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공부 어떻게 해야 하나?


수많은 학생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법과대학에 입학하지만, 막상 입학하고 난 뒤에는 법학에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민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어차피 대입 이전부터 학력이 좋지 않았다거나 법학 공부에 그리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기본적인 두뇌 탓이나 본인의 정성부족 탓으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나, 대입 이전까지만 해도 학력이 매우 좋았던 학생들이나 법학공부를 아주 열심히 한 학생들조차 법학공부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책이 안 읽힌다거나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며 좌절하는 예가 많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법학공부에도 일정한 방법론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무조건 공부량을 늘린다고 해서 법학을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방법론을 충실히 따라야만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법학실력의 효율적 향상을 기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법학공부의 방법론에 대해서 간략히 논해보고자 한다.


1. 법학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

법학을 공부하기 전에 법률 관련 직업에 종사하여 법학에 관한 기본소양이 많이 다져져 있는 학생이라면 물론 그렇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처음에 법서를 읽을 때, 당황하는 마음을 갖고 두려움을 느끼기가 쉽다. 대개의 경우 법학개론과 민법총칙으로 본격적인 법학을 처음 접하는 게 보통인데, 둘 다 일반인이 사용하지 않는 법률용어로 대부분의 내용을 채우기 때문에, 이게 우리나라 말로 된 책인지 외국어나 외계어로 된 책인지 알 수 없는 때가 많고, 그로 인해 자기 전공인 법학에 대한 애정은 커녕 혐오감만 갖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법서는 매우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문장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읽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특히 대입공부를 하면서 가독성이 높게 잘 만들어진 교과서에 익숙해 있던 학생들은 법학 교과서를 읽으면서 더욱 큰 불편을 느끼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대입 수험서로 읽던 교과서나 참고서는 삽화도 많고, 편집도 예쁘게 잘 돼있고, 텍스트의 윤문이나 교정도 잘 돼있고, 여러 모로 친절한 내용과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게 보통인 반면, 법서는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입 수험서의 품질이 좋은 이유는, 사실 대입시험의 경우 그 수험생의 숫자가 워낙 많아, 시장이 아주 크게 형성되어 있고, 각 과목당 교사들의 숫자 역시 매우 많아서, 출판사 또한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여 교과서를 잘 만들 수가 있다는 데 있다. 그에 반하여, 법학 교과서는 각 과목당 교수님들의 숫자도 그리 많지 않고, 시장도 그리 크지 않아, 교과서에 아무래도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법학이란 학문 자체가 워낙에 치밀하고 냉정한 특성을 갖고 있는 편이라, 대범한 성격에 부드럽고 원만한 처세와 너그러운 융통성, 그리고 동정심을 강조하게 마련인 우리 한국인의 정서에는 이러한 법학의 성격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법학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전혀 친근한 모습을 갖추지 못하게 돼있는 것이다.

