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권적 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026. 10. 8. 선고 2026다204200 판결).
요지는 이렇다: 남의 빚을 대신 갚으면, 일정한 요건 아래 원래 채권자가 가지고 있던 저당권도 넘겨받는다. 일부를 갚았다면 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취득한다. 그런데 법률상 권리는 이미 넘어왔어도 등기부에는 여전히 옛 채권자의 이름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때 새 권리자는 옛 채권자에게 등기에도 자신의 권리를 반영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오랫동안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법에는 ‘소멸시효’라는 제도가 있다. 가령 돈을 빌려준 사람이 돌려달라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채 법이 정한 기간을 넘기면, 나중에는 법의 힘으로 그 돈을 받아내지 못할 수 있다. 오래된 일일수록 증거는 흐려지고, 언제까지나 과거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면 법률관계도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등기부에 자신의 권리를 반영해 달라는 청구에도 이런 시간제한이 적용되는지가 문제 되었다. 대법원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청구가 ‘물권적 청구권’이라는 이유였다.
‘물권적 청구권’이란 쉽게 말해, 소유권이나 저당권처럼 물건에 관하여 가지는 권리의 실현을 방해하는 상태를 바로잡아 달라는 요구이다. 이 사건에서도 새로 저당권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이미 취득한 저당권을 등기에도 제대로 나타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법학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다. ‘물권적 청구권’이라는 성질을 확인하면, 시효 배제라는 결론도 당연히 따라오는가?
독일 민법의 입법과정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독일민법 입법자료를 읽어 보면, 등기정정청구권의 물권적 성질을 인정하면서도 그 시효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물권적 성질에 관한 판단과 시효에 관한 판단은 별개의 문제였던 셈이다.
시효 배제론은 정정청구의 독특한 구조에 주목했다. 어떤 청구에서는 상대방의 급부 자체가 권리의 본래 내용이다. 돈을 받을 권리가 그 예다. 그러나 등기정정에서는 상대방의 협력이 이미 존재하는 권리를 외부에 드러내기 위한 수단에 그친다. 입법과정의 심의 의사록은 시효 배제론의 논거를 이렇게 전한다.
„Dieser Anspruch habe keinen selbständigen Charakter, sondern sei nur ein Hülfsmittel, um auch äußerlich dem wahren Rechte Ausdruck verschaffen zu können.“ (“이 청구는 독립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권리를 외부에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보조수단일 뿐이다.”) — Mugdan, Materialien zum BGB, Bd. III, S. 559.
상대방에게 일정한 행위를 요구한다는 외형은 같아도, 그 행위가 권리의 본체인지, 기존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협력인지는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등기정정청구에 별도의 시효를 인정하면 물권은 존속하면서 그 물권의 공시를 회복할 수단만 사라질 수 있다.
물론 반론도 있었다. 법이 상대방의 의사표시를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을 인정했다면, 목적이 무엇이든 원칙적으로 청구권의 시효 규율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등기명의는 처분 가능성과 연결되므로 독립적인 경제적 의미도 있다. ‘보조수단’이라는 말만으로 시효 배제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반론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쟁에서 위원회 다수의견이 취한 관점은 이것이었다.
„… daß der formelle Anspruch vom materiellen abhängig zu machen sei.“ (“형식적 청구를 실체적인 청구에 의존시켜야 한다.”) — 같은 책, S. 560.
결국 다수의견은 정정청구와 그 배후의 실체적 청구가 서로 어긋난 운명을 갖게 되어 실체적 권리가 손상되는 문제를 피하려 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권리와 그 보호수단의 관계라는 관점에서는 프랑스법의 설명도 참고할 만하다. 떼레 교과서는 소유물반환소권에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이유를, “소유권은 불행사로 상실되지 않는다”는 원칙에서 찾는다.
“la propriété ne se perd pas par le non-usage”
— Terré et Simler, Les biens, 9e éd., 2014, p. 410, n° 522.
소유권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그 소유권에 기초하여 물건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길도 열려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건을 돌려받을 수는 없지만 소유권만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상태를 인정한다면, 소유권의 존속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묻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법에서도 모든 물권적 소권의 시효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소유물반환소권과는 달리, 다른 부동산 물권에 기한 소권에는 원칙적으로 30년의 시효가 적용된다고 설명한다(같은 책, p. 155, n° 149). 그러므로 소유물반환소권과 저당권에 기한 등기청구권을 곧바로 같은 것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이렇게 보면 이번 판결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청구권에 ‘물권적’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일이 아니다. 법정대위로 취득한 저당권과 그 귀속을 공시하는 청구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저당권은 유효하게 남겨 두면서 그 권리를 등기에 반영할 청구만 별도로 소멸시키는 것은, 권리의 존속을 인정하는 법 자신의 판단과 충돌하는 것일 수 있다.
법정대위자가 저당권을 이미 취득했고 그 저당권이 여전히 존속한다면, 그 귀속을 공시하기 위한 청구만 별도로 시효소멸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법률상 취득을 인정하면서 그 취득의 결과를 등기에 반영할 길은 차단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피담보채권이 소멸하여 저당권도 소멸했다면, 등기청구권의 시효가 배제된다는 이유로 저당권을 되살릴 수는 없다. 구상할 수 있는 범위에 따른 대위권 행사의 제한도 그대로 남는다. 정정청구의 비독립성은 그 청구를 보호하는 근거인 동시에, 그 보호의 한계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판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유보가 남아 있다. 원고가 정말로 저당권을 취득한 사람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사건에서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그 채무자가 된 사람은 개인이었다. 반면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자기 계좌에서 어음금을 지급한 원고는 그 사람이 설립하여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였다. 대표이사와 회사는 법적으로 별개의 주체다. 회사가 대표이사의 빚을 갚았다는 사정만으로, 회사가 당연히 그의 채권자를 대위하는 것은 아니다.
법정대위가 성립하려면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어야 한다. 빚을 갚지 않으면 자신이 집행을 당하거나 자기 권리를 잃게 되는 것과 같은 법률상 이익이다. 대표이사의 사업을 지켜야 한다거나 거래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의 경제적 이해관계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원고가 자기 명의의 어음을 결제했다는 사실도 그 자체로 답을 주지는 않는다. 어음상의 자기 채무를 이행하는 것과 그 지급으로 타인의 채무까지 변제하는 것은 구별되는 문제다. 원고가 법정대위의 보호를 받을 지위였는지 판단하려면, 어음을 발행·교부한 경위와 원고가 부담하던 법적 책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원고에게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었는지를 다시 심리하라고 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냈다.
따라서 이 판결을 “원고는 저당권을 취득했고, 그 등기청구권은 물권적 청구권이므로 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요약하는 것은 충분히 정확하지 않다. “원고가 법정대위의 요건을 갖추어 저당권을 취득하였다면, 그 권리에 기초한 등기청구권 자체는 시효로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야 정확한 것이 된다.
이 유보는 앞서 살펴본 이론과도 맞닿아 있다. 정정청구가 기존 물권을 드러내는 보조수단이라면, 먼저 그 물권이 실제로 존재해야 한다. 이미 취득된 권리가 등기에 나타날 길을 막아서도 안 되지만, 등기청구권의 시효가 배제된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초인 저당권의 취득까지 인정되었다고 보아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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