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이

법학만이 아니라 모든 학문은 기본적으로 의심하고 부정하고 비판하는 것에서 출발하죠. 다만 다른 학문들이 그 부정으로부터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것을 이끌어내는 것과 달리 법학은 거기에서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것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법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열등함에서 기인하는 것이지, 뭐 그 밖의 다른 이유를 찾아보기는 힘든ㄴ 거죠.

그런데 이런 걸 뭐 대단한 의미를 갖는 것처럼 미화하는 글을 쓰는 걸 보니 아직도 주인장님 참 멀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나의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학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 전무하다시피 하고, 그나마 법학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단순무식하게 부지런히 뛰어다녀서 도둑이나 많이 잡으라는 것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법률가들은 일단 법조인 타이틀만 달고나면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것조차도 법학의 이름으로써 거부를 해버리죠. ('무죄추정의 원칙' '독수독과의 원칙' '자유민주주의질서' 등등) 자본가들이 노동착취를 하든, 불공정거래를 하든, 정경유착을 하든, 나몰라라 뒷짐지고 방관만 하겠다는 건데...

이런 걸 볼 때, 사실상 법학이라는 학문은 출세주의자들의 보수적 기득권 정당화논리 이외에 암껏도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랑이아빠

루빈이/ 바로 그런 걸 '부정'한다는 게 법학의 속성이라는 얘기입니다. -_-;;

루빈이

랑이아빠/ 말장난 하시는군요. 하긴 법학 자체가 모두 어차피 말장난인 것 같더군요.

충고 한 말씀 드린다면 법학을 공부하는 사람이야말로 긍정일변도의 사고로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부지런히 바쁘게 사는 걸로 업을 삼아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ㅆ므드리고 싶습니다. 솔직히 법학이 뭐 대단히 창조적이고 예술적으로 수준높은 걸 만들어내는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부지런하기라도 해야죠. 머리 나쁜 사람에게는 부지런함이 미덕이어야 하는 것처럼.

법률 많이 외우시고 그렇게 딸딸 외운 법률대로 도둑도 많이 잡으시고 나쁜놈도 많이 잡아들이고 그렇게 사세요. 어차피 법률이 아무리 개판이더라도 법률가들이 아무리 개판이더라도 상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법률대신 상식만으로도 얼마든지 굴러갈 수 있고, 상식만으로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무슨 부정이니 비판이니 그런 거 하지 마시고 그냥 있는 법률이나 딸딸 외우면서 권력자들이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하고 사세요.

법학은 제가 볼 때 청소, 설거지, 시다바리 학문이죠. 어차피 도둑놈 잡는 거랑 나쁜 놈 잡는 거는 단순무식하고 귀찮고 더러운 일 아닙니까? 그러니까 법학은 무슨 학문이다 이 따위 고담준론일랑은 부디 다 그만두시고, 그런 귀찮고 더러운 일이나 부지런히 열심히 하고 사시라 이 말씀입니다. 평생동안.

산토스존스

루빈이/ 술 마시고 쓴 글인가요? 김치독님과 더불어 님도 좀 그만하세요.~법학을 "도둑놈 잡는 학문"이라고 정의하는 님의 센스에 한바탕 배를 잡고 굴렀습니다.ㅋㅋㅋㅋ

장종필

주제넘게 댓글을 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주인장님의 법학관은 사법소극주의의 관점에 서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와 약자보호에 반대하는 자유주의의 이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요. 대단히 보수적인 법학관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20세기 중반 이후 사회국가화 현상과 함께 확대된 사법적극주의의 관점에 따르면 주인장님의 관점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관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좋게 봐서 '고전적(classical)'이라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현실에는 안 맞고 저~기 새누리당의 박근혜 따라다니는 할배들 입맛에나 맞을 수 있는 대단히 구닥다리 이론이라는 거죠. 특히 여성주의적 관점의 페미니즘적 법학에서 바라본다면, 주인장님의 관점은 대단히 비판 받을 거리가 많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의 시대는 그 누구에게보다도 법률가들에게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시대이기 때문이지요.

옳곤

바로 위에 장종필님의 글에 추천 1만표 드리고 싶네요. 법학이란 학문은 공권력이라는 무서운 칼을 휘두르는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면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자세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 사회복지의 확충이나 공공성의 증대라는 측면에서 오늘날의 법학에는 좀 더 많은 긍정성과 적극성이 요구되고 있다고 저도 생각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