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의 글은 2002년 6월 7일 저의 "개인낙서장"에 올렸던 장난 비슷한 글을 아무런 수정 없이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요즘 독일에서 월드컵보다도 더 화제를 모으고 있는 MÖLLEMANN-AFFÄRE를 보고서 지금 내 마음은 착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 처음에는 독일에서도 소문난 코미디정치인 Jürgen Möllemann의 계속되는 反Israel발언에 신경이 거슬렸으나(난 아직도 Jürgen Möllemann이 도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얘기들을 꺼냈는지 전혀 알지 못하겠다) 이제 나의 짜증은 그걸 기화로 한바탕 대목장사 벌이려고 날뛰는, 저 뻔뻔스러운 유태인들에게로 향하고 있다. 도대체 유태인들 지들이 뭔가? 왜 유태인 지들은 독일내에서 그 어떤 비판도 받아서는 안된다는 말인가?

사실 이번 소동이 일어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FDP부총재 Jürgen Möllemann의, 다소 호전적이고도 자극적인 反Israel발언에서 말미암는다. "이스라엘의 정책은 테러리즘을 부추기고 있다(Israels Politik fördert den Terrorismus). 만약 독일이 어느 외세에게 점령당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Was würde man denn selber tun, wenn Deutschland besetzt wuerde?) 나라면 무력으로라도 나가 싸울 것이다(Ich würde mich auch wehren, und zwar mit Gewalt)."라고 외쳐댄 Jürgen Möllemann의 발언은 아닌 게 아니라 독일이 팔래스타인을 위해 지금 당장 이스라엘과 일전도 불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졌던 데다, 지금 한창 피터지게 싸우는 이스라엘과 팔래스타인간의 분쟁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킬 생각은 안하고서, 오히려 싸움을 더 키워대고 불난집에 부채질하는 것처럼 비쳐져, 과연 이런 식의 말을 하는 사람이, 또 이런 사람을 부총재로 두고 있는 정당이 수권능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데 독일국민들로 하여금 심각한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물론 그런 식의 반이스라엘발언으로 FDP가 독일내에서 점증하는 극우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얻어보려 한다는 의구심도 버릴 수가 없었다. 어떤 정치인이건 유태인들을 욕해주기만 하면 독일의 신나찌들은 아주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데, 그들 신나찌들의 숫자가 다음 9월달의 독일총선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상당히 많은 게 사실이었고, Jürgen Möllemann은 그들의 암묵적 호응을 노리고서 그런 발언을 했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런 까닭에 내가 애초에 Jürgen Möllemann의 발언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졌던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고, 그래서 내 독일친구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Jürgen Möllemann에 대해 욕을 바가지로 퍼부었던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설마 FDP같은 기회주의자 박쥐정당의 부총재가 진짜로 극우적인 의도를 가지고 저런 발언을 했을 리는 없겠지만, 남의 나라 전쟁에 평화적으로 중재를 해볼 생각은 않고 어느 한쪽 편만 들면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꼴이 너무나 못마땅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보고 가만히만 있었으면 다행이었을 유태인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내 속은 반대로 뒤집어지고 말았다. "Jürgen Möllemann은 반유태주의자(Antisemit)로 커밍아웃했다"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Jürgen Möllemann에 대해 아주 마녀사냥을 벌여대고, Jürgen Möllemann의 발언은 이스라엘의 정책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유태인에 대한 증오에만 관련된 것이라고 우겨대며 반Jürgen Möllemann데모를 연일 대대적으로 벌여대는 독일내 유태인들의 꼬락서니를 보니, 이건 또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싶었던 것이다.

