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에 관해서
2015-02-26 23:25:50

1. 오늘 간통죄가 드디어 폐지되었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이런 소식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환호성을 질렀을텐데, 요즘은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이 없어져서 그런지, 기분이 그저 무덤덤할 뿐이다. "어차피 내가 간통할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랴." 이런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간통죄가 폐지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법문화적으로 더 나은 나라가 된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에 이젠 예전처럼 그렇게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2. 당위적인 얘기를 한다면 간통죄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뭐 명백하다. 이 자리에서 구구절절이 전부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이유를 법학적으로 설명했을 때 일반인들이 거의 알아먹지 못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가 터잡고 있는 기본개념과 우리나라 일반인들이 법에 대해 갖고 있는 기본개념 간에 너무 큰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다. 한마디로 이건 단시일 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3.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간통죄 폐지론이 서구에서 제기되었을 때 그것이 터잡고 있었던 기본개념은 곧 개인과 국가 간의 관계에 관한 새로운 개념을 말한다 하겠다. 한마디로 개인은 국가로부터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존재라는 개념이라 이것이다. 개인, 즉 자유로운 시민으로서의 개인은 존엄한 존재이고, 그러한 개인들은 자기 일을 자기 스스로 더 잘 해낼 수 있고, 국가는 여기에 가급적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서구인들의 기본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이 무슨 직업을 갖든, 어디에 거주하든, 아이를 얼마나 낳든, 남편과 잠자리를 갖든, 남편 아닌 누구를 사랑하든, 그건 개인의 사생활문제이기 때문에, 누가 그것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피해를 본 게 아닌 이상, 국가가 여기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개념이 기본적으로 그 밑에 깔려 있다.

4. 그런데 우리나라 일반인들은 법에 대한 관념이 이것과 많이 다른 것이 사실이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저 멀리 탈레반이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나 부카니스탄이나 성균관 유림 할아버지들께서 갖고 계시는 그런 보수적인 관점으로 법을 바라본다는 얘기가 되겠다. 그에 따르면 개인은 국가와 민족에 충성심을 가져야 하고, 법에 앞서 도덕을 잘 지키며 살아야 한다. 그러한 도덕에는 관습이나 풍속, 전통, 예의범절 같은 것도 들어가는데, 이에 따르면 아내와 자식은 가장의 소유물이요, 국민은 국가와 나랏님의 소유물이요, 후배는 선배의 소유물이라는 등의 논리가 관철된다. 이런 걸 어겼을 시에는 우선 마을공동체 내에서 공동체적 징벌이 가해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네 죄를 네가 알렸다"하며 곤장을 때리는 식으로 국가 공권력 차원에서도 강력한 개입이 들어가줘야 한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직장과 씨족, 그리고 학교동문과 가족공동체 등이 모두 애국애족의 한 마음, 한 뜻으로 총화단결하여 지도자 중심으로 일사불란, 완전무결하게 움직여줘야 하기 때문에, 설령 소수의 선량한 개인이 그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건 무시하고 전체를 위해 죽일 놈은 죽이고, 끝내버릴 놈은 끝내버리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맞는 게 된다. 법률은 도덕화가 되어야 하고, 도덕은 법률화가 되어야 하며, 법률과 도덕과 국가정책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이런 법관념이 아직도 우리 일반인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5. 오늘 간통죄가 폐지되었다. 그런데 내가 이와 관련된 뉴스를 보면서 경악했던 것은 형법상의 간통죄만 폐지되었을 뿐, 민법상의 처벌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하는 점에 있었다. 특히 MBC 뉴스(http://imnews.imbc.com/…/…/nwdesk/article/3657903_14775.html)에 따르면, 지금까지 형법상 간통죄를 증명하려면 배우자가 외도 대상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했는데, 앞으로는 민법상의 처벌이 형법상의 처벌을 대신하면서 증명책임이 크게 완화될 예정이라고 하였다. 또한 간통에 대한 처벌의 중심이 형법에서 민법으로 넘어가면서, 어차피 민법에선 다른 이성과의 입맞춤이나 포옹은 물론 부적절한 수준의 정신적 교류까지도 부부간의 정조의무를 위배한 부정행위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법률이 모두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고도 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형사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게 책정됐던 위자료 액수도 현실화를 통해 크게 오를 것이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될 전망이니만큼, 국가가 앞으로 간통행위를 더욱 더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 등이 방송에 버젓이 나오고 있었다.

