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논쟁과 그 결말에 대한 비관적 예상


물가는 오르고, 일자리는 줄어들어간다. 인간관계는 점점 더 사물화되어가고, 자기 노동과 근면성, 성실성에 대해 윤리적 가치를 부여하려는 인간의 의식 역시 점점 더 사라져가는 대신, 상류층에게는 갈수록 경쟁의 강박만이 커지고, 하류층에게는 갈수록 생존의 강박만이 커져간다.

이러한 현실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것도 아니다. 자본과 노동의 분리, 상품생산의 조직화, 기계의 발명... 이 모든 흐름이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고조선시대,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왔을 것이고, 그 어느 시대에서건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곤궁은 인간의 아름다운 꿈과 환상을 대신하여 모든 인간생활의 분위기를 지배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반값 등록금'을 외치는 학생들은 그 간극, 그러니까 자본과 노동 간의 간극, 국가와 시민 간의 간극, 그리고 현실적 계산과 윤리적 가치 간의 간극을 메우고자 몸부림치는 것이겠지만,

아마도 그들은 조만간 좌절을 경험하고 각자의 계급적 삶에 충실한 일상 속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어차피 이 사회가 비합리적이고 관습적이며 조합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옛날의 생산방식으로 회귀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오로지 계획과 계산에만 입각한 인간 일상의 조직화 및

경쟁에서의 무자비한 계량주의의 흐름이 어쩔 수 없이 우리 학생들의 모든 삶을 휩쓸어가게 될 것이 뻔하다 (어쩌면 그러한 무자비한 흐름이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공평한 게임룰일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날의 대중들이 그토록 나가수 같은 서바이벌 시스템의 순위경쟁에 열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대학등록금은, 이 시대의 빈곤계층이 노동과 근면, 성실에 대한 윤리적 가치와 미래에 대한 꿈을 새롭게 되찾고 교육의 질에도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인하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출산률의 저하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고급노동력을 빈곤계층으로부터 계속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게끔 하는 정도의 수준,

그러니까 이 시대의 빈곤계층이 자식들의 대학교육에 계속 무리한 투자를 하면서도 어찌 됐든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고 경제적으로 최소한 서바이벌은 할 수 있게끔 하는 정도의 수준, 딱 그 정도의 수준으로만 대학등록금은 인하될 것이고,

대학교육의 거품은 쉽게 제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사적 교육자본은 만약에 실패할 경우에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도 훨씬 더 큰 재산을 언제나 자기들 사업에 투기해왔으며,

그러한 위험감수적 습성은 교육수요자인 빈곤계층 역시 공유하는 것으로서 앞으로도 이는 절대 고쳐지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이윤에 대한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은 현재의 체제를 지탱하는 동력으로서 국가와 정부가 이를 결코 제한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무모하고 어리석은 습성에 의해 교육자본과 대학졸업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을 국가가 제거해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며, 국가에게 그러한 위험을 제거할 만한 능력도 없다는 사실 또한 우리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오늘 이명박과 손학규가 만나서 대학 등록금에 관해 얘기했다고 하는데,

그들이 뭐라고 얘기했건 별로 관심이 가지도 않고,

그저 쓴웃음만 나오는 이유도 어쩌면 거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나도 잠시 '반값 등록금'에 관해서 밝은 희망을 가지기도 했었는데,

이 시대의 냉정하고도 커다란 흐름은 아무래도

'반값 등록금'이라는 꿈 내지 환상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맞다고 봐야 할 듯하다.





댓글 2

Hans
Hans
보수정치권과 재계에서 포퓰리즘 운운하며 반값 등록금 운동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에 대해 경일이 니가 너무 겁을 집어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구나.

그렇게 냉소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개해 나가야 한다. 올해 등록금 총액을 기준으로 고지서상 명목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이는 데 필요한 예산은 고작 5조 70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민주당-민노당의 강령까지 갈 것도 없이, GDP의 7%까지 교육예산을 늘리겠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만 지켜도 반값 등록금 지원예산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10조 원에 달하는 사학적립금의 절반 정도만 헐어도 당장 내년의 반값 등록금 지원예산 전액이 마련될 수 있다.

경일이 너도 동의했듯이, 필요하다면 교수들 연봉과 복지혜택도 대폭 깎아버려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대학교육을 비롯해서, 모든 종류의 교육은 다 국유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1968년 프랑스의 젊은 대학생들이 스크럼을 짜고 거리로 나아가 대학 국유화와 대학 서열철폐를 주장하여 결국 관철시켰던 것처럼,

우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일이 니 말대로, 이 시대 젊은이들이 노동과 근면, 성실에 대한 윤리적 가치와 미래에 대한 꿈을 새롭게 되찾을 수 있게끔 대학교육을 개혁해야 할 것이다.
나는야피그렛
나는야피그렛
랑이아빠/ 반값등록금 논쟁의 결말에 대한 비관적 예상이라고 하셨는데, 그보다는 교수님의 희망사항에 더 가까운 것 같군요.

솔직히 교수들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게 가장 좋은 거 아닙니까? 학생들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저는 여태 비싼 대학등록금 꼬박꼬박 납부 다했고, 앞으로 두 학기만 다니면 졸업인 학생이지만,

불쌍한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대학등록금은 꼭 반값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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