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적, 첨단적인 것에 대한 동경 또는 집착
2016-11-21 00:53:15

독일에서 7년 동안 유학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슈봐르쯔봘트(Schwarzwald)'를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반면에 내가 같은 독일도 아니고 멀리 프랑스에 있는 빠리 노트르담 성당과 루브르 박물관과 베르싸이 궁전을 무려 네 번이나 갔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어이가 없다고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그러게요.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네요.

대학생 시절 선배들을 따라 등산을 몇 번 가곤 했다. 산에 가서 맑은 공기를 쐬고 모처럼 땀을 흘리고 온다는 것 자체는 좋았지만, 산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경치에 별다른 매력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때 내가 등산 애호가들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런 것이었다. 산에는 대체 왜 올라가는 걸까? 어차피 내려오고나면 그냥 허무하고, 남는 것도 별로 없는데, 운동을 하려면 차라리 다른 걸 하지 뭣하러 이렇게 기를 쓰고 산에 올라가는 걸까?

내게 있어 산이라거나 시골이라거나 하는 것은 뭔가 세련되지 않고 본능적인 것에 가까웠다. 범속(凡俗)하고 무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였다. 그렇게 자연적이고 무형식적이고 본능적인 것은 언제나 내게 죽음이나 정체를 연상케 하였다. 뭔가 새로운 내용이나 형식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없는 것들, 창조나 발전이나 변혁 등에 연결되지 않는 모든 것들은 젊은 시절의 내게 그저 지루하기만 한 것이었다.

20~30대 시절 나는 인생의 환멸에 대해 체념적 정한을 얻는 것에 별로 취미가 없었다. 그보다는 뭔가 적극적인 보상이나 극복의 증거물 같은 것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산이나 바다로의 여행보다 돌이나 캔버스 등에 형상화시킨 회화, 조각, 건축이나 금은수공예작품 같은 것을 감상하는 데서 오히려 더 큰 쾌락을 느꼈다. 등산이나 해수욕보다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서 그림이나 조각품, 공예품을 보는 것이 내게는 훨씬 더 즐거운 일이었다.

옛날에 오스카 와일드는 "자연을 경멸한다(I have no respect for nature)"고 말하였다. 물론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어렸을 때는 자연적인 것보다는 인공적인 것에 대한 동경심이 매우 강한 편이었다. 가공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든 것은 심미적 매력을 갖지 않는다거나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단순하거나 친근한 것만으로는 내게 턱없이 부족했다. 뭔가 주지적(主知的)이거나 심미적인 것이 많이 투입되어 교묘하고 치밀하게 구성된 것이 좋았다. 그렇게 수많은 사고와 모색과 극기와 창의 등이 집적된 것이어야 이 세상에서 진실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인공적인 것들의 결정체, 즉 학문이나 예술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허무에 대한 유일한 보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게 있어 그러한 인공적, 첨단적인 것이 집적된 또 다른 공간은 바로 도서관이었다. 언제나 도서관은 내게 행복 그 자체나 다름 없었다. 대학시절부터 나는 도서관에서 밤 늦게까지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이념과 사상과 논리와 신화와 미래를 접하였다. 시험에 합격하거나 학위를 받기 위한 의무적 독서는 하루에 몇 시간만 하고 치웠다. 나머지 시간은 내가 읽고 싶은 것들을 읽으며, 그 문자의 세계가 주는 쾌락에 빠져들며 살았다.

사실 20~30대 시절의 나는 가난의 밑바닥을 기어가던 사람이었고, 빨리 출세해서 남 보란 듯이 살며 부모님께도 효도를 해야만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초적 생존이나 생계, 생활에 쓸모가 있는 모든 것들은 내게 그저 비루하고 재미가 없는 것들에 불과했다. 돈도 별로 없는 가난뱅이 주제에 '가장 지식집약적이고 감성집약적이면서도 가장 첨단적인 인생'은 출세가 아닌 다른 어떤 것에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면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시절의 나를 매료시킨 또 다른 것은 인터넷 테크놀로지였다. 나는 거기서 세계를 통일하고 인류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힘과 가능성을 발견하며 열광하였다. 겉으로는 인터넷이 만들 인류의 미래에 대해 비판적인 척했지만, 속으로는 어이없을 정도로 철저히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긍정하는 입장이었다. 독일유학시절 한국의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에 대해 큰 기대를 걸었던 이유도, 그가 당시에 냉혹하게 질주하지만 새로운 창조와 변혁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던 인터넷문화의 생리와 미래를 가장 잘 이해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한 데 있었다.

