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법학회 2013 춘계 학술대회 후기
서로 아무런 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2인의 공유자 중 1인이 다른 공유자의 장기 부재중에 그의 허락 없이 공유물을 개량하고 그 성질을 변경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개량을 하려는 그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가 분명히 허락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관리행위에 대해 다른 공유자 역시 특별히 명시적 반대를 해온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 그 다른 공유자는 그 개량행위에 대해 반대의견을 갖고 있었다. 그냥 그 공유물을 그대로 두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 다른 공유자에게 딱부러지게 얘기를 하지 않고 외유를 나가버린 것이다.
이 경우에 ① 만약 그 공유자가 결국 그 공유물의 개량을 해버렸다면, 그는 그 공유물개량비용을 다른 공유자에게 얼마나 상환청구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이를 사무관리로 보게 되면, 그 개량행위를 한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에게 그 개량비용의 전액을 상환청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무리 다른 공유자의 실제적 의사에 반하였다 하더라도, 그의 명백한 의사에 반한 것은 아닌 이상, 개량행위를 한 공유자에게 사무관리의 의사가 있었다는 주관적 측면을 감안하여, 그 개량행위자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사무관리로 보지 않아버리면, 그 개량행위를 한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에게 기껏해야 부당이득만을 반환청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에 관해서 국내 학설은 다른 공유자가 자기의 지분범위 내에서 부당이득 반환청구권 및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만 언급할 뿐, 그 개량행위를 한 자에게 사무관리의사가 있을 경우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② 만약 그 공유물개량으로 인해 본인에게 개량비용을 초과하는 이익이 발생하였다면, 그 본인은 초과이익을 보유해도 되는 것일까? 이 경우 개량행위자가 상대방에게 비용상환청구를 한다면, 그 개량비용만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고,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한다면, 본인의 비용손실 범위 내에서만 부당이득반환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이 경우 사무관리를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본인은 그 초과이익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초과이득 자체가 전부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에 해당하므로, 그 이득 전부를 반환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판례가 이 경우에 사무관리자의 손실범위 내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제한하고 있고, 우리 민법 제739조 제3항이 반의사사무관리에 대해서 본인의 현존이익 범위로 비용상환을 제한하고 있는 취지를 감안한다면, 이 경우 개량행위자가 아무리 비용상환청구 아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초과이득의 반환청구를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③ 만약 다른 공유자가 특별히 반대의견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명시적인 허락을 한 적도 없는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그 개량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정만 믿고 공유자 중 1인이 공유물을 개량해버렸는데, 그로 인해 공유물의 가치가 올라가긴 커녕 오히려 더 떨어져버렸다면, 그리고 그 개량한 자에게 과실이 인정되지 않았다면, 이 경우 그 손해는 과연 배상청구될 수 있는 것일까? 이 경우 사무관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다른 공유자는 개량행위자에 대해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만을 할 수 있을 뿐인데, 그 개량행위자에게 과실이 존재하지 않는 한,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은 충족되지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무관리를 인정한다면, 결론은 달라진다. 우리 민법규정 제734조 제3항는 이에 관해, 사무관리자가 본인에게 이익 되는 방법으로 관리하지 않았거나 본인의 의사에 적합하게 관리하지 않았을 경우, 과실 없는 때에도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위의 경우 사무관리자가 객관적으로 본인에게 이익 되는 방법으로 관리하긴 하였으되 운이 나빠서 손해를 본 경우이고, 본인의 실제적 의사 역시 특별히 사무관리행위에 반대하지 않은 경우였다면, 사무관리자는 아무런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지 않게 되는 것인지가 또한 문제된다. 우리 민법이 사무관리의 착수시점이 아니라 관리시점을 기준으로 그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으로 관리되었는가, 본인의 의사에 적합한 방법으로 관리되었는가 여부에 따라 무과실책임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④ 만약 다른 공유자가 그러한 개량에 대해 명시적인 반대를 하였고, 그 공유자가 다른 공유자의 그러한 반대의사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개량을 하였으며, 그 공유물을 임대하여 손해를 본 것이 아니라 통상의 가치를 넘는 운용이익을 올렸다면 어떻게 될까? 그 경우 그 운용이익은 반환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 경우 사무관리를 인정하지 않고 불법행위만을 인정한다면, 다른 공유자에게 운용이익만큼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다른 공유자는 개량행위자에게 통상의 이익만큼을 배상청구할 수 있게 될 뿐이다.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더라도, 우리 판례가 이 경우에 손실자의 손실범위 내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 경우 무단의 개량행위자는 초과의 운용이익을 수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개량행위자에게 사무관리의 의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이상, 불가피한 결론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부진정사무관리 가운데서도 무단사무관리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면, 사무관리법의 규정을 준용하여 그로 인해 발생한 초과이익까지 본인인 다른 공유자에게 귀속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에 대해서는 무단사무관리의 경우 사무관리법의 적용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국내에서 다수설이기도 하다(金亨培, 사무관리/부당이득, 박영사 2003, 51면; 崔秉祚, 민법주해 XVII, 박영사 2005, 93, 95면; 金曾漢/金學東, 채권각론 제7판, 박영사 2006, 686면; 金疇洙, 채권각론 제2판, 삼영사 1997, 541면; 尹喆洪, 채권각론, 법원사 2001, 348면).