아니 여기까진 뭐 괜찮다고 치자 이거다. 그런데 유태인들의 논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옛날 유태인들에 대해 그렇게도 인종학살을 벌인 독일 당신들은 우리 이스라엘을 비판할 자격이 없단 말야~. 우리 유태인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피해자이기 때문에 비판을 받아서는 안된단 말야~'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데, 이렇게 유태인들이 약자라고,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영원무궁 독일인들에게 공갈쳐대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유태인이 정말 약자인가? 그렇게 약자라서 평화롭게 팔래스티나민족이 2천년동안 잘 살고 있던 팔래스티나에 어느날 갑자기 쳐들어가서 강제로 팔래스티나민족의 땅을 빼앗고, 그 땅을 되찾고자 하는 팔래스티나민족을 그렇게 학살하고 지금도 중동에서 그렇게 깡패짓을 벌이고 있는가?

만약 그렇게 유태인들이 약자라면, 좀 약자답게 행동을 해야 할 것 아닌가? 팔래스티나인들 앞에서는 '영토문제는 어차피 힘으로 결정되는 것, 불만있으면 힘으로 해보란 말이야~'식으로 완전히 무력으로 짓뭉개버리면서, 독일인들 앞에서는 '우리는 약자란 말이야~ 우리 유태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숙명적으로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우리 역사의 상처, 흑흑... 우리 민족의 상처를 너희들은 모른단 말이야~ 으흑흑...'하고 약한 척하는 모습은 얼마나 이중적이고 얍삽한 것인가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자기네들이 한때 피해자였다는 것을 빌미로 자기네들의 모든 잘못을 정당화하려는 술책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실 독일인들이 유태인들에 대해 행했던 인종말살은 옛날 앵글로색슨인들이 아메리카인디언을 상대로 해서도 공공연히 자행한 바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의 피해자 아메리카인디언들은 지금 찍소리도 못하고 조용히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유태인들의 위치는 그들보다는 최소한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들 아메리카인디언에 비하면 유태인들은 강자도 이만저만한 강자가 아니고, 지금 당장 독일과 전쟁을 벌여도 어쩌면 이겨버릴 지도 모를 정도로 군사강국인데, 왜 유태인들은 약자로서 피해자로서 세계무대에서 항상 특별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솔직히 말해서 Jürgen Möllemann의 발언이 유태인들 주장대로 그렇게 신나찌발언과 동격화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나? 언제 Jürgen Möllemann이 유태놈들 다 잡아죽이자고 말한 적이 있었나?

Jürgen Möllemann이 "이스라엘의 정책은 테러리즘을 부추기고 있다(Israels Politik fördert den Terrorismus)"고 말한 것부터 한번 곱씹어보자. 말이야 바른 말 아닌가? 호전적이고 극우적인 정치가 Sharon이 이스라엘수상이 된 이후로 지금 중동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지금 얼마나 많은 팔래스티나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면 '이스라엘의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사실 Jürgen Möllemann이 '유태인'을 인종적으로 비판했었나? 단지 '이스라엘의 정책'을 비판한 것이 아닌가? 민족으로서의 '유태인'과 국가로서의 '이스라엘'은 원칙적으로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도 알지 못할 정도로 유태인들은 그렇게 멍청하단 말인가?

또한 Jürgen Möllemann이 "만약 독일이 어느 외세에게 점령당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Was würde man denn selber tun, wenn Deutschland besetzt wuerde?) 나라면 무력으로라도 나가 싸울 것이다(Ich würde mich auch wehren, und zwar mit Gewalt)"라고 말한 것을 살펴보자. 이 말이 반유태주의와 무슨 상관인가? 팔래스티나민족의 울분도 이유가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인데, 이게 유태인들을 인종적으로 말살해버려야 한다는 발언과 어떻게 등치될 수 있는가? 독일은 그럼 유태인들 눈치 보느라 팔래스티나민족에 대한 옹호도 제대로 할 수 없어야 한다는 말인가?

