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2주기
노무현이 죽은지 2년째 되는 날이다.
노무현 정권의 과오에 대해서는 많은 말들이 있었고, 나 역시 대통령 시절의 그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분노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그가 그토록 참담하고 비극적으로 죽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마음이 무겁고,
뭔가 그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을 버릴 수 없게 된다.
그가 정치적으로 상황장악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이제는 꼭 그의 잘못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수구기득권에 용기 있게, 그러면서도 책임감 있게 저항한다는 것이
결코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님을 잘 알기 때문이다.
기득권의 조직적인 반격을 견뎌야 하는 것도 물론 만만치 않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그것이다.
우리 인간 모두가, 특히 사회적으로 억압 받고 착취 당하는 인간들일수록 더 강렬하게 공유하는
그 속물근성 자체와 싸우는 것이 사실은 그 몇백 배나 더 힘든 일이다.
더 쉽게, 더 편하게, 더 풍요롭게, 더 뽐내며 살고 싶어 하는 근성.
하지만 그것을 위해 자존심도 명분도 의리도 팔아치우고
비겁하게 뻔뻔하게 사는 것도 아랑곳 않는,
그 끈적끈적하고 지저분하며 음험하고 야비한 속물근성.
노무현은 자기 가족과 동지들, 그리고 자기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그 더럽고 대책 없는 속물근성에 밑바닥부터 허물어져갔고,
그렇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건 말건 내 성질대로 휘두르겠다는 식으로 큰 모험과 도박을 걸 만큼 분별력과 책임감이 없지도 않았기에
매사에 어정쩡한 자세만 취하며 우물쭈물한 노선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허울 뿐인 큰 권력을 손에 쥐고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답답해 하다가
결국 엄청난 비난과 조롱, 그리고 무시만 당했고
본인 스스로 최악의 파렴치범으로 낙인찍혀 인격적 생매장을 당하기 직전에 이르자,
극단적 최후를 선택하고야 말았다.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곳에서 몸 전체가 깨어지고 짖이겨진 채 피를 흘리고 숨을 헐떡이며 혼자 죽어가는 길을 가고야 말았던 것이다.
물론 그는 부엉이 바위 위에 올라선 그 순간, 그리 억울한 마음을 갖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만하면 손해 본 인생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보았을 것이다.
그냥 저 하늘이 외면하는 이 순간에
깨끗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의 사망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내가 담담한 마음으로 혼자서 들었던 노래는 캔의 '내 생애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였다.
오늘도 그 노래를 들으면서 그의 옛날을 돌이켜본다. 요즘은 정말 지지하는 정치인이 하나도 없다 보니
신문기사를 읽는 것도 시들하고, 정치에 관해 토론하는 것도 시들함을 느끼게 된다.
캔 - 내 생애 봄날은 간다
비릿내 나는 부둣가를 내 세상처럼 누벼가며
두 주먹으로 또 하루를 겁 없이 살아간다
희망도 없고 꿈도 없이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기막힌 세상 돌아보면 서러움에 눈물이 나
비겁하다 욕하지마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고 다녀도
내 상처를 끌어안은 그대가 곁에 있어 행복했다
촛불처럼 짧은 사랑
내 한몸 아낌없이 바치려 했건만
저 하늘이 외면하는 그 순간 내 생애 봄날은 간다
이 세상 어딜 둘러봐도 언제나 나는 혼자였고
시린 고독과 악수하며 외길을 걸어왔다
멋진 남자로 살고 싶어 안간힘으로 버텼는데
막다른 길에 가로막혀 비참하게 부서졌다
비겁하다 욕하지마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고 다녀도
내 상처를 끌어안은 그대가 곁에 있어 행복했다
촛불처럼 짧은 사랑
내 한몸 아낌없이 바치려 했건만
저 하늘이 외면하는 그 순간 내 생애 봄날은 간다
비겁하다 욕하지마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고 다녀도
내 상처를 끌어안은 그대가 곁에 있어 행복했다
촛불처럼 짧은 사랑
내 한몸 아낌없이 바치려 했건만
저 하늘이 외면하는 그 순간 내 생애 봄날은 간다
무엇 하나 내 뜻대로
잡지도 가질 수도 없었던 이 세상
내 한 목숨 사랑으로 남긴 채 이제는 떠나고 싶다
더러는 악에 받쳐 서명운동을 하기도 했고, 거리로 달려나가기도 했고, 그렇게 하면서도 이런 게 과연 소용이 있을까, 회의도 했었지만,
그런 식으로 꾸준히 역량을 축적해온 결과, 이번 보궐선거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두었고, 한나라당 지지율을 기적적으로 주저 앉혔고,
내년 총선과 대선의 승리도 매우 확률이 높은 것으로 만들어놓았다. 물론 노무현이 죽었을 때, 경일이 너는 별다른 실천도 하지 않았고,
노무현에 대해 악독한 말이나 쏟아놓으며 우리 모두를 실망시켰지만, 경일이 너의 노무현에 대한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걸 난 잘 알고 있었다.
