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drich Merz의 처량한 신세
2025-04-06 18:37:35


사회민주당(SPD)과 연정을 한다고 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지만, 독일의 신임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쯔(Friedrich Merz)는 취임 초기부터 바지 총리 신세 내지 정치적 인질상태를 못 면할 것으로 생각된다. 총리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확고하고 강경한 우파 정치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사민당과 연정을 하기로 하면서 그는 불법이민 근절, 대규모 감세, 탈원전 철회, 규제개혁 등 자신이 약속했던 거의 모든 굵직한 공약을 포기해야 했다.

과거 메르쯔가 그토록 비판했던 앙겔라 메르켈과 마찬가지로 메르쯔 정부는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 주류의 요구에 따라 고부담 고복지 정책, 친환경 고비용 에너지 정책, 가치 중심 시장규제정책, 인도주의적 이민정책 등을 연정 프로그램으로 채택했다. 과거 수많은 정치평론가가 독일 정치의 고질병으로 지적했던 것처럼 독일에서 총리는 기민련이 맡더라도 정책은 사민당이 결정한다는 체제가 다시 확립되었고, 국민 다수가 우경화되어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기존 정책은 변경되지 않는 익숙한 모습이 다시 현실화된 것이다.

물론 온건보수정당 기민련이 극우정당 AfD와 연정을 하였다면 그들이 꿈꾸는 우파정치를 실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기민기사련의 의석비율 33%와 극우정당 AfD의 24%를 합치면 과반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단적 국수주의와 비민주적 전체주의를 표방하는 극우정당과의 연정은 결코 선택할 수 없는 일이었던 이상 기민련이 사민당의 좌파 메인스트림에 끌려다니는 신세가 되는 것은 애당초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파 정치를 해보려 해도 우파 국민의 대략 절반은 꼴통이기 때문에 결국은 좌파 고인물들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이 딜레마... 이러한 상황에 놓인 메르쯔를 보며 앙겔라 메르켈은 아마 싱긋 웃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막상 해보려니까, 말처럼 잘 안 되지? (Nicht so einfach wie es klingt, o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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