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낙(承諾)에 관한 정리
청약에 대응하여 계약을 성립시킬 목적으로 청약자에게 행해지는 청약상대방의 의사표시를 승낙(承諾)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주택매매계약의 경우 “예, 그 집을 팔겠습니다.” 또는 “예, 그 집을 사겠습니다.”와 같은 의사표시가 승낙에 해당하고, 고용계약의 경우 "예, 귀하를 채용하겠습니다"와 같은 의사표시, 주택임대차계약의 경우 "예, 귀하에게 주택을 임대하겠습니다"와 같은 의사표시가 승낙에 해당한다. 승낙은 라틴어로 ‘acceptio(아쳅티오)’, 독일어로는 이를 ‘Annahme’라 하고, 프랑스어로는 이를 ‘acceptation(악쎕따씨옹)’, 영어로는 이를 ‘acceptance’라 일컫는다. 이러한 승낙의 효력이 발생하면, 청약자가 이에 대해 반대의사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계약은 체결되고 양 당사자에게 청구권이 발생하게 된다. 한편 청약은 불특정 다수인에게도 할 수 있지만, 승낙은 반드시 특정인인 청약자에게만 행해져야 한다.
승낙은 의사표시이므로, 원칙적으로 승낙의 의사는 표시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약을 받고서 침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승낙의 거부로 보기 때문이다(“qui tacet consentire non videtur”). 하지만 일정한 경우에 승낙은 그 의사가 통지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력이 발생하는 수가 있다(제532조; 독일민법 제151조). 당사자 간에 침묵을 승낙으로 간주하기로 미리 합의한 경우이거나, 관습상 승낙으로 간주될 만한 행위가 있었던 경우, 또는 청약자가 승낙자에 대하여 굳이 승낙의사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도록 양해한 것으로 보는 경우에, 승낙의 의사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통지되지 않은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낙은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를 ‘의사실현(意思實現)’에 의한 계약성립이라고 하는데, 독일어로는 이러한 의사실현을 ‘Willensbetätigung’이라고도 한다. 이를 각각의 경우로 나눠서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당사자 간에 침묵을 승낙으로 간주하기로 미리 합의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얼마든지 허용된다. 이러한 합의가 있을 경우,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의 청약에 대해 침묵하였고, 심지어 그 청약에 대해 승낙의 의사조차 갖지 않았다 하더라도, 승낙은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계약은 그 침묵 즉시 체결되는 것으로 본다. 이러한 예로서는, 계속적 거래관계에서 거래의 신속을 위해 상대방으로부터 특별한 반대의 의사표시가 없을 경우, 일방의 청약에 대하여 상대방의 승낙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으로 미리 합의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상대방의 승낙은 언제나 그 통지가 생략되므로, 상대방에게 승낙거부의 의사가 있을 경우, 그 상대방은 가만히 침묵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를 반드시 표시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렇게 승낙의 통지가 필요하지 아니한 것으로 하는 합의는 반드시 쌍방에 의한 것이어야 하므로, 일방적으로 청약자가 상대방의 침묵을 승낙으로 간주한다고 통지하는 것은, 그 효력이 없는 게 당연하다. 따라서 예를 들어 매매계약의 청약자인 매도인이 청약과 함께 물품을 보내면서 청약상대방에게 구입의사 없으면 반송해달라고 일방적으로 통지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해 상대방이 즉각 거부의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상대방이 침묵한다 하더라도 당사자 간에 계약은 성립하지 않으며, 이때 물품을 수령한 상대방은 그 물건을 자기 재산과 동일한 주의로 보관하기만 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 청약자가 미리 정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승낙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을 청약의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통지한 경우에도 그 효력은 물론 인정되지 않는다(大判 1999.1.29, 98다48903). 다시 말해 이 경우 청약의 상대방이 승낙기간 종료시까지 청약을 무시하고 계속 침묵을 지킨다 하더라도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만약 상대방이 그 승낙기간 이후에 승낙을 한다면, 이는 아무런 법적 의미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청약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제530조).
