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법과대학 졸업식
2018-02-25 12:56:32

지난 2월 23일에는 우리 숙명여대 법과대학 졸업식이 있었다. 무사히 학위과정을 마친 우리 숙법의 약 110명 학생들이 학사 졸업장과 상장, 그리고 장미꽃을 손에 들고서 진리관을 떠나갔다. 젊음과 낭만의 태양이 비치던 날을 뒤로 하고, 이제는 미지의 빛이 비치는 또 다른 나날(autres jours, qu’éclaire une lumière inconnue)을 맞이하는 우리 숙법 졸업생들에게 언제나 행운이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박수를 쳐주었다. 아래는 이번 졸업식 축사 전문이다:


법과대학 졸업생 여러분! 기나긴 학사과정을 마치고 이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졸업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를 보냅니다.

어느 바람 세차던 겨울날, 시린 손을 비비며 처음 이곳 숙명여대 교정에 발을 디디셨던 여러분 모습이 저는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토록 바쁘고도 고달팠던 대입의 관문을 통과하셨던 여러분께서는 벚꽃 화사하게 핀 교정을 거닐며 친구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도 하셨고, 설레는 마음으로 미팅에 나가기도 하셨습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기에는 밤새도록 법조문과 판례를 외우셨으며, 수많은 과제와 사이버강의에 시달리다가 버스와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셨습니다. 수업을 마칠 때마다 다음 수업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가방 메고 책을 든 채 힘껏 달려가기도 하셨습니다. 아픈 사랑의 기억 때문에, 또는 장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교정 벤치에 몇 시간 동안이나 앉아 연못 속 물고기를 바라보며 눈물 흘리시던 시절도 있었을 것입니다. 가끔씩 수업을 거르고 혼자 꽃구경을 가시거나, 시험기간이 끝난 후 빈 도서관에 홀로 앉아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한 소설책을 읽는 낭만도 종종 누려보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여러분께서는 그러한 모든 정겨운 기억을 뒤로 한 채, 이곳을 떠나 인생의 또 다른 한 페이지로 넘어가려 하고 계십니다. 그동안 더 성숙해지고 지혜로워진 여러분께서는 앞으로 사회에서 더욱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실 것입니다. 이제는 고리타분한 공부, 공부를 위한 공부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드넓은 사회로 나아간 여러분께서는 훨씬 더 스케일이 크고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 되실 것입니다.

물론 대학이라는 보호막을 떠나 거친 세상으로 나아가는 여러분께 언제나 좋은 일만 일어나지는 않으리라 짐작됩니다. 저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나 많은 아픔과 어려움을 겪었는지 모릅니다. 좌절감과 외로움에 몸을 떨었고, 분함과 억울함에 수시로 이를 악물어야 했습니다. 세상의 부조리함이 큰 벽으로 다가왔지만,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세상이 저를 알아주지 않은 때도 있었고, 수많은 사람이 저를 손가락질하며 비웃은 때도 있었습니다. 정말로 막다른 길에 이르렀을 때에는, 수렁에 빠졌을 때에는, 모든 꿈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당장 여러분 눈에 보이지 않아도, 수시로 여러분을 생각하고 기억하고, 여러분이 잘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이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진창에 빠져서 그 무엇도 여러분을 도와줄 수 없다고 느끼시는 그 순간에도, 이 세상 어딘가에는 아무런 조건도 없이, 대가도 없이, 여러분의 앞날을 걱정하고, 여러분의 건투를 기원하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따사로운 봄날 교정 목련나무 그늘 아래 무거운 법서를 품에 안은 채로 그토록 해맑게 웃던 여러분의 모습을 기억하십니까? 그 아름답고 순수하던 모습을 잊지 못하고 영원히 기억해주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어두운 지하 강의실 삐걱대는 의자 위에서 헝클어진 머릿결, 초췌해진 얼굴로 열심히 시험답안을 작성하던 여러분의 모습을 기억하십니까? 그 형형하던 눈동자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대견해 하면서 그 감동적인 모습을 영원히 기억해주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법과대학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께서 학위를 받으시는 이곳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은 결코 간단하게 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이미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시고 훌륭하게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는 여러분께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 받을 자격을 갖고 계십니다. 앞으로 너무나 외롭고 괴로운 나머지 여러분께서 참을 수 없는 자기혐오와 비관에 빠지실 순간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여러분 각자는 그 누구 못지않게 다들 억척스럽고도 다정다감한 대학시절을 보내셨다는 점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께서 이곳 법과대학에서 열심히 갈고 닦으신 지식과 경험들을 간직하고, 우리 사회의 정의를 위해 그것을 잘 활용하신다면, 여러분께서는 세상 어디를 가든 환영을 받고 박수를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세계 어느 곳을 가시든, 그 어떤 어려움에 처하시든, 우리 숙명여대는 이곳 청파 언덕에 영원히 자리 잡고 앉아 여러분을 지켜봐드릴 것입니다. 여러분의 모든 정겨운 추억을 여기에 저장하고, 여러분을 말없이 격려해드릴 것입니다.

졸업생 여러분 모두 앞으로 펼쳐나갈 사회생활에 더욱 큰 희망과 용기 가지시길 당부 드리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그동안 졸업생 여러분께서 학업을 위해 기울이신 그 수많은 노고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치하를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인생행로에 언제나 꿈과 보람이 함께 하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법과대학 학장 백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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