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물권과 동산물권
토지와 건물, 즉 부동산(不動産)은 모든 인간실존의 공간적 토대가 된다. 이러한 부동산의 도움 없이 인간은 주거문제와 난방문제, 취사문제 등을 사실상 해결할 수 없으며, 작업장ㆍ생산시설의 확보나 사생활의 유지는 물론이고 의복 등 생활필수품의 보관문제조차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게 돼있다. 이러한 부동산이 인간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산ㆍ판매ㆍ유통ㆍ소비방식의 변화와 상관없이 꾸준하며, 경제규모가 확대될수록 부동산의 희소성은 더욱 더 강조되기 때문에, 아무리 인간의 문명이 근대화ㆍ산업화된다 하더라도, 그리고 인간의 생산과 소비가 아무리 대량화ㆍ표준화ㆍ획일화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부동산에 관한 인간의 법의식은 여전히 보수적(保守的)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본다면, 오늘날 눈부시게 발달하는 생산재와 소비재의 유통시장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역할은 극히 미미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은 자금시장과 자본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재산증식수단이자 담보금융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주식ㆍ채권과 함께 가장 중요한 자산의 항목으로서 손꼽히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은 전통적으로 매우 주의 깊게 등록ㆍ관리되어왔으며, 그 변동에는 특수한 방식이 요구되어왔고, 특히 토지소유권의 경우 매우 강한 보호필요성이 제기되어온 것이 역사적 사실이었다. 한편 부동산의 이용권은 옛부터 이웃과의 권리충돌이라고 하는 특수한 문제를 발생시켜왔고, 공공복리라는 측면에서 부동산의 소유권은 국가나 공적 사업주체로부터 규제ㆍ징수ㆍ재분배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입법자는 이러한 부동산물권Immobiliarsachenrecht의 내용을 법정하고, 상린관계나 공적 규제관계에 관해 자세한 규정을 마련해두려 하였다.
이러한 부동산물권의 변동은 크게 법률행위에 의한 부동산물권변동과 법률행위에 의하지 않은 부동산물권변동으로 나눌 수 있다. 법률행위에 의한 부동산물권변동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우리 민법 제186조는 법률행위로 부동산물권을 변동시키려 할 경우, 법률행위와 함께 부동산등기(不動産登記)라는 공시방법이 있어야 물권변동이 일어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법률행위에 의한 부동산물권의 변동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등기라는 공시방법이 요구되는 것을 등기주의(登記主義)라고 일컫는다. 이렇듯 등기주의가 원칙적으로 관철되는 이상, 부동산물권의 변동을 이해함에 있어서는 부동산등기에 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동산(動産)은 부동산과 달리 인간실존의 토대가 된다기보다 그 응용으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러한 동산은 대부분의 경우 내구성이나 희소성과는 거리가 멀고,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하며, 수시로 취득과 처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제적 중요성의 측면에서 부동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이러한 동산은 근대화 이후 생산ㆍ판매ㆍ유통ㆍ소비방식의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인간의 경제생활에 있어서 매우 혁신적인 의미를 담지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동산에 관한 인간의 법의식은 부동산에 비해 다분히 진보적(進步的)인 경향을 띄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생산재와 소비재의 유통시장에서 동산이 차지하는 역할은 과거에 비해 아주 크고,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ㆍ대량소비의 시대를 맞이하여 동산거래는 계속해서 획일화ㆍ표준화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법적 규율도 그에 발 맞추어 변화할 필요성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동산에 관한 물권은 전통적으로 엄격한 공시가 요구되지 않았으며, 진정한 권리자의 보호보다는 거래의 안전이 상대적으로 더 강조되었고, 동산의 이용기간이 대부분 짧기 때문에, 이에 관하여 용익물권 같은 것도 전혀 발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대형 생산수단으로서의 동산들이 다수 등장하면서(예를 들면 중기, 선박, 자동차, 항공기 등), 동산에 관한 법적 취급 역시 차별화되고 있고, 동산물권변동에 관해서도 공시의 필요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편 동산은 분실과 도난이 매우 자주 일어나고, 다른 물건에 첨부(添附)되는 일도 잦은 편이어서, 전통적으로 입법자는 이러한 동산물권의 변동 가운데서도 특히 소유권취득에 관해서 자세한 규정을 마련해둔 바 있다.
실제로 우리 민법은 물권법 총칙(제185조~제191조)에서 동산물권Mobiliarsachenrecht의 변동 중 법률행위에 의한 변동만을 규정하고 있다. 법률의 규정에 의한 동산물권의 취득은 총칙 대신에 소유권의 장(제211조~제278조)에서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제246조~제261조). 법률행위에 의한 동산물권의 변동은 권리자로부터의 취득Der Erwerb vom Berechtigten과 무권리자로부터의 취득Der Erwerb vom Nichtberechtigten으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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