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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24 22:04:46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균이 이렇다는 것일 뿐이고, 독일의 도시마다 물가의 차이는 워낙 크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내가 살고 있는 함부르크는 대도시이기 때문에 비교적 물가가 높고, 특히 집값과 방값은 상상을 초월하게 비싸다. 의료보험비와 수업교재비 그리고 등록금을 제하고도 주거비, 식비, 기타 비용을 위해 최소한 한 달에 450 EUR(약 50만원 정도)는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이건 최소한이고, 대개의 경우 1인당 700 EUR에서 750 EUR마르크는 함부르크에서 한 달에 우습게 날아간다. 독일 학생 1인 평균생활비보다 무려 백 EUR나 생활비가 더 나가는 것이다. (중소 대학도시나 동독지역의 경우 요즘은 한 달에 450 EUR에서 500 EUR 정도면 충분하다고 함).
생활비 외에 수업교재와 학용품을 구입하는 비용도 생각보다는 많이 들어간다. 독일은 책값과 학용품값이 유난히도 비싸고, 중소도시 역시 결코 싼 편은 아니다. 전공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한 학기에 125 EUR에서 250 EUR가 소요된다. 그뿐 아니라 복사비 역시 만만찮게 들어가는데, 대략 한장 복사하는데 5 Cent(60원)는 기본이다. 책값은 전공서적의 경우 무려 200 EUR에 육박할 때도 있다.
독일의 대학에는 원칙적으로 수업료가 존재하지 않지만 독일에서도 몇몇 지방에서는 수업료가 이미 현실이 되었다. 바덴-뷔어템베억 지방의 경우 14학기째부터는 매학기 500 EUR(약 60여만원)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하고, 바이에른 지방의 경우 박사과정 6학기가 지나면 대학등록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단 박사논문은 계속 쓸 수 있다), 제2전공부터서는 위와 같은 500 EUR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물론 남부 독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적은 액수이지만 브란덴부르크와 니더작센에서는 재등록수수료라는 명목으로 50 EUR를 요구하고 있다.
함부르크의 경우도 그와 비슷하다. 일반학우들이야 14학기를 넘지 않는 한 아직 별다른 수업료를 내지 않고도 학교에 다닐 수 있지만, 국제대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매학기도 아니고 매달 650 EUR를 수업료로 지불해야 하며, 함부르크 공대의 경우 북부 기술연구소에서 그와 비슷한 수업료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일은 현재 독일내 대부분의 대학교들이 앞으로 수업료를 대폭 도입할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독일대학 전체가 갑자기 전면적으로 수업료를 도입할 것이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으니 벌써부터 너무 많은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기숙사가 아닌 개인셋방에 들어갈 경우 전기,수도,난방비는 따로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대개 한달에 50 EUR 정도 전기,수도,난방비를 지불하지만, 4인가구의 경우에는 한달에 약 100 EUR 정도까지 전기,수도,난방비를 지불한다. 그러므로 방계약을 할 때는 이 전기,수도,난방비가 포함되는지 안 되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물론 전기세는 기숙사가 아닌 한 임대료에 포함이 안되고 따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 보통이며, 광고에서 Warm이라고 하면 오로지 수도,난방비만이 임대료에 포함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방계약할 때 광고지를 보면 방 넓이가 평방미터 단위로 나오는데, 이건 거의 상식에 속하지만 1평은 3,3평방미터라는 식으로 계산하면 대충 넓이가 가늠이 된다 (예를 들어 20평방미터라고 하면 대략 6평 정도의 넓이다).
기숙사에서 LAN을 이용해 인터넷을 한다면 모를까 그냥 개인셋방에서 인터넷을 해야 할 경우에는 인터넷비용도 꽤 많이 들어간다. 대학교 서버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속도가 매우 빠르고 환경도 안정적인 반면 가격이 꽤 세다(한시간에 거의 2,400원, 한달 30시간이면 거의 8~9만원꼴). 그러므로 T-Online flat과 같은 민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초고속 인터넷의 경우 가격이 꽤 비싸지만, 같이 사는 친구와 공동으로 사용하면 절반씩 부담해서 내면 되니, 무척 경제적이다.
