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일 전공수업 강행에 대해서
몇몇 학생들이 내가 이번에 투표일에도 전공수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가벼운 항의를 해왔음.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을 경우 야권연대의 승리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내가 학생들의 투표참여를 방해하기 위해 수업을 강행하는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였는데, 그 말을 듣고 어쩐지 슬픈 생각이 들었음.
왜냐하면 정치혐오도 물론 문제가 있겠지만, 정치과잉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임. 옛부터 개인의 인격수양과 행복증진에 정치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 학생들이 무슨 '심판'이니 '혁명'이니 하는 용어를 써가며 정치참여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정치가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님. 누구는 '닥치고 정치'라 하던데, '닥치고 정치'가 아니라 '가끔은 정치'라고 생각을 해야 그게 건전한 사고라는 게 내 신념임.
이런 말하면 몰매 맞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총선에 여권이 승리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멸망한다고 생각지도 않고, 여당 정치인들이 야당 정치인들에 비해 인격 능력 도덕성 측면에서 그리 많이 뒤쳐진다고 생각지도 않음 (야당 정치인이라고 해서 다 괜찮은 사람들인 건 아님). 야권연대가 승리하면 물론 이명박 정부 하에서 저질러진 숱한 측근비리와 부정부패, 불법사찰 등을 파헤칠 수 있고, 심각한 파행 상태에 있는 신문, 방송과 검찰, 경찰 등을 제어할 수도 있겠지만, 야당이 국회를 장악하면 그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뻘짓을 해서 나라에 해를 끼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승리함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함.
그러니까 요즘같은 정치환경에서 정치적 선택권을 행사한다고 해봤자 결국은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텐데 최선의 무엇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 차악을 선택한다면서 그것때문에 학생의 본업인 공부까지 내팽개쳐가며 소중한 하루를 온전히 공쳐야 하는지는 정말 의문임. 물론 투표일은 법정공휴일이라지만, 공부하는 학생이 무슨 노동자도 아니고, 공휴일이라고 해서 공부하지 않겠다는 발상은 솔직히 이해할 수 없음. 정말로 그렇게 투표가 중요한 일이고 절실히 하고 싶은 일이라면 아이돌 스타 콘서트 티켓예매하듯이 새벽부터 달려가 줄 서서 해도 충분하고 그래도 수업출석하는 덴 지장이 없을 것임.
내 수업 듣는 학생들 중엔 여당성향도 있을 거고 야당성향도 있을텐데, 내 정치성향을 만천하에 커밍아웃해서 어느 한쪽에만 어필하고 싶지도 않고, 그게 교육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생각지도 않음. 무슨 대단한 전공교육에의 정열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이른바 정치라고 하는 국가적 기획이나 파당적 이해관계로 인해 내 강의계획의 정상적 진행과 교육적 목적들이 교란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임.
이건 정치혐오가 아니라, 내가 정치를 너무 사랑(?)해서, 정치에 너무 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충정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음. 어떻게 보면, 투표일에 휴강을 할 경우 학생들이 모두 교외로 놀러가버릴 수도 있는데, 오히려 수업을 강행함으로써 학생들의 투표의욕을 더 북돋을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함.
물론 투표하는 데 시간 10분도 안 걸릴 수 있습니다. 그치만 투표일에도 투표와 상관없이 수업을 정상대로 하시겠다는 것의 상징적 의미가 대체 뭔지도 생각을 좀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투표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닌 것처럼, 대충 해도 되는 일인 것처럼, 공부보다는 덜 중요한 일인 것처럼 1학년 학생들에게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참여의 의미 자체가 별로 없는 것처럼 학생들에게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후배들한테 물어보니 교수님께서는 1학년 수업시간에 "난 지지정당 없다. 투표 안 할지도 모르겠다"는 말씀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교수님한테서 영향을 받는 학생들 중에 정치허무주의와 양시양비론이 옳은 것처럼, 정치를 혐오하고 투표를 안 하는 게 멋있고 쿨한 것처럼 착각해서 투표에 불참하는 학생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부작용은 고려하고서 수업을 강행하시는 건지 여쭙고 싶습니다. 교수님의 개인적 견해는 물론 존중하지만, 그런 견해를 학생들한테까지 강요하지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교수님들께서는 전부 다 "투표에 참가하는 권리는 신성한 거니까, 법조문 한 줄 외우는 것보다도 훨씬 더 소중한 거니까, 그날은 공부 신경 쓰지 말고 반드시 투표에 참가하라"고 독려하시는데, 왜 유독 교수님만 투표의 중요성에 대해 별다른 인식이 없으시고 학생들에게 민법공부만 많이 하라고 요구하시는지, 그런 언행이 교수님께서 중시하시는 '교육적 목적'에 반하는 행동은 아닐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시는 것 같네요. 보수정당 기득권 정치인들이 어떤 인간들이죠? 선거기간에만 국민들을, 민중들을 위하는 척하고, 그 기간만 지나면 자기네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인간들이 보수적 정치인들 아닐까요? (물론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그렇지 않죠. 그분들은 그분들 자신이 바로 민중들이기 때문에, 민중들을 위할 수밖에 없죠.) 솔직히 주인장님 같은 분들의 똥고집때문에 투표율이 떨어지면, 보수적 정치인들은 그나마 민초들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도 안 하게 되지 않을까요?
