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모델, 소비자보호, 경제민주화


열흘 전에 열렸던 한독법률학회 한독학술대회 얘기를 좀 더 해보고자 함. 거기서 내가 독일 인터넷계약법 및 소비자사법의 정보모델 등에 관해 발표를 하였는데, 그에 관해 독일의 여러 교수님들께서 표명하신 의견들을 오늘 다시 한번 곱씹어보니, 참 흥미롭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음. 그 학술대회에서 내가 발표한 것은 독일민법과 소비자보호법의 이론적 바탕을 이루고 있는 '정보모델'이라고 하는 것의 비현실성에 관한 것이었음. 소비자들에게 정보만 많이 제공해주면, 소비자들이 그 정보를 가지고서 알아서 자기 권리를 지킬 것이므로, 계약법적 차원에서 많은 정보의 강제를 통해 시장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소비자주권도 확립시키고, 경제민주화 역시 이룩할 수 있다는 게 그러한 '정보모델'의 기본발상(예를 들면 훔볼트대학교의 슈테판 그룬트만 교수님께서 갖고 계시는 발상 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발상은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시간적 제약, 주의의 제약때문에 비현실적 환상에 가깝다는 것이 내가 발표한 내용이었음. 그런데 그러한 내 생각에 대해 독일 교수님들께서는 의외로 공감을 표시하시면서 내 생각에 지지를 보내주었고, 긍정적인 코멘트를 달아주기도 하였음.

특히 만하임대학교의 마티아스 배커 교수는 독일의 개인정보보호를 예로 들면서 내 주장에 지지를 표명해주었음. (우리나라에서도 물론 그렇지만) 독일에서 온라인거래를 할 때에 개인정보와 관련해 수많은 약관과 지침들을 읽어보도록 법이 요구하고 있으나, 독일 소비자들 대부분은 이를 전혀 읽지 않는 것이 현실이므로, 소비자보호의 명목 하에 이런 식의 정보제공의무를 어마어마하게 규정하고 그러한 정보제공의무를 중심으로 하는 허상적 정보모델을 통하여 마치 사적 자치에 입각한 소비자사법이 확고히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이론적 조작을 하는 것은 현실을 속이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매우 날카롭고도 속 시원한 지적이었음. 나 역시 진정한 소비자보호는 사업자들의 악덕행위에 대한 감독관청의 사전허가 및 사후검열, 즉 공법적 수단이 주된 것이어야 하고, 소비자사법의 존재의의는 솔직히 의문스럽거나 협소하다는 입장이었으므로, 이러한 독일 교수님들의 의견개진과 공감표시는 내게 상당히 기쁘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음.

그것 외에도 나는 독일의 약관규제법이 일목요연하지 않고 내용통제와 편입통제의 구분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오히려 한국의 약관규제법보다도 못한 점이 많다는 얘기까지 하였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독일 교수님들은 전혀 반박하지 않고 의외로 내 생각에 대략 수긍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셨음. 물론 그 분들께서 언제 입장을 바꾸고 내게 비판적 태도를 취하실지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와 관련해서 보다 더 논리를 가다듬어 한 편의 제대로 된 논문을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가져보게 되었음.


