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능력평등의 원칙과 그 회복탄력성
2025-02-07 14:55:54

권리능력평등(權利能力平等)의 원칙은 모든 인간에게 똑같은 정도의 권리능력이 인정되며, 권리능력을 부여하고 유지함에 있어서 인간을 차별하는 것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시민혁명의 양대 이념인 자유와 평등의 이념에서 도출되는 것이기도 하고, 인간존엄의 가치에서 도출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원칙에 따르면 한 인간이 그의 나이, 성별, 직업, 가문, 인종, 민족, 계급, 재산, 학벌, 피부색 등에 따라 권리능력을 더 갖게 되거나 덜 갖게 되는 등의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외국인이든 장애인이든 실업자이든 전과자이든 문맹이든 신용불량자이든 모든 인간은 똑같은 권리능력을 가진다. 특히 권리능력의 평등한 취득에 관하여 우리 민법 제3조는, 모든 자연인이 출생하면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규정을 하고 있다.

* 권리능력평등의 회복탄력성 : 권리능력평등의 원칙은 단순히 선언적 원칙이 아니라 모든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도 권리능력평등의 관점에서 보면 불평등하고 불균형한 관계이므로, 채권의 목적이 어느 정도 실현되거나 채권의 행사가 게을리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하면, 이러한 불평등한 관계를 해소시키고 채권과 채무를 소멸시키는 방향으로 법이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아무리 계약에 기한 채권이라 하더라도, 채권자가 채권행사를 게을리하면 그 채권은 시효로 소멸한다(제162조 1항). 아무리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관계라 하더라도, 이것 역시 평등한 시민 간의 관계와는 다른, 비정상적 관계이므로, 피해자가 배상채권의 행사를 게을리하면 채권은 시효로 소멸한다. 피해자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피해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자기연민과 복수의 특권을 계속 보장받으려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금액으로 구체화된 채권이 제3자에 의해서든 누구에 의해서든 변제 또는 공탁되기만 하면 가급적 채권관계를 해소시키는 쪽으로 힘을 발휘한다. 반면 소유관계는 평등한 권리능력자 간의 대인적 관계가 아니라 소유물에 관한 관계이기 때문에, 소유자와 비소유자 간에는 권리능력평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소유권에는 소멸시효가 걸리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소유권에는 그 자체 회복탄력성이 부여된다. 소유권의 이러한 회복탄력성을 반영하여 우리 민법은 제한물권의 시효소멸(제162조 2항) 뿐 아니라 과거에는 토지임차권의 최장기간을 규정하기도 하였다(제651조 1항: 2013년에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위헌규정 선언되어 삭제되었음). 이러한 점에서 우리 민법은 계약자유의 원칙만을 최고의 원칙으로 보는 게 아니라 소유권절대의 원칙, 권리능력평등의 원칙 등이 각각의 존재의의를 갖고 서로 견제·균형을 이루게끔 구성된 체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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