6. 그러면서 여러 선진국들도 간통에 대해 형사처벌은 하지 않지만, 민법상으로는 거액의 위자료를 물게 하는 데 거의 예외가 없다고 보도하였는데(http://imnews.imbc.com/…/…/nwdesk/article/3657900_14775.html), 난 정말 한 사람의 민법학자로서 이러한 보도에 대해 정말 어안이 벙벙해질 뿐이다. 긴 말은 필요 없고, 그냥 이에 대해서 팩트만 간단하게 밝히도록 하겠다. 요즘 서구 선진국들은 간통을 아예 이혼사유에서도 배제하고 있다. 간통에 따른 위자료지급의무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부부재산분할청구권의 제한사유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아주 예외적으로, 간통한 배우자에게 이혼후 부양청구권만 가끔 제한하는 데 그치고 있다. 형법은 말할 것도 없고, 민법적으로도 간통을 불법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다. (하긴 형법에서는 아무리 불법이 아니라 하더라도, 민법에서는 불법이라면, 그게 사실상 간통을 불법화하는 것이지, 그게 실질적으로 무슨 큰 차이점이 있다 하겠는가?)

7.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 선진국에서 간통을 한 사람은 도덕적 비난을 받고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국가공권력과 상관없이 시민들이 여론을 통해서 뭇매를 때리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법적으로 그렇게 강제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간혹 간통을 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이혼을 당하거나, 많은 액수의 위자료를 지불하는 일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간통이라는 특정의 행위가 문제된 것이 아니라,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서 간통 이외에도 다른 행동들을 통해 그 혼인관계를 파탄에 빠트렸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불문곡직하고 간통이라는 특정의 행위 하나를 갖고서, 국가가 개인 간의 관계에 개입해서 이혼 또는 위자료지급을 하도록 강제를 해서 그렇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얘기이다 (독일은 이미 간통배우자의 위자료지급의무를 부정한지 오래되었음). 국가가 그렇게 개인간, 그것도 부부간의 사생활문제에 대해 개입한다는 것은 서구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말도 안 되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8. 우리나라에서 간통죄가 폐지되었다. 그런데 민법상으로는 오히려 간통에 대한 처벌과 규제를 더 강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간통한 사람을 형법상 전과자로 만들지 않는 것만도 어디냐며 우리나라 법문화가 대단히 진일보하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것도 이른바 진보진영 인사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9. 개인적으로는 물론 간통을 저지른 사람들, 특히 공인(公人)들은 모두 정치적 생명이 끝나야 하고, 사회적으로 외토리가 되어야 하며, 경제적으로도 알거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긴 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회적, 도덕적 비난과 함께, 이혼소송과정에서 본인의 말빨이 떨어지다보니까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지, 법적으로 그렇게 강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국가가 법적으로 그렇게 못을 박아놓는다는 것은, 그 못이 형법의 단단한 못이든, 아니면 민법의 부드러운 못이든, 이건 진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10. 그런데도 간통죄의 폐지와 그에 따른 불륜위자료의 증액을 우리나라 지식인들 대다수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뭐랄까,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가와 개인 간의 관계에 관하여 지독히 전근대적인 관념만을 갖고 있다는 하나의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반발자국 전진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가 되겠다. 이러니 간통죄 폐지와 그에 따른 후속논의를 보며 내 기분이 그리 좋을 수가 없었던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참, 오해의 여지가 있을까봐 다시 한번 밝히는데, 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간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 사람이니, 그에 관해서는 더 이상 왈가왈부를 하지 마시기 바라겠다.





