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AI의 시대, 노동가치설
2025-03-24 01:02:08
2025-03-24 01:02:08
앞으로 로봇과 AI는 인간 노동 없이도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품 가치 창출의 핵심 주체가 더 이상 인간 노동자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로봇을 설계, 제작, 유지보수하는 데는 인간의 노동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생산 라인에 투입된 로봇은 스스로 작동하며 가치를 창출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로봇을 설계, 제작, 유지보수하는 것조차 로봇 스스로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용감히 말하자면 앞으로 상품의 전체 가치 가운데 인간의 노동이 창출한 가치는 점점 줄어들어 거의 미미한 수준으로 수렴하게 될 것이라 여겨진다.
약 180년 전에 맑스는 상품의 가치라는 게 단순히 자연물이나 기계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노동이라는 활동을 통해 창출된다고 주장했다. 자본가들은 생산 수단(토지, 공장, 기계 등)을 소유하고 있지만, 이 생산 수단 자체로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맑스는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에게 노동력의 재생산에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만을 지불하고, 노동자들이 실제로 생산하는 가치 중 임금으로 지불되지 않은 부분인 잉여가치를 착취하여 자본을 축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자본가들은 더 이상 인간 노동자의 잉여노동 시간을 착취함으로써 자본을 축적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 대신에 인간 노동자들을 가급적 적게 고용함으로써 자본을 축적하려 한다. 인간 노동 대신 로봇과 AI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이윤을 얻으려 한다.
물론 맑스는 자본 축적의 심화 과정에서 자본가가 가변자본(노동력) 대신 불변자본(기계, 설비 등)의 비중을 늘리면서 발생하는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가 잉여가치율 하락 경향을 낳고, 이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예언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잉여가치(또는 부가가치) 창출의 주된 원천이 더 이상 인간 노동에 있지 않고 자동화 시스템의 효율성, 알고리즘의 우수성, 데이터 분석 능력 등에 있음을 받아들인다면, 맑스 경제학에서 말하는 '가변자본'의 개념 자체가 모호해질 수 있다.
AI와 로봇이 생산을 거의 무한정으로, 그리고 매우 낮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전통적인 의미의 '희소성'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전제는 흔들릴 것이다. 인간 노동 또는 자본보다는 인간의 시간과 주의력이라는 '관심' 자체가 희소한 자원이 될 것이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를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플랫폼(소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등)과 매력적 콘텐츠(영상, 음악, 게임, 이야기 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며, 그것을 소유하고 창출할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비물질적 격차 문제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1980년 앙드레 고르(André Gorz)가 썼던 '노동계급이여 안녕(Adieux au Prolétariat)'이란 책이 떠오른다. 끊임없이 착취당하지만 상품의 근본적인 가치를 창출하기에 결국 계급 투쟁과 혁명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노동계급이라는 맑스의 주장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거기서 더 나아가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노동계급'이란 말은 혁명의 주체이자 미래의 권력이긴 커녕 또 하나의 전통적 특권계급에 다름 아닌 것처럼 치부되는 현실 역시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인 게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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