특히 신입생들이 처음 접하는 법서인 법학개론은 자세히 설명하거나 예를 들지 않고, 대개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빨리빨리 넘어가버리는 식의 구조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학개론서에 씌어 있는 게 대체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알기도 어렵고, 아무래도 끝까지 읽기에 법학개론서는 지루한 책일 수밖에 없다. 물론 민법총칙 교과서는 그에 반해 설명이 비교적 상세한 편이나, 역시 채권법이나 물권법의 기본지식이 없는 한, 그 자세한 설명들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법을 이제 막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법학개론과 민법총칙 교과서는 우선 법에 대한 거부감부터 불러일으키기가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어렵고 거부감이 느껴진다 하더라도, 법학개론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고, 법학 공부의 절반인 민법을 아예 총칙부터 포기해버릴 수도 없다. 아무리 책에 정이 붙지 않더라도 법학개론과 민법총칙 교과서를 붙잡고서 끈기있게 읽기 시작해야 하며, 나 자신에게 법학공부를 갖다 맞추려 하기보다, 법학공부에 나 자신을 갖다 맞추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2.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일단 법공부를 함에 있어서 첫번째로 명심해야 할 것은,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음을 확실히 인지하고서 법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데 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처음 법서를 읽을 때에는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이, 그냥 모르는 것은 건너 뛴다는 생각으로 속독(速讀)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특히 법공부처럼 거대한 유기적 체계의 덩어리를 한꺼번에 집어삼켜야 하는 공부에 있어서는, 일단 전체를 개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면서,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 훑어보고, 기본개념만 머릿속에 넣어둔다는 식으로 빨리빨리 진도를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의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교과서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그냥 꾹 참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어가려고 하는 것은, 매우 우둔하고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자칫 초보시절부터 법학에 대한 흥미 자체를 잃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처음 읽을 때부터 완전히 허술하게 건성으로 읽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각 단원마다 제일 첫 문단은 당연히 다 읽어야 하고, 각 문단마다 제일 첫 문장 역시 당연히 다 읽어야 한다. 굳이 다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문장을 찬찬히 읽어가다가 전혀 모르겠다 싶은 곳이 나올 경우, 그 문단의 나머지 문장은 과감히 건너 뛰는 식으로 읽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건너뛰면서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 그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는 교과서의 뒷장에 나오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 문장 속의 법률용어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뒷부분에서야 겨우 나오기 때문에, 그 전에는 어차피 그 문장의 제대로 된 이해가 불가능하므로, 불가피하게 건너 뛴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니까 나중에 그 단서를 찾았을 때에 다시 앞으로 넘어가서 그 몰랐던 부분을 다시 읽는다는 생각으로 훑어보아야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눈으로만 훑어보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밖에 민법과 같이 분량이 많고 내용도 어려운 법들은, 민법총칙만 속독해가지고서는 전반적인 내용을 개관하기가 쉽지 않다. 민법총칙부터 물권법, 채권총론, 채권각론까지 교과서 네 권을 한꺼번에 훑어보듯 읽고, 그 다음에 다시 민법총칙의 본격적인 정독으로 돌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법과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바로 민법총칙 수업부터 듣는 학생들의 경우, 채권법이나 물권법의 교과서까지 다 읽을 만한 시간은, 그것이 아무리 속독이라 하더라도, 도저히 안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럴 때에는, 그냥 민법총칙 교과서 하나에만 집중해야 하고, 채권법이나 물권법 교과서까지 다 읽겠다는 욕심은 버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민법총칙 교과서의 완전한 이해는 어차피 불가능함을 감안하고서 공부해야 한다. 그러니까,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것만을 철저히 이해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과서를 읽다 보면 실질적 법률문제와는 별 상관없는 관념적 학설논쟁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처음 교과서를 읽는 사람들의 경우 이러한 추상적인 학설대립이나 무익한 논쟁에 관한 내용은 가급적 건너 뛰어버리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러한 부분은 물론 교수님들께서 매우 심혈을 기울여 집필하신 부분이긴 하지만, 법학에 거의 통달한 사람들 간의 의견대립을 기록한 것으로서,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그런 부분의 이해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 뻔하고, 많은 경우 그런 내용들은 실제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안 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강의교재로 읽는 법서라면, 교수가 수업시간에 강의하지 않은 내용이거나 굳이 읽을 필요 없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한 부분까지 모두 읽을 필요는 없음을 알아야 한다. 어차피 그 내용은 학생들이 거의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교수가 나름대로 판단하였거나 실제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들일 가능성이 꽤 높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내용이 명백히 틀린 부분이어서 읽지 말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다 빼놓고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 아무리 어려운 법서라 하더라도 처음부터 큰 부담없이 읽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3. 암기할 것은 암기하고 철저하게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처음 교과서를 읽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개념설명에 관한 내용들(대개 교과서에서 '의의' '정의' '개념' 등의 제목 하에 나와 있는 내용들)은, 아무리 읽기가 싫더라도 반드시 모두 읽어야만 한다. 모두 읽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들을 머릿속에 꼭 넣어두어야만 한다. 마치 고등학교 시절 영어단어나 수학공식의 암기를 해야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대학교에 와서까지 이러한 암기식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학생들도 물론 일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법학을 잘 하는 학생과 못 하는 학생의 차이는 실제로 이렇게 꼭 암기해야 할 것을 잘 암기했는지, 아니면 암기하지 못했는지 여부에 의해서 아주 간단하게 갈리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을 잘 명심해야 한다. 대학공부라 해서 모든 것이 자유로운 토론과 사유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환상이며, 어느 공부든 이렇게 고통스러운 암기를 기피하고서는 제대로 된 공부가 불가능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강의를 들으며 법서를 읽는 경우, 교수가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였거나 꼭 읽어보라고 특별히 언급한 부분은 반드시 읽어봐야만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교수가 수업시간 중에 외우라고 한 부분은 가급적 그 날 안으로 다 외워버리는 것이 좋다. 그때 외워버리지 않으면, 다음 수업내용을 이해하거나 교과서의 다음 부분을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 자기가 수업시간에 한번 이해했던 내용이라 하더라도, 이해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한번 이해했다 하더라도 나중에는 헛갈릴 수가 있으므로, 그것이 완전히 자기것이 될 수 있게끔 단단히 익히는 과정이 꼭 뒤따라야만 한다. 예를 들어 자기만의 언어로 한번 연습장에 써보는 것도 좋고, 그 주제에 관해 친구들과 열띤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다. 그 밖에, 교수에게 달려가서 질문을 해보는 것도 좋다. 물론 교수들이 귀찮아 할 수도 있겠지만, 교수에게 질문 많이 하는 학생들일수록 법학 공부를 잘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꼭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 학생들은 그렇게 질문하는 것을 통해서 자기가 배웠던 것을 '익혔기' 때문에 그렇게 공부를 잘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과서를 처음 읽을 때에는 전체를 개관하기 위해 속독(速讀)을 해야겠지만, 두번째 세번째 읽을 때에는 가급적 완전히 이해하겠다는 목적으로 숙독(熟讀)을 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교수가 이미 수업시간에 강의한 내용이라면 반복적으로 읽거나, 혼자서 깊이 생각해보거나, 교수에게 질문하거나 해서 완전히 소화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두번째 세번째 읽을 때에도 첫번째 읽을 때처럼 그냥 훑어보듯이 읽어버리면, 영원히 그 책의 대략적인 윤곽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아예 안 읽었다면 차라리 안 읽었다는 사실에 대해 조바심이라도 가질 텐데, 회독수에만 집착하여 허술하게 많이 읽은 것으로 만족하고 있으면, 마치 자기가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게 된다. 그러니까 두번째 세번째 읽을 때에는 정말 꼼꼼하고 치밀하게 각 문장들을 분석하고 쪼개어가며 책을 읽어야 한다. 교과서에 '참조' 표시가 되어 있는 것도 다 찾아서 읽어야 하고, 모르는 법률용어가 나오면 반드시 그 뜻을 철두철미하게 알고서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많은 학생들이 시험 보기 전에 교과서의 시험범위를 단 한 번만 읽고 가는 것으로 족하다고 착각하곤 하는데, 절대 한 번만으로는 부족함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세 번은 읽고 가야 시험을 볼 수 있고, 심지어는 시험 보기 전에 4~5회독까지 하는 학생도 있으니, 이를 악물고 회독수를 늘리는 데 주력해야만 할 것이다. 고작 두 번밖에 안 읽었다면 적어도 자기 연습장에 자기만의 요약본 하나는 만들어 놓고 가야 시험을 제대로 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케이스문제를 풀어야 하는 경우, 자기가 배운 것을 구체적인 사례에 대입해서 어떤 결론이 나오게 될 것인지까지 모두 백지 위에 그릴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만 한다. 물론 수업시간에 들은 것 중에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은 것들은 교과서나 연습장에 반드시 정리를 해놓아야 하고, 대부분의 경우 교과서의 텍스트보다는 수업시간에 메모한 것들이 더 중요하며 시험에도 더 도움이 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4. 교과서를 읽을 때 법전도 반드시 함께 봐야 한다.