김치독
온통 악취가 나는 글이군요. 가뜩이나 간통죄도 폐지되었는데, 바람 피는 남편땜에 마음 멍든 여성들은 그럼 무슨 수로 보호를 받으라는 건지... 독일이 그렇다면 다 옳은 줄로 아는 썩어빠진 사고방식에서 아직 못 빠져 나온 것 같네요.
2015-02-28
23:55:18




1stwhitewhale
김치독님께/ 바람 피운 남편때문에 마음이 멍든 여성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그런데 어떻게?라는 점을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아울러 바람 피운 아내때문에 마음이 멍든 남성들의 보호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신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이 모든 것은 국가의 잘못이니 국가가 그 상처 입은 사람에게 위로금을 지급한다거나 사회복지 차원에서 성금을 전달한다는 류의 해법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이것은 국가의 문제나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상처 입힌 사람에게서 돈을 뜯어낸 다음에 상처 입은 사람에게 지급한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겠는데, 아직 부부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한다는 것은 '부부가 일심동체'라는 점을 생각할 경우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해법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혼시에만 간통배우자에게서 돈을 뜯어내어 간통을 안 한 배우자에게 지급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경우엔,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 후에 이혼하는 경우와 이혼하지 않는 경우를 왜 차별하는지, 논리가 궁색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별다른 정신적 고통을 받지 않고도 쉽게 이혼해버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반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서도 이혼하지 않고 같이 사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그 간통이란 게 남편의 계속된 무관심, 시부모의 냉대,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 등 수많은 원인들의 한 결과일 뿐이었을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됩니다. 간통은 단지 결과일 뿐이고, 그 전에 상대방으로부터 이미 수많은 경로로 정신적 고통을 당해왔다면 이것은 어떻게 참작해야 하는지도 고려해봐야 하는데, 왜 간통이라는 결과 하나만 딱 놓고서 단죄하느냐는 반론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혼인은 파탄이 나있는 상태여서 간통의 여부가 사실상 그 부부에게 별 의미를 갖지 못할 경우에는 이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도 문제가 됩니다. 부부관계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사랑의 관계'로 바라볼 것인지, 아니면 '배타적 성독점의 관계'로 바라볼 것인지, 정말로 '배타적 성독점'이 곧 '사랑'이라고 등치시킬 수 있을 것인지도 고려해봐야 할 것입니다. "간통한 아내일지라도 아직 네가 네 아내를 사랑한다면 네 아내를 용서하라. 만약 간통한 아내를 용서하지 못하고 네 아내와 이혼을 해야 하겠다면, 너는 이미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었으니, 너의 상처를 법에다 호소하지 말라"는 논리는 여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경제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면, 그 여성이 재산형성과정에 기여한 점을 평가하여 재산분할을 많이 받도록 하면 될 것이고, 이혼으로 인한 재산적 손실은 이혼에 귀책사유 있는 배우자에게 배상청구하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배우자의 간통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 위자료를 더 많이 지급하게 한다'거나 '간통을 한 사람에게는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한다'는 것이 과연 법논리적으로 정당화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5-03-01
22:52:56




maria
<그리고 만약 그 간통이란 게 남편의 계속된 무관심, 시부모의 냉대,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 등 수많은 원인들의 한 결과일 뿐이었을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됩니다. >

ㅎㅎㅎ 이 문장만 봐도 교수님은 알고 계시네요..
남자이면서 여성의 결혼생활, 삶을....
어느정도, 아니 세심하게 알고 계신거라 생각되어지네요.. 좀 놀랐습니다..
제 주위엔 이런 디테일한 남자 흔치 않은데요~~ㅎㅎ 제 남편 빼구~ ^3^