댓글 5

春龍
春龍
평소 우리나라 대학교수 나부랑이들이 국제학술대회에서 외국 학자들과 무슨 수준높은 학술적 논의를 주고받았네 어쩌네 하는 소리들을 콩으로 메주 쒔다 해도 믿지 않는 사람으로서 위의 얘기들은 정말 병맛 같은 얘기로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주인장이 그렇게 독일어를 잘 합니까? 그렇게 독일어를 잘 하면 홈페이지도 아예 독일어로 만들고 논문도 독일어로 쓰고 강의도 독일어로 하고 할 것이지 왜 홈페이지에는 한글만 이렇게 그득그득한 겁니까? 혹시 그 자리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버벅대고 있다가 여기 인터넷에서는 뭐 대단한 찬사라도 들은 것처럼 사기를 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독일어를 잘 하면 연봉도 많이 주고 교육여건도 좋은 독일대학에서나 교수노릇을 하고 있을 것이지 도대체 국내에서 대학교수질은 왜 처하고 있는 겁니까? 독일대학 교수들이 칭찬해줘서 그렇게 우쭐해졌습니까? 그 사람들이 그렇게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개한테 뼈다귀 던져주듯이 돈 안 드는 덕담 몇 마디 해준 거를 가지고서 열흘이 지나도록 그렇게 할딱할딱 핥아먹고 있는 겁니까? 독일에서 뭐 수백억 유로나 벌어왔다거나 하면 외화획득의 공이라도 인정할 수 있을 겁니다. 독일의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이 실렸다거나 독일 학술단체에서 무슨 학술상이라도 받았으면 자랑거리라고 인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근데 뭐 독일 교수들이 의례적으로 별 내용도 없는 공치사 몇 마디 한 거 가지고 일생일대의 영광이라도 얻은 것처럼 부풀려서 자랑하고 난리를 쳐댑니까? 싸이 같은 가수는 미국과 영국에서 빌보드챠트 1위를 해도 자랑 한 마디 안 하고 겸손하던데 모름지기 교육자로서의 자격을 갖추려면 싸이 하는 거나 좀 보고 배우세여. 웬만하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보면 볼수록 그 사고수준이 같잖고 인격의 수준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한마디 하고 가는 겁니다.
H.호나우두
H.호나우두
ㄴ 병먹금. 여러분들 모두 반응 보이지 말아주세요. -_-;
임충선
임충선
저는 春龍님께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시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것 같은데요. 학술대회에서 외국학자가 단순히 몇 마디 멘션한 거 가지고 누구의 학문적 입장을 지지해줬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것이 관례이고, 그걸 그렇게 여기 주인장님처럼 과장해서 말하면 '설레발'이란 소리 듣기 딱 알맞기 때문이죠. 주인장님은 소비자보호법의 이론적 바탕이 정보모델이라고 했는데, 그건 너무 독일법에 치중된 사고인 거 같고, 관념적이며 형이상학적인 소리를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영미법에서는 소비자보호의 근거를 그냥 consumer-business interaction에서 발생하는 product liability라든가, fraud라든가, misrepresentation이라든가, privacy rights의 침해 등등의 사례에서 찾고 있는데, 구체적 현실과 상관없이 너무 뜬구름 잡는 논의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깝고 한심한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consumer protection이라고 하면 그냥 consumer protection인 거지, 거기에 무슨 근거를 따지고 모델을 따지고 하는 건지 정말 웃음이 나오는 것 같구요. "소비자보호의 명목 하에 이런 식의 정보제공의무를 어마어마하게 규정"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그런 이유로 전세계 법률에 그렇게 무수히 존재하고 있는 정보제공의무들을 전부 다 없애버리기라도 하실 거라는 얘긴지, 우리 법률에 규정된 그 다종다양한 정보제공의무의 덕분에 구체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소비자들도 존재한다는 객관적 현실을 도외시하시겠다는 건지 진심으로 묻고 싶어지네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약관을 읽지 않는다는 주장도 도무지 신뢰할 수 있는 건지 의문스럽구요.) 그리고 주인장님은 소비자보호에 정보제공의무만 있는 것처럼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소비자보호에는 정보제공의무만 있는 게 아니라 cool-period(우리나라에선 '철회권'이라고 얘기하죠?) 같은 제도도 있고, 아주 다양한 규정과 제도, 조직들이 소비자보호를 위해서 존재하고 있죠. 그런데, 그 많은 소비자보호규정들을 어떻게 하나로 통일해서 설명하려 하신다는 건지 참 용감하다~~ 하는 느낌도 받게 되네요. 결론적으로 주인장님의 글을 읽으면서 너무 관념적이고 현학적인 장광설을 늘어놓으시는 것 같다는, 이런 게 만약 독일법학의 단점이라면 앞으로 우리는 이런 병폐를 최우선적으로 지양해야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되었습니다.
maria
maria
저는 이해가 안되는데여..
春龍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자기 의사 표시를 하기보단 자기 감정표출에 급급하단 생각밖에 안듭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신경질을 마구마구 부리는 것 같아 눈살만 찌푸려 지네여.. -_-;;;
교수님과 상반된 의견을 내놓는 건 좋은데.. 표출보단 표현을 하셨음 한다는..
노광균
노광균
경제법 시간에 정보제공의무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는데, 무슨 얘긴지 하나도 알아 들을 수 없었던 기억이 나네요. 사업자들에게 정보공개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지만, 이게 민법적 성질을 갖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사실상 공법적인 수단에 가까운 것이 아닌지...

저는 교수님의 의견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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