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합리적인 행위가 합리적으로 설명된다는 모순
Pareto 사회학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가정은 인간행위의 비합리성에 있다. 사회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행위들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비합리적인 행위 또는 신념에 의해서 구성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성은 사회제도를 형성하는 데 있어 매우 작은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모든 도그마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논리와 경험에 감정적 도그마 이상의 힘과 권위를 부여하려 하는 모든 시도는 다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데올로기라는 개념도 비논리적 행동이 사회에 확장되는 형태에 불과한 것이다.
Freud는 인간이 내적인 충동들과 욕망들을 마치 합리적인 것인 양 꾸미려 하는 성향을 갖는다고 말한다. 이른바 '합리화의 기제'이다. 물론 인간은 논리를 필요로 하고 사고에 굶주려 한다. 하지만 그 필요와 갈망의 이유는 궁극적으로 지극히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데에 있다. 논리 자체를 위한 논리, 사고 자체를 위한 사고는 인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동안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이는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저절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식인들은 인간이 이성에 의해 행동해야만 한다고 설교함으로써 현실에 눈을 감아버린다. 그러나 진정한 현실은 마법과 미신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계몽과 통치의 기교는 이러한 망상과 주술적 감정들을 잘 이용하는 방식들을 찾아내는 데 있는 것이지, 그것들을 파괴시키려는 쓸데없는 노력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데 있지 아니한 것이다.
실제로 어느 나라에서건 가장 뛰어난 정치엘리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논리적인 토론에만 의존하는 일이 거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감정적 선동은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 정치에서도 거의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이성, 상식, 진보 등 모든 근대적 가치에 대한 숭배는, 모든 숭배가 그러한 것처럼, 비논리적 행동으로 분류되어 마땅하다. 이성, 상식, 진보조차 인간의 본성에 깊이 뿌리박힌, 하나의 심리적 현상 정도로 생각해버리는 게 차라리 더 타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인간 세상에 '절대적 옳음'이란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기껏해야 '논리적 옳음'만이 존재할 뿐인데, 논리적으로 옳다는 것이 절대적 진리성까지 담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감정적 옳음' 역시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성이건 감성이건 자기가 '절대적 옳음'에 도달했다고 다른 가치들에 대해 오만할 수 있는 자격을 보유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정치적 자원과 경제적 자원이 이러한 '절대적 옳음'에 의해서 분배될 때, 모든 소통이 '절대적 옳음'에 의해서 관철되어야 한다고 생각될 때, 국가와 법은 지극히 권위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경향을 띠게 된다. 소수의 확신형 인간들이 다수의 미온적 인간들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몰아대고 하다가, 결국 참담하게 실패하고 개망신당하고, 전사회적으로 막대한 후유증을 발생시키는 사태가 일어나고 만다.
자유민주주의의 최대 매력은 모든 종류의 '절대적 옳음'을 부정하고, 지극히 유동적이며 불확정적인 다수의 지배에 의사의 결정을 위임하며, 그 과정을 철저히 평화적으로 관리한다고 하는 점에 있다. 때로는 이쪽 편의 말이 옳을 수도 있고, 때로는 저쪽 편의 생각이나 느낌이 옳을 수도 있다. 때로는 이쪽 편이 정권을 잡을 수도 있고, 때로는 저쪽 편이 정권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정권을 잡은 쪽에 승복하지 않아서도 안 되고, 정권을 잡지 못한 쪽의 논리나 감정을 함부로 무시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정권교체나 의사형성의 과정은 이성적, 논리적, 결정론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지극히 감정적이고 우연적인 요소에 의해 진행되며, 논리적 압도대신에 설복과 감화가 대단히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게 된다. (물론 설복과 감화만으로 소통이 이루어질 수는 없으며, 이성과 논리 역시 소통의 중심축 하나를 분명히 형성한다.)
그 전제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치세력이 있다면, 그 정치세력은 이른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이 되는 것이다. 독재를 옹호하는 파시스트 집단이 되기도 하고, 우상과 도그마를 숭배하는 극렬 광신도 집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Marx조차도 인간이 실제로 행하는 것과 그들이 그들의 행위에 대해 설명하는 관념들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한 바가 있다. 주사파들 혹은 일부 꼴통 페미니스트들이 많은 경우에 곤란한 존재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심지어는 Marx조차도 인정했던 그 인간주체성의 한계를 부정한다고 하는 점에 있는 것이다. 무한절대지존으로서의 집체적 인간주체성을 자기네들 몸뚱이로 직접 체현해 보여주려 하며, 그 과정에서 다른 모든 가치를 기꺼이 초월해버리려 한다는 점에 있는 것이다.
내용이 어렵고... 일리가 있는 부분도 있긴 있지만, 어쨌든 다 읽고 나서 "뭐 이런 게 다 있어?"하는 감정이 욱 치밀어 오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