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민청에의 신고

독일에 들어오자 마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물론 기차타고 자기가 살 도시로 가는 것이지만, 그 도시에 도착하고 하룻밤 묵고 한숨 돌리고 나면 우선 주민청(Einwohnermeldeamt)과 외국인청(Ausländerbehörde)에다 신고부터 해야 한다. 늦어도 도착하고 일주일 이내에 반드시 주민청에다 신고를 해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꼼짝 없이 불법체류자로 몰리게 된다.

주민신고를 할 때는 무작정 시청(Rathaus)에 찾아가 더듬거리는 독일어로 난 외국인인데 입국신고 어디서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고, 해당부서에 가서 차례를 기다린 다음, 여권과 비자를 제시하고, 신고양식을 받아 거기에 자기 신상명세를 기입해야 한다(이 신고양식은 관청에서도 받을 수 있지만 문방구 같은 데서도 살 수 있으므로 미리 구입해서 독일친구에게 대신 기입해달라고 한 뒤 관청에 갖고 가 제출해도 된다). 마지막 장은 방주인이나 여관주인 또는 기숙사감이 기입하고 서명해야 하는데, 이거 서명 받는 게 꽤 골치 아프다. 이렇게 힘들여서 마친 주민청 신고는 이사 갈 때도 또 해야 한다.

(2) 외국인청에의 신고

외국인청은 독일에서 3개월 이상 머물러야 하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찾아가서 신고해야 하는 관청이다. 외국인학생부(Akademisches Auslandsamt)와는 다른 곳이니 혼동해서는 안된다. 외국인청에다 신고할 때는 여권, 비자, 주민청 신고증명, 대학입학허가통지, 재정증명, 여권사진 등을 제시하면 된다. 대개 비자는 임시체류허가로서 3개월 기한으로 나온다. 따라서 3개월 이내에 연장신청을 해야 하는데,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이게 상당히 귀찮다. 대개 두 번째나 세 번째는 1년이나 2년을 연장해준다지만 내 경우는 매번 3개월씩밖에 연장이 되지 않아 번번히 귀찮은 연장절차를 다시 밟아야 했다(인상이 험악해서 그런가?).

외국인청은 골치 아픈 게 수요일은 업무를 안 보고, 월화목금요일에도 오전에밖에 업무를 안 본다 (목요일은 종일 업무를 보고 금요일날 쉬는 곳도 있음). 거기다 조금만 늦게 가도 오전 내내 기다리다가 차례가 끊겨 덧없이 그냥 돌아와야 한다(물론 전화로 예약할 수도 있지만, 안되는 경우도 있음). 그러니까 무조건 일찍 가서 기다려야 한다(거기다 바이에른이나 니더작센은 에이즈검사까지 요구한다고 한다). 또 체류기한이 아직 안 끝났다 해도 다른 지역(예를 들어 만하임에서 베를린)으로 옮겼을 경우에는 그곳 외국인청에다 다시 신고를 해야 한다.

(3) 방 구하기의 어려움

독일대학들은 기숙사를 자동으로 지정해주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은 학생이 직접 구해야 한다. 요즘 독일에서 중소도시는 방 구하기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함부르크를 비롯한 대도시는 방 구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기숙사에 들어가면 가격도 저렴하고 시설도 좋지만(동독지역은 한달에 100 EUR면 해결된다고 한다), 대도시 대학의 경우 일반학생이 기숙사 들어가기는 거의 힘들다고 봐야 한다.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으면 대개 학생원호사업부에 신청하고 대기자명부에 등록해야 하는데, 교환교수들이 우선권을 갖고 먼저 방을 가져가므로 자기 차례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 거기다 박사과정이라거나 장학생이라거나 하는 신분을 솔직하게 밝히면 그나마 차례가 와도 기숙사 입소자격이 박탈되어버린다.