그 다음 관습이나 거래관행상 승낙의 통지가 필요하지 아니한 것으로 간주될 만한 경우로서는, 예를 들어 호텔 측에서 고객의 이름을 예약자명단에 기재한 경우, 또는 매도인이 주문된 상품을 매수인에게 발송한 경우(만약 지참채무가 아니라 송부채무라면 급부위험은 이미 송부 당시부터 매수인에게로 이전되는데, 매도인이 그렇게 송부까지 해놓고서 승낙이 아니었다고 발뺌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임), 또는 매수인이 매도인으로부터 수령한 상품을 사용하거나 대금을 송금한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이 경우 승낙자는 승낙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거나, 심지어 승낙의 의사조차 갖지 않았을 수 있지만, 이 경우 승낙은 대개 행해진 것으로 보고, 계약은 체결된 것으로 본다. 이렇게 거래관행상 승낙의 통지가 불필요한 경우로 인정될 만한 사정을 만드는 행위는 ‘추단적 행위(推斷的 行爲)’라고도 일컫는데, 이러한 추단적 행위를 독일어로 ‘konkludentes Verhalten’, 영어로는 이를 ‘conduct implying an intent’라고 번역한다. 다만 이러한 추단적 행위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당해 사안에서 일정한 거동을 승낙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이는 승낙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청약자로부터 승낙자에 대해 승낙의사표시의 면제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로서는 호텔 객실을 예약한다고 하면서 청약자가 호텔 측에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은 경우, 또는 청약자가 호텔 측에 잘못된 연락처를 알려준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이 경우 청약자는 호텔 측으로부터 별도의 승낙통지를 받지 않았고, 그 결과 다른 호텔 객실을 예약하여 사용을 했어도 호텔 측에 대해서 계약상의 책임(호텔객실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은 데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가 있는데, 이는 청약자가 호텔 측에 대하여 청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 측의 승낙통지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 것에 기인한다. 그러니까 이 경우 계약이 승낙되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청약자가 호텔 측에 다시 문의해야 했던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청약자는 계약이 체결되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고서 계약상의 책임을 부담하게 되기 때문에, 청약상대방에 대하여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가 있다. 따라서 청약자가 상대방에게 승낙의사의 표시를 면제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소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당사자의 의사표시 또는 관습이 아닌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침묵이 승낙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시거래관계에 있는 상인 간에서 그 영업부류에 속한 계약의 청약을 받았을 때에는 이에 관한 사전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침묵이 승낙으로 인정될 수가 있다(상법 제53조). 그리고 승낙기간 내에 도달할 수 있었으나 특수한 사정으로 연착된 승낙발송에 대해 청약자가 침묵한 경우, 이러한 침묵은 승낙자의 새로운 청약에 대해 청약자가 승낙을 한 것으로 법률상 인정된다(제528조 3항). 그리고 독일민법은 증여계약의 경우 수증자가 승낙기간 동안 침묵한 것에 대하여 이를 승낙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독일민법 제516조 2항 2문).
승낙은 청약과 객관적으로 일치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승낙자가 청약의 내용에 대해서 추가적 사항을 덧붙이거나, 그로부터 벗어나는 사항을 부가하거나, 조건부승낙(條件附承諾)을 하거나 분할승낙(分割承諾)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승낙이 아닌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청약에 대해 원칙적으로 승낙을 하긴 하되 조건을 붙이거나, 청약내용을 임의로 바꿔서 받아들이거나, 다른 내용을 첨가하거나 했을 경우, 이것은 승낙으로 보기보다는 상대방이 새로운 청약을 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렇게 승낙자가 청약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임의로 바꾸어서 받아들이는 것을 ‘변경을 가한 승낙’이라 하는데(제534조), 이는 독일어로 ‘geänderte Annahme’라 하고, 영어로는 이를 ‘modified acceptance’라 한다. 물론 변경을 가한 승낙이라 해서 모든 경우에 새로운 청약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니고, 변경이 현저하지 않은 경우라면, 이는 새로운 청약이 아니라 그냥 승낙으로 본다. 이 경우 계약은 그대로 성립하며, 현저하지 않은 변경은 청약자와의 합의 여부에 따라서 계약의 내용에 포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금이나 목적물에 관한 사항과 같이 법률행위의 본질적 사항에 속하는 것이 변경되었다면, 이는 ‘새로운 청약’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급부의 시간이나 장소, 그리고 당사자의 책임범위에 관한 사항은 법률행위의 비본질적 사항이지만, 이러한 것이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이 역시 현저한 변경으로 인정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사항이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승낙자가 청약자의 변경승인 여부에 승낙의 효력을 연동시키기로 하였다면, 이는 ‘새로운 청약’으로 본다.
