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主體)가 너무 강하면 이성(理性)이 죽는다.


주체(主體)가 너무 강하면 이성(理性)이 죽는다. 아니 어쩌면 주체라는 것 자체가 지극히 반이성적(反理性的)인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반이성적인 인간들은 대화나 담론의 과정에서 자기 주체적 입장을 언제나 결정적인 요소로서 부각시킨다. "나의 확신이 이렇고, 나의 말이 이러이러해서 옳으니 너는 따라야 한다"는데, 무조건적으로 그렇다는데, 거기다 대고 더 이상 무슨 말을 더 해줄 수 있다는 말인가? (거기다 대고 무슨 말을 하면, 그 '주체'께서는 눈을 빤히 뜨고 노려보다가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곧바로 자기 주체적 반론을 버럭버럭 내지르게 마련일 것임.)

차라리 '난 단지 나일 뿐'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더 낫다.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오로지 '내가 됨(je suis)' 그 자체일 뿐이며, 다른 사람은 거기에 간섭할 권리를 갖지 않는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대화를 거기서 끝내버리기라도 할 수 있으니 오히려 고맙기까지 하다. 진정으로 골치가 아픈 케이스는 자기 입장에서 끌어다모은 온갖 논거들과 자기가 개인적으로 겪고 소화해서 정리한 사건들을 지리하게 늘어놓으며 자기가 마치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인 것처럼 웅변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거기에 맞추도록 끈덕지게 강요하는 것이다. 결국 자기 주체적 입장을 대변하는 가치만이 중요하고, 다른 가치는 그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것인데, 그렇다면 대화는 뭣하러 하는가? 어차피 그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신봉하는 원리와 자기가 만들어가는 실존이 하나로 연결되는 변증법일 뿐이고, 상대방의 입장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물론 재미만 있다면 그 어떤 자기중심적 궤변도 다 용서해줄 수 있으나, 문제는 그런 사람들의 말이 십중팔구 재미가 없다는 것임.)

"난 이렇게 잘난 사람이다"라든가 "난 이렇게 잘 아는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정말로 피곤하다. 그 이유는 그 사람의 너무도 강한 자아(自我)에 감정적으로 불쾌해지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런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진리에 다가가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리는 어떤 정체성(正體性)에도 기대지 않고, 어떤 정체성도 형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이 늦은 밤에 다시금 곱씹어본다.

댓글 5

허정
허정
己所不欲勿施於人(기소불욕물시어인) 즉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마라. 먼저 베풀라 ! 그러면 상대방이 감동할 것이다.
오쉐이돈
오쉐이돈
주체와 자아를 완전히 혼동하고 있네요. 주체철학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시면서 글을 함부로 쓰고 계시는군요. 주체는 "난 이렇게 잘난 사람이다"라든가 "난 이렇게 잘 아는 사람이다"라는 식의 유치한 자의식이 아닙니다. 자아에 대해서도 잘 알고 타자에 대해서도 잘 알고 현실 전체에 대해서도 완전한 인식에 도달한 뒤에 이를 자기 스스로가 중심이 되어 진보적으로 바꾸어보려는 의지를 가진 자, 그러니까 완전히 깨달았을 뿐만이 아니라 실천적으로도 용의주도한 자를 가리켜서 주체라고 하는 거지, 유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왕자병 환자나 공주병 환자를 가리켜서 주체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원래 주체라고 하는 것은 가장 이성적이고 가장 현실적인 완전체를 가리키는 건데, 반이성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그런 걸로 주체의 철학을 폄하하는 것은 완전히 무식한 소리! 미국식 신자유주의자들이나 보수언론들의 악의적 선동에 부화뇌동하는 것에 불과한 겁니다.