독일에서는 텔레비젼 시청료에다 라디오 청취료도 지불해야 한다. 한달에 15 EUR 정도를 지불해야 하는데, 외국인한테는 더 악착같이 뜯어내는 것 같다. 대부분이 무시하고 텔레비젼과 라디오 신고를 거부한 채 살아가지만, 벌금이 너무 엄청나서(천 EUR?) 많은 유학생들은 그냥 정직하게 신고하고 꼬박꼬박 납입하면서 살고 있다. 불시에 쳐들어와 텔레비젼과 라디오가 있는지 검사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시청료는 대개의 경우 자기 수입에서 순수임대료를 제외한 액수가 400 EUR에 미달할 경우 납입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까페나 일반음식점에 들어가서 먹는다는 것은 너무 사치스러운 일이다. 조그만 빵 한 조각에 커피 한 잔만 마셔도 3 EUR는 금방 날아가고, 대학식당 수준의 식사를 일반 음식점에서 하려면 최소한 8 EUR(약 만원)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8 EUR 짜리 메뉴는 거의 없고, 대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경우 간단한 스파게티라도 음료수 및 팁까지 포함해서 10 EUR는 지불해야 하며, 조금 고급스러운 식사를 한다고 할 경우 20 EUR 정도는 우습게 날아간다. 물론 이는 프랑크푸르트, 뮌헨, 함부르크, 쾰른의 경우가 그러하며 다른 도시에서는 훨씬 가격이 싸니까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
독일은 생필품류가 우리나라보다 더 싼 편에 속하지만, 이것도 각 도시마다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함부르크 같은 경우 변두리 할인매장(예를 들어 'Aldi')에서 물품을 구입하면 비용을 거의 절반 가까이로 줄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그 물가는 다른 중소도시보다 훨씬 더 비싸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독일에서 가장 대학생 생활비가 많이 들어가는 도시는 프랑크푸르트로서 한달에 784 EUR라고 한다. 그 다음 뮌헨이 766 EUR, 함부르크는 평균 736 EUR로서 이상의 세 도시에서 유학하는 학생들은 다른 도시의 유학생들보다 거의 20~30% 가까이나 생활비를 더 쓰는 셈이 된다(4위는 쾰른과 에쎈으로 710 EUR이다). 반면 동독지역 도시들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지만 한달 평균 대학생 생활비가 500 EUR도 안 들어간다고 한다. 독일이란 나라는 지역별로 물가차이가 이렇게나 크게 나는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 독일은 옛날과 달라서 실업문제가 심각해 자기 나라 사람들조차도 직업을 주지 못하는 판국이기 때문에 (그런데 이 말은 따지고 보면 굉장히 웃기는 말이다. 독일인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예를 들어 접시를 닦거나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거의 절대적으로 외국인의 몫이다), 노동허가증이 없이는 아르바이트도 불가능하다. 함부르크의 경우에는 그래도 학생들이 오랫동안 1년에 90일까지는 부업을 가질 수 있었으나, 2000년 10월 7일 이후로는 그러한 특혜조차 거의 없어져 버렸다 (물론 한국유학생들은 대부분 비자에 '방학기간 중 부업 가능'이란 말이 찍혀나온다).
설령 노동허가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그걸 받아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한달에 400 EUR 이상 벌면 거기서 상당부분을 독일연금기금에다 갖다 바쳐야 한다(그거 돌려받으려면? 독일에서 죽을 때까지 살아버리면 된다). 그래도 방학기간 등을 이용해 간단한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한국상사, 교포들이 운영하는 상점 등에서 일하면서 푼돈을 벌려면 대도시는 중소도시에 비해 매우 조건이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2001. 2. 24.
