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이

해마다 스승의 날 어쩌구 할 때마다 솔직히 비웃음이 나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솔직히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요? 우리 사회에서 '스승'이라고 하는 자들의 존재가 경제적으로 보았을 때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이고 잉여적인 요소인지 잘 알고 있는 한, 소위 '스승'이라고 하는 자들에 대해서 존경의 마음보다는 경멸의 마음이 우러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로가 아닐까 합니다.

어느 소설을 보았더니 옛날 고구려에서는 이른바 스승들, 태학의 교수라고 하는 자들에게 절대 고기를 지급하지 않도록 법으로 정해놓았다고 하더군요. 고대사회에서는 교수라고 하는 자들이 교육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대한 제사 일도 함께 담당했기에, 하늘의 뜻과 언제나 접신해야 하는 선생들이 고기를 먹을 경우 부정이 탈 수밖에 없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겠지만, 실제로는 거친 들판에 나가 사냥을 하고 전쟁을 해야 하는 전사계급에게 우선적으로 고기가 배급되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더 컸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선생이란 존재는 마치 광대와도 같은 존재로서 살벌한 삶의 현장에서의 피 튀기는 투쟁에 하등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손에 칼을 쥐었거나 완력을 보유한 자도 아니니, 찬밥대우를 받는 것은 기본이고 칼자루 쥔 자에게 조금이라도 비위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모가지가 날아가는 일도 흔했다는 얘기죠. (그깟 선생 하나 없다 해도 국민들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테니...)

오늘날 대학교수라는 자들이 대학졸업장을 미끼로 과도한 특권을 향유하는 것에 비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무엇을 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뼈를 깎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실무현장에서는 대학졸업자들에게 가장 기초적인 전공지식조차 기대하지 않게 된지 오래이고요. 대학생들 역시 대학에서 형식적으로 취득하는 학점에 대해 그것이 실무에 곧 도움이 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신뢰를 하지 않게 된지 오래입니다. 이러한 '잉여의 지위'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지, 대학교수라고 하는 자들에게 진심으로 자성을 촉구하고 싶은 바입니다.

김치독

이번에 손석희씨가 대학교수직 그만두고 종편 사장으로 옮긴 것만 보더라도 대학에서의 교육자라는 직위가 얼마나 무기력한 직위인지를 잘 알 수 있겠더군요. 군사독재 시절에는 정부와 언론, 법원 모두 어용인사들로만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권의 간섭이 덜한 대학교에서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는 진보적 교수님들이 사회적 존재의의를 가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 각 부문에 이미 진보적인 지식인들이 충분히 많이 활동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영양가 있는 전문지식들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진보개혁이라는 측면 뿐 아니라 전문성의 측면에서도 대학교수들의 가치는 이제 거의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남아있던 일부 진보적이고 양심적인 교수들조차 지난 2000년대 대학등록금이 지나치게 폭등하는 것을 남의 일인 양 방치함으로써 학생들로부터는 물론이고 학부모와 국민들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렸죠. 앞으로 대학등록금과 교수연봉을 지금의 절반 이하로 낮추지 않는 한, 대학교수들이 이미 잃어버린 사회적 신뢰를 다시 찾는 것은 사실상 힘들게 되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