주체란 것은 타자, 즉 객체와의 관계에서 주인이 되고, 주도적인 중심인물이 될 수 있는 자, 자기를 변화시킴으로써 타인을 변화시킬 수 있는 변증법적 의식의 발현자를 가리키는 겁니다. 예를 들면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어차피 힘이 없고 열등하고 미국은 힘이 있고 돈이 많고 모든 게 선진적이니 우리는 미국을 따라야 하고 미국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 우리가 지금 당장은 미국에 물질적인 면에서 꿀릴지라도 자존감을 갖고 미국이 우리를 함부로 얕잡아보지 않도록 우리 목소리를 내고, 정신적인 면에서 우리만의 것을 찾고 우리가 더 낫다는 확신을 갖고 물질적인 면에서도 외부의 힘에 대한 나 자신의 종속을 타개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이 바로 주체적 의식인 것입니다.

왜 주인장님께서 주체적인 사람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시는지 대체 그 이유가 뭔지 알고 싶네요. 옛날부터 주체사상에 대해 사사건건 비아냥거리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란 거 그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최근들어 통진당사태 이후 그 악의적 비아냥의 정도가 더 심해지시는 것 같아서 구역질이 날 정도입니다. 주체의 철학이 나쁜 철학이면, 대충대충 시류에 좇아 남이 하는대로 따라하고 귀찮은 거 회피하고 힘센 놈이 시키는대로 복종하며 자기 이익만을 좇아서 편하게 편하게 살자는 것이 주인장님의 철학인 건지 이번 기회에 한번 속시원히 밝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녹두빈
녹두빈
색깔론 공방이 이젠 지겨울 때도 됐는데, 아직도 보수언론에 편승하여 색깔론의 불씨를 살리려고 안깐힘을 쓰는 게 가련해 보이는구료. 할 일이 그렇게도 없소? 밥은 먹고 다니는 거요?

주체사상에 대한 대중들의 거부감을 이용하여 어떻게든 매카시즘 공세를 지속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상하긴 하오만, 그런 꼼수에 속아넘어갈 사람이 이제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구려..
루빈이
루빈이
철학으로서 주체사상이 그렇게까지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건지 의심스럽네요. 아예 맑시즘 정도 된다면 그건 뭐 사실상 철학이라기보다 경제학이고 사회과학이니까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의미를 가질 수 있겠지만, 그깟 주체사상 정도 가지고 그게 정말 인간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인지, 그에 대해 정말 의미를 부여하거나 위협을 느껴야 하는 건지에 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네요.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대한민국 내에서 과연 주목할 만한 다수를 차지하는지도 의문이고, 그 사상이 정말 확산력을 가질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고, 주사파라는 사람들이 정말로 주체사상 교리대로 살아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주체적으로 살아가긴커녕 리더 한 사람에게 모든 판단과 결정을 위임하고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죠). 어차피 실패한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체제가 남한에 이식되거나 접목될 리도 없을 거고, 설령 북한체제가 위협이 된다 하더라도 북한의 경제체제가 주체사상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주체사상 같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에 주인장님께서 너무 시간을 낭비하신다는 생각이 드네요.
H.호나우두
H.호나우두
주사파들도 그렇고, 학교앞에서 전도행각 벌이시는 분들도 그렇고,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너무 '주인 된 삶'을 살려고 하신달까... -_-;

자기들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고, 상대방은 무지몽매 상태에 빠져 있는 죄인들이고, 그러니 내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너희들을 구해주겠다, 이건데요...

그나마 겸손하게라도 다가와서 자기네들이 아쉬운 입장인 것처럼 하는 자세를 취한다면 봐줄만 하지만, 그것조차도 못 갖춘 인간들, 선민의식이나 자기확신에 빠져서 호통치는 인간들을 보면 솔직히 구역질이 나오더군요. 뭐 전지전능의 신세경이라도 경험했나? 어깨에다 똥별 견장이라도 찼나? 싶더군요. -_-;

좌파들만 그런 게 아니라 우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좌우를 막론하고 뭔가 '주인된 삶'을 살려고 하는 인간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 또는 자기 그룹 밖에 있는 사람들을 '노예'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거부감이 느껴지더군요.

꼭 이번 통진당사태때문만이 아니라... 주체사상은 하여간에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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