해마다 학생회에서 학생들에게 법전과 법률용어사전의 공동구매를 장려하는데, 이러한 법전과 법률용어사전을 교과서와 함께 꼭 읽어야 하는지도 문제된다. 그런데,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학도에게 있어서 법전은 군인에게 있어서 총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꼭 있어야 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 그러니까 법학교과서를 읽을 때에도 항상 옆에는 법전을 갖다 놓고 교과서를 읽어야 하며, 교과서를 읽다가 법조문 숫자가 나오면 반드시 해당 법전을 열어서 그 해당 법조문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그 다음에 교과서를 다시 읽는 습관을 붙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아주 무식한 방법 같지만, 이왕이면 교과서에 나오는 법조문을(물론 중요법조문만을) 아예 외워버리는 것도 아주 좋은 공부방법이 될 것이다. 법조문을 외울 경우 법학의 기본개념과 기본원리를 자동암기하는 장점이 있는 것과 별도로, 법률문장의 리듬과 스타일을 익히게 되는 등 여러 모로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법조문을 외우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울 경우, 교과서에서 일정한 법조문이 소개될 때마다 법전에서 그 법조문을 찾아낸 다음, 연습장에 그 법조문을 또박또박 써보기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법학공부의 중심은 교과서가 아니라 법조문에 있음을 그로써 스스로에게 세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법학공부의 중심이 교과서가 아니라 법조문에 있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가 불문법계가 아닌 성문법계 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성문법계 국가에서 법학이란 결국 법조문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을 배우기 위한 학문인데, 해석과 적용의 재료가 되는 법조문은 거의 읽지 않고, 그 해석과 적용의 결과에 해당하는 교과서만 읽어대는 것은 본말을 전도한 것일 뿐 아니라 핵심을 빠트린 공부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각종 법학관련 객관식 시험문제를 보아도, 법조문만 제대로 외우고 있으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들이 태반임을 볼 수 있으며, 학생들이 그토록 중시하는 학설은 시험문제에 그리 많이 출제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법률문제로 첨예한 분쟁이 발생한 상황에서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것 역시 결국은 법전에 어떻게 씌어 있는가 하는 것이지, 학설이 어떻게 갈리는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론과 학설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보다, 법조문을 많이, 그리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결국은 기본기에서 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법조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과서의 해석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러나, 일단 법조문이 뼈대가 되고, 거기에 이론이나 학설 같은 것으로 살을 붙여가며 법공부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전에는 대법전이 있고, 소법전이 있는데, 우리가 대법전까지 볼 필요는 물론 없다. 대법전은 사법실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보는 법전으로서, 수험생들에게는 너무 크고 무거운 법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법전에는 판례가 붙어 있는 법전이 있고, 그냥 간단한 법전이 있는데,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취향에 맡겨놓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추천을 하자면, 판례는 없되, 글자는 크고, 아주 필수적인 기본법률들만 그 안에 들어있는 가볍고 조그마한 법전 하나를 구입해서 항상 들고 다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법전이 무겁거나 글자가 너무 작으면 아무래도 수험생 입장에서 이를 가까이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률용어사전은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모르는 법률용어가 나올 경우 이를 메모해두었다가 나중에 인터넷에서 한꺼번에 검색하는 것이 더 추천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법률용어라는 것이 외국어처럼 우리 말로 바로 번역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법률용어사전이라고 해봤자 결국은 일정한 법률용어를 다른 (더 어려운) 법률용어로 바꿔서 설명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어려운 설명은 초심자에게 이해는커녕 혼란만을 유발할 확률이 더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짤막하게 정의를 내리는 것보다 초심자에게 더 좋은 것은 그 법률용어가 현실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그 풍부한 용례를 많이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법률용어사전보다는 구글,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검색엔진이 더 많이 가르쳐줄 수가 있는 것이다. 그 밖에 일정한 법률용어의 설명 가운데 가장 쉬운 것은 대개 그 법률용어가 속하는 법과목의 교과서에 나오는 것이지, 법률용어사전에 그것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봐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법률용어사전은 법학도에게 그리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5. 한자공부는 하면 좋지만 안 해도 좋은 것이다.

요즘은 사정이 많이 나아졌지만, 법학서적에는 그래도 한자가 참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옛날 학생들은 고등학교 시절에 한자를 많이 배워서 대학에 진학을 했기 때문에 한자가 사법시험공부에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요즘 학생들은 고등학교 시절에 한자를 그리 많이 배우지 않기 때문에, 한자로 인해서 법학공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매우 많은 게 현실이다.