나는 일찍부터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같은 것에 별로 호감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부자들의 비인간적인 냉혹함이나 거만함, 부도덕성 등에 분노하였고,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수많은 고통에 애틋한 감정을 가졌지만,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이 사회주의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일종의 정신혁명(?)을 통해 자본가계급을 선한 존재로 만들 수 있다는 환상도 갖지 않았지만, 노동자계급이 각성하여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일단 나는 '노동자계급(Arbeiterklasse)' 등의 사회주의 용어가 갖는 그 둔탁함과 단조로움에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런 종류의 이데올로기는 내게 죽음이나 정체, 허무하고 불필요한 싸움 등을 연상케 하였다. 내가 볼 때 진정한 '노동해방'은 폭력적인 사회혁명이 아니라 세련되고 점진적인 과학기술혁명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만 실현할 수 있는 것이었다.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와 경제의 계획화된 발전, 노동자들의 동지적인 협동과 상호 지원에 기초를 둔 집단생산시스템 같은 것은 결국 강제적이고 비효율적인 관료제로 타락하여 멸망할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하였다.

나는 2000~2010년 동안에 인터넷산업과 인공지능산업이 전세계적으로 크게 일어나 우리 모든 일상생활을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굴뚝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전혀 다른 마인드를 갖게 될 것이며, 노동은 우리 삶의 중심에서 점점 벗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예측에 따르면, 앞으로의 인류에게 중요한 것은 자연과의 투쟁, 즉 노동이 아니라, 예술, 스포츠, 학문, 취미생활과 같은 것들이었다. 국가주도의 산업화 내지 계급권력을 통한 자연자원(특히 토지)의 쟁탈이라는 도식은 낡은 도식에 불과했다. 그런 낡은 사고에 빠져 있는 부패한 세력들은 좌파와 우파를 막론하고 모두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란 게 내 생각이었다. 2002년 당시의 나는 노무현이 주도하는 새로운 인터넷세대, 지식과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첨단디지털문명의 세대가 한국 정치를 완전히 재편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의 죽음이 내게 안타깝게 느껴졌던 이유는, 그가 죽은 후로 그의 뒤를 잇는 정치인들 중에 노무현만한 미래지향성을 갖춘 사람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데 있었다. 실제로 "국민 여러분 성공하세요"를 외치며 1970년대 식의 토건자본주의나 밀어붙이던 이명박, "싹쓸이는 막아야 합니다" "신자유주의 반대" 등의 저렴한 구호나 외치던 정동영, "사람이 먼저다"와 같은 단조로운 구호나 외치고 히말라야나 자주 찾던 문재인... 그 누구 하나 노무현을 대체할 수는 없는 것으로 내게 보였다. 고도로 디지털화되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노무현만큼 완벽히 올라탈 만한 인물은 더 이상 없어보였다. 노무현의 사망 이후 우리나라는 이제 변화의 역동성을 상실한 채 점점 더 다른 나라에 뒤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현실의 변화는 내 예측보다 훨씬 더 느리게 진행되고 있었다. 2015년 정도면 인류가 태양열에너지 등을 적은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어, 그동안 화석연료의 소유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전세계적 갈등이 허무하게 종식될 것이고,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모든 인류가 공장노동과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며, 전자투표의 활성화로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고 국가와 정부는 점점 해체될 것이라는 게 1993년 당시 내 예측이었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기술의 발전은 매우 더디게 진척되었고, 노동문제는 완화되긴커녕 오히려 점점 더 심각해졌다. 정치는 점점 더 소수의 선동꾼들(혹은 댓글부대)에 의해 주도되기 시작했다. 경제적 양극화는 완화되긴 커녕 오히려 더 격화되었다. 자연은 인류에게 무릎을 꿇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으며, 환경파괴와 에너지고갈과 극우독재와 세계대전의 가능성은 갈수록 더 커져만 갔다. 그리고 세상과 인생은 점점 더 덧없는 것으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마흔이 거의 다 되어서야 본격적인 돈벌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직장은 대학교였는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대학교라는 공간만큼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곳도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 전체적으로 훌륭한 재능들을 사장시키고, 불필요한 열등감을 자극시키고, 전혀 쓸데없는 곳에 자원을 낭비하게 하는 현상이 거의 심각한 수준으로 보였다. 그리고 정치건 경제건 대한민국 사회의 부패라는 것은 진짜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정도였다.

