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의 글은 2002년 5월 27일 저의 "개인낙서장"에 올렸던 장난 비슷한 글을 아무런 수정 없이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방금 Spiegel-Online을 훑어보니 독일정치와 축구의 함수관계를 재미있게 풀어본 기사가 있어 모처럼 아주 유쾌하게 기사를 읽을 수 있었다. 그 기사에 따르면 독일 집권여당의 재집권여부는 언제나 독일축구대표팀의 성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따라서 올해 Gerhard Schröder 수상이 총선에서 승리하는가 여부는 순전히 현재 독일축구대표팀 감독인 Rudi Völler에게 달려있는데, 올해 월드컵에서 독일대표팀이 아주 죽을 쑬 것으로 예상되는 이상 현직수상 Gerhard Schröder가 재집권하기는 아주 힘들 것 같다는 얘기이다.

실제로 현재의 집권여당인 SPD의 지지율은 야당인 CDU/CSU보다 무려 6% 가까이 뒤처져 있다 (33%-39%). 그나마 SPD가 최근 1%라도 CDU/CSU를 따라잡은 것은 얼마전 오스트리아와의 시범경기에서 독일대표팀이 6대 2로 대승을 거둔 직후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 경기의 승리를 위해 독일대표팀은 독일축구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는 신예미드필더 Deisler를 부상시키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만약 앞으로 독일대표팀이 1승을 거둘 때마다 SPD가 지지율을 1%씩 따라잡을 수 있다고 계산한다면, 독일대표팀은 반드시 이번 월드컵에서 전승으로 우승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과연 그렇게 될까? 현재의 Deisler와 Ballack이라는 공격의 두 기둥이 모두 부상을 당하고, 수비의 기둥인 Nowotny마저도 부상으로 탈락한 상황에서 독일대표팀은 그저 헛발질만 잘하는 Jancker, 노쇠한 Bierhoff, 지쳐빠진 Neuville 그리고 기복 심한 Klose만 가지고 경기를 벌여야 한다. 이래가지고서는 8강이나 겨우 진출할까 말까 한 수준인데, 우승? 우승은커녕 4강진출조차도 힘든 상황이다.

만약 독일이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카메룬과 아일랜드에게까지 져서 -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깨고 - 16강에조차도 진출하지 못한다고 해보자. 그 반면에 독일의 뒤를 요즘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영국, 프랑스, 이태리는 8강, 4강은 물론 결승에까지 진출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요즘 가뜩이나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있는 독일인들은 얼마나 더욱 위축된 느낌을 받게 될 것인가? 세상에 유럽 경쟁국들 가운데서 꼴찌를 하다니! 그 충격은 다가오는 9월의 연방총선에서 "이제는 바꿔보자"는 심리로 폭발하게 될 것이고, Edmund Stoiber의 CDU/CSU는 손쉽게 Gerhard Schröder의 SPD를 거꾸러뜨리고서 독일수상관저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사실 1954년 스위스월드컵때부터 독일대표팀의 월드컵대회 성적과 정치는 밀접한 관련을 맺기 시작했다. 당시 2차대전의 패전으로 국토의 3분의 1을 상실하고 잿더미의 폐허 속에서 10년 이상을 뒹굴며 온국민이 실의의 나날을 보낼 때 골키퍼 Toni Turek, 주장 Fritz Walter 그리고 레프트윙 Helmut Rahn 같은 선수들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다녀 당시 세계최강이던 헝가리(1952년 올림픽 축구금메달팀)를 격파하고 독일에 첫번째 우승컵을 선사하던 그때, 독일국민들은 단순한 대회우승 이상의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세계최고의 축구선수는 누가 뭐라고 해도 헝가리의 Ferenc Puskas이었고, 당시 세계최강의 축구팀은 뭐니뭐니해도 헝가리와 브라질이었다. 그리고 헝가리가 준결승전에서 일찍 만난 브라질을 연장혈투끝에 4대2로 꺾었을 때만 해도 모든 전문가들은 헝가리의 우승을 점쳤었다. 그러나 결승에서 서독은 전반 한때 헝가리에게 2-0으로 뒤지던 경기를 혼신의 힘을 다해 2-3으로 뒤집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

우스꽝스럽게도 그때의 우승은 당시의 단순무식하던 독일국민의 영혼에 얼마나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축복이었던가? 어쨌거나 독일인들이 참담한 패전의 치욕과 독재자 Hitler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세계최고의 가능성을 꿈꾸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부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때의 승리를 통해 Adenauer의 CDU정권은 비로소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했다.

1974년 서독월드컵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Willy Brandt가 수상비서실 간첩스캔들로 하야하고 Helmut Schmidt가 대신 수상직을 이어받아 불안한 SPD정권을 이어가던 시절, Helmut Schoen감독의 영도하에 서독대표팀이 조국에 두번째 우승컵을 선사하던 그때, 독일 전국민은 얼마나 감격했던가?