여기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하자면, 일단은 법을 공부한다고 했으면, 한자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한자공부를 따로 한다든지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법학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한자라는 것은 사실 한정되어 있고, 그것이 워낙 되풀이되어 나오기 때문에 처음 몇 달동안만 옥편과 자전을 찾으며 고생을 하고 나면, 그 뒤에는 한자때문에 그리 큰 고생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민법총칙이나 형법총론 교과서부터 주욱 읽어나가면서, 거기에 나오는 한자만 제대로 읽겠다는 생각을 해보자. 그러면 법학공부를 위한 한자공부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렇게 한자를 공부해두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것이, 아주 어려운 법개념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한자로 직접 써보고 나면 의외로 이해가 잘 되고, 암기하기도 더 편하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자에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한글만 들어있는 문장보다는 오히려 한자가 적당히 섞여있는 문장을 읽기가 더 쉽고 편하다는 사실을 경험해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 법학을 공부하면서 교과서와 법전을 뒤적거리는 것도 벅찬데, 옥편과 자전까지 찾아가며 공부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분들께서는 한자가 아니라 한글 중심으로 서술된 교과서를 골라서 읽으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한글시대라서 법원의 판결문도 한글로 나오고, 변호사들이 의뢰인들에게 보내는 법률상담메일도 모두 한글로 발송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시기에 한자를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많은 법률용어를 한자로 암기하는 게 정 힘들게 여겨지신다면, 그냥 한글로 암기하셔도 무방함을 알려드리고 싶다. 일단은 한자를 익히는 것보다, 눈과 입에 법률용어의 한글 글자와 발음을 붙이는 것이 더 중요하며, 초심자의 입장에서 한자는 나중에 천천히 익혀도 무방할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6. 강의는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학생들 중에는 강의를 전혀 듣지 않고, 독학(獨學)으로 교과서만 읽으면서 법학을 마스터하려는 학생들도 많다. 강의하는 교수가 전혀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거나, 남달리 수업시간에 졸음이 자주 오는 편이라거나, 강의실이 답답하다고 느껴지는 경우, 수업을 듣는답시고 낭비하는 시간에 그냥 혼자 도서관에서 교과서만 읽어도 될 것처럼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혼자서 책만 줄기차게 읽는 식으로 공부를 하게 되면 독단에 빠질 위험이 있고, 공부에 흥미를 잃을 위험도 상당히 크다. 더구나 우리나라 법학 교과서들은 교육적 목적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 학문적 목적에서 각 교수들이 자기 나름대로 법학의 추상적 명제들을 체계적, 종합적으로 서술하겠다는 식으로 만든 것들이기 때문에, 초학자가 그러한 교과서들만 읽고서 법학의 속살을 알기에는 여러 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법학 교과서에는 쉬운 사례가 풍부하게 소개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개념이 실제와 연결되는 식으로 생동감 있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므로 법학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또 하나의 필수적인 방법은 꼭 강의를 듣도록 한다는 것이다. 언변과 유머감각이 있고, 적합한 사례를 유효적절하게 제시하여 쉽게 개념설명을 하는 교수나 강사에게서 강의를 들으면, 단기간 내에 법학실력이 부쩍 향상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지루하고 어렵게 강의를 하는 교수님이라 하더라도, 나름대로 오랜 기간동안 법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지적하고, 각 법제도와 법문제 간의 상호 연관과 맥락을 가르쳐주며, 각 교과서에 나오는 결론들이 어떠한 경로에 의해서 도출되었는지 정도는 얘기해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학생들은 큰 도움을 받게 된다.

그리고 법개념을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귀로도 들으면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의를 듣는다는 것은 법학을 공감각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할 것이다. 강의 중에 어려운 말을 들으면서 자꾸 자극 받은 것들로 인하여 법학을 공부하려는 투지가 샘솟을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한다 할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 정해주는 강의순서를 따라서 법학을 공부할 경우, 기초적인 것에서 특수적인 것, 그리고 첨단적인 것으로 인식을 적절히 넓혀갈 수가 있기 때문에, 그 차례를 지키지 않아 범하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일부 학생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시간을 자주 빼먹거나,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거나 하면서 분위기를 흐리곤 하는데, 다른 모든 공부가 그렇지만, 법학공부에 있어서도 강의를 얼마나 잘 듣는가가 매우 중요한 문제임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강의를 잘 듣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강의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맨 뒷자리에 앉아서 인터넷서핑이나 하고 카카오톡이나 하면서 강의를 들을 경우 대부분의 강의내용을 못 듣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교수가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나태해져서 그렇게 되는 이유도 있을 테고 (실제로는 교수 눈에 이런 모습들이 전부 들어온다), 다른 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강의가 귀에 안 들어오는 탓도 있을 텐데, 이런 식으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 내고 학교에 다니면서 허공에다 그냥 돈을 뿌리고 다니는 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급적 모든 수업시간에 출석을 하는 것이 좋고, 출석을 하더라도 맨 뒷자리에 앉아서 듣는 것이 아니라 교탁 바로 앞자리나 강의실 중앙자리 쯤에 앉아서 고도로 집중하여 강의를 듣는 것이 가장 좋다.

강의를 듣다보면 필기를 해야 할 것이 생기는데, 필기에 집중하다 보면 강의의 리듬을 잃기 쉽고, 필기하는 동안 강의내용을 못 듣게 되는 경우도 생기므로, 필기보다는 일단 경청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 필기를 만약 해야 한다면, 빠른 속도로 해야 하고, 교재에 나와 있지 않은 것만을 간단히 메모하거나, 아주 중요하면서도 쉽게 잊혀질 것 같은 것만 선별해서 필기하는 것이 좋다. 처음엔 연습장에 갈겨서 받아적은 다음 교과서 빈칸에 깔끔히 적어넣는 방법도 있고, 강의를 다 듣고난 직후에 교과서를 다시 읽으면서 교수가 방금 했던 말을 보충해서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교수에게 질문을 자주 하는 것도 강의를 단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한 방법일 수 있다. 물론 다른 학생들에게 폐를 끼치겠다 싶을 경우 수업시간 도중에 질문하는 것보다 수업시간이 끝난 후에 찾아가서 질문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교수랑 친해지면, 교수와의 인간적 친분을 생각해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법공부 자체에도 친숙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교수에게 질문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경우, 수업시간 중에 잘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을 따로 메모해둔 다음에, 혼자서 그 의문점을 풀어보는 습관을 붙이는 것도 매우 바람직한 방법이다.