옛날, 100년전에 골수 반유태주의자였던 Karl Lüger는 "유태인이 누군지, 그것은 내가 결정한다(Wer Jude ist, bestimme ich)"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하지만,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거꾸로 이런 말을 만들어야 할 판인 것 같다. "반유태주의자가 누군지, 그것은 우리가 결정한다(Wer Antisemit ist, bestimmen wir!)" ... 하긴 자기네 나라 정책에 대한 모든 비판을 무조건 반유태주의로 몰아붙이며 옛날 Holokaust를 백번이고 천번이고 들먹이는 것은 유태인들에게 있어서 너무나 쉽고 간편한 일일 것이다. 옛날 천만명 가까운 유태인들이 독일인들에게 학살당한 것도 나로서는 충분히 동정이 가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이스라엘의 외교정책과 무슨 상관인가? 그러한 과거의 역사적 사실이 이스라엘의 외교정책에 대한 모든 비판을 tabuisieren하는 근거로 악용되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정말이지 유태인들은 왜 지들의 상처만 보고 다른 민족의 상처는 보지 못하는가? 유태인 당신들의 상처, 당신들의 눈물겨운 역사... 모르는 거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다른 나라들도 그런 상처, 그런 역사 안 가지고 있는 나라 드물지 않은가? 독일은 옛날 30년전쟁때 북쪽으로부터 내려온 스웨덴병사들에 의해서 천만명 가까운 인구가 몰살당했지만, 그거 가지고 스웨덴한테 그렇게 당신들처럼 떼쓰는 일 없다. 독일인들이 당신 유태인들한테 50년전에 나쁜 짓한 거 사실이지만, 그 대신에 독일도 2차대전에서 져서 많은 숫자가 죽었고, 영토도 많이 잃었고, 그러고도 당신 유태인들의 묘역 앞에 일국의 수상이 무릎꿇고 빌기까지 했었지 않은가?

지금 독일의 역사교과서를 보라. 이렇게까지 과거잘못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는 민족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그런 상황에서 유태인 당신들이 독일인들에게 뭘 더 바라는가? 영원한 채권자라도 되려는가? 1940년대 이후에 태어난 지금 독일세대들이 옛날 일부 선조들의 잘못때문에 왜 지금까지 당신 유태인들 앞에서 죄인노릇하고 빌빌거리며 살아야 되는가? 만약 영원한 피해자행세라도 하려며는 중동에서 좀 얌전하게 살아주든가... 당신 민족은 그렇게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는 특별한 민족이란 말인가?

내가 볼 때는 유태인이 아니라 유태인 할아버지족이라 해도 다른 민족과 똑같은 도덕적 기준으로 재단되어야 하는 데는 예외가 될 수 없다. 특별취급이니 배려니 하는 것은 유태인들이 다른 여타 민족들보다 더 높게 대접을 받아야 하며, 영원한 약자이자 피해자로 취급받아야 된다는 얘기인데, 그런 식의 요구는 당신 유태인들을 더욱 고립시키기만 할 뿐이다. 독일은 그 어떤 경우에도 이스라엘을 비판하면 안된다고? 도대체 그러면 왜 안되는가? 비판에 확실한 근거만 있다면, 정당한 비판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재독 유태인중앙회(Zentralrat der Juden)인지 뭔지 하는 단체에 대해서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스라엘에 관련된 무슨 일만 벌어지면 쌍지팡이 짚고 나서서 광분하는 그대들이여~. 그대들은 도대체 뭣하는 작자들이란 말인가? 독일정치인 중에 누군가가 이스라엘정부의 군사외교정책에 대해 비판을 했다면 그것은 독일주재 이스라엘대사관이 알아서 항의할 일이지, 당신네들 재독 유태인중앙회가 왜 거기 끼어들어서 광분을 하는가? 그러는 당신네들 단체의 성격은 무엇인가? 독일주재 이스라엘의 친정부, 친여권단체인가, 아니면 유태인들의 일반적 이익을 대표하는 단체인가? 만약 친정부단체나 친여권단체가 아니라면 현이스라엘정부의 군사외교정책에 대한 타국정치인의 비판에 대해서는 그냥 정부에게 맡기고 가만히 있을 것이지, 왜 그런 데까지 당신네들이 굳이 나서서 끼어들려 한단 말인가? 이것도 일종의 전도된 나찌즘이 아닌가?

2002.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