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에 관한 소고(小考)
최근에 삼성가의 상속분쟁에 관하여 학생들의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쟁점은 결국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행사된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기간이 소제기 시점에 이미 도과해버렸는지의 여부라 하겠는데, 거의 대부분의 법률가들이 이에 관해 입을 모으고 있다시피, 원고인 이맹희, 이숙희씨 측이 피고인 이건희 회장 측에 대하여 상속회복을 청구하기 3년 전인 2008년에 이미 삼성특검의 수사결과발표 및 언론보도 등에서 이건희 회장에 의해 은닉된 상속재산의 존재를 알았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2012년 현재 이맹희, 이숙희씨에게 상속회복청구권은 이미 소멸하였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법감정 상으로는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기간이란 게 이렇게 짧아도 되는가, 이러한 3년의 제척기간이 대체 누구 좋자고 이렇게 짧은 것인가 하는 반발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지간한 비자금은 누구나 다 이렇게 상속재산으로 둔갑시켜 법망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법률규정상 상속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하도록 돼있다(제999조 2항). 일반적으로 소유물반환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아, 동산의 선의취득이나 부동산의 시효취득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소유권자가 무권리자에 대하여 무한히 반환청구권을 갖도록 권리가 보장돼있는 것에 비해볼 때, 상속회복청구권의 단기제척기간으로 인하여 참칭상속인과 그 승계인은 무권리자의 보호를 위한 민법의 일반적 제도를 훨씬 넘어서, 매우 두터운 법적 보호를 받게 되는 셈이다. 참고로, 전세계적으로 상속회복청구권의 권리행사기간이 이렇게 짧은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 이외에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이렇게 짧게 규정된 이유는 무엇인가? 동국대학교 崔彰烈 교수님의 논문을 읽어보면, 일본민법의 제정 당시에 가제도(家制度)의 조기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가독상속회복청구권(家督相續回復請求權)을 지극히 단기의 소멸시효로 규정하였고, 이것이 가제도와 밀접한 관련 있는 재산상속회복청구권에도 준용된 것이, 의용민법시대를 통하여 우리의 관습으로 축적되었는데, 이러한 관습이 우리 민법의 제정 시에도 그대로 답습되어,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이토록 짧아진 것이라고 한다(崔彰烈, 상속회복청구권과 물권적청구권의 관계에 관한 고찰, 381-384면). 일본민법 제정 당시의 일시적이고 특수한 정황에 의하여 그렇게 정해졌을 뿐, 그 외에 별다른 정당화근거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에 반하여 우리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999조 2항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여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 할 수 없고, 또 그 기간이 합리적인 정도로 연장된 이상, 위 조항이 상속에 의하여 재산권을 취득한 자와 그 밖의 원인에 의하여 재산권을 취득한 자를 비합리적으로 차별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憲裁決 2002헌마134).
학설은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너무나 짧다는 쪽으로 의견이 거의 모아지고 있다. 단기의 제척기간으로 인해 참칭상속인과 그 승계인이 지나치게 큰 이득을 본다는 견해도 있고(諸哲雄, 상속회복청구권 - 기능의 면에서 접근한 그 내용해석의 시론 - , 115-116면), 가제도의 조기안정이라는 입법론적 이유가 오늘날 그 의미를 상실한 이상, 그 권리행사기간을 20년의 장기 소멸시효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존재하고 있다(崔彰烈, 위의 논문, 381-384면). 이러한 단기제척기간으로 인하여 상속회복청구권의 제도가 사실상 상속회복제도가 아닌 상속회복의 저지제도로 기능하고 있으므로,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을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다(예를 들어 金鎭雨, 상속회복청구권의 문제점과 개정방향, 138면). 상속회복청구권에 관하여 입법론적으로 제도 자체를 폐지해버리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고(尹眞秀, 상속회복청구권의 연구 - 역사적 및 비교법적 고찰 -, 206면),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지나치게 짧으므로 이를 연장하자는 견해도 존재한다(李和淑, 상속회복청구권과 물권적 청구권과의 관계, 30면; 崔錦淑, 현행민법상 상속인규정에 관한 재검토, 118면). 그 밖에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을 연장하되, 제3자 보호를 위한 규정을 삽입하자는 견해도 있다(李賢宰, 상속회복청구권에 있어서 진정상속인의 보호방안에 관한 연구, 66-67면). 이러한 학설의 견해를 따르자면, 이건희 회장의 상속은닉재산에 대해 상속회복청구권이 더 이상 행사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현행민법 제999조 2항의 규정은 대단히 불합리한 규정이 아닐 수 없게 된다.
삼성가의 상속분쟁에 대하여 특별히 어느 편을 들고 싶다거나 그런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이번 기회에 상속회복청구권의 단기제척기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입법론적인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 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상속의 정의는 소유의 정의 그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로서, 상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망자(亡者)의 재산처분권뿐만 아니라 망자의 정체성 및 그 가족관계까지도 모두 크게 해칠 수 있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혹시나 노파심에서 이야기하는데, 이 문제에 관해서는 또 다시 피 튀기는 논쟁이 벌어질 수 있으나, 최근 홈지기의 개인사정상 이에 관하여 도저히 난타전을 벌일 수가 없는 상태이므로, 죄송하지만 이 글에 관한 논쟁은 정중히 사양한다는 말씀을 덧붙이고 싶다.)
법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과연 상속에 관련해서 소송이 많이 늘어나는 게 좋기만 한 일일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삼성그룹의 비자금 변칙운용이야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그걸 꼭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기간 늘리는 것으로 단속해야만 할까 싶기도 하고요.
가족과 관련된 일은 가급적 가족자치에 맡기는 게 좋은 일 아닐런지... 모든 걸 법대로, 소송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도 법률가들의 좋지 않은 버릇이라는 비법률가들의 의견 또한 주인장님께서는 귀담아 들으셨으면 합니다. ^^
삼성특검도 결국은 삼성비자금이 차명상속재산일 뿐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적 문제도 없다고 매듭을 지은 상태입니다. 주인장은 소위 법대교수라고 하면서 삼성특검의 결론을 대놓고 무시하고, 차명상속이 무슨 대단한 탈법행위인 것처럼 주장하는데, 여기에 대해선 책상물림 학자들의 설익은 치기 아니면 좌익 빨갱이적인 시각이 드러난다고밖에 여겨지지 않는군요.... 흠...
삼성특검 담당자들이 이 글을 읽어면 주인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고도 남을 사안이고, 삼성그룹 법무팀 직원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역시 가만 안 있을 사안입니다. 억대의 위자료를 지급할 만큼 돈이 많으십니까, 혹시? 아니면 감옥에 들어가고 싶으시나?
수천원, 수조원대의 어마어마한 돈이 걸린 소송이 제기되니까 아마 돈냄새를 킁킁 맡고 법학실력도 별로 없는 주제에 몇마디 끼어들고 싶었던 모양인데,
과연 그 뒷감당에 자신이나 있어서 이런 위험한 글을 쓴 것인지 진짜 쓴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