7. 교과서는 밑줄을 쳐가며 여러 번 읽어야 한다.

법공부의 기본은 결국 강의를 잘 듣고 법전을 외우고 그 법전 속에 씌어진 법조문을 잘 풀어서 써먹을 수 있게끔 하는 데 있는 것이지만, 역시 법공부를 함에 있어서 가장 많은 시간이 투입되는 것은 법학교과서나 요약서를 읽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수준이 지나면 책 읽는 것이 하나도 어렵지 않은 일이 되지만, 그 수준에 이르기 까지 법학교과서를 읽는 일이라는 것은 이만저만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법서란 건 소설책처럼 재미있는 책이 아니라 대단히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책으로서, 그걸 읽는다는 것 자체가 중노동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서는 읽다가 꾸벅꾸벅 졸기 일쑤이고, 지루함을 참지 못해 딴 생각에 빠져드는 경우도 매우 많다. 그렇다면 법서를 읽을 때 지루함을 쫓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

가장 전형적인 방법은 밑줄을 쳐가면서 읽는 것이다. 단순히 눈으로만 책을 훑을 경우 너무 수동적인 책읽기가 되기 때문에 졸음이 오고 눈이 스스르 감기기가 쉽지만, 줄을 치면서 법서를 읽을 경우 어디까지 읽었는지 그때그때 확인도 되고, 나중에는 줄을 치는 행위 자체에 쾌감을 느껴서 그 줄 치는 재미로 법서의 진도를 나갈 수가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줄을 쳐놓으면 나중에 중요한 내용을 찾아 읽기도 편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줄을 다 쳤을 경우 그 책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뿌듯한 느낌도 가질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밑줄들을 어떻게 그어가며 책을 읽어야 할까?

우선 법학교과서라는 것은 단 한번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계속해서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에 착안을 해주시기 바라겠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너무나 형형색색의 펜을 사용해서 밑줄을 치게 되면, 다음에 그 책을 다시 읽을 때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방해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초보시절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함부로 밑줄을 그었던 것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올라가고 나면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되는 경우도 허다한데, 처음부터 너무 색깔 있는 진한 펜으로 줄을 많이 그어버리면, 나중에 다시 읽을 때 줄을 그을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같은 책을 두 번 사는, 금전적 낭비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므로 처음에 밑줄을 그을 때에는 너무 많이 밑줄을 긋지 않도록 조심하고, 가급적 가느다란 검정색 볼펜, 또는 노란색 볼펜으로 밑줄을 긋도록 함이 좋다. 그리고 구불구불하게 밑줄을 그으면 나중에 책을 다시 읽을 때 어지럽게 보일 수 있으므로, 자를 대고 반듯하게 줄을 긋는 것이 좋다. 그런데, 자가 너무 딱딱하면 손아귀가 쉽게 피로해지므로, 책의 곡면을 따라 부드럽게 책장에 달라붙는, 말랑말랑한 제도용 자나 얇은 비닐자 또는 책갈피 등을 갖다 대고 그 위에 줄을 긋는 방법을 쓸 수도 있겠다.

그리고 연필로 줄을 그으면 나중에 지저분하게 보일 수 있으며, 사인펜이나 형광펜은 책장 반대편까지 얼룩지게 할 수 있으니, 가급적 볼펜으로 줄을 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되겠다. 물론 볼펜은 잉크찌꺼기가 묻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볼펜으로 줄을 치되, 볼펜과 자를 수시로 휴지에 닦으면서, 밑줄을 긋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때문에 볼펜으로 줄을 치기가 싫다면, 그냥 사인펜이나 형광펜으로 줄을 쳐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볼펜으로 줄을 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나중에 천천히 깨닫게 될 것이다.

처음에 검정색 볼펜으로 줄을 치면서 1회독을 했으면, 그 다음 2회독때에는 초록색 볼펜으로 줄을 치고, 3회독때에는 파란색 볼펜으로 줄을 치고, 4회독 때에는 빨간색 볼펜으로 줄을 치도록 한다. 이렇게 계속 다른 색깔의 볼펜으로 줄을 쳐나가면, 교과서가 총천연색으로 바뀌면서, 나중에는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는 것이 시각적 쾌감에 의해 매우 즐거운 일로 변하게 된다.

옆에다 연습장을 하나 갖다 놓고, 교과서를 빠른 속도로 읽으면서 연습장에다가 목차를 써나가는 방법도 책 읽는 지루함을 쫓는 데 권할 만한 방법이다. 물론 목차만 쓰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아주 간단한 내용요약(가장 대표적인 것은 '개념정의'에 관련된 것만 메모하는 것)도 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좋다. 아예 목차부분만을 확대복사해서 교과서 옆에다 갖다놓고, 복사본에다 메모를 해나가면서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한번 읽고 나면, 처음부터 그 교과서를 다시 읽게 될 때, 앞뒤가 연결이 되면서 훨씬 이해가 잘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기본교과서를 약 4~5회 정도 정독하고 나면, 다른 교과서와 합쳐 단권화를 하거나 서브노트를 만들 수 있게 되고, 거기에 객관식 문제집을 풀고, 사례연습집을 읽을 수도 있게 된다. 물론 이 정도 단계까지 올라가려면, 정말 이를 악물고, 수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하지만, 이런 단계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법과대학을 졸업할 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법학의 실력자라면 누구나, 주요과목의 단권화된 교과서 또는 서브노트들을 갖고 있는 게 다 이런 이유때문이다.

