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zabeth Taylor, 그리고 그 밖의 이야기들


Elizabeth Taylor가 죽었다. 어린 시절, 그러니까 일곱여덟살 때인가, 아버지께서 TV 주말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온 Elizabeth Taylor를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예쁜 여자로 불렸던 여자'라고 말씀하셔서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처럼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예쁜 여자'로 불렸던 여자가 80세를 일기로 사망하였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Elizabeth Taylor를 그렇게 예쁜 여자로 기억하고 있지는 않다. '클레오파트라'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왔을 때에는 '어흑, 저 여자 살찐 어깻죽지 좀 봐...' 이런 말을 혼자 중얼거렸던 것 같고, 얼굴 윤곽이 뚜렷하며 꽤나 강렬하게 카리스마적으로 생기기는 했는데 최고의 미녀다운 신비감이랄까 부드러운 우아함이랄까 선한 인상이랄까 아니면 깜찍한 귀여움이랄가 그런 것이 별로 없는 얼굴이어서 내가 이 여자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어린 시절에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예쁜 여자'로 생각했던 여자는 Grace Kelly와 Ingrid Bergman, Christine Kaufmann 등등이었음. -_-)

하지만 Elizabeth Taylor가 실제로 영화계와 대중문화계에서 그토록 열렬히 각광 받았던 이유는 그녀가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단아한 매력의 클래시컬한 미녀나 귀엽고 깜찍하며 만만한 소녀로서의 미녀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강하고 도발적인 모던한 미녀의 상을 보여주었으며,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의 경제참여 및 사회참여가 늘어나던 서구사회의 분위기에 대단히 어필을 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녀가 이혼을 여덟번이나 한 것도 완고한 남성들의 억압에 짓눌리고 고통받던 수많은 여성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 것이었다고 하고...

어쨌든 세계영화사 뿐만 아니라 사회사적, 문화사적으로도 커다란 획을 그은 인물이었는데,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으니, 여러 가지 상념이 스치고 지나가는 바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싶다.


이번 2011년 3월에는 이래저래 아까운 죽음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지난 3월 12일 독일의 사회학자 Günter Amendt의 죽음(Hamburg의 어느 길거리를 걷다가 어느 미친 놈이 몰던 폭주자동차에 치어 죽었음)은 너무나 어이가 없는 것이었는데,

그가 쓴 성교육서 'Sex-Buch'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새삼 새롭게 떠올랐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독일에서 그 책을 처음 읽고 "이건 성계몽서가 아니라 완전히 빨간 책, 뽀르노그라피잖아!"하고 경악을 했던 기억이... (이 책에 삽입된 사진들은 우리나라에서 모두 모자이크 처리된 채로 출판되었지만, 나는 연구실에 이 책의 독일어판 원본을 소장하고 있다는... 쿨럭)


오늘은 모처럼 연구실 창문을 열고서 목검도 오래간만에 휘두르고 푸쉬업 등등 가벼운 운동도 조금 해보았다.

아직은 꽃샘추위가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요즘은 날씨도 슬슬 풀리는 것 같고, 봄이 오는 소리가 점점 들리는 것 같다.







댓글 6

Hans
Hans
브룩 쉴즈, 소피 마르소, 피비 케이츠 정도의 여자가 죽었다면 또 모르겠는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죽은 건 진짜 내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다.

우리가 꽤 나이가 들었다고는 하지만,

엘리자베스 테일러 정도면 진짜 우리에겐 완전히 할머니 아니냐?

엘리자베스 테일러 죽은 것에 대해 뭔가 감흥을 받았다는 걸 보면

네 취향도 상당히 구식인 것 같다. ^^ (아니면 부모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거나)
정지혁
정지혁
시크릿가든에서 현빈 엄마 닮았네요... ㅋ

솔직히 그닥 예쁜 얼굴은 아닌 듯?
1stwhitewhale
1stwhitewh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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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에게/ Elizabeth Taylor가 물론 옛날 여자이긴 하지만, 영화 'Giant'의 이 마지막 장면때문에라도 그 나이 여하에 상관없이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iframe title="YouTube video player" width="360" height="292" src="http://www.youtube.com/embed/-1fsoUqqios" frameborder="0" allowfullscreen></iframe>

영화 속의 남편 록 허드슨에게 "당신이 나의 영웅이라고 느낀 것은 대목장을 소유한 젊은 남자가 말을 타고 나타나서 구애했을 때가 아니라, 어린 손주가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으며 음식점에서 쫓겨나게 되었을 때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주인과 싸움을 하고 음식점 마루에 내동댕이쳐졌을 때"라고 말하던, 바로 저 장면.

그리고 Elizabeth Taylor의 명언 중에는 이런 것도 있더라:

"성공은 탈취제와 같아서 과거의 모든 향기를 앗아가버린다."

물론 Hans 너의 취향이 나처럼 구식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존중을 하고자 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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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Hans
랑이아빠에게/ 내가 말을 함부로 했다가 너한테 한방 먹었구나. 부끄럽다.

물론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훌륭한 연기자였고 한 시대를 풍미하다 간 사람이 맞지. ㅎ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출연영화 중에서는 나는 '젊은이의 양지'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아 참, 그리고 너 그거 아냐?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유태인이었다는 사실.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나라 언론은 이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지만 말이다.
Loony
L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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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께서 '세계에서 가장 예쁜 여자'로 생각했던 여자인 Grace Kelly와 Ingrid Bergman과 Christine Kaufmann이 누구인가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정말 예쁘네요, 정말. ㅎㅎ

Grace Ke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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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rid Ber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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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ne Kauf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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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취향을 대충 알 수 있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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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whitewhale
1stwhitewhale
Loony님께/ 옛날에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니까... 지금은 그때랑 취향이 많이 달라졌을 수 있죠. :-)

Hans에게/ 헐리웃 여배우 중에서 어디 엘리자베스 테일러만 유태인이겠냐. 안젤리나 졸리, 니콜 키드만, 기네스 펠트로우, 위노나 라이더, 나탈리 포트만, 스칼렛 요한슨, 사라 제시카 파커... 이런 애들도 모두 유태인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여자들이 어려서부터 \"난 토요일엔 파티에 갈 수 없어. 난 유대인이니까.\"하고 말하고 다녔으리라는 게 잘 상상이 안 되긴 하지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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