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장
2015-06-27 02:18:34
2015-06-27 02:18:34
1. 오늘부터 7월 6일까지 독일에 출장을 다녀올 예정이다. 무려 8년만에 내 제2의 고향인 함부르크를 방문하고 문헌복사도 하고 헌책도 좀 사고 하다 올 계획이다. 가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변했다고 하는데, 정말 얼마나 변했는지 가서 여기저기 확인해보려고도 하고 있다.
함부르크에서 가장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게 있어서 함부르크대학교도 아니고 함부르크시청도 아니고 미햐엘리스교회도 아니다. 그것은 그냥 저 푸른 엘베강일 뿐이다. 유학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그냥 대학 도서관에서 죽치면서 보내긴 하였지만, 나의 30대 초반 시절은 왠지 그 커다란 강 기슭에서 지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 강 기슭에서 약 3년을 살았음.) 아직도 나의 마음은 그 엘베강에 울리는 물결과 바람의 반향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듯하다.
함부르크에 가면 아들 녀석과 함께 강을 따라 걸어볼 생각이다. 엘베강을 가로지르는 보트를 타며 튀는 물방울들을 얼굴에 맞고 저 멀리 북해 쪽을 바라볼 계획이다. 억센 강바람에 맞서며 블랑케네제의 초록빛 잔디밭을 거닐고 빨간 지붕과 하얀 벽으로 된 수많은 독일 집들을 구경할 생각이다. 과연 그럴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저녁에는 굳센 고요를 가득 채운 듯한 강가를 옛날처럼 혼자 산책해보고도 싶은 마음이다. 조금은 무섭겠지만, 아들 녀석에게도 아마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2. 언제나 그렇긴 하지만, 최근에는 유난히 더 바빴다. 홈페이지에 들어오지 않는 날들이 많았고, 많은 손님들의 질문에도 거의 답변을 하지 못했다. 피로가 누적되다보니 완전히 혼자 있는 시간에도 정력적으로 일을 하기가 어려웠다.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비례하여 작업의 속도 역시 많이 느려졌다. 학기는 끝났지만, 아직도 학기의 뒷처리(예를 들어 학생들 기말고사 답안 피드백 등등)는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힘들긴 하지만 이렇게 숨돌릴 틈 없이 살아가는 덕분에 권태를 면할 수 있었으니 그런 점은 다행이라는 생각도 가져보고 있다. 항상 일이 밀려 있다는 느낌, 누군가로부터 받은 부탁을 아직도 들어주지 못했다는 느낌, 뭔가 죄지은 듯한 느낌 속에 살아가지만, 한편으로는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도 이렇게 일거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을 감사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고 있다.
인생은 짧고, 시간은 쏜살 같다. 그런데 일거리는 점점 더 많이 쌓인다. 그러다 보니까 친구 만나는 시간과 잠 자는 시간, 노는 시간 등을 줄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웃긴 것은, 내 친구들도 그게 거의 마찬가지라는 점에 있다. 대한민국의 40대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다들 아무도 만나지 않은 채 일에 파묻혀 살아간다. 가끔은 이런 게 어떻게 보면 '이른바 좋은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곤 한다.
3. 하지만 이번 독일출장 기간에는 그동안 못 만났던 독일 친구들도 좀 만나고, 모처럼 저녁에는 쉬면서 노는 시간을 가져보리라 다짐하고 있다. 물론 밤 새워 처리해야 할 일 하나가 남아 있고, 출장기간 동안에도 날마다 메일을 확인해야 하는 처지이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숨을 돌리고 재충전을 하는 시간을 이번에 가져볼까 하고 있다. 단 며칠만이라도 한가하게 거닐거나 느긋한 마음의 여유를 즐겨볼 생각이다. 내가 요즘 이 홈페이지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섭섭해 하시는 분들께서는 나의 이러한 사정을 부디 잘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