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이행인가, 불량이행인가?


어제 채권총론 수업 끝나고 받은 질문 하나에 대한 간단한 답변.

이른바 채무불이행의 제3 유형, 그러니까 채무자에게 이행행위가 있기는 하였으나 그 이행에 결함이 있어서 채권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를 '불완전이행(不完全履行)'이라 부르지 않고 '불량이행(不良履行)'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그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질문이었는데,

그렇게 '불량이행'이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채무불이행의 제3 유형을 '불완전이행'이라고 부를 경우 채무의 일부이행에 따른 손해발생 역시 '불완전이행'의 범주에 포섭가능하게 되어 이행지체(履行遲滯)의 범주와 제3 유형의 범주가 중첩이 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돼지고기 200킬로그램을 인도해야 하는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인 매도인이 채권자인 매수인에게 이행기까지 돼지고기를 160킬로그램 밖에 인도하지 못했다면,

이는 당연히 이행지체이지만 동시에 불완전이행의 유형에도 포섭이 되어버린다. 이행이 불완전하게 이루어진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경우 급부청구권은 소멸하도록 하고 부가적 손해의 배상청구권만 인정한다는 게 과연 합리적이겠는가, 하는 문제이다.

지원림 교수님의 경우 그러한 이유로 '불완전이행' 대신 '이행가해(履行加害)'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계시는데,

사실 채무불이행의 제3 유형에 해당하는 독일어 'Schlechterfüllung'을 직역하면 '나쁜 이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므로, '불완전이행'이나 '이행가해'보다는 대략 '불량이행(不良履行)'이라고 부르는 것이 용어로서 더 적합하고, 학생들에게도 더 직관적으로 잘 이해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불량이행은 채무자가 부담하는 여러 의무 가운데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의무를 위반한 것인가?

채무를 구조적으로 따져보자면, 불량이행은 일단 주된 급부의무의 위반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어쨌거나 채무자의 입장에서 이행행위는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주된 급부의무의 위반이 아니라 대체로 불량이행은 부수적 주의의무 또는 보호의무의 위반으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급부행위 자체는 이루어졌지만, 그 이행방법에 있어서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채권자의 기타 법익에 손해를 가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만약 불량이행이 부수적 급부의무의 위반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면, 다시 말해 이행의 방법상 과실로 인하여 부가적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고 급부이익 그 자체가 충족되지 않은 것에 그친 경우라면,

이 경우에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불이행(제390조)에 기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제570조 이하의 규정에 기해 채무자에게 하자담보책임을 묻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하자담보책임은 무과실책임이므로, 채권자의 입장에서 채무불이행책임보다 급부이익을 보전하는 데 더 용이하고 간편한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은 어차피 특별규정이므로, 채무불이행에 관한 일반규정보다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규정이 위의 사안에서 더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법조경합설).

하지만 이에 관해 기존의 청구권경합설에 따른다면 채무자가 불량이행을 하였을 때 채권자가 하자담보책임을 묻지 않고 곧바로 채무불이행책임을 묻는다고 하여 그것이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다만 이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가 무과실의 항변을 하였을 때 다시 하자담보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게 될 뿐이다. 물론 채무자가 무과실의 항변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채권자가 급부손해의 배상청구를 불량이행, 즉 제390조에 기해 하였다 하여 그것이 실질적으로 잘못된 것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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