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11 19:30:16
- 이하의 글은 2003년 7월 11일부터 2003년 9월 29일까지 저의 "개인낙서장"에 일곱편으로 나누어 게재했던 저의 Hegel에 관한 잡글을 거의 있는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
고래 wrote: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은 1770년 8월 27일, 당시 독일남서부의 대도시였던 Stuttgart에서 태어났다. 지금의 Stuttgart는 물론 다국적 자동차회사 Daimler-Chrysler의 영향때문인지 독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전형적인 자동차공업도시로 인식되어있지만, 당시의 Stuttgart는 수많은 왕국과 공국으로 갈기갈기 찢겨져있던 당시 독일에서도 프랑스쪽에 가까운 Wuerttemberg공국의 수도였던 덕택에 북부독일이나 동부독일에 비해볼 때 비교적 높은 문화적 수준을 자랑하고 있던 문화의 도시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가장 유명한 시인 가운데 세 사람 - Friedrich Schiller, Friedrich Hoelderlin, Eduard Moerike - 이 모두 이곳 Stuttgart 근처에서 태어났으며, 독일의 유명한 소설가 Georg Rudolf Weckherlin도 바로 이곳 Stuttgart에서 궁정관리의 아들로 태어났고,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전원화가 Joseph Anton Koch 역시도 바로 이곳 Stuttgart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에서 당시 Stuttgart가 문화적으로 얼마나 기름진 토양을 갖고 있던 도시였는지를 우리는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이곳 Stuttgart에서 Hegel의 아버지였던 Georg Ludwig Hegel은 Wuerttemberg공국의 출납공무원(Rentkammersekretaer)으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독일의 문호 Friedrich Schiller의 아버지였던 Johann Caspar Schiller 역시도 바로 이곳 Wuerttemberg공작의 궁정에서 정원감독으로 일하고 있었으니, 당시 Wuerttemberg공작은 아들 잘 둔 두 명의 아버지에게 달달이 봉급을 주며 독일의 문화발전에 크게 공헌하고 있던 셈이었다. 그러한 Wuerttemberg공작 밑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신학자로서도 인정받고 있던 Hegel의 아버지는 사회적으로 매우 높은 존경을 얻고 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잘나가는 아버지 밑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Hegel은 당연히 어린 시절을 매우 유족하게, 우아하게 보낼 수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거기다 Hegel의 어머니는 매우 머리가 좋고 유식한 여자였다. 그녀는 Stuttgart에서도 최고로 이름난 신학가, 법률가, 관료집안의 딸로서, 당시의 여성으로서는 아주 드물게도 수준높은 교육을 받아서 어린 Hegel에게 일찍부터 라틴어와 신학을 가르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원래 자식들은 아빠 머리보다도 엄마 머리를 더 물려받는다고 하지 않던가? 엄마가 이렇게 머리가 좋고, 거기다 조기교육까지 확실히 시켰으니, Hegel이 어려서부터 얼마나 영리하고 조숙한 인간이 되었을지는 거의 상상이 간다고 말할 수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Hegel은 이미 나이 세살때부터 글을 읽을 줄 알았고, 다섯살때에는 라틴어를 읽을 줄 알았다고 한다. 거의 율곡 이이(1536년생)가 엄마 잘 둔 덕분에 세살때 천자문 읽고 다섯살때 사서삼경을 다 읽었던 것과 비슷함이 느껴질 정도다. 또한 장남이었던 Hegel은 밑으로 남동생 하나와 여동생 하나를 두었는데, 그의 남동생과 여동생도 - 그만큼은 아니었겠지만 - 다들 그렇게 똑똑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니, 정말 누구나 그 집안에는 부러움을 금할 수가 없게 된다. 한마디로, 평범한 갖바치(?)집안에서 태어난 Kant와 달리, Hegel은 대단한 명문가, 재골(才骨)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었다.
