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인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것과는 달리 생각합니다. 김구의 민족주의는 옳았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민족주의에도 위험성은 있죠. (히틀러의 나찌즘같이 될 위험성 ㅠㅠ) 하지만 민족주의에 위험성이 다소 있다고 해서 민족주의 전부가 잘못된 것이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죠.
적어도 김구 선생의 민족주의는 위험한 것과는 거리가 멀죠. 그리고 민족의 독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폭력이나 무력을 어느 정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김구의 폭력적 무장투쟁에 의한 민족독립론이 잘못된 것이라면, 이승만과 같은 외교론, 안창호나 김성수와 같은 교육준비론, 이광수나 최남선과 같은 독립청원론, 점진적 자치론 등이 더 옳았다는 얘기죠. 뉴라이트 역사가들처럼, 주인장님께서 사실상 사대주의자, 친일파들을 옹호하신다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팔이 안으로 굽고, 핏줄이 다른 자들끼리는 서로 돕지 않는다는 것도, 인지상정이니 어쩔 수 없죠. 혈통과 국경이 넘어설 수 없는 굴레라는 건, 그냥 우리가 받아들여야만 하는, 냉엄한 현실입니다. 인간애, 보편적 인간이성, 합리적 의사소통 등도 '민족' 앞엔 다 소용없죠. 그 어떤 진리도, 정의도, '핏줄'과 '철조망'을 넘어설 수는 없죠. '민족'과 '국가'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한 천년 정도 지나면 혹시 모르긴 하지만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숫자가 백만명을 넘어섰다는 것도 민족주의가 잘못되었다는 근거로서는 좀 약하죠. 동남아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봤자, 돈을 벌고 돌아가서 자기네 나라에서 잘 살기 위해 온 것이지, 우리나라 사람이 되려고 온 것은 아니죠. 국제결혼은 누가 뭐라 해도 불행한 겁니다. 혼혈아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새로운 시대적 흐름이라기보다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서 우려할만한 현상이죠.
노동문제와 사회복지문제 등에서 사회적 갈등을 억압하는 기제로서 민족주의가 사용된다고 하셨는데, 사실은 그와 정반대죠. 우리나라에서 민족주의를 반대하는 사람일수록 실제로는 노동문제와 사회복지문제를 은폐하고 외면하려 하는 사람들이죠.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매판자본과 사대주의 유학파 기득권층의 오만한 특권의식과 건방끼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민족주의는 더 많이 지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반미 민족주의는 광우병 반대, 한미FTA반대 촛불시위에서 보듯이, 진보적 의의를 아직도 많이 갖고 있죠. 민족주의야말로 노조의 이익, 빈민의 이익, 민중의 이익을 현재로서는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이념이죠.
유전학적으로 민족개념을 부정하려 하신 것은 주인장님의 잘못된 논리였죠. 유전학적으로 민족혈통의 순수성이 허구로 밝혀진지는 오래라고 하셨는데, 우리 핏줄에 백인핏줄, 흑인핏줄, 아랍핏줄이 약 0.1~0.2% 정도 섞여 있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민족성과 우리 민족적 유전자 특유의 본질을 흐리는 것은 아니죠. 문화나 언어에서 외국의 영향 같은 것도 마찬가집니다. 다소의 예외적 불순물들이 전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은 아니죠.
김구 선생께서 해방 이후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르셔서, 우리 민족의 경제적 자립능력을 과대평가하셨다고 하셨는데, 절대로 경제가 모든 것은 아니죠.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이 오히려 사회적 행복지수는 높다고 했죠.
우리 민족은 일제 이전 조선왕조때까지 4천년 넘게 자립경제를 운영해온 민족이죠. 김구 선생께서 유능한 친일파들을 모두 처단하셨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높아진 민족적 자부심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해서, 임정 요인들을 중심으로 우리 민족 전체가 똘똘 뭉쳐서 노력했다면, 1970년 이전에 우리 민족은 세계 최고수준의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무려 7만명의 꼴라보=나찌부역자를 처형하고서 2차 대전 이후 더욱 발전할 수 있었던 프랑스처럼...)
미국의 원조를 꼭 긍정적으로만 생각하시는데, 그건 안될 일이죠. 미국이 원조를 함으로써 우리의 경제적 자립을 더욱 더디게 만든 측면도 있죠. 미국의 코카콜라가 아프리카 소년소녀들에겐 공짜라는 게 아프리카 국가들에겐 도움이 되긴커녕 해로움이 더 크죠. 미국이 그때 우리에게 원조를 전혀 안했다면, 그때부터 온 민족이 더욱 분발해서, 1990년대의 외환위기나 지금의 경제위기 같은 것 겪지 않고, 이미 1960년대부터 더욱 더 안정적이고 자립적인 경제를 운영할 수도 있었겠죠. 김구 선생께서는 그런 것까지도 멀리 바라보셨겠죠.
김구 선생께서 여운형, 김규식과 합작하셨어야 했다고 하셨는데, 사실 그것도 김구 선생께는 모욕적인 발언이죠. 여운형은 미군정으로부터 총애를 받긴 했지만, '외모나 학벌 같은 외형적인 화려함에 비해 독립운동의 실적이 미약했다'는 게 당시 민중들의 평가였죠. 여운형은 '아베 조선 총독이 치안유지권을 주겠다고 하자 넙죽 받아서 건준과 인민공화국을 만든 장본인'이었죠.
김규식도 영어를 잘한 덕분에 미군정의 총애를 받긴 했지만,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이었죠. 김구 선생 입장에서 당시 그들과의 합작은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것이었죠. (어차피 여운형은 금방 죽었고, 김규식은 나중에 자진해서 김구 선생 밑으로 들어오죠.)
김구 선생께서 송진우를 암살하는 데 관여했다는 브루스 커밍스의 견해는 옳지 않다는 게 오늘날 국내 사학계의 완전히 지배적인 견해죠. 남한만의 단독정부수립에 반대하고 김일성을 만나신 것도 실책이었긴 커녕, 당시 일촉즉발까지 가던 동족상잔의 대전쟁을 막으시기 위한 애국애족적 행보였죠. 당시 단정수립에 반대하시고 민족통일을 위해 분투하시던 김구 선생님의 노력은, 남북한 민중들 모두에게서 열렬한 지지를 받았죠.
김구 선생께서 암살당하지 않으셨다면, 한국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그대신 남한에서 민족주의 혁명이 대대적으로 일어나서 이승만은 1950년 이전에 실각했겠죠. 남북한은 김구 주도로 1960년대 이전에 통일되었을 겁니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적절히 믹스된,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영구중립국가로, 지금보다 훨씬 더 번영했겠죠.
주인장님께서는 김구의 자유주의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시는데, 그것은 주인장님께서 김구의 정치사상을 왜곡하신 겁니다. 김원봉과 합작할 때 김구가 토지국유화에 찬성한 것만 봐도, 김구가 자유주의자라기보다는 수정자유주의자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죠.
어쨌든 주인장님의 이번 글은, 주인장님께서 사실상 한나라당-조선일보-뉴라이트의 극우 역사관과 거의 보조를 같이 하신다는 느낌을 주는, 우울한 글이었습니다. ㅠㅠ 물론 저는 주인장님께서 절대 그런 분이 아니시라고 믿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주인장님의 적절한 해명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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