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사망(死亡)의 시기(時期)에 관하여


최근에 어떤 학생이 법학적인 관점에서 사망의 시점을 언제로 봐야 할 것인지, 그리고 기독교를 믿는 법학도로서 뇌사(腦死)를 과연 인정해야 할 것인지 등에 관해 질문을 해왔으므로, 이를 계기로 하여 민법상 사망(死亡)의 시기(時期)에 관해 아래와 같이 간단히 정리를 하고자 한다:

1. 마치 인간의 탄생이 그러한 것처럼 인간의 사망 역시 순간적인 사건이 아니라 단계적인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그 과정 가운데 인간의 사망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를 정하는 것은 인간의 탄생시점을 정하는 것만큼이나 매우 어려운 일이다.

2. 과거의 의학에서는 혈액순환과 호흡의 비가역적 정지시점을 사망의 시점으로 보았다. 법학에서는 이를 '임상적 사망(clinical death)'이라고 부른다. 다만 주의할 것은 혈액순환과 호흡이 비가역적으로 정지하였다 하더라도 생명의 모든 징후가 완전히 종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호흡이 정지하였거나 혈액순환이 멈춘 상태라 하더라도 몇몇 장기(臟器)들은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호흡이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된 상태라 하더라도 뇌는 3~4분 정도 더 활동할 수 있고, 심장은 한 시간 반 동안 더 뛸 수 있으며, 신장은 두 시간 반 동안 더 살아 있을 수 있다.

3. 현대의학은 혈액순환과 호흡의 비가역적 정지시점을 무한히 뒤로 늦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발전하였다. 예를 들어 심장이 멈추었다 하더라도 전기충격을 가하든지 해서 얼마든지 다시 뛰게 만들 수 있다.

4. 그런데 문제는 혈액순환과 호흡이 아직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뇌의 활동이 비가역적으로 정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뇌사(brain death)가 여기서 문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장이 3~4분 가량 활동을 멈출 경우 뇌는 더 이상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교통사고 등으로 뇌조직이 완전히 파괴되어버릴 경우 심장이 아직 뛰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은 더 이상 살아있다고 보기 힘들다. 의식이 되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5. 따라서 위와 같은 뇌사의 경우 혈액순환과 호흡이 아직 비가역적으로 정지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인간을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의 신체에서 장기들을 적출하여 다른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해야 할 실제적 필요성이 발생한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윤리적, 종교적 문제들이 발생하므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한다.

6. 우리나라의 경우 1999년 2월 8일 '장기이식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켜, 2000년부터 뇌사(腦死)를 법률적으로 인정해오고 있다. 다만 뇌사가 법적으로 인정되었다고 해서 이를 인간의 종국적 사망과 완전히 동일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장기의 적출시점이나 의사의 주의의무가 종료되는 시점을 정할 때에는 뇌사의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상속의 개시시점이나 권리능력의 종료시점, 혼인효력의 소멸시점 등을 정할 때에는 여전히 혈액순환과 호흡의 비가역적 정지시점을 그 기준으로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다원적 견해를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독일 튀빙엔대학의 Harm Peter Westermann교수인데, 이러한 Westermann교수의 견해는 점차 수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얻어, 독일의 경우 이러한 다원설이 통설적 지위에 있다.

7. 모든 사망은 증명되어야 한다. 사망의 증명이 없을 경우 모든 인간은 원칙적으로 생존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망의 객체가 확인되면 동거하는 친족 등이 의사의 진단서 또는 검안서 등을 첨부하여 주민센터에 사망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사망신고를 사망확인 후 1개월 내에 하지 않으면 신고의무자는 과태료를 내게 된다. 어쨌든 그렇게 사망신고를 하면 그 사망자는 가족관계등록부에 사망한 것으로 기재가 된다. 다만 출생신고에서와 마찬가지로 권리능력은 사망에 의하여 소멸하는 것이지 가족관계등록부에의 기재로 소멸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사망사실은 진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추정(推定)될 뿐이므로, 반증에 의하여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댓글 2

곽종규
곽종규
아마 질문한 학생은 크리스챤으로서 뇌사제도가 인간을 기능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졌던 것 같군요.

그래서 주인장님한테 진지하게 찾아와 현재의 법제도가 의식활동의 중단만으로 인간의 죽음을 간단히 규정해버리는 것이 과연 법철학적, 신학적으로 올바른가에 대해서 물어본 것 같은데,

주인장님은 거기에 대해 기존의 법학설을 장황하게 소개하는 것만으로 답변을 대신하며 딴소리를 하신 것 같군요. 질문한 학생의 가려운 데를 긁어줄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고,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말만 들입다...

도대체 질문한 학생이 주인장님의 답변 아닌 강의를 듣고 얼마나 답답했을지 제가 다 한숨이 나옵니다. 하긴 주인장님의 답답함과 센스 없음에 대해서는 이미 저도 충분히 눈치를 채긴 했지만... (아니면 내공의 문제일까요?)

그리고 주인장님께서는 독일의 통설을 마치 금과옥조처럼 소개하면서 그것이 무슨 절대진리인 양 일방적으로 학생들과 네티즌들에게 강요를 하고 계시는데,

도대체 독일의 절충설이 왜 우리나라에서도 절대적으로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하나도 설명을 안 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냥 독일에서 통설이니까 한국에서도 옳은 거라는 것밖에는 아무런 논거도 없지를 않습니까?
Sondergänger
Sondergänger
뇌사가 그렇게 만만한 문제는 아니죠. 인간의 신체를 한갓 수단으로 보게 한다는 얘기니까.

유물론적 인간관에 따라 인간의 정신현상을 뇌신경세포 작용의 발현으로만 보는 것도 문제가 있죠. 기독교의 관점에서는 성서에서 하느님이 숨을 불어넣어 인간이 되었다고 하니까, 적어도 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는 인간이 살아 있는 것으로 봐야 옳은 거겠죠.

장기기증을 받고자 하는 사람보다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사람이 훨씬 적은 상황에서 실제로는 뇌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뇌사로 판정하여 장기를 적출하는 문제 등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뇌사판정 자체가 매우 어렵다고도 하고요.

주인장님께서 간단치 않은 문제를 건드리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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