Hegel은 그렇게 머리가 좋았던 덕분에 이미 일곱살 나이에 김나지움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 김나지움에서 Hegel은 단연 두드러지는 모범생이었고, 독일어와 라틴어뿐만 아니라 그리스어, 프랑스어, 영어까지 익혔으며, 그리스/로마와 영국의 고전들도 빠짐없이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Hegel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은 있었다. 운동을 못했다는 것이었다. 워낙 책을 많이 읽어 또래아이들보다 정신적으로는 몇걸음씩 앞서가고 있었던 반면에, 체육시간, 댄스시간만 되면 거의 할머니수준의 운동신경과 리듬감각으로 친구들의 경악을 자아내었으니, 그의 그러한 정신/육체간 불균형은 정말 안쓰러움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실제로 Hegel은 어린시절 내내 '할배' '노친네' '넝감탱이' '할머니맨' 등의 별명으로 불리우고 다녀야 했으며 (별명의 번역은 내 맘대로 했음 ^^), 어느 책제목마따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의 살아있는 표본으로서 기이한 유년시절, 청소년시절을 보내야만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만약 영국처럼 엘리트교육에서 스포츠와 리더쉽을 최고로 중시하는 그런 나라에 Hegel이 태어났으면 대학진학조차도 힘들 지경이었겠지만, 그래도 다행히 Hegel은 기사의 나라 영국이 아닌, '엉덩이 무거운 남자'를 전통적으로 무척이나 소중히 생각해왔던 수공업자들의 나라 독일에서 교육을 받고 있던 중이었다. 운동신경이 둔한 Hegel은 그 덕분에 허구헌날 책상 앞에 쭈그리고 앉아 두꺼운 고전들을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너끈히 독파해내는 습관을 어릴 때부터 기를 수 있게 되었고, 그 덕분에 영국식의 경망스런 경험주의, 상대주의철학이 아닌 독일식의 중후한 이상주의, 관념철학을 혼자서 뚝심 있게 건축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밖에도 Hegel은 어려서부터 또다른 특이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 내가 보건대 - 지독히도 내향적이고 편집증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Paranoia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그렇듯 Hegel 역시도 고집이 황소고집인 데다가 지독한 체계화와 망상의 습관을 갖고 있는 그런 인간이었다. 남을 믿지 못하고 모든 사물을 자기 식으로 각색해야 직성이 풀렸으며, 언제나 자기 장점과 우월성만을 스스로에게건 남들에게건 인정받고 싶어했던 것이 Hegel 그의 성격이었다. 또한 정보에 대한 통제의 욕구와 그를 위한 수집의 욕구가 대단하여 수많은 좋은 언어구절들이나 신문기사, 칼럼, 그리고 신학, 역사학, 문학, 대수학, 기하학, 물리학, 윤리학, 심리학, 교육학 분야의 수많은 자료, 논문들을 그는 발견 즉시 조금의 누락도 없이 그때그때 수집하여 자기 나름의 체계적 방식으로 꾸준히 정리해나갔다. 당연히 그러한 수집과 정리를 위해 언제나 스스로 긴장되어 있어야 했으니, Hegel 그가 완전히 마음을 풀고서 남들과 뛰어놀만한 시간을 갖기는 거의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그가 성격이 모질고 악랄하거나 싸움을 좋아하면서 패배도 기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영국식 스포츠맨쉽을 갖고 있는 인간이었다면, 그도 주위사람들과 치고받고 싸우면서 때로는 승리하고 때로는 패배하는 과정 속에서 좀 자기 틀을 깨부수고 남들과 폭넓은 공유점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골치아픈 것은 그가 어려서부터 모범적인 예절교육을 받은 데다 패배에 대한 공포심, 그리고 자존심이 워낙 강해서, 남들과 말로 꽝꽝 치고 받으며 싸우는 것을 매우 꺼려하는 인간이었다는 점이었다.