그리고 공유관계 외에 다른 예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⑤ 공동보증관계에서 분별의 이익을 갖는 공동보증인이 자기 분담액을 넘어서 변제하였는데, 그것이 다른 공동보증인의 의사에 반한 것이었다면, 그는 어느 정도 한도까지 자기 변제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일까? 우리 민법상 다른 공동보증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것이었다면, 변제한 보증인은 변제 당시 다른 공동보증인이 이익을 받은 한도에서 구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제444조 제1항), 면책된 날 이후의 약정이자나 손해배상은 청구하지 못한다. 만약 다른 공동보증인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었다면, 다른 공동보증인이 현재 이익을 받는 한도, 즉 현존이익의 한도에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제444조 제2항). 이는 반의사사무관리에서 사무관리자의 비용상환청구가 본인의 현존이익 한도로 제한되는 것(제739조 제3항)에 상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다른 공동보증인이 악의였다고 하면, 그리고 그가 그 변제로 인해 실질적으로 큰 이익을 얻은 후에 그 이익을 재빨리 소비해버렸다고 하면, 그러한 경우에도 변제자의 구상은 현존이익의 한도로 제한되어야 하는 것일까?
⑥ 또한 변제의 이해관계가 없는 자가 어느 채무를 착오로 변제하였는데, 그것이 채무자의 의사에 반한 것이었다면, 이 경우 그 채무자가 채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에 대해 변제자는 어느 정도까지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 본래 우리 민법상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제469조 제2항). 이 경우 채무자의 반대의사는 꼭 명시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통설의 입장이다. 그러므로 이 경우는 유효한 변제가 되지 못하며, 이는 제3의 변제자가 자기 채무로 오신하고 변제하였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오신하여 변제한 경우, 이는 부진정사무관리 가운데서도 오신사무관리의 영역에 속하며, 이 경우에는 사무관리에 관한 민법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변제자는 선의의 이득자에 대해서 현존이득만을 반환청구할 수 있다는 게 통설의 입장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은 모두 사무관리와 부당이득이 만나는 영역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이른바 부당사무관리(unberechtigte Geschäftsführung ohne Auftrag) 또는 부진정사무관리(unechte Geschäftsführung ohne Auftrag)의 이론으로 해결해야 하고 있다. 그 반면 국내에서는 이에 관해 아직 본격적인 이론이 발표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몇 년 전부터 나는 이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참이었는데, 마침 그저께 연세대학교 로스쿨에서 열린 민사법학회 2013 춘계 학술대회에서 국민대 서종희 교수님이 이에 관해 발표를 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마침 그에 대해 토론을 담당하게 되어, 드디어 위의 문제에 관해 민사법학회 차원에서 열띤 논쟁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먼저 위와 같은 부당사무관리와 부진정사무관리에 대해 독일민법이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독일민법은 이러한 경우에 아무리 사무관리자가 사무관리의 의사를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본인의 이익 및 본인의 실제적ㆍ추정적 의사와 일치하지 않는 사무관리를 하였다면, 수임인이 청구할 수 있는 것과 동일한 비용상환을 청구할 수 없고 부당이득반환규정에 따라서만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684조 본문). 그리고 사무관리의 의사를 갖고 사무관리를 한 자에게 설령 귀책사유가 없었다 하더라도 사무관리의 의사가 본인의 실제적ㆍ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면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678조), 그러한 반의사사무관리라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에 적합하거나 법정부양에 관련된 때에는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제679조). 그리고 어떤 타인의 사무를 자기의 사무라고 믿고 이를 처리하는 때에는 여기에 사무관리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제687조 제1항). 하지만 우리 민법은 이러한 규정들을 마련해두지 않고 있거나 약간 다른 규정들을 마련해 두고 있으며, 특히 반의사사무관리에 대해서 본인의 선의, 악의 여부를 불문하고 본인이 현존이익의 한도로만 상환책임 등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제739조 제3항), 많은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국민대 서종희 교수님은 이에 대해 대체로 독일의 입장을 따르는 방향으로 발표를 하였다. 