그리고 공부란 건 다 때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학년의 정규 교육과정에서 교수의 강의를 들어가며 수업을 들을 때에 아주 야무지고 확실하게 교과서를 읽으며 공부를 철저히 해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1~2학년때 기본과목의 공부를 다 망쳐놓고 나서 나중에 뒤늦게 기본과목의 공부를 시작하려 할 경우, 기본과목의 강의를 다시 들을 시간은 없고, 설령 이것을 청강한다 하더라도 파생과목의 강의도 함께 들으면서 양쪽 다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하는 이상 이도 저도 다 놓치게 될 확률이 높으니, 결국 고생을 두 배 이상으로 해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중에 실무계로 나가거나 대학원에 진학한다 하더라도, 법적 기본지식의 세세한 부분은 학부 시절에 밑줄 치고 서브노트 만들어 놓은 것 이상으로 크게 발전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나서 대학원이나 고시학원으로 들어가면 거기서 제대로 공부를 다시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실무로 나가면 거기서 처음부터 제대로 다시 배울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것은 솔직히 환상에 불과함을 깨달아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거기서는 조교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빼앗길 뿐 아니라 수업시간에도 오로지 토픽 중심의 특정주제에 관해서만 공부를 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고, 대학교를 떠나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회사에서 각종 잡무에 치이고, 가정생활에 치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체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자기 전문분야의 아주 좁은 영역 이외에는 아무래도 공부를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20대 초반 대학시절에 읽은 교과서의 지식을 가지고서 평생 울궈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니, 특히 헌민형 같은 기본법의 경우 1~2학년때 거의 완벽하게 해놓는다는 생각을 갖고서 악착같이 교과서를 읽을 필요가 있다. (어쩌면 그때 이후로 두번 다시는 더 읽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8. 공부장소와 그룹스터디 등

법학공부는 다른 공부와 달리, 무거운 엉덩이로 진득하게 책상에 오래 앉아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므로, 다른 공부에 비해 공부장소가 매우 중요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법학공부의 장소는 그때그때 자기에게 적합한 곳을 골라서 공부하되, 너무 한곳만 고집하지 말고, 지루함을 느끼실 경우에는 공부장소를 수시로 바꿔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물론 학교 도서관이나 고시실 같은 곳이 자기 마음에 쏙 든다면, 거기서 끝까지 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고, 집에서 공부하는 것이 편하다면 집에서 공부를 하는 것도 좋다.

어쨌든 공부장소를 고르는 데 있어서 중요한 원칙은 '적당히 좁고 어두운 곳이 좋다'는 것이다. 공부나 사색은 음(陰)의 일에 속하기에 밝고 탁 트인 공간이나 넓은 공간보다는 좁고 막힌 곳이 더 좋으며, 사람이 뭔가 집중을 하는 데 있어서도 넓은 공간보다는 좁은 공간이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먼지 알레르기나 결벽증 등을 갖고 계신 분들께서는 먼지나 악취, 소음 등이 없는 곳을 골라야 할 것이고, 분위기를 잘 타는 분들께서는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처럼 어수선한 분위기의 장소보다 독서실, 고시실처럼 면학분위기가 잡혀 있는 장소를 고르시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너무 좁은 곳에서만 공부를 하면 답답증을 느끼기가 쉬울 것이기 때문에, 가끔씩은 넓고 탁 트인 분위기의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자리에서 공부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공부하는 책상 앞에는 도표나 그래프 같은 것을 붙여 놓아, 자기 학습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도록 하고, 편안한 느낌의 그림을 붙여놓아 눈을 쉬게 하는 것도 좋다. 공부시간은 가급적 50분 공부와 10분 휴식을 원칙으로 하며, 10분 휴식시간에 가급적 앉거나 눕는 것보다 서서 걷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공부하다 힘들면, 운동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절대로 이렇게 노는 것을 오래 하거나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컴퓨터게임이나 인터넷, 영화나 비디오관람 등은 눈을 더욱 피로하게 하므로 법학도에게 아주 좋지 않은 취미생활이다. 그보다는 간단한 운동(예를 들면 수영, 헬쓰, 조깅, 요가, 검도 등)이나 산책을 하거나, 아니면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쓰를 푸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법학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또 하나 추천할 만한 것은, 공부 열심히 하는 친구를 잘 사귀어서, 그 친구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자극을 주고 받으면서 함께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룹스터디를 하면서 여러 실력파 학생들과 함께 교과서를 읽거나, 토론을 하거나 하면, 본인의 독단을 교정할 수 있어서 아주 좋다. 그리고 그룹 스터디 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나누어 출제하고 이를 함께 풀어보고 함께 채점해보거나 하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일이며, 그 와중에서 지친 멤버들의 어깨를 서로 다독거리고 자기도 위안을 받고 하는 것은 정서적으로도 참 도움이 되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학문이나 다 그렇지만, 특히 법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일단 그 분량에 있어서 다른 학문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법률용어가 대부분 번역용어로서 일단 그 언어에서부터 친근감을 느끼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법학공부를 위한 괜찮은 입문서나 교과서가 많이 나와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법학공부만큼 학생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공부도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힘들더라도 처음에는 무조건 참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무나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이라면, 왜 그렇게 법학을 다들 어렵다고 말하고, 왜 그토록 법대생들이 자기 전공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겠는가?

그리고 법학은 의학과 마찬가지로 실천학문이므로, 법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점도 아울러 명심해야 할 것이다. 법을 엉성하게 공부한 후 나중에 실무계로 진출하여 수많은 시민들에게 잘못된 판결과 잘못된 법집행을 해댐으로써 사회적 해악을 끼친다면, 그것은 다른 공부를 엉성하게 한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사회에 큰 후유증을 남기는 것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학생들은 이러한 점을 유념하여 각별한 책임감과 굳은 의지를 가지고서 법공부를 열심히 해야만 할 것이다.



