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법률학회 국제학술회의의 짤막한 후기
문화는 빈곤한데, 문화 담론은 과잉이다. 법학은 빈곤한데, 법학자들의 학술대회는 지나치게 많이 개최된다. 그래도 가끔가다 학술대회에 나가서 자기 진심을 담아 얘기하시는 분들을 뵙곤 한다. 아주 작은 단서 하나를 끄집어내는 데 불과한 것이지만, 평소부터 오래 생각하고 깊이 들여다보고 널리 둘러본 것들을 말씀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작은 목소리에 어눌한 말투라 하더라도 그 울림이 큰 것을 느낀다.
한독국제학술회의에 나가면 언제나 드는 생각은 물론 "독일어공부 좀 더해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많다. 학회에 나가보면 의례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얘기들만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단 한 마디 얘기를 해도 언제나 자기 독특한 생각이 있고, 자기가 깊이 생각한대로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얘기하면 또 독일예찬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독일 법학자들이 대체로 후자에 가깝다. 결코 호통치거나 훈계하거나 비아냥대지 않으면서도 곱씹어 생각할수록 서슬이 퍼런 말들을 한다. 이건 누가 누구를 이기고 하는 승패의 문제가 아니다. 타인을 억압함으로써 얻는 구속의 반대급부, 즉 권력의 문제도 아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할 때 가장 자유롭고 힘이 있는 것이다. 위세를 갖고 찍어누르듯 객관적 진리를 얘기하는 사람보다, 단아한 품새로 여유롭게 자기 주관적 생각을 말하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새삼 느껴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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