예전에 내가 다른 논문에서 이미 그렇게 주장했던 것처럼(고려법학 제56호, 2011.03, 181-220면), '본인의 의사와 이익에 명백히 반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본인의 실제적 의사와 이익에 반하는 사무관리를 한 자에게 무과실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을 위해서라도, 부당사무관리의 개념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사무가 아님을 알면서도 타인의 사무에 개입하여 이익을 취득한 자에게 단순히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그 초과이익까지 모두 환수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독일의 부진정사무관리 이론을 도입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도, 서종희 교수님은 나와 생각을 같이 하였다.
하지만 부당사무관리로 인해 본인에게 초과이득이 발생한 경우 그 초과이득까지 반환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서종희 교수님은 나와 약간 생각을 달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이 경우에 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이었다: '반의사사무관리로 인한 초과이익이 본인에게 발생했다면, 아무리 부당사무관리자의 능력에 의한 초과이득이라 할지라도, 이 경우 부당이득법규정과 판례에 따라 부당사무관리자는 자기 손실범위 내에서만 본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이상, 부당사무관리자는 그 초과이득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게 해야 한다. 특히 우리 민법 제739조 제3항이 부당사무관리자(반의사사무관리자)에게 현존이익에 한해서만 비용상환청구를 인정하고 있는 이상, 부당사무관리자는 그 손실조차도 제대로 보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반의사사무관리로 인한 운용이익이 본인이 아닌 사무관리자에게 귀속하였을 경우, 그것이 아무리 부당사무관리로 인해 발생한 이득이라 하더라도, 부당사무관리에 따른 이익이 본인에게 온전히 귀속될 수는 없으므로, 본인은 부당이득 법규정 및 그 판례에 따라 본인의 손실범위 내에서만 부당사무관리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물론 본인의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고, 부당사무관리자에게 특례를 베푸는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나, 어차피 우리 민법 제739조 제3항이 부당사무관리자에게 적절한 불이익을 가하고 있으므로, 그러한 규정에 의해서 양자 간에 이해관계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서종희 교수님은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 '우리 판례가 비급부부당이득은 물론이고 급부부당이득에 대해서까지 그 손실범위 내에서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부당이득법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독일이 급부부당이득과 목적부도달에 의한 부당이득의 경우에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그 손실범위 내로 제한하지 않고 있고, 부당사무관리로 인한 부당이득은 사무관리의 목적이 도달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한 부당이득으로서 목적부도달에 의한 부당이득으로도 볼 수 있는 이상, 부당사무관리로 인해 본인에게 귀속된 이득 가운데 초과이득에 대해서도 부당사무관리자가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록 독일의 통설은 부당사무관리로 인한 부당이득을 비급부부당이득으로 보고 있으며, 이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본인의 손실범위 내로 제한되는 것이 사실이나, 독일의 일부견해(Loyal, Der fremdnützige Leistungszweck, JZ 2012, 1102 ff.) 가운데는 부당사무관리로 인한 부당이득을 목적부도달에 의한 부당이득으로 보는 견해도 존재하며, 이러한 경우 반환청구범위가 손실범위 내로 제한되지 아니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나는 다음과 같이 반박하였다: "우리 법이 ‘목적부도달에 의한 부당이득’의 유형을 인정하는지 여부를 떠나서, 부당사무관리에 의한 부당이득을 과연 ‘목적부도달에 의한 부당이득’으로 볼 수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부당사무관리자가 본인의 사무를 관리할 목적으로 일정한 출연을 했다 하더라도, 그 출연은 법적인 채권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의 이익을 본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일종의 호의적인 목적에 의한 출연에 지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설령 