댓글 7

임충선
임충선
이건 좀... 1980년대 식의 구닥다리 법학공부 방법론 같네요. 극단적인 암기 위주의, 주입식 공부법을 강조하고 계시는데, 지금은 솔직히 21세기, 창의와 융합, 소통의 시대, 로스쿨의 시대 아닙니까? 주인장님께서 권하시는 공부방법으로 공부할 경우, 법대생들이 법학공부 이외에는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 이래 가지고서야 다양한 전공의 융합을 지향하는 로스쿨과 현대법학의 취지에 맞을 수가 없는 거죠. (주인장께서는 예를 들어 법학교과서를 읽는 것도 한 권만 정해서 그 책만 줄을 쳐가며 여러 번 읽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요즘 로스쿨 시대의 법학도들 중에 누가 이렇게 공부합니까? 요즘 법학도들은 법서도 여러 종류의 책을 골고루 읽고, 법서 뿐 아니라 사회학, 정치학, 철학 등 다종다양한 책을 폭넓게 읽고 사회활동도 많이 하고 현실참여도 많이 하는 추세입니다. 암기요? 요즘 학생들한테 암기가 어디 가당키나 한 말입니까?) 왜 기존의 법과대학을 폐지하고 로스쿨로 법학교육을 전환했는지 그 의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시는 것 같고, 다른 정치적 문제에서도 좀 그렇듯이 나이에 비해 상당히 보수적이고 시야가 좁고 시대에 뒤쳐지신 분 같아 안쓰럽습니다. 완전히 쌍팔년도의, 절간에서 고시공부하던 시절의 고시생 마인드로 살아가시는 것 같은데, 평생 법공부 이외에는 진짜 아무것도 안 해보신 모양이지요? 이런 식의 낡은 공부방법을 강요당할 숙대법대생들이 참으로 불쌍해 보이네요.
임인정
임인정
효율적 법학공부방법론을 소개한다고 하셔놓고 완전히 구시대적 공부방법론을 답습하라고 하신 것 같네요. 요즘 같은 로스쿨시대에 '교과서' 읽는 애들이 얼마나 된다고... (-_-)

호랑이 담배 피던 한 이십몇년 전에는 통했을 공부방법론인지 모르겠지만, 요즘같이 족보 몇 장만 달달 외우면 법학전공과목 모두 A+ 충분히 받을 수 있고, 핵심요약서랑 객관식 판례집만 훑어봐도 사법시험 충분히 합격하고 로스쿨 충분히 졸업하는 시대에는 전혀 맞지 않는 고통스러운 공부방법론을 강요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답답하고 엄격한 공부방법론을 우리나라 법대생들 중에 과연 0.1%나 지킬 수 있을런지...

위의 공부방법론을 제대로 지키고 대학시절 보내라고 하면 아마 모든 법대생들이 대학 4년 내내 알바도 못하고 연애도 못하고 죽어라 공부만 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네요. 아니면 법학에 환멸을 느껴서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다들 도망가 버리거나... 주인장님께서는 정말 그렇게 FM으로 대학시절 보내셨다고 자부할 수 있으신지...

물론 교육자로서 일부러 고지식하고 엄격한 공부방법론을 설파하신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학부생 여러분들은 부디 저렇게 미련하고 무식하게 공부할 필요는 없다는 귀띰부터 받아야 할 것 같네요. 더구나 지금같은 로스쿨 시대에는 단순암기보다 공공의식과 창의력과 사례중심의 리갈마인드를 함양하는 게 우선인데..... 무거운 엉덩이로 의자에만 앉아서 무식하게 '교과서'만 몇번이고 줄 쳐가며 들이파야 한다는 식의 구시대적 공부방법론은 이제 정말 지양해야 할 것 같아요. (-_-)
카와카미나나미
카와카미나나미
옛날같이 사법시험만 합격하면 수십억의 재산과 권력과 명예가 보장되던 시절에는 위와 같은 고통스러운 공부방법론을 따라서라도 반드시 시험에 합격해야 했을 것이고 또 그게 수지도 맞았겠지만, 요즘같이 변호사돼봤자 별볼일도 없는 세상에 누가 저런 고통스러운 공부방법론을 따르겠어요? 도저히 수지타산이 안 맞을 것 같은데요.. ㅎ
Jini0101
Jini0101
로스쿨 시대라고 해서 교수님의 방법론을 \"구닥다리\"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거 같은데요, 미국이라고 별로 다른 거 없습니다. 기본적인 Rule은 확실히 숙지/암기해야 한다는 건 어느 나라 법체계나 마찬가지고요, 고통스럽고 무식한 방법이라 하더라도 우선 저 방법을 통해 고개를 한번 넘어야 하는 건 마찬가집니다. 기본 법조문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례에 접근해서 창의력 어쩌구 하는 이야기는 모래 위에 집 지어놓고 \"이거 안 무너져요\"라고 떠벌리는거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미국 JD 1년차가 \"Study to death\"라고 하는 건 우리 나라 학부 4년에 해당하는 기본법 공부 분량을 1년 내에 때려넣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서 나름 기본적인 Rule을 숙지하고, 시험을 보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아주 기본적인 Legal mind가 생기는 겁니다.

이제 와서 느끼는 건데 모든 공부는 기초를 제대로 닦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기초를 닦는 과정이 시대에 따라서 조금 바뀔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방향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 것 같습니다. 결국 어디 있든지 간에 \"법대생\" 또는 \"법조인\"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면 고통스럽더라도 그 기초를 닦는 과정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수님의 방법론은 아직도 의미있는 것 같습니다.
임충선
임충선
미국에서도 로스쿨 1년 동안 죽어라 공부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건 딱 1년 뿐이라는 겁니다. 이 홈페이지 주인장의 방법론을 따르려면 학부 법대생들의 경우 4년 동안 죽어라고 공부해도 부족하고, 거기에 더해서 로스쿨에 진학해서도 또 죽어라 공부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과연 그렇게 공부해가지고서 우리나라 법률가들이 사회정의를 고민하고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과 민주적 시민의식을 함양할 시간이 있겠는가 하는 얘기에요.

