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사후매수죄 유죄판결에 대해서
곽노현이 대법원에서 사후매수죄 유죄판결을 받았다. 뭐 충분히 예상했던 판결이기 때문에 놀라울 것은 없지만, 의문점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에서 말하는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 또는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받을 목적'이 과연 이 사안에서 인정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민법의 이론을 여기에 함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법학에서 '대가(pretium)'라 함은 '대금(pretium)' 내지 '보수(solacium)'와 같은 것을 말한다. 독일어로는 유상계약을 특징짓는 'Auszahlung'이나 'Vergütung' 같은 것이 있어야 그것이 '대가'가 된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번 사안의 경우 그런 대금지급이나 보수지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기껏해야 비용상환이나 해준 것인데, 이건 독일어로 'Ersatz von Aufwendungen'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payment'의 문제가 아니라 'compensation'의 문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용상환은 민법상 유상계약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무상위임계약관계 같은 데서도 흔히 행해지는 것이다(예를 들면 민법 제688조). 다시 말해, 이건 대가가 있는 유상관계가 아니라 대가가 없는 무상관계, gratuitus한 관계이다.
물론 박명기가 지출한 선거비용이 곽노현을 위한 위임사무의 처리비용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곽노현이나 박명기나 둘 다 공동의 정치적 목적을 갖고 선거에 뛰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둘 다 일정한 비용을 지출하여 마이너스상태가 되었는데, 그 중에서 교육감으로 당선된 사람은 어쨌거나 둘 중의 하나인 곽노현이었고, 여기에 박명기가 조력한 것은 사실이므로, 박명기가 희생한 비용을 곽노현이 보전해준다는 것은 공동사무의 처리비용상환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건 박명기에게 마이너스의 보상일 뿐이지, 플러스이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궁극적으로 박명기가 여기서 모종의 부가가치를 챙긴 것이라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직선거법의 규범취지는 어디까지나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권보장에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론조사 결과 1위를 달리고 있는 어느 후보를 여론조사 2위인 반대진영 후보가 돈 주고 매수하여 (물론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는 것임) 자기가 1위로 올라선 다음에 무난히 당선되는 경우, 이는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인 이상 사후매수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후매수죄 자체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런 경우에 적용되는 사후매수죄까지 내가 부정하려 드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후보의 난립으로 인하여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정치적 견해가 별로 다르지 않은 후보들 간에 후보단일화를 하여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이 보다 더 간명해지도록 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까지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권을 박탈하는 사후매수로 봐야 하겠는가? 그렇다면 예를 들어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총리직(물론 그에 대한 보수도 포함)을 제안하고 후보단일화를 하려 하는 것까지도 사후매수로 봐야 하는가? 그런 식이라면,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여론조사 1위인 김대중 후보에 대항하기 위해 2위인 이회창 후보가 3위인 조순 후보에게 일정한 정치적 지분을 약속하고 후보를 사퇴시켰던 것도 사후매수로 봐야 하는가?
물론 대법원판례의 결론에 전혀 승복을 못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뭔가 찜찜한 구석이 많은 판결이며 나중에 뒷말이 많이 남을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곽교육감이 '대가로서' 2억 원을 주었는지 여부부터가 입증이 전혀 안 됐다고 생각합니다. 곽교육감 측에서 대가로서 지급한다는 취지의 문서를 남겼다거나, 녹취록이 있었다거나, 확실한 증인이 있었다거나 했으면, 그건 증거가 있는 거니까 유죄라 하더라도 할 말이 없었을텐데, "대가가 아니었다는 증거를 네가 제시해봐라" 하고 나오니까 어이가 없어지는 거죠. 무죄추정의 원칙은 대법관님들께서 아예 구워 삶아드셔버린 건지...
설령 캠프 간에 대가지급의 약속이 있었다 하더라도, 곽교육감 입장에서는 그런 게 있었는 줄 모르고 2억 원을 준 거니까 '선의'로 준 것이 맞습니다. 돈 줄 때 뭔가 외부적으로 시끄럽게 문제될 수 있음을 알았다고 해서 '악의'로 볼 수는 없다는 거죠. 단일화의 대가로 준 것인지, 아니면 '카드돌려막기, 자살' 등을 운운하면서 징징거리는 걸 보다 못해 준 것인지가 문제되는 거니까...
곽교육감 측에서도 일처리를 서툴 게 한 것은 좀 있지만, 이걸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법원에서 너무 과감한 판결을 내려버린 것 같습니다...
좌빨 법학자들이나 법학도들은 '선의'란 말을 너무 남용하는 경향이 있는 듯.... 그렇게 '선의'로 돈 줬다는 인간이 돈세탁은 왜 했는지.... 차명계좌는 왜 이용했는지... 이런 비열하고 음험한 행태는 '악의'를 추정할 수 있는 행태 아닙니까?
주인장님께서는 대가를 지급한 게 아니라 비용을 보상해준 거라고 하시는데 형법의 '대가성'과 민법의 '유상성'은 다르져... '대가성'과 '유상성'을 혼동하고 계시는 듯.... ㅠ
박교수가 곽교육감을 위해서 선거에 출마한 것도 아니고... 원래는 자기가 교육감 될려고 선거에 출마해서 등록까지 한 건데;... 그러다가 지지율에서 밀릴 것 같아서 접었으면 선거비용은 자기가 뒤집어 써야 마땅한 거져..... 이건 선거에 출마한 사람으로서 누구나 감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상할 만한 성격의 비용이 아닌 거구요.