법정채권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법률이 그렇게 정한 것일 뿐 당사자의 의사나 목적에 의해서 법률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부당사무관리의 경우 본인의 실제적 의사나 이익에 반하는 사무관리이기 때문에 사무관리의 법정채권관계가 그렇게 제대로 발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목적부도달에 의한 부당이득’이라고 하는 개념이 우리에게 아무래도 생소한 것인 이상, 굳이 그렇게까지 생경한 개념을 원용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설령 ‘목적부도달에 의한 부당이득’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할 경우 부당사무관리자가 본인에게 발생한 초과이득에 대해 자기 비용지출 범위를 넘어서 반환청구를 할 수 있게 되는, 불공평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아무리 본인의 초과이득 보유가 부당하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이 경우 본인이 취득한 이익 전부를 반환시켜야 한다는 목적만으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거나 '목적부도달에 의한 부당이득'을 원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밖에 서종희 교수님은 부진정사무관리 가운데서도 무단사무관리에 관하여 나와 약간 다른 견해를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악의의 부진정사무관리자가 본인의 사무를 찬탈하여 운용이익을 얻은 경우에, 기존의 판례에 따르면 본인은 손실의 범위 내에서만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인 이상, 악의의 사무관리자는 침해행위를 통한 운용이익을 온전히 얻을 수 있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종희 교수님은 기존의 판례를 수정하여, '이러한 무단사무관리의 경우에도 본인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본인의 손실범위 내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이득자가 취득한 이득 전부에 대해서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례를 변경하자'는 제언을 하였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나는 다음과 같이 반박하였다: '어차피 기존의 견해에서도 무단사무관리에 대해 사무관리의 규정을 예외적으로 적용하여 그 이익 전부를 본인에게 귀속시키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고, 그렇게 부분적인 해결을 한다 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러한 이상, 굳이 기존의 확립된 판례까지 변경해가며 본인의 초과이익 환수권을 보장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 판례의 기존 입장을 따르더라도 급부부당이득의 경우 상대방의 이득이 급부자의 손실로 거의 의제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득과 급부자의 손실 간에 괴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괴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대개 비급부부당이득의 경우인데, 이에 관해서는 독일이나 우리나라나 모두 손실범위 내에서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하기 때문에 큰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서종희 교수님은 '무단사무관리라는 위법행위에 대해 명문규정도 없이 적법행위인 사무관리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金相容, 채권각론, 화산미디어 2009, 506면), 위법행위를 한 무단관리자의 이득의 환수는 적법행위에 의한 사무관리규정이 아닌 부당이득반환의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시지만, 이에 대한 나의 견해는 이러하였다: '독일의 통설을 고려해보건대 부진정사무관리로 인한 부당이득은 부당사무관리로 인한 부당이득과 마찬가지로 비급부부당이득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어차피 독일 부당이득법에 따르더라도 부진정사무관리로 인한 부당이득은 손실 범위 내에서밖에 반환을 받지 못하게 된다. 부진정사무관리의 경우 본인이 사무관리자로부터 그 초과이득까지 반환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우리 판례를 손실범위만이 아니라 그 초과이득까지 부당이득을 반환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변경시킨다는 것은 이러한 점에서 독일법의 태도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이러한 해결방법은 초과이득이 사무관리자가 아니라 본인에게 발생한 경우 사무관리자가 본인에게 사실상 이득 전부의 반환청구를 할 수 있게끔 길을 터준다는 엉뚱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므로 본인을 보호하긴커녕 오히려 본인에게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나는 