 알았나?" "난 강간당한 적도 없고 폭행 속에 자라지도 않았어!" "아무 이유도 없어 단지 살인이 좋아서 했을 뿐이야!" 선과 악의 대립은 깨어지고 이 거룩했던 성전은 인간 내부로 그 전장을 옮기게 된다. 또한 이로서 선과 악의 신화는 깨어지고 신과 선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는 균열을 맞이한다.. 진도 8이상의.... mmmmmm 혈투 끝에 한 평범한 인간을 죽인 탐은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도착한 탐은 집 복도에서 오열을 터뜨리고 놀라서 나온 아내의 손을 잡으며 흐느끼는 채로 말한다.. "SAVE ME...." 그는 과연 구원 받을 수 있을 것인가...... 1999. 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