2012년에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우리나라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 당시 나는 "대한민국이 확실히 퇴행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는 정치적으로 허무주의에 기우는 나 자신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때 내게 박근혜는 1870년대 당시 독일의 수구 보수주의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일종의 종교적 부흥에 의한 정신적 재생(die geistige Wiedergeburt von einer religiösen Erneuerung)을 기도하는 인물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베이컨과 데카르트 이래로 계속 발전해온 근대이성의 역사를 적어도 대한민국의 범위에서는 종식시킬 인물로 보였고, 우리 대한국민 모두가 원시 자연의 혼미상태로 돌아가야 하며, 그 원시 자연적 야만과 반지성과 자기정체의 늪 속에 함몰될 것임을 웅변하는 인물로 보이기도 하였다.

인공적 지식정보가 집적된 공간이 아닌, 산과 강과 바다를 애타게 그리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책에서 손을 뗀 채 언제나 똑같은 변화만 반복하는 자연경관을 우두커니 바라보거나, 심미적 디자인 같은 거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서울의 회색 콘크리트 숲을 그냥 망연히 지켜보는 데서 의외의 휴식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2014~2015년에는 처음 서문부터 끝의 에필로그까지 다 읽은 책이 두세 권에 불과할 정도였다. 도서관을 향하던 발걸음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던 내게 인간의 의식적 노력에 대한 신뢰 또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시금 일깨워준 사건이 바로 2016년 10월 이후의 '최순실 게이트' 폭로와 우리 국민들의 저항이었다...


앞으로 박근혜가 하야를 하게 될지, 탄핵을 당하게 될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의 우리나라가 결코 그 전과는 같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나는 요즘 자주 갖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무지몽매하지 않다. 모든 정보는 빠르게 공유되고 있고, 권위주의와 비밀주의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어가고 있다. 다른 것 다 떠나서, 이번에 정경유착의 고리 하나만 제대로 끊어내도, 우리나라의 역사는 앞으로 다시 힘차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는 갖고 있다.

얼마 전엔 종로에서 광화문까지 이어지는 인파에 몸을 맡겨보았다. 그 속에서 나 자신이 너무나 편안하다는 게 느껴졌다. 평생 떨칠 수 없는 인생의 환멸에 대한 보상은, 어쩌면 이런 식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하였다.





아고신영
당신 같은 사람이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편안함을 느꼈다면 지금의 촛불집회는 뭔가 대단히 잘못 되었다는 증거.

제일 싫어하는 인간유형... 얄팍한 지성과 논리로 자기가 지식인인 양하며 고고한 선비 흉내를 내는 자들...

시류를 쫓아 재빨리 자기가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자랑하면서도, 기회주의적 본질은 버리지 못해 촛불 시민들과 적당히 거리를 두는....

자기는 원래 유럽의 박물관과 미술관 다니는 걸 좋아하는 귀족적 인간이라느니 장광설을 늘어놓는...

서울시내 명문대학 대학교수...... 여태까지 삶의 최전선에 한번도 나선 적이 없고 민중을 위한 투쟁에 단 한번도 참전해본 적이 없는....

수첩 정권이 이 정도까지 민중들의 목을 조를 동안 멀거니 뒷짐 지고 방관하던 자....

이제 와서 자기도 촛불을 든 100만 명 안에 있음을 자랑하는 그대에게 나는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다. "니 같은 앞잡이가 대체 여긴 왜?"

이제 와서 비로소 삶의 희열을 느낀다느니 설레발 치는 모습은 차라리 애처롭기만 하다. 인생의 환멸에 대한 보상? 당신이 그런 거 받을 자격이나 있나?

