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저당'이라는 법률용어에 관한 단상
우리 민법상 공동저당(共同抵當)이란 법률용어는 채무자 또는 물상보증인이 동일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수개의 부동산 위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다. 독일어로는 이를 ‘Gesamthypothek’이라 하고, 영어로는 이를 ‘blanket mortgage’라 하며, 프랑스어로는 이를 ‘hypothèque assis sur plusieurs fonds’이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독일어로 ‘Gesamthypothek’이란 말은 우리말로 ‘공동저당’이란 말보다 ‘총괄저당(總括抵當)’ 내지 ‘연대저당(連帶抵當)’이란 말에 더 가깝다는 점이다. 영어로 ‘blanket mortgage’ 역시 ‘총괄저당(總括抵當)’이란 말에 더 가깝다. 실제로 ‘공동저당’이란 용어는 강단 일선에서 수많은 학생들에게 한 개의 부동산에 관하여 수인의 저당권자가 있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로 자주 오해되고 있는 바, 입법론적으로 이를 ‘총괄저당’이란 용어로 바꾸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공동소유(Miteigentum=co-ownership)’라는 법률용어는 한 개의 물건에 관하여 수인의 소유권자가 있는 경우를 가리키는데, ‘공동저당’이라는 법률용어가 이에 상응하지 않는 것은 강학상 혼란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내게 찾아와 그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할 때마다 내 입장에서 매우 곤란함을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언젠가 충남대 신유철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신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 법학이 수많은 학생들에게 아직도 매우 어렵게 받아들여지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법률용어의 잘못된 번역에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공동저당\'이란 말이 나오게 된 계기는 \'공동담보\'라는 개념에서 나온 것이다. 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수단에는 연대채무, 보증채무 등의 인적 담보와 저당권, 질권, 양도담보 등의 물적 담보가 있다. 이들은 각각 단독으로 채권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수개의 담보수단이 공동하여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수개의 담보수단이 공동하여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는 경우를 \'공동담보\'라고 하고, 이러한 \'공동담보\' 중에서 동일한 채권을 담보하는 수개의 담보수단이 모두 저당권인 경우가 바로 \'공동저당\'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연원을 무시한 채, 단지 독일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동저당\'을 \'총괄저당\'으로 바꾸자는 것은 대체 무슨 엉터리같은 소리란 말이냐? 제발 학문의 주체성을 좀 상기했으면 좋겠다. 주체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