승낙기간 이후에 청약자에게 도달한 승낙을 가리켜 ‘연착된 승낙’이라고 한다. 독일어로는 이를 ‘verspätet zugegangene Annahmeerklärung’이라 하고, 영어로는 이를 ‘late receipt of a declaration of acceptance’라 한다. 이렇게 연착된 승낙은 계약을 성립시키기도 하고 계약을 성립시키지 못하기도 하는데, 다음과 같이 경우를 나누어서 살펴봐야 한다:
1) 승낙기간 이전의 발송이지만 너무 늦었던 승낙발송 : 승낙통지가 승낙기간 후에 청약자에게 도달하였는데, 어차피 승낙기한에 임박하여 발송한 승낙통지여서 보통은 그 승낙기간 내에 도달할 수 없는 발송이었다면, 그 연착된 승낙은 계약을 성립시키지 못하고 그저 새로운 청약으로만 간주된다(제530조). 승낙자가 승낙을 통지한 후 그 승낙이 무효가 된 것으로 착각하였다 하더라도 그 승낙은 새로운 청약으로서 유효하며 일방적으로 철회되지 못한다(제527조). 이 경우 청약자는 승낙자의 승낙통지를 새로운 청약으로 간주하여 계약을 승낙할 수도 있고, 승낙자의 승낙통지가 어차피 승낙기간 내에 도달할 수 없는 발송이었음을 입증하여 계약의 성립을 부정해버릴 수도 있다. 승낙자는 그저 청약자의 선택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2) 승낙기간 이후의 승낙발송 : 승낙기간 이전에 승낙통지를 발송하더라도 보통은 그 승낙기간 내에 도달할 수 없는 승낙발송이었다면, 새로운 청약으로서의 효력만을 가질 뿐인데(제530조), 하물며 승낙기간 이후에 발송한 승낙통지라면, 그것만으로써 청약자를 구속하거나 계약을 성립시키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승낙기간에 겨우 58분이 경과한 후에 승낙하더라도 옛 청약의 구속력은 없어져 버린다(大判 1994.8.12, 92다23537). 물론 승낙자는 승낙기간 이후에 승낙했다 하더라도 자기가 새로운 청약을 했다는 사실에 의해 구속되며(제527조), 청약자의 선택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한다.
3) 승낙기간 내에 도달할 수 있었으나 특수한 사정으로 연착된 승낙발송 : 상대방이 승낙기간 내에 승낙을 하긴 했으나 특수한 사정으로 도달이 지연되어 승낙기간을 넘긴 경우 청약자는 승낙통지를 받은 즉시 상대방에게 그 연착사실을 통지해야 한다(제528조 2항 본문). 이때 청약자가 부담하는 통지의무는 채무가 아니라 책무(Obliegenheit)이기 때문에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일정한 불이익이 귀속되기만 할 뿐, 청약자가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청약자가 연착의 통지를 하지 않으면 그는 승낙통지의 연착에 개의치 않은 것으로 간주되어, 승낙통지를 늦게 받았고 심지어 청약자가 승낙통지의 연착으로 인해 계약이 성립하지 않게 되었다고 믿었다 하더라도 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하고(제528조 3항), 청약자는 그 계약성립을 받아들여야 하는 불이익을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손해배상책임이 청약자에게 귀속되지는 않는다(물론 연착승낙자와의 계약이 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약자가 승낙자에게 그 계약상 의무의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청약자에게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책임이지 연착사실통지의무위반에 따른 책임은 아니다). 어쨌든 청약자는 연착사실을 즉시 통지함으로써 청약의 구속력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고(제528조 1항), 통지하지 않음으로써 계약을 유효하게 성립시킬 수도 있다(제528조 3항). 물론 계약성립을 원치 않는 청약자는 승낙통지의 연착이 아니라 승낙통지의 부도달 혹은 보통 그 승낙기간 내에 도달할 수 없는 승낙통지 발송이었음을 주장함으로써 계약성립을 부정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계약의 성립을 주장하고자 하는 승낙자는 승낙통지를 보낼 때 내용증명우편으로 보내어 청약자가 이를 주장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내용증명우편이나 등기우편과는 달리, 보통우편의 방법으로 발송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우편물이 상당한 기간 내에 도달하였다고 추정할 수 없고, 송달의 효력을 주장하는 측에서 증거에 의하여 이를 입증하여야 함: 大判 2009.12.10, 2007두20140). 물론 이때 승낙통지의 발송일자는 반드시 승낙기간 이내의, 보통 그 승낙기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발송일자로 하여야 한다. 승낙기간 이전이라 하더라도 보통 그 승낙기간 내에 도달할 수 없는 승낙발송은 청약자에게 도달하더라도 계약을 성립시키지 못하며(제528조 1항) 새로운 청약으로서의 효력만을 지닐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제530조).