많은 유학지망생들이 독일에서 얼마나 많은 생활비를 써야 하는가에 대해서 궁금증을 갖고 있는 듯하다. 물론 개인마다 소비성향이 다르고 경제적 여건도 다르므로 평균생활비를 말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지만, 참고로 서독지역에서 공부하는 학생 1인이 평균적으로 지출하는 월 생활비는 650 EUR (약 80만원)이니까 우리 유학생들도 대충 그 정도로 잡으면 될 것이다. 평균생활비의 내역을 보면 임대료는 대개 226 EUR, 식비는 134 EUR, 차비는 59 EUR, 옷값은 57 EUR, 전화비 40 EUR, 학용품비는 30 EUR를 차지하며, 기타 잡비(주로 술값과 데이트비용)가 96 EUR를 차지한다. 가족유학생을 위해 독일의 4인가구의 한달 평균 생활비를 소개하면 평균 생활비 총계는 1,650 EUR이고, 거기서 임대료는 600 EUR, 식비는 325 EUR, 옷값은 150 EUR이며, 여가생활비는 200 EUR이고, 주차비와 기름값은 합쳐서 175 EUR, 전화비는 50 EUR를 차지하며, 기타 잡비는 50 EUR를 차지한다는 것을 참고해둘 만하다.
거기다 독일의 대학교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이 사실을 증명해야 하므로 독일에서는 생활비 외에 의료보험비도 추가로 들어간다. 그 액수는 보통 한 달에 48 EUR 정도이며, 그보다 싼 것도 물론 있지만 혜택이 적어서 이용을 권하기는 좀 망설여진다. 물론 나이가 30세를 넘으면 48 EUR보다 더 많은 액수를 지불해야 하는데, 남학생의 경우 한국에서의 군복무경력을 증명하면 약 32~33세까지 계속 싼 보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자기 병역사실을 한국에서 독일어로 공증을 받아가는 것이 좋다.
그밖에 학비도 마냥 공짜만은 아니다. 물론 보통의 경우 독일의 대학은 수업료가 없긴 하나, 수업료 외의 학생회비 등은 등록금으로서 당연히 납입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함부르크 대학교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소액이긴 하지만 법정된 등록금을 납입해야 하는데, 2006년 여름학기의 경우 교통비 150 EUR, 학생원호사업비 88 EUR, 도합 238 EUR(약 30만원)가 함부르크대학의 등록금 액수였다. 그거 한번 내고 나면 반년 동안 함부르크 내 모든 버스와 지하철이 공짜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하면 교통비가 좀 비싼 편이며, 거기에 1등 버스까지 탈 수 있으려면 추가로 돈을 더 내야 한다. 참고로 대부분의 중소도시 대학은 교통비로 한 학기에 30 EUR 정도만 지불하면 되나, 그 대신 그 도시에서는 버스가 극히 드물게 오므로 어차피 자전거 하나를 더 장만해야 한다. 가장 교통써비스가 환상적인 대학은 프랑크푸르트 대학으로 교통비를 한 학기에 50 EUR만 내면 인근 헷센주 거의 절반 가까운 영역을 공짜로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독일에서는 먹고 자고 입는 모든 것을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한다. 특히 잠자리 구하는 문제는 독일유학생들에게 최고로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의 방사정은 거의 최악이라고 봐도 무방함). 물론 대학교 기숙사가 있지만, 함부르크의 경우 전체 학생의 15%만이 들어갈 수 있을 뿐이고, 그나마 이미 좋은 시절에 자리가 꽉 차버려 최소한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같은 대도시라고 해도 베를린은 방사정이 함부르크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좋은 편이다. 기숙사가 무려 40개나 되는 데다가 75 EUR부터 시작해서 정말이지 값싸고 좋은 방이 매우 많은 편이다. 거기다 베를린은 이를테면 동독지역 안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도 그리 안 비싸다. 다른 도시보다 범죄와 테러의 위험이 조금 더 높은 편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베를린은 유학장소로서 정말 추천할 만한 곳이다.