참 아쉽죠?^^ 맨 위 김치독님의 '멍든 여성들'이란 문구와 어쩌면 일맥상통하는 건데..
서로 같은말을 하시며 의견불일치를 보는 듯 해서요..^^;

같은 여자로 전 교수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누구보다 우리나라 결혼제도속에서 살.아.내.신 우리 엄마, 나의 할머니지만 우리엄마에겐 시련을 준 또 한 여성, 그리고 나를 포함한 그것을 지켜보며 성인이 되어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세자매들..
결혼이란, 삶이란.. 단순하지 않죠.. 사실 말이죠.. 이혼의 사유는 간통으로만 귀결되어지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사실 너무나 디테일하고, 그렇기에 디테일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억울한 사람들이 그나마 줄어들게 된다고 생각해요..
즉, 원인과 결과안에 무수한 점들..
이걸 아직까지 설명해 내지 못하는 것이 아쉽게도 지금 우리나라 법인 듯 싶습니다..
간통죄의 존재유무가 마치 결혼한 여성을 보호해주냐, 아니냐의 문제라면 전 아닙니다..
반대로 결혼한 남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죠.. 요즘은 바람피는 아내들도 예전에 비하면 많으니까요.. 남녀모두 이혼에 귀책사유가 있는 배우자에게 책임을 묻는것이 마땅합니다.. 오히려 범위를 좁히려 들거나, 하나를 부각시킨다면 이건 남녀를 떠나 피해자에게 불이익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교수님이 언급하신 국가의 개입부분.. 간통죄 같은 엄연한 개인적인 부분(개인이 해결해야 할 부분, 국가가 함부로 참견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국가의 개입의 범위를 넓혀주는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가령, 좀 억지스런 비유일까요? 음.. 예전 통금시간, 장발, 옷까지 단속하던 개인의 자유까지 침범하던 그것과 같은 맥락이라면,,
.....................................................오바였으면 죄송합니다앙~~~~ ^^;;;;
2015-03-04
00:09:04




1stwhitewhale
maria님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님 말씀대로 간통문제를 국가가 참견하는 것은 예전 통금시간제나 장발단속, 미니스커트단속 등을 연상케 하네요. '원인과 결과 안에 무수한 점들'이라고 표현하신 것도 정말로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
2015-03-04
18:21:17




H.호나우두
김치독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시는 분인지...

에혀~~ -_-;;;
2015-03-07
01:10:56




한그릴-라
개인의 사생활문제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서구에서도 부부강간은 범죄로 취급하지요. 간통문제도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사생활의 범주로 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서구 선진국들은 간통을 아예 이혼사유에서도 배제하고 있다? 이것은 잘못된 얘기일 수밖에 없는 게요. 서구 선진국들은 우리처럼 이혼사유를 법정하고 있는 게 아니라 파탄주의를 취하고 있지요. 그러니까 이혼사유라는 것 자체가 서구 선진국에는 존재할 수가 없는 거에요. 이건 가장 간단한 친족상속법 교과서에도 다 나오는 얘기인데요?

형법은 말할 것도 없고, 민법적으로도 간통을 불법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다? 불법과 위법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네요. 불법은 아니라 할지라도 위법할 수는 있다는 점에 대해 고민을 안 해보신 듯...

서구에서도 많은 액수의 위자료를 지불하는 일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은 간통이라는 특정의 행위가 문제된 것이 아니라,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서 간통 이외에도 다른 행동들을 통해 그 혼인관계를 파탄에 빠트렸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거고, 간통이라는 특정의 행위 하나를 갖고서, 국가가 개인 간의 관계에 개입해서 이혼 또는 위자료지급을 하도록 강제를 해서 그렇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혼인 이후에도 부부 간의 재산계약을 인정하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혼인 이후부터 부부재산계약을 인정 안 하지 않나요? 그리고 서구 선진국에서도 부부재산계약으로 간통시 위자료를 예정하면 국가가 강제집행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전재산 압류 들어오는 것부터서요. 이렇게 위자료지급을 강제하는 것은 국가가 개인 간의 관계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어차피 우리 민법은 제843조와 제806조에서 배우자 아닌 자와 간음한 자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미 입법적으로 얘기가 끝난 거란 말이지요. 그런데 법학교수이면서도 이런 명문규정의 규율을 너무 간과하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우리 민법상으로는 간통에 따른 위자료배상책임이 성문법의 명문규정으로 강제되고 있습니다. 만약 주인장님께서 이에 관해 비판하신다면 차라리 민법개정론을 주장하시는 것이 더 타당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2015-03-09
10:54:52