4) 청약자가 승낙기간 경과후 아직 승낙통지를 못 받은 상태에서 승낙자에게 지연통지를 발송한 경우 : 청약자가 승낙기간까지 기다리다가 그때까지 승낙통지가 오지 않자, 승낙자에게 재빨리 지연통지(예를 들어 “귀하의 승낙통지가 승낙기간까지 도달하지 않아, 부득이 다른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였으니,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통지)를 발송한 경우, 청약자는 그 직후 승낙통지를 받았다 하더라도 연착통지고 뭐고 할 필요 없이 자기가 원치 않는 계약의 성립을 저지할 수 있게 된다(제528조 2항 단서). 설령 승낙자가 보통 그 승낙기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발송일자에 승낙통지를 발송했다고 입증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거기에 더해서 청약자는 승낙자의 연착승낙을 빌미로, 이를 새로운 청약으로 간주하여(제530조), 그 청약에 승낙을 함으로써, 승낙자에게 새로운 계약의 성립을 주장할 수도 있다. 설령 승낙자가 이제 더 이상 계약의 성립을 원치 않는다 하더라도, 그리고 청약자가 이미 제3자와 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그 계약상의 채무가 종류채무라면, 청약자는 승낙자와 또 다른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자기 매출을 늘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경우 청약자는 기민하게 움직인만큼 운신의 폭도 더 넓어지게 되는 셈이다.
한편 승낙이 의사표시에 의해서건 의사실현에 의해서건 당사자 간에 법적으로 이루어졌을 경우, 그 효력발생시기를 어느 시점으로 해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물론 대화자 사이에서는 이것이 크게 문제될 여지가 없으나, 격지자 간에 서면을 통하여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 그 효력발생시기를 확정하는 것이 큰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하여 우리 민법규정은, 격지자 간의 거래에서 승낙의 통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계약이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승낙자가 승낙의 통지를 발송할 때 계약이 성립하는 것으로 규정을 하고 있다(제531조). 이 경우 도달주의의 원칙(제111조)에 충실하자면 승낙의 통지가 청약자에게 도달한 때에 계약이 성립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렇게 하면 청약자가 연착의 즉시통지를 게을리하여 계약이 성립되는 경우(제528조 3항)에 먼저 도달한 승낙통지와의 경합이 문제될 수 있어서 민법은 도달주의원칙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① 승낙자가 승낙기간 내에 승낙통지를 발송하였고, ② 이러한 승낙통지가 보통 승낙기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발송임을 승낙자가 증명할 수 있으며, ③ 그 승낙통지가 청약자에게 도달하였고, ④ 청약자는 그 이전의 지연통지 내지 그 이후의 연착통지를 발하지 않았다면, 계약은 승낙자의 승낙이 발송된 시점에 성립하게 된다(金亨培, 109면). 물론 다수의 승낙자 중 먼저 발송한 자의 승낙이 후에 발송한 자의 승낙보다 나중에 도착하여도 먼저 발송한 자의 승낙에 의하여 계약이 먼저 성립함에 유의하여야 한다(宋德洙, 1198면). 그리고 불가항력에 기한 도달지연이라 하더라도 연착사실의 통지로써 승낙의 의사표시는 효력을 잃으나, 청약자의 귀책사유에 기한 도달지연이라면, 청약자가 즉시 연착사실을 통지하더라도 계약은 승낙발송시에 성립하는 것으로 새겨야 한다. 그 밖에 승낙의 특수한 경우에 있어서 그 효력발생시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의사실현에 의한 계약승낙시에는 청약자가 알고 모르고에 상관없이 의사실현으로 인정되는 사실이 발생한 때에 계약이 성립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의사실현에 의한 계약승낙의 경우, 의사실현의 사실이 상대방에게 알려진 시점이 아니라 의사가 실현되는 시점이 승낙통지를 발송한 시점에 대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상품을 발송하고, 매수인이 이렇다 할 승낙의 의사표시 없이 그 상품을 수령한 다음 사용하기 시작한 경우, 승낙의 효력발생시기는 매도인이 그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이 아니라 매수인이 그 상품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이 된다.
그 밖에 당사자 사이에 동일한 내용의 청약이 서로 교차한 경우, 다시 말해 객관적, 그리고 주관적으로 모두 합치되는 두 개의 의사표시가 서로에게 행해졌을 경우, 이때는 별도의 승낙을 요함이 없이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보는데, 이를 교차청약(交叉請約=gekreuzter Antrag)에 의한 계약성립이라 한다. 이렇게 교차청약이 행해졌을 때에는 승낙의 표시를 추가로 할 필요 없이 그 두 개의 청약만으로 양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된 것으로 간주해버리는 것이다(제533조). 그리고 이러한 교차청약에 있어서 계약이 성립되는 시기는 나중의 청약이 발송된 때가 아니라 나중의 청약이 도달한 때이다(제533조). 여기서 나중의 청약은 결과적으로 승낙인 것처럼 해석되긴 하지만, 어쨌든 청약으로서 표시된 것이므로, 의사표시의 효력발생시기에 관한 도달주의의 일반원칙(제111조)에 따라 그것이 도달한 때에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댓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