(4) 게시판을 이용한 방 구하기

그러니까 오갈 데 없는 거지꼴이 안 되려면 학기시작 최소 3주 전에 미리 개인 셋방이라도 구해야 한다. 학기가 시작되면 대부분의 방은 다 들어차버리기 때문이다(물론 개강후에도 대학 게시판이나 벽에는 여전히 많은 광고가 걸려 있지만, 이미 다 임자가 생겼는데도 계속 붙어있는 광고들이다). 대학생 원호사업부나 학생회, 학생식당에는 커다란 게시판이나 벽이 있어 방에 관한 광고가 많이 붙어 있다. 지방신문이나 생활정보지를 참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니면 학생회 인터넷사이트 벼룩시장 게시판이나 재독한인웹진 벼룩시장 게시판을 보고 참조해도 된다. 그걸 보고 맘에 드는 것을 골라 전화를 해서 방 보러 갈 약속을 잡고, 여러 군데 둘러보다가 제일 맘에 드는 곳을 골라 계약을 한다. 하지만 역시 시간은 엄청 많이 소요되고, 경쟁이 치열해서 요즘처럼 방 구하기 힘든 때 괜히 뜸 들이다가는 좋은 방을 빼앗기고 만다.

(5) 중개인을 이용한 방 구하기

결국 혼자서는 도저히 방 못 구하겠다 싶으면 중개인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중개인은 보통 한달치나 두달반치의 임대료를 중개비로 요구한다(함부르크 같은 대도시의 경우 최소한 500 EUR는 주어야 한다). 중개인을 찾아갈 때는 그가 중개인직업조합의 성원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유효한 계약이 체결될 때까지는 중개인에게 그 어떤 보수도 지급할 필요가 없다(독일민법 제652조 1항). 중개인에게 갈 때는 가장 친한 독일인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 좋다 (친한 독일친구가 없으면? 그럼 그냥 혼자 간다).

(6) 임대차계약시의 유의사항

대부분의 임대인은 1개월에서 3개월치의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요구한다. 물론 그 보증금과 이자는 방을 뺄 때 돌려받을 수 있다. 임대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서를 잘 읽어봐야 하며, 특히 계약기간, 임대료, 난방비 등의 부수비용, 해지기간, 보증금 액수, 수선의무, 임대료 인상조건, 가구목록 등을 자세히 봐야 한다. 구두로 약속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계약서를 작성해 놓고 서명하라는 경우가 있으니 절대 유의해서 계약서를 읽어야 한다(내가 그렇게 당한 케이스). 예를 들어 임대기간이 1년을 넘는 정기계약의 체결을 강요하거나, 임대료는 얼마 되지 않는데 부수비용을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했다거나 할 경우 꼼짝없이 당할 수가 있으니, 계약서는 두번 세번 되풀이해서 읽어보고, 반드시 하루 이상의 심사숙고기간을 거친 뒤에 계약체결을 하도록 한다.

(7) 임시숙박문제

방을 아직 못 구해 당장 찬이슬 맞고 자게 생겼을 때는 그냥 기차역이나 공원 같은 데서 밤을 새는 수도 있지만 위험하므로, 돈이 충분하다면 호텔에서 한번 묵어보는 것도 괜찮다. 프랑크푸르트, 뒤쎌도르프, 뮌헨 등은 호텔방값이 하룻밤에 100~500 EUR까지 한다. 하지만 붐빌 때는 호텔에 그런 비싼 방조차도 없는 경우가 많다. 여관이나 싸구려호텔은 하룻밤에 25 EUR에서 50 EUR면 묵을 수 있다. 그런 데서 일단 잠자리를 해결하면서 방은 아무 방이나 일단 3개월 짜리로 구해놓고, 그 다음에 진짜로 좋은 방을 찾기 위해 더 돌아다니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참고로, 호텔 안에서 전화 거는 것은 비싸니 괜히 영화주인공 흉내내지 말고 꼭 공중전화박스에서 전화를 걸도록 해야 한다.

(8) 유스호스텔의 이용

호텔이나 여관보다도 더 싼 곳은 유스호스텔로 하룻밤에 8 EUR에서 15 EUR 정도면 묵을 수 있다. 하지만 27세 이상의 성인은 거기서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그렇다면 차라리 유스호스텔보다 싸구려 호텔이 더 쌀 걸~). 그리고 유스호스텔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니 가급적 피할 것을 권하고 싶다. 겨우 세 평 정도 되는 방에 수상쩍은 외국인들 너덧 명과 (그것도 남녀 섞여서) 함께 호흡하며 잔다고 생각해보라.

1999.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