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독

이런 글을 읽으면서 문외한의 입장에서는 진짜 혀를 끌끌차게 된다고나 할까요? 법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지만 딱 보더라도 땅의 임자가 땅문서에 임자로 안 돼있어서 벌어진 싸움 같은데 이 경우엔 땅문서를 잘못 꾸민 사람과 여기에 가담한 사람에 대해서 국가가 벌금을 내리고 이렇게 땅의 임자와 땅문서가 같지 않게끔 방치한 공무원과 그 인근의 법조인들 모두에 대해 국가가 벌금을 내리고 그 벌금으로 피해자를 위로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가 아닐까요? 어찌 억울한 사람들끼리만 서로 싸우게 하고 이런 사태의 진정한 원흉인 국가관료나 법조인들의 책임은 나몰라라만 하고 있는 건지? 법이란 것은 법을 배운 사람들 위주로만 꾸며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 한 사람 뿐일까요? 이런 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고 있는데 모두가 말장난 같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들릴 뿐이네요. 아래 어떤 분께서 말ㅆ흠하신 대로 법학이란 학문 자체가 다 말장난에 거짓말이고 순전히 사기 같다는 생각이 들 뿐...

루빈이

법률가들이 쓰는 텍스트에 그리 익숙한 편은 아니지만... 일단 주인장께서 쓰신 위에 글을 면밀히 분석을 해보자면 법학자라는 사람들이 뭐랄까 고도의 학문적 수련을 거친 사람들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지적인 측면에서 대단히 유치한 단계에 머물러 있는 족속들이 아닐까 이런 확신을 굳히게 되네요. 주인장의 위에 글에서 부족한 점은 첫번째로 하나의 현상에 대해 그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 그에 관해서 여러 관련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뿐만 아니라 그 상관성이 아닌 인과성까지 정확하게 맞춰나가는 그런 학문적 방법론 같은 게 전혀 결여돼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네요. 여러가지 법률용어들을 어지럽게 나열해놓긴 했는데, 김치독님 말씀대로 땅문서와 땅임자가 일치되지 않은 게 맞다면 도대체 그런 간단한 사건에 관해 저렇게까지 어지럽게 법률용어를 나열할 필요가 있는지, 문제는 그런 법률용어의 나열이 아니라 저런 사건의 진정한 원인이나 이해관계의 대립이 어디에 있는지를 추적하는 것에 있는데, 저런 식의 현학적인 용어만 나열해대다가 결론에 있어서는 '기민하게 자기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으니 닥치고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식의 유치한 선착순논리로 마무리하고 있다는 점. 이런 구석기시대 코흘리개 어린애한테나 어울릴 논변만 놓고 보더라도 법학자라는 인간들이 도대체 현상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아니 최소한 타 학문과의 소통이랄까 융합적 접근 같은 것에라도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는 건지 그것부터가 회의가 들고요. 김치독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저런 사안이라면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시민 간에 손실위험을 놓고 다투게 하거나 어느 시민 한 사람만 그 손실을 뒤집어 쓰게 할 것이 아니라 토지대장의 정비부실로 인한 사고는 국가에게 손실을 전가하게 하는 것이 가장 합당할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특히 지적의 정비는 전형적인 공공재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에 관해 정부 또는 법률전문가가 무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토지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니... 무식한 법률가들이 과연 이런 경제학적인 얘기를 알아들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H.호나우두

제3자가 취득시효의 완성 전에 등기를 취득했는지 아니면 완성 후에 등기를 취득했는지에 따라서 소유권취득 여부가 달라지는 이유는 저도 사실 궁금했는데, 교수님께서 나름 수긍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신 것 같네요. 그동안 판례에서는 단순히 취득시효 완성 후에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졌다고만 한 것 같은데 납득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나저나 위에 루빈이님께서는 무식하기 때문에 용감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분인 듯. 시효취득의 사안에서 소유자는 어차피 '권리 위에 잠자는 자'였고, 점유자는 어차피 '남의 땅인지 확인해보지도 않고 뭉갠 자'였는데, 그런 사람들까지 국가에 배상청구를 허락한다면 국민들이 어디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 배상금이 다 국민세금인데 국가 돈은 뭐 다 눈 먼 돈인 줄 아시나... 이게 말인지 당나귄지... -_-

김치독

H.호나우두님께/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자본이 권리를 빼앗아 가더라도 가만히 참고 있어야 합니까? 권리 위에 잠 자고 있었다고 비난만 하기 전에, 호나우두 당신이 진정한 법률가라면 그 사람이 권리 위에 잠 잘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먼저 알려고 해야죠. 못 배워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가난하니까 먹고 살기 바빠서 그랬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국가가 보호해줘야죠. 그 사람 주위에 법률가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끔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 사람 주위의 법률가를 처벌해야 하는 거지, 왜 애꿎은 민중들을 처벌합니까? 제 말이 틀린 겁니까?

법률가들은 왜 이런 당연한 생각을 하지 못할까요? 왜 각 개인에게 스스로 하라고만 요구하고, 공동체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는 생각을 못할까요? 땅임자가 땅을 빼앗기는 문제는 자기가 알아서 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팔 걷어붙이고 서로가 협동해서 집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소유권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면 할 수 없는 거라고요? 그 소유권이 불로소득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만약 일제시대 친일파의 자손으로서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한 재산이라면 그 재산은 법에서 뭐라고 하든 민중들의 손에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권리 위에 잠 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고요? 권리가 뭔지 의무가 뭔지 왜 우리가 그딴 걸 알고 살아야 합니까? 권리가 뭔지 의무가 뭔지 알지 못하고 평생 순박하게 열심히 남을 위해 봉사만 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 건데요? 그런 사람도 권리 위에 잠자고 있었다는 이유로 생존의 기반을 박탈당해야 합니까? 정말 이런 것만 보더라도 이른바 '법학'이라고 하는 것의 한계를 아주 잘 알 수 있을 것 같으네요.

산토스존스

취득시효 완성 전의 소유권 변동에 관하여는 교수님께서 해주신 설명(점유 계속의 중단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타당하고....취득시효 완성 후의 소유권 변동에 관하여는, 우리 판례가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원시취득에 의한 물권적 청구권이 아닌) 채권적청구권으로 이론구성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불가피한 논리구성으로 봐야 하겠지요.(민법 245조의 해석)

즉 취득시효 완성자는 채권자에 불과하나 취득시효 완성 후의 소유권 취득자(선의자뿐만 아니라 단순악의자도 포함)는 물권자이므로 물권이 채권에 우선하는 이상 당연한 설명이지요. 여기서 취득시효 완성 후의 소유권 취득자가 단순 악의가 아닌 적극적 가담자로서 배임행위를 한 것이라면 부동산 이중매매에 의한 이론이 그대로 적용되므로 취득시효 완성자가 보호될 수 있겠지요.^^

랑이아빠

산토스존스님께/ 좋은 의견 고맙네요. 그런데 지금의 논의는 이론적인 해명, 즉 "그렇게 이론구성하고 있으니 불가피한 결과"라고 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측면에서 시효권리자의 권리상실 이유를 시효권리자에게 납득시킬 수 있도록 뭔가 사실적인 논거를 찾으려 하다보니 골치가 아파지게 된 것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