대체 법대 교수씩이나 된다는 분께서 학생들에게 권리행사를 독려하긴커녕 정치혐오론, 정치허무주의나 퍼뜨리고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네요. 헌법이론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민초들은 정치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나요? 그래야 보수적 정치인들이 민초들 무서운 걸 알고, 그들만의 리그 내에 안주하지 않게 되지 않나요?
주인장님의 행태는 제가 보기엔, 새누리당과 전경련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보수꼴통들이 가장 반길 수밖에 없는, 무책임한 정치행태 같아 보이네요. 입만 살아 있고 행동은 안 하는 사이비 지식인들이 기득권을 비판하는 듯하면서도, 그 기득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동력을 만드는 데에는 전혀 힘을 보태지 않고, 오히려 방해하면서, 자기를 귀찮게 하는 모든 것에 짜증을 부리는 그런 행태. 그런데 그런 비겁함에 편승해서, 기득권은 더욱 더 마음놓고 전횡을 부리게 되고, 민중들은 더욱 더 가혹하게 착취를 당하죠.
솔직히 저는 주인장님 같은 중립적 동조자야말로 우리나라 정치의 진보와 발전에 대해 미치는 해악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네요. 운동권과 진보진영에 아마도 한때는 발을 담근 적이 있으신 것 같은데, 진보진영의 변두리만 좀 얼쩡거리다가 거기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았다는 듯, 진보진영에 대해 온갖 악담과 독설만 늘어놓고, 그와 동시에 보수진영도 비판하는 듯하면서, 실제로는 자기 기득권을 보장해주는 보수적 시스템의 안정을 최고로 치는 부류. 이런 부류들은 보수꼴통 기득권들의 직접적인 수하 충견들보다도 더 나쁜 부류들이죠.
하긴 법대에서 실정법을 가르치는 교수들 모두가 그런 거 아닐까요? 실정법이란 게 기득권질서를 지키기 위한 것 이외에 다른 의미는 하나도 없으니까... 어쨌든 대단히 상징적이긴 하네요. 학생들에게 권리행사는 못하도록 막아버리면서, 기득권질서의 세부사항을 죽어라 암기하는 의무는 악착같이 부과하는 모습. 심지어는 휴일까지 반납하게 하고 그러한 잔인한 의무를 부과하는 모습. (투표하는 데 10분이면 되는 거 아니냐는데, 지방학생들도 있고... 투표장에 가느라 이것저것 준비하고 후보들 팜플렛도 읽어보고, 정견 공약도 비교하고 하다 보면 한나절은 금방 날아가죠. 근데도 투표일날 수업에 들어오라는 건 투표하지 말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죠.)
이건 진짜로 기득권질서의 지킴이다운, 자본에 과잉충성하는 마름과도 같은, 꼴사나운 모습이네요...
겉으론 쿨한 척하면서, 실질적으론 기득권에 개충성하고 진보적 흐름을 가로막는 주인장님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이럴수록 조국 교수님이나 한인섭 교수님, 안경환 교수님, 박경신 교수님 기타 소수의 진보교수님들이 더욱 위대해보입니다. 그분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던지고, 진보진영과 함께 하시는 분들이니까...
반면에 이 홈페이지 주인장 같은 보수꼴통 쓰레기 교수들한테는 비난의 말도 아까운 것 같네요. 진보진영을 폄하하는 거야 그렇다고 쳐도... 그래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라는 게 있는 건데, 투표일날 수업을 강행해서 젊은 학생들 투표까지 못하게 막다니... 진짜 이건 용서할 수 없을 만큼 심했네요.
그런데 그 \'가끔\'이 바로 지금이 아닐까요?
이미 심사숙고 끝에 내리신 결정이라 철회하시긴 힘들겠지만,
투표일날 수업은 강행하시더라도 투표를 독려하는 멘트 한 마디 정도는 꼭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_-;
정치적 삶 이외에 나머지 삶도 신경 쓰라는, 입 달린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공자님 말씀만 하실 게 아니라,
일단 본인의 정치적 애매함에 대해서 먼저 반성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현실의 냉엄함에 대해서도 직시해보라고 했는데,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폐해 이상으로 냉엄한 현실이 과연 뭐가 있는지 그것부터 먼저 얘기해보셨으면 좋겠네요.
당신을 가리켜서 왜 사람들이 자꾸 보수꼴통이라고 손가락질하는지,
머리를 벽에 쳐가며 제대로 반성 좀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주인장님 같은 분은 내일 투표도 하지 마세요.
맨날 학생들한테 투표하지 말란 소리 말고,
본인이나 투표장에 가지 마세요. 너같은 인간은 투표 안 하는 게 우리나라에 더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