곽교육감이 박교수한테 보상해선 안 되는 걸 보상해줬기 때문에 이건 비용보상이 될 수 없고 박교수는 플러스의 이익을 얻은 거나 마찬가지가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대가성'이 있다고 하는 거 아닙니까.... ㅠㅠ
공직선거법의 규범취지는 어디까지나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권보장.... 대체 누가 그딴 소리를 한다는 건지....
공직선거법의 규범취지는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권보장이 아니라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 아닙니까? 선거과정에서 그 어떤 편법도 용납 못한다는 게 규범취지인 걸로 알고 있는디... ㅠ
후보단일화를 위해서건 뭐를 위해서건 선거를 함에 있어서 후보간이나 유권자간에 돈이 오가거나 이권이 오가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공직선거법의 규범취지라 이것입니다.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권이란 권리가 대체 법률에 있는 건지도 금시초문이구여...ㅠ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을 간명하게 하기 위해서? 그럼 후보 단일화 하기 전에 선관위에 유권해석도 묻고 해서 공명하고 정정당당하게 비용을 보상하고 후보 단일화할 것임을 밝히든가 할 것이지 왜 돈세탁은 합니까?
유권자들이 복잡한 정치적 선택을 하든, 간명한 정치적 선택을 하든, 그건 유권자들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져. 왜 그걸 정치인들이 함부로 바꿔 놓으려 하는 건지... 그것도 후보등록까지 다 해놓고 나서.... ㅠ
지들끼리 몰래 돈세탁해서 차명계좌로 돈 2억 원 이체해주고 그런 편법으로 후보단일화해서 교육감 자리 나꿔챈 자들도 처벌 못하면 공직선거법이 대체 왜 있어야 하는 건지... 선거가 무슨 장사판인 줄 아나...
보수진영 교육감후보들은 뭐 후보단일화할 만한 의사나 능력이 안 돼서 못한 줄 아시는지.... 공직선거법이 후보단일화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어놨기 때문에 후보단일화를 못하는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래 편법으로 후보단일화해서 교육감이 됐으면 공직선거법에 의해 직위가 박탈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거져... ㅠ
문재인과 안철수 얘기도 하셨는데, 문재인과 안철수도 후보단일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직선거법을 뭐 허수아비로 보나, 뭘로 보나... ㅠ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만약에 둘이 앞으로 후보단일화해서 어느 한쪽이 단일화 효과로 대통령이 돼버리면...
둘 다 곽노현이랑 똑같이 콩밥을 먹여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 같아선 노무현이가 대통령 당선된 것도 똑같은 원리로 무효화시켜버렸으면 좋겠는디... (정몽준이랑 단일화해서 대통령 자리 비열하게 도둑질해간 것... 생각할 수록 치가 떨립니다... ㅠㅠ)
무죄추정 원칙 얘기하셨는데 '대가를 지급할 목적'에 대해 그렇게 엄격한 물증을 요구한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자 가운데 도대체 처벌될 사람이 누가 있을지... ]
문서 등의 확실한 물증? 도대체 뒷돈 약속하고 하면서 문서 등의 물증을 남기는 사람이 어디 있을지.... 그러니까 '대가를 지급할 목적' 같은 것은 어차피 내심의 의사이기 때문에 물증 같은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거구여. 어느 나라 법원에서든 정황증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돠...ㅠ
서구의 법관들은 사악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 사람들이 함부로 재판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무죄추정 원칙이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ㅠ
우리나라 법관들은 최고의 엘리트들이고 성당의 신부님과 맞먹는 정도의 직업적 신뢰도를 얻고 있는 분들이신데 도대체 우리나라 법실무에 왜 무죄추정의 원칙이 필요하다는 건지...
서구의 법조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은 사대주의적 편견이 아닐까효? 주인장님께서는 서구에서 하는 거라면 무조건 다 옳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건지.... ㅠㅠ
"강경선은 2010. 5. 19. 금전지급 합의(양 후보자의 실무자 사이의 합의)에 대하여 곽노현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인식하였고, 이에 따라 곽노현이 부탁하는 대로 박명기의 오해와 원망을 풀어주고 이를 통하여 곽노현의 원활한 교육감직 수행에 도움을 주고자 박명기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알린다는 취지에서, 곽노현에게 금전 제공을 제안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위와 같은 강경선과 다른 피고인들의 관계, 강경선의 사건 관여 동기, 경위 및 역할의 정도와 내용, 특히 강경선은 박명기의 후보자 사퇴과정이나 곽노현의 선거운동에 관여한 바 없는 점 등의 여러 사정을 비추어 보면, 원심이 제시한 사정만으로는 강경선에게 곽노현이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으로 박명기에게 2억 원을 제공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돈을 전달한 강경선 교수에게는 후보사퇴에 대한 대가지급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고서, 왜 곽노현 교육감에게는 그런 목적이 있었다고 봤는지 그게 정말 궁금하다는 겁니다. 분명히 곽노현 교육감은 박명기 교수의 오해와 원망을 풀어줄 목적밖에는 없었던 게 판결문에서도 드러나는데 말이죠.
선거비용이 7억 원 들어갔는데 그걸 다 보전해줬다거나 아니면 돈 십억이나 줬거나 했으면 모르겠습니다. 딸랑 2억 원 보전해줬는데 그 정도면 그냥 성의표시나 한 거지 이게 무슨 후보단일화를 돈 주고 샀다고 난리를 치고 그러는 겁니까.
정지혁님의 댓글도 읽어봤는데 이건 진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될지... 하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