이렇게 반박하였다: '부당이득법 전체의 판례를 변경하면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느니보다 기존의 다수설(金亨培, 사무관리 부당이득, 박영사 2003, 51면; 崔秉祚, 민법주해 XVII, 박영사 2005, 93, 95면; 金曾漢/金學東, 채권각론 제7판, 박영사 2006, 686면; 金疇洙, 채권각론 제2판, 삼영사 1997, 541면; 尹喆洪, 채권각론, 법원사 2001, 348면)이 이미 그렇게 보고 있고 독일도 이미 그렇게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무단사무관리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사무관리법의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더 쉽고 깔끔한 해결책이다. 물론 우리 민법은 독일민법과 달리 그에 관한 명문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무단사무관리라는 위법행위에 대해 명문규정도 없이 적법행위인 사무관리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金相容, 채권각론, 화산미디어 2009, 506면). 하지만 무단관리라는 위법행위를 한 자가 적법행위인 사무관리를 한 자보다 초과이익의 취득이라는 측면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이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의 여부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따지면 부당사무관리는 무단사무관리와 달리 적법행위인지 여부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러면서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생각건대 무단사무관리에 의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특히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었다면 그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해서 손해배상이 문제될 것이고, 이는 명백히 불법 위법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불법행위법에 의해서 해결을 하면 되는 것이고, 이 경우에 굳이 무단사무관리를 원용할 실익은 없다. 오히려 무단사무관리의 개념을 특별히 인정한 취지는 무단사무관리로 인해 재산적, 비재산적 손해가 발생하긴커녕 오히려 재산적으로 초과이득이 발생한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해봐야 한다. 이러한 사례는 어차피 불법행위법에 의해서 해결을 할 수는 없기에 무단사무관리의 규정이 독일민법에 존재하는 것이고, 이러한 무단사무관리가 과연 불법의 영역에 속하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는 사무관리와 부당이득이 중첩되는 영역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복합적인 중간영역을 오로지 부당이득법만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거기에 더해 기존의 판례까지 변경해버리려 하면, 이는 오히려 무단사무관리자의 초과이익 반환청구권을 정당화하는, 불공평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무단사무관리에 부당이득법과 함께 사무관리법을 적절히 적용한다는 것이 그릇된 것은 아니며, 이는 해석론적으로도 그리 큰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토론이 이루어졌는데, 학술대회장에 참석한 여러 교수님들 모두 매우 진지한 자세로 경청을 해주셨고,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동안 방청석 내에 극도의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아 단상에 무서움과 두려움을 더해주기도 하였다. 나의 토론발제가 끝난 후에는 강원대 로스쿨의 안병하 교수님께서 "부당이득의 반환범위를 손실 범위 내로 제한하는 국내의 판례에 대해서는 서종희 교수님과 마찬가지로 불만이 있으나, 그 요건에 대한 비판에 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다"는 내용의 의견제시를 하셨는데, 그러한 부분에 대한 지적 역시 예리한 칼날을 품고 있는 것이었다.
학술대회가 끝나고 나서는 고세일 교수님(배재대), 서희석 교수님(부산대)과 함께 연세대 캠퍼스의 청송대(聽松臺)를 거닐었다. 그곳 숲 속에서 비가 막 그친 뒤의 맑은 공기를 같이 마시면서 그 옛날 대학시절을 추억해보기도 하였다. 비가 꽤 온 영향으로 약간 추워진 날씨였지만, 꽃들이 거의 지지 않은 덕분인지 여전히 참 아름답기 그지 없는 풍경이었다. 그 후 어느 샤브샤브집에서 여러 교수님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같이 하였고, 약간의 대화를 나눈 후 일찍 귀가하였다. 오래간만에 여러 훌륭한 교수님들과 만나 인사도 드리고 안부도 여쭙고 하니 뭔가 뿌듯한 기분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서종희 교수님은 부당사무관리에서 사무관리자의 초과이득반환청구권을, 부진정사무관리에서 본인의 초과이득반환청구권을 확보해주기 위해 부당이득반환범위에 관한 판례변경을 주장하신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더 자연스러운 해결책을 제시하신 것 같기는 하네요.