사실 1974년 그 당시에 명실상부한 세계최강팀은 Pele를 능가한다는 축구천재 Johan Cruyff를 게임리더로 두었던 네덜란드 대표팀이었다. 물론 서독대표팀에는 Johan Cruyff와 막상막하의 기량을 가진 플레이메이커 Franz Beckenbauer가 버티고 있었지만, 당시 토탈사커를 도입해 세계축구의 흐름을 선도해가고 있던 나라는 누가 뭐라고 해도 네덜란드였다. 반면 서독대표팀은 예선전에서 동독에 0대1로 지기까지 하여 8강에도 간신히 진출했을 정도로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동독에 대한 그때의 그 패배는 당시 SPD정권의 동독화해정책을 위한 서독축구대표팀의 서비스였다는 얘기도 많다 -_-;;).

결국 우여곡절 끝에 최후의 결승전에서 맞붙은 네덜란드와 서독. 당시 세계축구의 양대산맥이었던 창조적 축구의 대명사 Johan Cruyff와 조직적 축구의 지휘관 Franz Beckenbauer 간에 벌어진 일생일대의 맞대결! 전반 2분에 Johan Cruyff가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파울을 얻어내 뽑아낸 페널티킥으로 네덜란드가 선취점을 올릴 때만 해도 승리의 여신은 Johan Cruyff의 네덜란드에게 미소짓는 듯했다. 그러나 Franz Beckenbauer의 절묘한 게임리딩 속에 마치 전차군단처럼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서독대표팀의 탄탄한 조직력 속에서 Paul Breitner의 동점골, Gerd Mueller의 결승골이 연달아 터지면서 서독대표팀은 전반을 2-1로 마무리짓는다. 그리고 후반 내내 네덜란드의 거친 폭풍과 같은 슛세례를 모조리 막아낸 당시 세계최고의 골키퍼 Sepp Maier의 신들린 듯한 선방으로 서독은 감격의 우승을 맛보게 된다.

이때의 우승은 서독이 자기 나라 나름대로의 축구스타일(철저한 역할분담과 톱니바퀴같은 조직력)을 확립하면서 일구어낸 우승이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일본과 함께 욱일승천의 기세로 떠오르던 서독의 기적적 경제성장을 축구의 영역에서도 확인받았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기도 했다. 그때 사기가 오른 서독국민들은 연방수상 Helmut Schmidt에게 1976년과 1980년 연달아 총선승리의 선물을 안겨주었으며, 이로써 SPD정권은 1982년까지 거침없는 장기집권의 길을 가게 된다.

그런데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당시 세계최고의 스타 Karl-Heinz Rummenigge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우승을 장담하던 서독대표팀은 (이미 1980년 서독은 유럽선수권을 제패하여 명실상부한 세계최강으로 불리우고 있었다) 예선에서 알제리에게 깨진 후 오스트리아와 승부조작을 하여 알제리를 탈락시키는 비겁한 짓을 저지르더니만, 준결승전에서는 한수 아래의 프랑스에게 연장전까지 끌려가다가 승부차기에서 간신히 이기고, 결승전에서는 이태리의 무명신예선수 Paolo Rossi에게 골문을 유린당해 예상과 달리 이태리에게 3대1로 참패하며 준우승에 머무르는 수난을 당한다. 그리고 그때 완전히 구겨져버린 독일국민의 자존심은 FDP의 연정이탈로 SPD의 Helmut Schmidt가 정권을 잃고 CDU의 '뚱보' Helmut Kohl이 새롭게 연방수상으로 등극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만다.