그는 논쟁을 하는 것도 싫어했고 자기를 남들 앞에 드러내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자기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지 않아 했으며, 매일마다 엄청난 양의 글을 쓰면서도 그것을 자기 일기장과 메모장에만 적어놓고 남들에게는 그것을 절대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그는 이미 열다섯살 때부터 매일 라틴어로 일기를 쓰고, 그 뒤에는 자기가 수집한 여러 학술자료들을 바탕으로 수많은 수필과 잡문들을 혼자 써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장들은 글쓰기훈련이 잘 된 문장이라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난해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하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글들이 아니라 자기 혼자 다시 읽고 만족하기 위해 써댄 글들이었으니, 남들을 이해시킬 만큼의 문장력이나 표현력 같은 것은 그에게 애초부터 필요하지 않은 것이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솔직히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을 때가 많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수많은 철학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독일의 Kant 정도만 해도 그가 쓴 글들을 읽어보면 이게 대충 무슨 의미인지 짐작이 가는 것은 그들이 글을 쓸 때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들 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은 거의 다 그렇다. 작문을 할 때에는 자기를 위해서 작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읽을 사람들을 생각해가면서 작문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 글을 읽고 서로 논쟁을 하든 토론을 하든 할 수 있고, 그런 비판 속에서 글 쓴 사람도 뭔가를 얻어내고 자기견해를 수정하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비범하신 Hegel 선생님의 글은 다른 사람들이 읽어보면 이게 도통 무슨 의미인지 짐작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자기 생각이나 관점을 드러내기 위해 쓰는 글인지, 아니면 그것을 숨기기 위해 쓰는 글인지조차도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뭔가 아름다운 단어들, 거창한 단어들, 멋있는 단어들을 마구 쏟아내긴 하는데, 이게 가만히 따져보면 다른 사람들이 그 단어를 쓸 때와 단어의 의미가 많이 다르다. 그 단어나 개념에 대해 기존의 사람들이 지켜왔던 약속 같은 것을 짐짓 무시하고서 그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이 자기 혼자 자기 머리 속에 체계가 잡힌 대로 그냥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니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이 어디 가능하겠는가? Hegel의 언어는 다른 평범한 철학자들의 언어와 다른 것인데, 일단 서로간에 개념부터 합의가 안된 상태에서 어떻게 Hegel 그와 토론 또는 논쟁이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Hegel은 학생시절부터 작문시간이나 발표시간에 언제나 선생님들로부터 '좀 남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을 하라' '좀 남들이 알아볼 수 있게 글을 쓰라'는 지적을 많이 받아야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집불통인 Hegel은 자기 말하기, 글쓰기 버릇을 절대로 고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버릇은 교수가 된 뒤로도 그대로 남아있어서 Kant 같은 사람이 강의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아주 잘 압축해서 깔끔하게 학생들에게 잘 이해시키고 정확하게 종료시간에 맞춰 강의실을 떠나 '명강의'로 불렸던 반면에, Hegel은 언제나 따로따로 떨어지고 뒤죽박죽 섞이는 식의 난해하고도 산만한 강의만을 학생들에게 거듭 들려줘서 자기를 존경하는 수많은 학생들을 애먹였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그럼 그렇게 뒤죽박죽이고 불친절하며 이해불가능한 Hegel의 철학이 왜 그렇게 위대한 철학이 되었는가, 하는 질문을 우리는 던져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자기만 알아먹을 수 있는 식의 철학은 그냥 싹 무시하면 그만이지 왜 그렇게 사람들이 그에 대해 말들이 많은 것인가?
그러나 Hegel철학을 꼭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것은 Hegel 그의 언어가 완전히 이해불가능한 언어만은 아니라는 데 이유가 존재한다. Hegel식의 그러한 여러 단어나 개념들이 Hegel 자신의 고유한 언어체계, 사고체계에서는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그 내용도 그냥 Hegel이 자기 혼자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구체적 현실을 나름대로 살펴보고 다시 혼자 생각하고 하는 등의 진지한 여러 과정들을 담고 있어서 나름대로는 현실적 가치를 지닐 수가 있었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걸 왜 꼭 그렇게 어렵게 썼냐는 데 있는 것이지만, 그것도 어떻게 보면 대단하게 봐줄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보통의 사람들은 자기 식대로 계속 어려운 말을 하거나 글을 쓰다 보면 나중에는 혼자 지쳐버려서 그런 싸이코적 언어습관을 곧 그만두는데 반해, Hegel 그는 그런 자기 언어습관을 중단하지 않고 남들이야 뭐라건 뚝심있게 계속 밀고 나가다 보니까 이게 그 나름대로의 확고한 학문적 언어체계를 형성하게 되었고, 그 체계가 철학 뿐만 아니라 인접학문의 거의 전영역으로 뻗쳐나가다 보니까 이게 정말 장난 아닌 거함의 모습을 띠게 되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이거 정말 생각해보면 대단하지 않은가? -_-;;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유는 내게 있어서 Hegel이 갖는 의미를 판단하는 데 그리 중요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더욱 Hegel 그를 무시할 수 없게 되는 진짜 중요한 이유는 그의 추종자 가운데서 Karl Marx라는 자가 Hegel 그의 철학을 바탕으로 Marxismus란 것을 만들어 이걸로 세상을 한때나마 그냥 확 바꾸어버렸다는 점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Marx라는 자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Hegel부터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니, 이런 저런 이유로 -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 Hegel철학을 공부하려는 자가 꽤 많았던 것도 이해할 만한 현상이라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중에 끝까지 Hegel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극소수이겠지만... ^^).