하지만 교수님의 반박도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부당사무관리자가 본인에게 발생한 초과이득에 대해 자기 비용지출 범위를 넘어서 반환청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목적부도달에 의한 부당이득을 우리나라 법에서 인정한다는 것도... 그냥 급부부당이득 속에 목적부도달에 의한 부당이득이 포함된다고 보면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굳이 목적부도달에 의한 부당이득을 인정할 실익이 있을지? 물론 서종희 교수님 견해에 따르면 꼭 있어야 되겠지만.
또 부당사무관리의 부당이득은 비급부부당이득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본인에게 속할 경우 비용부당이득, 사무관리자에게 속할 경우 침해부당이득.
하여튼 엄청나게 고급이론을 갖고 논쟁을 벌이시는 걸 보니까, 대단하네요. 민법 교수는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겠습니다.
서종희 교수님의 발표에서 좀 의문인 것은 우리나라 부당이득법 해석에서 민법 제201조가 차지하는 지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건지 하는 겁니다. 양창수 대법관님 견해를 비롯한 다수설에 따르면 민법 제201조가 버티고 있는 한, 적어도 비급부부당이득에 있어서는 운용이득(초과이득?) 반환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판례도 손실자의 임야에서 굴취한 토석으로 제3자의 제방을 성토하여 받은 성토대금이 반환되어야 한다면, 위 토석성토대금 중에 설령 부당이득자의 이윤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는 부당이득자의 노력에 의한 것이지 사회통념상 위 토석 그 자체로부터 당연히 그 이윤이 발생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그 이윤 상당 부분은 반환할 이득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大判 1995.5.12, 94다25551)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부당사무관리에서 초과이득 반환은 어렵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닐지? (무단사무관리도 마찬가지). 부당사무관리에서 발생한 부당이득이 급부부당이득이라거나 목적부도달에 의한 부당이득이라고 보시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은데...
제가 뭐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끼어든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ㅠ
글을 주욱 훑어보면서 느낀 건데, 주인장님도 물론 대단하지만, 서종희 교수님이란 분의 실력이 정말로 뛰어나다는 생각입니다. 나이도 어린 신진교수님인 것 같은데, 벌써부터 민법 전체를 종횡으로 꿰뚫으면서 창조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에 초과이득이 부당사무관리자에게 속할 경우, 본인의 부당이득반환청구 또한 손실범위로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당사무관리자에게 초과된 운용이익을 보장해준다는 거죠.
하지만 부당사무관리가 아니라 무단사무관리인 경우 사무관리자는 초과이익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이 경우 사무관리법이 적용되어 그 모든 이익이 본인에게 귀속되거든요.
이렇게 유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는 게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데, 무단사무관리의 경우 타인의 영역에 대한 침범의 비난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에서 그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H.호나우두님께/ 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서종희 교수님의 경우 부당사무관리를 목적부도달에 의한 부당이득이라고 보고 계시기 때문에, 약간 다른 결론에 도달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iracuser님께/ 목적부도달에 의한 부당이득개념을 설령 인정한다 하더라도, 국내 판례가 급부부당이득반환에 대해서 이를 손실범위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 설령 불합리하다고 하더라도, 부당사무관리로 인한 부당이득을 목적부도달에 의한 부당이득으로 볼 수 있는가... 그것은 아닌 것 같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서종희 교수님께서는 학번이 겨우 99학번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복잡한 이론을 만들어내셨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옳곤님께/ 감사합니다. : )
김규수님께/ 실무가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탁상공론처럼 보일지라도, 저희 학자들은 원래 실무에서 흔히 일어나는 간단한 일들보다 실제로 거의 일어나지 않는 복잡하고 희귀한 일들에 더 관심이 많은 편이니 이를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 어떤 돈도 권력도 명예도 보장해주지 않는 일이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그런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묵묵히 공부를 하고 있어야, 나중에 그런 일이 정말로 터졌을 때 즉시 대처를 할 수 있게 되거든요. 학문이란 게 원래 그러한 것입니다. 수학, 물리학을 비롯해서 모든 학문이 다 그렇듯 '쓸모'의 문제를 초월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