이러한 모든 현상을 토대로 Norbert Seitz가 확립한 "축구와 정치간의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론을 확증시켜준 것은 1990년의 이태리월드컵이었다. 당시 플레이메이커 Lothar Matthäus, 공격수 Jürgen Klinsmann, Rudi Völler가 주축을 이루고 있던 서독대표팀은 16강전에서 Marco van Basten, Ruud Gullit 그리고 Frank Rijkaard가 버티고 있는 강력한 우승후보 네덜란드를 2대1로 이기고, 준준결승전에서 강호 체코를 1대0으로, 준결승전에서 축구종가 영국을 승부차기끝에 5대4로 이긴 다음, 결승전에서 Diego Maradona와 Claudio Caniggia가 버틴 아르헨티나마저 꺾어눌러 감격의 세번째 우승컵을 차지하게 된다 (그 당시 플레이메이커 Lothar Matthäus가 보여준 막강한 리더쉽과 침착한 경기운영능력은 지금도 내 인상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때 독일팀 감독을 맡고 있던 Franz Beckenbauer는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월드컵우승을 맛보는 영광을 차지하였으며, 그때부터 독일 내에서 바야흐로 '황제'로 불리우게 되었다. 하지만 이때 '황제'의 승리로 가장 큰 덕을 본 사람은 누구보다도 '뚱보' Helmut Kohl수상이었다. 월드컵 직후 벌어진 총선과 4년후 벌어진 총선에서 Helmut Kohl수상의 CDU는 모두 승리하였고, 이로써 CDU정권은 1998년까지 거침없는 장기집권의 길을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독일축구는 정말이지 상상외의 성적을 거두게 된다. 명장 Vogts감독의 지휘하에 1996년, 월드컵 우승보다도 더 어렵다는 유럽선수권 우승을 이룩하여 잔뜩 허파에 바람이 들어간 독일대표팀은 예선에서 유고슬라비아대표팀과 2대2로 비겼는데, 이때 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리던 독일의 훌리건들에 의해 프랑스경찰 한명이 중상을 입고 1주일간 사경을 헤매게 되자, 독일축구협회는 조직위에 대한 사과의 표시로 대회기권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기에 이른다. 결국 독일대표팀은 준준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에게 3대0이라는 충격의 완패를 당했는데, 이때 자존심이 완전히 상해버린 독일국민들은 이어진 총선에서 SPD의 손을 들어준다. 뚱보수상 Helmut Kohl의 16년 장기집권이 드디어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Helmut Kohl을 때려눕히고 새롭게 수상이 된 SPD의 정치인 Schröder는 한때 지방리그의 무명팀인 TuS Talle에서 센터포워드로 활약하기도 했던 축구선수였다. 비록 뒤늦게 법대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어 이제는 정치무대에서 독일최고의 센터포워드가 되는 것으로 축구영웅의 꿈을 접어야 했던 그였지만, 여전히 그의 축구실력은 현재 독일 정치인들 가운데 최고라고 평가받을 정도이다. 어쩌면 독일국민들이 그를 수상으로 뽑은 것은 축구잘하는 사람이 수상이 되면 혹시 독일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만약 국민들의 그러한 기대대로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대표팀이 정말 우승을 하게 된다면 Schröder는 무난히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지금 현재 독일대표팀은 우승은 고사하고 8강 진출조차도 의심스러워진 상황이다. 독일대표선수들 중에 Figo, Zidane, Raul, Beckham 그리고 Ronaldo 같은 세계유명스타는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나마 독일축구계가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키워놓고 있던 신예들마저도 모두 최근에 부상을 당해버려 일본행 비행기를 타기도 전에 나가떨어져버렸다. 기껏해야 Carsten Ramelow, Christoph Metzelder 그리고 이젠 Vorname조차 기억나지 않는 Ziege 같은 애들을 가지고서 싸워야 할 판인데, 얘네들 가지고는 독일이 아일랜드나 카메룬조차도 과연 이길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자, 그럼 과연 이들이 옛날 30년전쟁때 Pappenheimer기병대가 황제군사령관 Wallenstein을 위해 싸웠던 것처럼 수상 Schröder를 위해 온몸을 바쳐서 싸워줄 수 있을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현재 독일대표팀 감독 Rudi Völler는 2002년 일본월드컵 따위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2006년 독일에서 벌어지는 월드컵을 대비하여 젊은 선수들에게 유익한 경험을 쌓게 하는 데 현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물론 2006년 그때쯤이면 현재 독일대표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젊은 선수들은 Figo, Zidane, Raul, Beckham 정도의 스타로 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쯤 완전히 세대교체에 성공하게 된 독일대표팀의 덕을 볼 사람은 딱하게도 현재의 수상인 Schroeder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때 이미 수상이 되어있을 Stoiber가 그들의 우승덕을 보게 되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그렇게 독일축구역사상 네번째의 월드컵우승을 이룩하게 되면 CDU/CSU는 약 8년간의 장기집권을 약속받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래저래 독일수상 Schröder는 이번 2002년 월드컵 결과에 똥줄이 다 타게 생긴 처지이다.

2002. 5. 27.

나도 유학생이다! wrote:
야이 망할놈의 짜식아~~
니가 독일인이냐???
독일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건 8강을 하건 시벌 니놈이 왜 날뛰어....
새끼너 날뛰다가 뒤진다..
시간이 남아돌면 우리나라 축구팀 얘기나 할 거시지.
왜 독일걱정은 다 하고 지랄이야?
이번에 독일이 정말 8강진출 못할까봐 겁나니까 지가 알아서 알리바이를 깔아주네.
독일대표팀이 이번 2002년 월드컵은 신경도 안 써?
니 말대로 독일대표팀이 정말로 2002년 월드컵에 신경 안 쓰면
내가 성을 간다 이 시벌놈아...
2002년 한일월드컵이라고 안하고 2002년 일본월드컵이라고 썼네. 이 썅놈이
개새끼 길가다가 새똥맞고 대가리에 독일총맞고 뒤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