노무현은 하늘로부터 외면 당하지도 않았고, 막다른 길에 가로막히지도 않았고, 비참하게 부서지지도 않았다. 다만 그는 떠나야 했을 때 우리 곁을 조용히 떠나갔을 뿐이다.
그의 정치적 인생에 봄날은 이미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역사적 인생에 찬란할 여름날은 이제 시작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렇게 만들 것이다.
경일이 너는 이제 지지하는 정치인이 전혀 없다고 푸념하지만, 제2의 노무현은 반드시 나올 것이다.
정치적 비관주의나 회의주의에 빠져선 안 된다. 진보와 민주화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에 중단이 있어선 안 된다.
'우리 모두가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렇게 만들 것'이라는 데 대해서 회의적이다.
예를 들면 노무현은 한미FTA를 추진하였는데,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만든다는 사람들이 과연 한미FTA를 비준하는 데 동의하려 할까?
노무현은 미국의 이라크전쟁을 지지하고 심지어는 미국의 이라크파병요구까지 수용하였는데,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만든다는 사람들이 과연 미국의 대외전쟁을 앞으로도 지지하고 거기에 우리 군대를 파병하는 것까지 수용하려고 할까?
노무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것은 취하고, 이것은 취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하나를 선택할 경우 그것과 막대기로 붙어 있는 다른 하나를 함께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가균형발전과 행정수도이전을 선택할 경우, 대규모 토지보상금의 지급, 부동산가격의 폭등 등이 저절로 따라올 수밖에 없고,
공공부문확대와 서민복지확대를 선택할 경우, 재정적자 증가나 경기침체 등의 결과가 반드시 따라올 수밖에 없다.
반미자주화와 전작권 환수를 선택할 경우, 국방비의 급격한 상승 및 한반도정세 불안정 등의 결과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러한 물리법칙에 가까운 결과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나는 화려한 정치적 구호나 현란한 정치적 수사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을 갖고 있다.
추상적 이데올로기나 거대한 정책기획만으로 우리 삶의 복잡다단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정책구상과 기획력에 있어서는 매우 탁월했다.
하지만 점검과 수정과 정밀화의 부족때문에 많은 정책이 실패하였다. 총론은 번지르르하고 화려했지만, 각론에서 부실했기에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지고 결국엔 신뢰를 상실하고 말았다.
노무현에 대해 추모의 마음을 갖는 것과 별도로,
우리가 그의 실패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 따로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html>
\"아이돌보미\" 제도는 국가에 의한 저렴한 육아와 노년층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고,
노인들에 대한 복지도 이 정부 때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이런 일에 취미삼아 나가셔서 알지요.
또한, 기존의 사법제도의 폐쇄성, 자폐성을 알고 고치려는 의지도 컸습니다. 각론에 있어서 치밀한 구상이 부족했고, 기득권의 저항에 대해 맥없이 무너진 부분도 있지만 그런 실망은 노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우리들의 희망이 너무 컸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노 대통령의 개혁의 방향성과 의지만은 존중해주고 싶군요.