그런데 Hegel은 위에서도 말했듯 도무지 글을 쓸 때 개념을 딱 정해놓고 거기에 맞게 글을 깔끔하게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독자들이 그걸 읽고서 그 개념을 다른 것과 연관시켜서 짜맞춰야 겨우 이해할 수 있게끔 아리까리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심지어는 같은 개념을 그의 같은 저서 속에서 일관성 있게 사용하지도 않았으니, 나 같은 무식하고 참을성 없는 인간이 Hegel 그의 저서 몇권을 읽으면서 도대체 단 한권의 책도 제대로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푸념했던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독일사람들이 Hegel을 위대하다고 말하는 한편으로 Hegel이 쓴 독일어를 독일어라 부르지 않고 헤겔어(Hegelsch)라고 부르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Hegel은 그러한 Hegelsch로 이미 10대시절부터 글쓰기를 시작해서 나이 예순한살까지 정말 어마어마하게 방대한 저작을 혼자 써서 남겼으니, Hegel을 자기 전공으로 공부하신다는 분들께서 얼마나 고생을 하셔야 했을지를 우리는 충분히 이해해드릴 수가 있게 된다.
다시 말해 Hegel은 Hegel에 대해 완전히 미쳐버린 Mania가 되지 않고서는 그를 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아니 그런 Mania가 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말이지 십몇년을 Hegel에 대해 꾸준하게 계속 미쳐서, 그의 완전한 신도가 되어 휴식 없이 Hegel 그 한 사람만을 중심에 놓고 성실하게 공부하지 않고서는 Hegel의 이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까지 말할 수가 있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오랜 시간을 Hegel 공부에만 투자하게 될 경우 그런 사람들을 주위에서 바라보는 눈총이 절대 고울 리는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러니까 Hegel을 공부하시는 분들은 언제나 뭔가 배반당한, 억울한 느낌과 함께 짜증을 내시게 되고, 남들은 묻지도 않는데 괜히 자기가 열불이 나다 보니까 Hegel철학이 얼마나 위대하고 난해한 철학인가를 주위사람들 붙잡고서 시도때도 없이 힘 주어가며 역설을 하시게 된다. 물론 듣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열받는다. 흥! 이 세상에 안 위대하고 안 난해한 학문이 어딨어!
하지만 막상 궁금해서 Hegel을 읽어보다 보면 이건 정말 울화통이 치밀 정도로 어렵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어렵고 애매모호한 걸 전부 다 읽고 이해하실 수 있을 정도로 지루함을 참으실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신 그런 분들은 정말 비범한 분들이며 상이라도 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난 개인적으로 무슨 법률같은 거라도 딱 제정해서 'Hegel철학 공부하시는 분들한테 왜 공부 그렇게 오래 걸리시느냐고 묻는 사람들은 무조건 Hegel철학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의무적으로 장학금 몇십만원 이상 지불하기'같은 규정이라도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니 그런 상황에서 내가 Hegel에 대해 뭔가 이해를 하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여기다 Hegel에 대한 정리를 늘어놓게 된다면 이 세상에 수천명이나 되는 Hegel 전공자들이 모두 궐기대회를 열고 나에게 온갖 하소연과 억울한 심정을 늘어놓으며 지난번 '붉은 악마'때처럼 난리법석을 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자기가 즐거워서 하는 공부라면 누가 뭐라건 신경쓸 일이 없겠지만, 그 분들은 실제로 자기 즐거워서 하시는 공부가 아니라 작년 '붉은 악마'들처럼 엄청난 의무감과 사명감때문에 억지로 공부하시는 분들이라 남들의 추앙과 숭상을 받아야지만 직성이 풀리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Hegel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다만 Hegel에 대해 이러이러한 선입견을 갖고 있고, 대충 이런이런 혐의를 개인적으로 지울 수 없다는 전제하에서만 글을 써보기로 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물론 그러한 전제를 이미 깔았으니, 거기서부터는 나도 정말 맘대로 Hegel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써보려고 하는 마음이다. 그걸 읽으시다 보면 Hegel을 전공하신 분들께서는 혈압이 오르고 호흡이 정지하며 자기 인생 모든 것이 부정을 당한 듯한 분노의 감정에 북받쳐서 폭발을 하지 않을 수 없으실 테니까 그런 분들께서는 아예 내 글을 읽지 않으시는 것이 건강에 좋을 것임을 참고로 덧붙여두고자 한다.
아, 그런데 지금 현재 졸음이 밀려오고 있으므로, 오늘 글은 그냥 여기까지만 쓰기로 한다. 그럼 이만... ^^;;
2003.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