1stwhitewhale
한그릴-라님께/ 부부강간은 그 자체가 하나의 폭력이지만, 간통은 그렇게 보기가 힘들죠. 아무리 사생활의 범주라 하더라도 절대적 보호법익이 침해되었다고 하면 여기에는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데, 과연 배우자에 대한 성적 독점권이 대세적, 배타적 효력을 갖는 절대적 보호법익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파탄주의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요. 서구 선진국들 가운데서도 파탄주의가 아니라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독일처럼 파탄주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사유(Scheidungsgründe)를 법정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고요. 파탄주의와 이혼사유에 관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배제한다고 님처럼 그렇게 간단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불법과 위법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요. 님께서는 불법은 아니라 할지라도 위법할 수는 있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민법상 불법행위를 예로 들어볼 때 위법행위에 귀책사유가 결여되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죠. 그런데 간통이 과연 불법은 아니지만 위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저는 간통이 부도덕한 행위일 수는 있어도 불법이나 위법은 아니라고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여기서 불법과 위법의 구분문제는 논점이 될 수 없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서구에서도 위자료지급이 강제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셨는데, 물론 그런 경우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양 당사자 간에 위자료지급채권의 발생에 관하여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죠. 당사자 간의 합의와 상관없이 국가가 곧바로 위자료책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민법은 어차피 제843조와 제806조에서 간통한 배우자의 위자료지급책임을 인정하고 있다고 님께서 말씀하셨는데요. 제843조와 제806조를 잘 읽어보시면 간통 그 자체가 위자료청구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고, 이혼 또는 파혼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킨 데 대하여 과실이 있는 자가 상대방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임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간통 그 자체가 이혼의 결정적 원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에는 간통 여부가 이혼의 원인과는 대체로 무관하다는 점에 주의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2015-03-09
15:37:28




한그릴-라
부부강간은 폭력이지만 간통은 폭력이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시게 되었는지 묻고 싶네요. 간통이야말로 배우자에게는 그 어떤 폭력보다도 더 잔악한 폭력이 될 수 있는 건데요.

배우자에 대한 성적 독점권이 대세적, 배타적 효력을 갖는 절대적 보호법익이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혼인이란 게 어차피 상대방에 대한 성적 독점권을 전제로 하고 혼인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 걸 부정한다면, 혼인에 대한 개념정의 자체를 주인장님께서 일반인들과는 전혀 다르게 하고 계시는 것 같구요.

독일처럼 파탄주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사유를 법정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고 하셨는데, 지금 우리가 독일 얘기만을 하려는 게 아니죠. 독일법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할 수도 없는 거구요.

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늘어놓으셨는데요. 법철학이나 법이론 책부터 다시 한번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우리 민법 제843조와 제806조는 간통을 위자료청구권의 발생원인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이혼 또는 파혼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킨 데 대하여 과실이 있는 자가 상대방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이라고 하셨는데요.

제806조만이 아니라 제804조도 같이 읽어보시죠. 제5호에서 '간음'이 뚜렷하게 명시되고 있으니까요. (혹시 '간음'은 '간통'과 다른 개념이라고 주장하시려는 것은 아니죠?)

간통 그 자체가 이혼의 결정적 원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에는 간통 여부가 이혼의 원인과는 대체로 무관하다고 하셨는데요.

