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이마가 찢어져서 꿰매다.


어제는 아들녀석과 둘이서 한강변을 6킬로미터 가까이나 걸었다. 걷고 나서 땀과 흙으로 뒤범벅이 된 아들 녀석을 좀 씻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아들녀석과 함께 목욕탕에 갔는데, 찜질방 층계에서 또래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놀던 아들녀석이 누군가를 뒤쫓다가 갑자기 닫힌 문손잡이의 날카로운 부위에 부딪쳐서 그만 이마를 심하게 다치고 말았다. 찢어진 부위로 피가 뿜찔뿜질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아들녀석은 자지러지게 울고, 다행히 찜질방에서 일하는 아줌마 아저씨가 붕대와 반창고를 가져다 줘서 그걸 찢어진 부위에 갖다 붙인 다음 옷을 입혀 병원 응급실로 향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한남동 순천향병원 응급실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상처를 바늘로 꿰매고나니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아이가 아직 어린 데다(세돌반) 약간 난폭한 기질이 있어서 울고불고 끝까지 난리를 쳤으면 응급처치조차 상당히 어려울 뻔했는데, 본인도 어느 정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국소마취주사를 맞고 바늘로 꿰매는 동안 눈물 한 방울조차 안 흘리고 이를 악 문 채 잘 참아주어 그나마 응급처치가 순조로웠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가능하다면 아들 얼굴에 흉터나 기스 같은 거 없이 곱게곱게 키우고 싶었으나,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될 일인가. 인생이란 게 원래가 다 그런 거다. 순식간에 생기는 흉터와 낙인들이 겹쳐지고 또 겹쳐지며 사는 거고,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신상품이 아닌 흠집난 물건으로서의 자신에 점점 익숙해져가며 사는 것이다. 상처가 억울할 수도 있지만, 그래봤자 지난 일이 아닌가. 주름과 흠집 없이는 성숙도 없는 거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수시로 깨어지고 찢겨지며 사는데, 혼자서만 곱게곱게 살아가길 바란다는 것도 불공정한 일인 거다.

어쨌든 오래간만에 찢어진 상처를 꿰매는 수술장면도 볼 수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의 손놀림이 참으로 날래고 섬세하여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꽤 많은 피를 흘렸고, 난생 처음 응급실에서 수술을 받는 생난리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꺄르르 웃으며 여전히 장난칠 궁리에 여념 없는 아들 녀석의 천연덕스러움이 어이 없기도 하였다.



댓글 4

Ciracuser
Ciracuser
어이구, 큰일을 겪으셨군요...
1stwhitewhale
1stwhitewhale
Ciracuser님께/ 다 제 불찰때문입니다.
maria
maria
아이를 키우다 보면 별의별 일이 많치요..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을 어찌 막을 수 있겠어요.. 아이가 커가듯 부모도 같이 자라는 것 같습니다..이젠 상처부위에 딱지가 생기다 흉터도 사라졌겠네요^^ 예전일이지만 많이 놀라셨겠어요.. 전 처음엔 같이 소리지르고 안고 뛰다가..꼬맬땐 애 손을 붙잡고 눈물 줄줄.. 이제는 아이가 저를 단련시켰는지.. 아주 대범하게 왠만해선 놀라지 않는.. 한 포스하는 엄마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랍니다..교수님..오늘 하루도 파팅하세요~^^*
1stwhitewhale
1stwhitewhale
maria님께/ 워낙 크게 찢어져서 흉터가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눈에 크게 띄지 않는 정도가 됐습니다. 아이가 그렇게 크게 다친 걸 본 건 처음이었는데, 차라리 제가 직접 다치는 게 낫지 정말 마음 아파서 못 봐주겠더군요. 부모 마음이란 게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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