하지만 베를린 아닌 다른 도시에 유학을 갔다 하더라도 학생원호사업부에 기숙사 신청은 하고 보자. 기숙사에 들어가면 난방비, 수도요금, 전기세 기타 모든 것을 다 합쳐도 한 달에 보통 160~300 EUR 정도밖에 안 들어간다 (물론 중소도시 같은 데서는 겨우 한달 100 EUR만을 방세로 요구하는 데도 많다). 방이 여러개 딸린 부부기숙사도 면적은 매우 넓지만, 방값은 이보다 그리 많이 비싸지 않다. 중소도시에 있는 다른 대학들의 경우는 요새 학생들 숫자가 모자라서 기숙사에 빈 방이 넘쳐나고 있다는데, 기숙사에 빈 방이 전혀 없는 함부르크에서도 대부분의 한국인 유학생들은 수완이 좋아서 다 기숙사에 들어가 살고 있으니 역시 한국인의 의지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숙사가 안 되면 그냥 독일대학생들과 부엌, 화장실, 욕실을 같이 쓰는 Wohngemeinschaft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함부르크의 경우 교통 편한 도심에서 약 다섯 평 정도 되는 채광 좋고 TV시설 갖춰진 WG에 들어가 살려면 한 달에 무려 350 EUR 가까이 줘야 하고, 변두리에 서너 평 정도 되는 싸구려 WG를 구하려 해도 한 달에 최소한 200 EUR 정도는 줘야 한다(함부르크의 방사정이 얼마나 최악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방이건 구하려면 수많은 정력과 인내심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함부르크에 다행히 친지가 있다면, 방 구할 때까지 무작정 얹혀사는 것을 권해야 할 정도다.
전화를 놓는 것도 상당히 돈 들어가는 일이다. 일단 설치하는 것부터 50 EUR가 들어가고, 한달 기본요금만으로도 11 EUR 50 Cent가 들어간다. 전화요금은 대개 1분에 4 Cent(약 48원), 다른 지방에 전화 걸 때에는 그 두 배가 들어가지만, 주말과 저녁, 밤, 새벽시간에는 절반으로 할인된다. 건물이 낡으면 전화 설치하는 데만 해도 굉장히 애를 먹으며, 독일 국영전화회사는 행정이 엉망이라 간혹 전화를 놓고 첫달에 전화요금이 200 EUR(약 24만원)가 나와 기절초풍하게 되는 일도 허다하다. 가난한 유학생신분으로 전혀 해볼 수도 없는 국제 폰섹스 서비스까지 요금에 계산되어 나오기도 하였는데, 이게 독일의 전화요금 자동계산체계가 엉망이라 엉뚱한 집 전화요금까지 나한테 덮어씌워지는 것이다(참고로 나는 여간해서는 전화사용을 안하는 사람이다).
식사는 대학식당에서 먹느냐, 일반식당에서 먹느냐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심하다. 예를 들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을 여는 함부르크 대학식당은 가격이 1,80 EUR(약 2,000원)에서 3,35EUR(약 3,800원)까지로 정해져 있는데, 대체로 일반 음식점의 같은 메뉴와 비교해볼 때 거의 삼분지 일 정도 가격밖에 안된다. 메뉴도 다양하여, 닭고기 요리, 돼지고기 볶음요리, 생선 요리, 스파게티, 구운 소시지 요리 등 여러가지가 제공된다. 그러나 이러한 멘자음식은 약 1년 정도 먹고 나면 완전히 물려버리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조달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면 대도시는 비교적 조건이 좋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도시라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모두 완벽주의자들이고, 그 중에서도 교수들은 그 깐깐함의 정도가 더욱 더 심하기 때문에 독일대학에서의 전공공부라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보다 훨씬 더 큰 주의와 시간을 요구한다. 따라서 독일대학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자기 전공공부, 특히 학점취득의 가능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마련이다 (그래도 많은 한국학생들이 벼라별 아르바이트를 다 하면서 생활비를 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