우리 민법 제840조가 간통을 비롯한 부정행위를 이혼의 결정적 원인으로 법정하고 있어요. 우리 민법의 명문규정을 무시하실 건가요?

간통이 이혼의 원인이 아닐 수도 있고, 이혼으로 가는 과정 중의 한 현상일 수도 있죠 물론. 하지만 어쨌든 간통은 상대방에게 크나큰 정신적 상처를 주는 행위라는 거죠. 우리의 법감정으로는 간통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행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간통은 많은 원인의 결과일 뿐이고, 만약 그 간통이란 게 남편의 계속된 무관심, 시부모의 냉대,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 등 수많은 원인들의 한 결과일 뿐이었을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된다? 만약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그 문제 자체를 해결하거나, 아니면 이혼을 하면 될 일이지, 왜 간통은 했느냐는 것이에요. 이런 걸 핑계로 간통하는 걸 전부 다 용납할 경우 우리 사회에 성적 방종이 만연하는 걸 무슨 수로 막겠느냐는 거죠.

적어도 법과대학 교수님 정도 된다면 최소한의 균형감각을 갖춰야 되는 건데, 너무 독일법이론이나 외국법이론에 경도된 것 아니냐고 묻고 싶어지구요.

실례천만이긴 해도 주인장님께서는 대체 왜 이렇게까지 과격하게 간통의 자유(?)를 주장하고 계시는 건지 그 개인적 내막까지 묻고 싶어지지만, 그건 그만두기로 하겠어요. 그런 것까지 질문할 경우 주인장님을 너무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으니까 말이죠.
2015-03-10
00:04:24




H.호나우두
한그릴-라님, 개인적 내막 어쩌구하며 괜히 여기서 관심법 시전하고 그러지 마시죠? 여기는 학문을 논하는 자리입니다. 연예가 스타들의 가십거리, 뒷얘기거리 주고받는 데가 아니에요. -_-*

한그릴-라님께서 이 홈페이지에 이렇게 악플을 다시는 개인적 내막은 무엇인가요? 미국에서 연수 중이라고 하셨는데,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서 이러시는 건가요? 라고 제가 한그릴-라님께 댓글 달면 기분이 좋으신가요? (사실 제가 더 심하게 댓글 달 수도 있었는데, 한그릴-라님이랑 똑같아지기 싫어서 이 정도로 참는 겁니다.)

한그릴-라님, 저보다 나이도 더 많으시고 사회적 지위(?)도 더 높으신 것 같은데... 제발 예절 좀 지킵시다... 예절... ㅠㅠ
2015-03-10
11:20:50




광희
개인적 내막이요? 간통의 자유를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사람한테는 "네가 간통 많이 하니까 그러지?"란 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독일을 비롯한 서구법학이 간통을 합법화한 이유는 딱 그거 하나입니다. 서구 백인들의 성생활이 너무 난잡하기 때문에, 그들 세상에선 간통이 너무나 흔한 일이기 때문에, 그 법적 규율을 그냥 포기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죠.

간통은 많은 원인의 결과일 뿐? 그런 식으로 하면 살인은 많은 원인의 결과일 뿐 아닌가요? 강간 역시 많은 원인의 결과일 뿐 아닌가요?

아내의 간통이 남편의 계속된 무관심, 시부모의 냉대,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 등 수많은 원인들의 한 결과일 뿐이었다면, 정상참작을 하면 되죠. 그걸 근거로 수많은 발정난 숫캐들의 천박한 간통질을 법적으로 정당화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제가 틀린 말을 하는 건가요?
2015-03-10
13:41:34




1stwhitewhale
논쟁이 너무 뜨거워진 것 같네요. 이에 관해서는 더 이상 답변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광희님께서는 제가 또 도망 간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여기서 논쟁을 마무리하는 것에 대해 부디 양해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2015-03-10
14: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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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