난 이런 자들과 촛불을 함께 들고 싶지 않다.

세월호 이후.... 민중생존 위한 목숨 건 투쟁에 한번도 우리 편이 돼주지 않았던 자들은 차라리 닭을 옹호하는 대열에 서라. 그럼 당신이 소신 있다는 것 하나는 인정해주마.

ㄹ혜-순실-새누리 처단이 완료되고나면 그 다음 칼끝은 이명박근혜 재임기간 동안 호의호식해왔던 부역자들에게....

백만 국민이든 시민이든 이런 자들 백명 정도는 좀 빼고 가자. 100만 명 중 99만 9천 9백 명만 있어도 혁명은 문제없이 이루어질지니....
2016-11-25
09:44:56




김새은
촛불집회는 저희 같은 일반시민들과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장소죠. 대학교수 같은 특수신분이 여기에 동참하려면 계급장 떼고 익명으로 들어오시길...

교수가 자기 촛불집회 참여했다느니 그런 글을 공개적으로 쓰는 것은 '자기홍보' 의도가 너무 드러나서 별로 적절하지 않아 보임... 당연히 '시류에 편승한 정치적 줄 서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을텐데 이렇게 욕 먹을 게 뻔한 짓을 대체 왜 하는지....
2016-11-26
11:46:19




TG-Woo
노무현의 역사적 의미를 그저 '인터넷 정치인' 정도로 축소 왜곡한 대목에서 웃고 나갑니다.

문재인님이 확실히 인기가 있긴 있는 모양이네요. 깔 게 없으니까 이젠 히말라야 가는 것 가지고 까는 쓰레기가 있습니다. 헐~
2016-11-27
08:21:45




happy
제가 독해력이 안 좋아서 처음 읽고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시는지 잘 이해가 안 갔는데, 두 번 읽어보니까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읽을 때, 처음 민법을 배웠을 당시부터 마음 한 구석에 계속 담아두고 있던 것이 떠올랐거든요. 인간은 자기의 의지대로 자신의 인생을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요! 그 당시 저는 바보같이 민법이 어떤 법인지도 전혀 모르고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민법총칙 수업 때 이것을 배울 줄은 상상하지도 못해서 당시에 좋은 의미로 충격을 받았어요. 그리고 정말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게 제가 민법을 좋아하게 된 출발점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면서 본능을 이기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시도 때도 없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고, 또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고, 계속 공부하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대로 사는 것,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법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본능대로 나 자신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이 되도록 하는 것이 좋아서요 :)

이런 점에서 저도 이번 대규모 집회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지대로, 옳지 않은 것에 맞서 싸우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꿔나가려는 움직임이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높으신 분들은 여전히 본능대로만 살아가시는 것 같아서 슬픕니다 :(

교수님께서 글에 쓰신 자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어떤 의미인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저도 모르게 '산, 바다는 싫고 박물관, 미술관, 인터넷이 좋다'는 것만 눈에 들어와서 이해를 제대로 못했던 것 같습니다. '왜' 좋아하시는지가 중요한건데 제가 산과 바다를 좋아해서 그만 ^^; 아무튼 처음 댓글을 남겨보는데, 이 기회를 빌려서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1년 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_^
2016-12-08
23:49:24




H.호나우두
ㅋ 저는 이 글 너무 어려워서 못 읽겠던데... ㅎㅎ
2016-12-09
17:17:55




1stwhitewhale
happy님께/ 제 글을 좋은 쪽으로 이해해주셔서 고맙네요. 사실 저 같은 사람의 정서는 어린 시절을 달동네에서 보냈던 서울 변두리 출신의 사람들, 반도반농(半都半農)의 환경에서 수없이 야만적 폭력과 비위생적 불결함을 경험하며 자랐고, 기성세대의 불합리한 인습에 줄곧 시달리며 살았던 세대에게 보편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합리적 계획에 의해 세심하게 발전해나가고 개인의 자유와 복리를 끊임없이 개선 증진해나가는 상태에 대한 어떤 동경심 같은 게 저한테는 강한 편인데요. 이런 심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한테 자연이니 시골이니 하는 것은, 먼지와 악취, 그리고 매사에 굽신굽신하는 문화 같은 것이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입니다. 아니면 옆집 아이들을 함부로 욕하며 야단 치는 노인들이나, 시끄럽게 짖으며 아이들을 사정없이 물어뜯는 동네 개떼들 같은 것만 떠오르는 거죠.