물론 이명박 정부 들어서 권언유착과 권검유착의 폐해는 결국 부활하고 말았지만, 어쨌든 노무현 정부 이래로 법치주의와 탈권위화, 투명화라는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죠.
경제정책이나 노동정책, 그리고 교육정책 등에서 그 어떤 실패를 했든 간에, 노무현 정부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국가시스템의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많은 진전을 이룬 정부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한국정치의 고질적 문제점을 개혁했다는 측면에서도 잘 한 부분이 많았죠. 대통령 직을 잘 했고 못 했고를 떠나, 지역주의 타파에 온 몸을 던졌다는 점만으로도 노무현은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사람인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한미FTA 등은 방향을 분명히 잘 잡은 것이며 미국과의 협상도 그만하면 잘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에 있어서도 꼭 못한 것만은 아니었으며, 자잘한 정책들 가운데서도 성공한 게 꽤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저이자율정책과 신도시정책 등으로 버블을 키워온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로 안정적인 경제운용을 하여 주가 및 GDP가 큰 부침 없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성장할 수 있게끔 하였으며,
삼성을 비롯한 여러 대기업들의 수출전략에 전폭적은 아니라 할지라도 꽤 원활한 지원을 계속 해주었습니다 (물론 대한민국 역대 정권 중에 대기업 지원을 잘 안 해준 정권은 단 하나도 없었음).
부동산이 최대 약점이긴 한데, 어쨌든 부동산 대책도 막판에는 꽤 먹혔다고 봅니다. 최근에 이명박 정부가 전세대란을 못 막은 걸 보면, 차라리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더 나았다는 생각도 들 지경입니다.
그밖에 저출산 고령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욕먹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의료보험 및 연금제도의 개혁에 과감히 착수하였습니다. 이 점도 충분히 평가받을만한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노무현 정부의 정책 신뢰성과 지지기반에 대한 결정적인 타격은 역시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말미암은 것이었습니다. 지방경제활성화와 지역균형을 위해서 행정도시, 혁신도시, 지방기업도시 등을 건설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소소한 비리가 끊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무려 100조에 달하는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풀리면서, 이것이 당연히 수도권 부동산투기로 몰린 결과,
부동산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등하였습니다. 명색이 진보정권이라고 하면서, 건국 이래 노무현 정부때만큼 빈부격차가 심하게 벌어진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하였고,
이제 서민주택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등의 심각한 경제적 부작용과 사회적 소외감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자잘한 복지정책 같은 것을 잘 만들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부의 양극화를 심하게 조장해버리면 민심이 확 떠날 수밖에 없는 거죠.
그 밖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긴커녕 더 악화시킨 것도 그렇고,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종래의 취지가 무색하게 사실상의 음서제를 만들어 놓은 것도 그렇고,
평준화교육을 한다고 하면서 외고를 난립시킨 것도 그렇고,
참여정부 시절 실정(失政)의 목록을 만들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어쨌든 토건국가의 폐해를 심화시키고 경제양극화를 엄청나게 촉진한 것만으로도 노무현 정부의 평점은 그리 좋지 못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세부적으로 잘 한 게 많았다고 해도 결정적인 부분에서 과오를 저질렀으며,
그 과오의 정도가 상식적인 입장에서 도무지 납득이 안 갈 정도로 큰 것이었다면,
다른 분야에서 이룬 업적들까지 사실상 그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물론 그 개혁의 방향성과 의지만큼은 충분히 인정해줄 수 있는 것이고,
어쨌거나 이명박 정부보다는 낫다고 저도 생각하긴 합니다만,
노무현 정부의 공과에 대한 저의 총괄적인 판단은 위와 같으며, 그러한 점에서 저도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입장임을 잘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여쩌나 저쩌나 공무원의 정부시책에 대한 반대발언 금지도 무슨 대통령 훈령으로 규정 한다고 하는 시대에 (작년, 재작년이었던가요) 경찰공무원으로서 그나마 파견나와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복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입니다.
전체적인 조망을 해주시는 평을 흘깃 보아도 역시 저와는 다른 삶의 연륜이 느껴지십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