공부의 기초를 닦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학습하고, 기본적인 가치관을 쌓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같이 고교시절 내내 입시지옥을 경험해야 하는 나라에서 대학 4년의 기간만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간이 없습니다. 그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학부 교수라고 하는 사람들은 학생들에게 무엇보다도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법학부 교수들이 과연 그럴 만한 정치학, 사회학, 철학 실력이나 갖고 있는지, 그럴 만한 인생의 방황기라도 한번 거쳐본 적이 있는 인간들인지 의문이지만.)

공부의 기초를 닦는 시간은 로스쿨에 진학해서 딱 1년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러니까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에, 학부에서는 좀 더 넓은 시각을 갖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로스쿨에서도 여기 홈페이지 주인장이 강조하는 것처럼 기본지식이나 용어를 고통스럽게 암기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공부했다간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엣분은 아마도 미국 로스쿨에서 공부해보신 적이 있는 모양인데, 미국 로스쿨에서 공부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미국 로스쿨은 구체적인 사건을 갖다 놓고 그냥 기계적 지식으로 암기하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것이 갖는 사회적, 정치적 함의 등을 복합적, 다각적으로 고민하면서 고도의 정책적 시야를 갖추게끔 공부를 하는 게 미국의 로스쿨입니다. (그렇게 가르치니까 빌 클린턴이나 바락 오바마 같은 인재들이 나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로스쿨도 요즘은 전부 그렇게 가르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21세기에, 21세기다운 새로운 법학공부방법론을 가르칠 생각은 안 하고, 아직도 사법시험 시대의 단순무식하고 고통스러운 법학방법론, 입시위주 주입식 공부방법론만 강요할 생각을 하는 이 안일함과 고루함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그것부터 묻고 싶습니다. 진정으로 본인이 학생들을 위하는 교수,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교수, 진보적인 교수라고 자처한다면 말입니다.
Jini0101
Jini0101
그런데요, 한마디 더하자면 요즘 미국 로스쿨 교육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아요... 법률가로서의 기본적인 mind보다는 지나치게 social science적인 논의에 빠져서 3년간 비싼 돈 주고 공부해서 졸업한 학생들 받아보니 정작 기본적인 Memorandum 하나도 제대로 못 써서 선배 변호사들이 때리고 얼르고 야단쳐 가면서 겨우겨우 2 - 3년 훈련시켜야 제대로 변호사다운 글이 나온다고 말이죠... 로스쿨 나온 학생들도 사회에 나와보니 자기가 로스쿨에서 그렇게 즐겁게 배우고 공부했던 분야의 지식을 써먹을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제한되어 있더라는 거죠.

미국에서도 요즘엔 학교에서 좀더 실무계와 교류해서 practical한 교육과 말씀하신 광범위한 시야를 갖는 공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많이 고민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변호사 실업자들이 대량 양산되는 현실 때문에라도 말이죠. 그리고 미국 로스쿨에서 말씀하신 교육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난 몇 십년간 좋은 로스쿨 나와서 1년차 성적만 좋으면 잘나가는 Law firm이나 검찰, 법원 등에 쉽게 갈 수 있는 진로가 많이 열려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어서 요즘엔 3년 내내 좋은 성적 받고, 온갖 좋은 경력을 쌓아도 취직이 보장이 안되는 상황이 왔어요.

Law firm들 입장에서도 굳이 로스쿨 갓 나와서 실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연봉 18만불을 턱턱 안겨주느니 기존 인력들이 나가지 않도록 지키는게 이익이란 걸 다 알고 있고요... 예전같았으면 1년에 30명씩 신입 변호사 받아서 Survival of the fittest 방식으로 무지막지하게 일을 시키는 방식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그게 다 비용이다 보니 Firm 입장에서도 차라리 Partner level까지 승진 가능한 소수 정예를 스카우트하는 추세기도 하구요. 그래서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하버드, 예일 졸업생들이 학부 4년 로스쿨 3년간 공부하며 쌓인 빚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도 많이 보고 있습니다.

한국 로스쿨들은 사실 임충선님이 생각하시는 방식으로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변호사 시험과 취직 경쟁 때문에 성적 경쟁이 과열돼서 교수님들이 많이 고민하고 계시더군요. (저도 로스쿨에 아는 교수님들 좀 있습니다) 로스쿨의 취지는 이게 아니었는데... 하시면서 어떻게 할까를 열심히 고민하고 계십니다.
eccentricer
eccentricer
대체 변호사다운 글이 뭐고, practical한 교육이 뭐냐는 겁니다. 법조문의 문리적 해석 이상을 뛰어넘어, 글자 하나하나의 자구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컨텍스트 전체를 파악할 수 있고, 사회 전체에 대한 총체적 인식 속에서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낼 수 있어야 그것이 진짜 변호사고, practical한 사람인 거 아닙니까?

한국 로스쿨이 많이 진보적일 줄 알았는데, 실상을 보니까 이렇더라... 이런 식으로 본질을 호도하지는 마셨으면 합니다. 옛날 사법시험 시절과 비교해보면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현실과 타협하는 과정에서 본래의 취지에 못 미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로스쿨이 도입된 본래의 취지를 생각하면, 법실증주의의 협소한 시각으로부터, 독일이론의 답답함으로부터 많이 벗어나도록 돼있고, 또 앞으로 그렇게 계속 변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미래의 법학도들은 가급적 이 홈페이지 주인장님이 말하는 법학공부방법론으로부터 많이 벗어나도록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주인장님의 법학공부방법론과 완전히 반대되는 공부방법론으로 공부하도록 가르쳐야, 그것이 진짜 진보적인 법학교육이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법학교육이고, 로스쿨시대의 법학교육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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