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 18일이다.


오늘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던 지 33년이 되는 날이다. 아무리 봄날을 맞이하여 들뜬 기분이라도 오늘 같은 날에는 뭔가 좀 숙연한 느낌에 휩싸이곤 한다. 아주 어렸을 때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에 대해서 내가 알게 된 후 가졌던 생각은 딱 세 가지였던 것 같다. 첫째는 이 세상에서 정의로운 자가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둘째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아주 높은 곳, 저 아주아주 높은 최상부에는 완전한 양아치, 깡패 같은 자들이 또아리를 틀고서 자리잡고 있다는 것, 셋째는 대다수의 어른들은 이 모든 사실들을 숨기고서 외면한 채로 살아가고 계시다는 것. 옛날에 Johann Gottlieb Fichte가 'Die Grundzüge des gegenwärtigen Zeitalters'라는 책에서 'Zeitalter der vollendeten Sündhaftigkeit(완전한 죄악의 시대)'로 명명했던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게 내 젊은 날의 정서를 지배했던 것 같다. 모름지기 성공이 올바른 행동의 기준은 아니며, 모든 생존은 비참한 타협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부끄러움이 여태까지 내 최소한의 도덕관념을 지탱해줬던 것 같다. 오늘 같은 날 한번 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 노래 한 곡이나 아래에 소개하고서 글을 마칠까 한다.






댓글 3

돕뿌
돕뿌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아직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차원의 인식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 같네요. 광주민중항쟁은 단순히 독재권력을 향한 민주화세력들의 투쟁이라고만 분석될 수는 없고, 오히려 반자본주의적, 반자유주의적, 반시장주의적 계급투쟁에 가까운 투쟁이었죠. 경제사회적인 측면에서 1979년 4월에 발표된 박정희 정권의 '경제안정화 종합시책'은 정리해고와 기업정리 등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표방하고 있었고, 그 배후에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자본과 삼성을 필두로 한 재벌가들의 구조조정 압력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죠.

1979년 10월의 부마항쟁부터가 부산, 마산지역의 해고노동자들이 벌인 노동자투쟁이었고, 1979년 8월의 YH노동자투쟁, 1980년 4월의 사북 광산노동자 투쟁 역시 명명백백한 반자본주의 노동자투쟁의 성격을 띄고 있었습니다. 1980년 5월의 광주항쟁 역시 그 본질은 반독재투쟁이라기보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동자계급투쟁의 성질을 띄고 있었죠. (최후까지 도청을 사수한 시민군들 중에 대학생은 한 두 명, 교수 변호사 등 지식인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시민군 대부분이 공장 노동자, 건설 노동자, 차량 운전사, 자개공, 목공, 미장공, 식당종업원, 구두닦이, 웨이터, 일용품팔이 노동자들이었죠.)

1980년 5월 21일부터 5월 27일까지 약 1주일 동안 시민군이 장악한 광주시의 경제체제가 어땠는지 아십니까? 철두철미한 공동노동에 공동분배, 즉 공산주의적 방식으로 작동했습니다. 옛날 빠리꼬뮨과 똑같은 완벽한 사회주의 체제였던 거죠. 순전히 무식한 노동자들로만 구성된 해방군 사령부였지만, 놀랄 만한 지도력으로 치안을 완벽하게 안정시키고 물류공급과 식량배급을 원활히 하는 등의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한반도 남쪽 땅에도 공산주의적 경제체제가 아주 멀쩡하게 잘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서구의 자본과 남한의 부르주아들에게 너무나도 무섭도록 잘 보여줬던 것이죠.

그런 노동자 사회주의적 혁명으로서의 본질을 계승하지 못하고, 소수의 부르주아 보수야당 정치인들이 어줍잖은 '민주화' 운동으로만 광주항쟁의 의미를 축소시켜 놓았으니, 오늘날 진보진영이 이처럼 지리멸렬하고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같은 극우보수반동정권이 수립되는 결과가 빚어진 것입니다. 광주항쟁의 정신을 계승했다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한 짓들을 보시죠. 서구자본 및 재벌들이 요구하는 시장개방, 구조조정, 노동유연화 등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삽질에 동참하고, 군사독재를 재벌독재로 바꿔치기하는 배신자적 행태를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이게 다 주인장 같은 쁘띠 부르주아 지식인들이 진보진영에 함부로 들락거리고 얼씬거리면서 광주항쟁의 본질을 호도하도록 내버려둔 후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르주아적 민주화의 환상에 빠져서 "정의가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었다"와 같은 감상주의적 발언이나 해대고 있으니, 모든 네티즌들이 주인장님을 이토록이나 경멸하고 있는 거죠. 하긴 주인장님 스스로가 본인의 쁘띠부르주아적인 계급이익에 충실하기 위해 일부러 바보짓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ㅎ
1stwhitewhale
1stwhitewhale
돕뿌님께/ 님께서 그런 생각을 가지시게 된 것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를 합니다만, 님의 생각이 사실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광주항쟁 당시 시민군은 엄밀히 말해 노동자들로만 구성된 게 아니었으며, 다수의 대학생과 지식인들 역시 거기에 참여했고, 그들이 무기를 손에 잡은 동기는 무슨 거창한 공산주의 혁명 전략에 있었던 게 아니라 기본적인 정의감과 독재정권에 대한 반감에 있었을 뿐임을 부디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님처럼 함부로 말씀하시는 분들때문에 아직도 광주항쟁을 빨갱이 폭도들의 반란 쯤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사회주의 노동자혁명만이 대안이라는 님의 과격한 주장은 오늘날 우리 나라 시민들 대다수에게 거의 받아들여지기 힘든 것일 뿐 아니라, 항쟁 당시의 광주시민들에게도 거의 받아들여지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특히 그 당시 비극적으로 순국하신 광주영령들과 그 후손들 입장에서 님의 주장은 그 분들의 순수한 죽음을 이데올로기적인 동기로써 빨갛게 색칠하려는 시도로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분들의 분노를 생각해서라도 말씀을 부디 조심스럽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돕뿌
돕뿌
기가 차는군요. '이데올로기적인 동기로써 빨갛게 색칠하려는 시도'? 바로 주인장과 같은 버러지 대학교수들부터가 이렇게 색깔론에서 못 벗어나고 있으니 아직도 광주항쟁이 시덥잖은 민주화투쟁으로밖에 평가를 못 받고 있는 겁니다.

민주화? 민주주의?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의 민주주의가 뭐 별겁니까? 부르주아선거민주주의, 독점재벌만을 위한 자유시장민주주의, 금권정치 보수의회민주주의가 그 잘난 이름의 '민주주의' 아닙니까? 그깟 민주주의 따위가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광주시민들의 고귀한 피를 민중권력이 아닌 그깟 민주주의 따위를 위해 뿌려진 것으로 왜곡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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