낭만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자연과 벗하는 시골이란, 목가적 전원이 있고, 온정이 넘치며 자연과 함께 하는 동화 속 공동체사회 같은 것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와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은 그런 복고적 공동체사회 같은 것에 환상이 없고, 별반 재미를 느끼지 못해요.

대대손손 조상들께서 자연스럽게 살아왔던 그대로, 왕과 공주를 섬기고, 윗사람을 공경하며, 민족과 지역색과 향토애를 기준으로 자기 정체성을 정하고 똘똘 뭉치는 그런 분위기가 너무 싫은 거죠. 끈끈한 인맥을 만들고 남들 앞에서 체면을 차리기 위해 죽어라 노력해야 하는 삶, "뭐든 좋은 게 좋은 거여"하며 대충대충 얽히고 봐주는 척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전통규범과 인습과 의리와 무언의 압력에 구속되어야 하는 그런 구리구리한, 촌스러운 문화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에요.
2016-12-11
02:01:40




1stwhitewhale
그랬던 저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은 정말 숨막히고 기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는데요. 2016년 10월 이후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제 속이 후련한 기분을 느꼈던 건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 어느 정치세력이 집권할 것인지 생각하면 좀 아득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요.

제 홈페이지에 자주 드나들고 글을 쓰시는 분들이 대충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지 저는 알고 있는데요. 그런 것을 고려해본다면, 그분들이 제게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볼 때, 그분들이 꿈꾸는 사회는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개인주의 사회가 아니라 낭만적이고 복고적인 집단주의 공동체사회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박근혜의 몰락을 보며 아무리 후련하게 생각해도, 그분들은 거기서 동질감을 느끼기보다, 제가 그분들 편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시는 듯 보여요.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좀 안타깝기도 하지만, 이런 것도 어찌 보면 제게 물리적으로 닥칠 수밖에 없고, 우리 사회가 일종의 운동법칙에 따라 반드시 거칠 수밖에 없는 그런 현상의 단계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합리적으로 계산을 해보건대 제가 결국 치를 수밖에 없는 어떤 비용(Aufwendung) 같은 것이 아닐까. 아니면 자청해서 모험적 도발을 감행하는 제가 수시로 만날 수밖에 없는 어떤 사고(Unfall) 같은 것이 아닐까...
2016-12-11
02:35:56




노광균
교수님 글 이제야 읽었습니다. 제 어렸을 때 봤던 '미래소년 코난'이란 만화가 생각나네요.

저는 그 만화 정말 좋아라 하면서 봤는데요. 맨 마지막에 인더스트리아의 몰락, 미래인류가 원시자연공동체 문화로 돌아가고 모두들 기뻐하는 걸 보면서 솔직히 "허걱..." 했었네요. 아무리 해도 해피엔딩 같지가 않아서리... ㅋㅋ
2016-12-12
09:37:05




1stwhitewhale
노광균님께/ 라나의 할아버지인 라오 박사께서 만들어낸 태양열 발전시스템까지 모두 사라져버려서 정말 아까웠죠. 그동안 인류를 괴롭혔던 수많은 문제들을 이제 무한대의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대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게 전부 묻혀버리다니...

그래도 제 생각에 인더스트리아의 몰락은 필연적이었다고 봅니다.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반면, 사회적 측면에서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원시적인 노예제 생산구조로 버티고 있었으니까요.

노광균님 덕분에 오래간만에 옛날 만화영화 '미래소년 코난'에 대해서 추억할 수 있게 되었네요. ;)
2016-12-16
10:04:22




박진호
인공적이고 첨단적인 것을 좋아해? 니가 그런 거 좋아하든 말든 니한테 아무도 신경 안 써 씹쌔야.

요즘 박근혜 갖고 다들 뭐라뭐라 하니까 니도 뭔소리 나불대고 싶었지? 병신아

니가 진짜 법대 교수라면 박근혜 탄핵사유나 법적으로 쫌 검토해라. 씹쌕끼야.
2016-12-18
23: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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