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asti wrote :
공부하시느라 힘드시겠습니다. 우선 이 홈페이지 운영자에게 반론을 제기한 사람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왜 이번엔 존대말을 쓰냐고 물으신다면 이번 글을 드리고 싶은 분은 유토피아님이라서 그렇다고 말씀 드리고 싶군요.
유토피아 님께서 올리신 글 잘 읽었습니다.
첫 부분에서 지적하신 부분 중에 '두 입장 다 분명히 일리가 있는데 교차점이 뚜렷하고 조화되지 않는다'라고 하습니다. 당연하지요. 어느 한 쪽이 잘못 판단하고 있으니까 조화되지 않겠지요. 그럼 누가 '일리있는 입장'이 아닐까요? 한 번 자세히 짚어 볼께요. 제가 주인장께 드린 반론의 골자는, 주인장께서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민족주의적 사고다'라고 뭉뚱그려 비판하는 게 오류라는 겁니다. 즉, 다른 사람들의 비판 모두가 '민족주의적 발상'에 근거한 것이 아닌 이상, 그에 대해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자'라는 일반론을 끌어와 비판하는 것은 틀린 논리라는 얘기지요. 또한 그런 논리로 자신을 해명하는 글은 적합하지 않다고 얘기하려는 겁니다. 예를 들어보면 간단해 집니다.
어느 한국사람이 '독일 축구 이렇다 저렇다'라고 부정적으로 독일 사람에게 말했다고 합시다. 그 독일 사람이 그 얘기를 듣고 자기 나라 축구의 문제점을 짚었다고 합시다. 그럼 그 한국사람이 독일 축구를 바라보는 관점이 독일 축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겠습니까?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한국사람의 관점이 모든 한국인의 관점이며, 그 얘기를 들은 독일 사람의 주체적인 관점입니까? 아닙니다. 결국 그 관점은 독일 축구를 바라보는 많은 관점 중 하나의 관점일 뿐입니다. 이 한국사람의 얘기를 듣고 독일 사람이 그 얘기대로 '독일 축구 못한다. 나 창피하다. 독일축구, 이런 점을 고쳐야 한다'라고 말한다면, 그 독일 사람의 관점은 이미 상실된 셈이고, 이제부턴 한국사람의 관점이 그 독일사람의 가치관을 지배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런 맹점을 지적해주는 다른 독일 사람들은 과연 '민족주의자'일까요? 아닙니다. 그 사람들은 인간이 지녀야 할 보편 타당성을 가르쳐주는 겁니다. 즉, 사고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걸 막아주는 거지요.
밑에서 유토피아님도 비슷한 표현을 썼습니다. '이런 생각이 있다'라고 넘어가자구요. 그건 주인장의 잘못된 해명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니라, 애초에 독일 친구 몇 명이 한국축구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얘기했을 때 주인장께서 취했어야 할 태도입니다. 그랬으면 그 독일친구 생각에 치우쳐서 같이 한국축구를 비난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겠지요. 그렇다고 한국축구가 잘났다는 애기는 아닙니다. 한국축구가 잘났든 못났든 그건 이미 논외의 일이고, 독일친구가 한국축구를 욕하든 안하든 그것도 이미 논외의 일입니다.
그리고, 유토피아님의 생각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한국 대표팀의 8강 진출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도 사고나지 않을까, 이게 우민화 정책은 아닐까, 파시즘 아닐까 등등.. 모두 괜한 우려입니다. 지는 거야 지면 그뿐이고, 아직까지 사람들 그렇게 모여도 큰 사고 하나 없습니다. 오히려 범죄율이 줄었다지요(우스개 소리지만, 요즘 월드컵 철에 도둑질하면 천인공노할 놈 됩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모여 응원하는 모습이 우민화 정책에 부지불식 중 부응하는 행위라면, 현재의 독일도, 프랑스도, 나아가 세계 많은 나라의 정책이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게 파시즘으로 표현될 수도 없습니다. 수 많은 올림픽에서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몰려든 각 나라의 국민들을 보면서 '파시스트'라고 논하는 사람은 아직 없거든요.
그리고, 우민화 정책..이제는 안됩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7~80년대 그랬던 것처럼 바보같이 당하지만은 않습니다. 소위 '3S 정책'이라 불렸던 우민화 정책(Sport, Screnn, Sex)은 이제 국민들을 농락하는 정치가들의 수단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장담하냐구요? 이번 '김동성 사건'과 '노풍'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하는 인터넷 여론은 그런 단세포 적인 정책에 쉽게 농락당하진 않을 겁니다. 서로 충분한 토론과 의견 교환이라는 과정을 거친 후 공동 선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의견 도출의 기회가 인터넷에선 무궁무진 하거든요.
제가 유토피아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냥 '즐기시라'는 겁니다. 경기를 이기면 즐거운 거야 당연한 것이고, 기쁘면 웃고 떠드는 게 당연한데 왜 '민족주의'니 '우민화'니 해가며 감정을 자제하자는 말에 휩쓸려야 합니까?
물론 월드컵 때문에 우리 사회의 병폐와 어두운 면들이 가려지고 감춰진다는 말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봅시다. 월드컵이 없으면 그 어두운 구석에 햇볕이 듭니까? 모든 현상은 병존합니다. 각자 있는 그대로 나아가는 것이며, 구태여 이것저것 끌어다가 엮어대지 않아도 개별적으로 충분히 복잡합니다. '내가 이렇게 좋아도 되나'라는 죄의식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웃으세요. 터뜨리듯 즐거워 합시다. 본인이 직접 말씀하신 것처럼, 기쁨 그 자체에는 아무런 사상도, 가치도 없습니다. 그냥 순수하지요. 왜 기뻐해야 하는데 사상이니 가치니 무슨 '즘'이니를 떠올리며 복잡하게 만들어야 하나요?
지금 여긴 비가 옵니다. 천둥, 번개까지 치는군요. 솔직히 전 요즘 한국에 계신 분들 얘기를 들으면 샘이나 죽을 지경입니다. 저도 축구구경 가고싶고, 다른 사람들 틈에 껴서 소리도 지르고 싶거든요.
열심히 응원하시고 지더라도 큰 실망은 하지 마세요. 어차피 경기는 경기고, 세상은 돌아가니까요.
참..그리고 유토피아님의 얘기처럼, 세계관, 즉 개인의 가치관과 시각은 절대적인 게 아닙니다. 아니, 인간이 살아있는 한, 이 세상에 절대적인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모든 사물과 현상의 속성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대적인 관점에 따라 변질됩니다. 개인이 갖고 있는 변질된 속성이 서로 교집합을 가지고 있느냐, 또 얼마나 공통되느냐에 따라 일반성, 특수성이 존재하는 거구요. 그렇기 때문에 저도 주인장의 독일친구의 관점을 두고 '틀렸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독일친구 말만듣고 한국축구 욕하는 것 역시 편향된 시각이라는 걸 알려주려 했던 거고, 그렇게 알려주는 게 '민족주의'라는 거창함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니까 '나를 욕한 사람들 민족주의를 없애라'라고 말하는 건 틀렸다고 말해주는 거지요.
공부 열심히 하세요. 유토피아님의 정당한 판결로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이상세계'를 기대해 봅니다.
* 참..'보세요'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