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의 세 가지 권능에 관한 정리
소유권의 권능(權能)은 크게 사용ㆍ수익ㆍ처분으로 나눌 수가 있다. 이러한 사용ㆍ수익ㆍ처분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막상 이를 자세히 설명해보라고 하면, 일단 말문이 막히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용ㆍ수익ㆍ처분이 법학적으로 갖는 의미만이 아니라 경제학적으로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우리는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기존의 법학은 이러한 부분을 소홀히 해온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사용ㆍ수익ㆍ처분에 관해 자세히 분설해보면 다음과 같다:
사용(使用)은 목적물을 그 용법에 맞게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라틴어로는 이를 ‘usus’라 하고, 독일어로는 이를 ‘Nutzung’이라 하며, 프랑스어로는 이를 ‘usage’라 하고, 영어로는 이를 ‘use’라 표현한다. 예를 들어 주택에 거주하고, 수건으로 손을 닦고, 의자 위에 앉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등의 일이 다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물권에는 이러한 물건사용의 권능이 부여되어 있지만, 저당권과 같은 담보물권(擔保物權)에는 이러한 물건사용의 권능이 부여되어 있지 않다.
수익(收益)은 그 목적물로부터 생기는 과실(果實)을 수취하는 것을 말한다. 라틴어로는 이를 ‘fructus’라 하고, 독일어로는 이를 ‘Fruchtziehung’이라 하며, 프랑스어로는 이를 ‘accession’이라 표현한다. 예를 들어 논밭으로부터 곡물과 야채를 수확하고, 과수원으로부터 과일을 수확하고, 젖소로부터 우유를 짜내며, 발전소로부터 전기를 얻어내고, 건물소유권에 근거하여 세입자들로부터 월세ㆍ임대료를 징수하고, 인터넷사이트에 대한 소유권에 근거하여 광고료를 벌어들이는 것이 그와 같다. 중세 게르만법에서는 사용의 권능과 수익의 권능이 분리되어 있어서, 농노(農奴 Leibeigene)들의 경우 자기 소유물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를 수익할 수는 없다거나, 자기 소유물에서 수익한 모든 산출물들을 영주(領主 Leibherr)에게 상납(上納)해야 한다는 등의 규정이 허다하게 존재했다. 하지만 오늘날 소유권자에게는 수익의 권능이 분명하게 부여되어 있으며, 프랑스민법은 이에 관하여 제547조에서 “토지의 천연 또는 인공과실, 법정과실, 동물의 새끼는 수익권에 의하여 소유자에게 속한다(Les fruits naturels ou industriels de la terre, les fruits civils, le croît des animaux, appartiennent au propriétaire par droit d'accession)”고 규정하고 있고, 독일민법은 이에 관하여 제953조에서 “물건의 산출물 및 기타의 구성부분은 분리된 후에도 그 물건의 소유자에게 속한다(Erzeugnisse und sonstige Bestandteile einer Sache gehören auch nach der Trennung dem Eigentümer der Sache)”고 규정하고 있다. 오늘날 사용과 수익은 소유권에 있어서 함께 묶인 채로 규율되고 있기 때문에, 둘을 굳이 구분해야 할 실익은 없다. 보통 수익을 과실의 수취로 이해하지만, 사용이익(使用利益) 역시 과실의 일종임을 감안하면, 사용 자체가 그냥 수익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처분(處分)은 그 물건을 치우거나(處) 으깨는(分)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그 물건을 소비ㆍ파괴ㆍ매각ㆍ증여ㆍ담보설정하는 것이 다 물건의 처분에 해당한다. 라틴어로는 이를 ‘abusus’라 하고, 독일어로는 이를 ‘Verfügung’이라 하며, 프랑스어와 영어로는 이를 ‘disposition’이라 표현한다. 이러한 처분행위는 크게 폐기처분(廢棄處分)과 증여처분(贈與處分), 환가처분(換價處分), 담보제공처분(擔保提供處分)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매각(賣却)으로 대표되는 환가처분과 저당권설정(抵當權設定)으로 대표되는 담보제공처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가처분과 담보제공처분은 화폐(貨幣)의 출현 이후에야 등장한 개념이며, 이러한 교환기능과 신용기능이 전면에 부각됨으로 인해 소유권은 점유권으로부터 비로소 분리되어, 직접적 향유를 넘어선 이윤창출의 도구로 기능할 수 있게 되었다(소유권의 처분권능이 다시 강조되기 시작한 시대와 장소가 14세기 해상중계무역으로 번성한 이태리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 이러한 점에서 사용ㆍ수익이 그 물건의 사용가치(使用價値)를 실현하는 것인 반면, 처분은 그 물건의 교환가치(交換價値)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소유권과 담보물권에는 이러한 처분의 권능이 부여되어 있지만, 용익물권(用益物權)에는 이러한 처분의 권능이 부여되어 있지 않다. 결론적으로 소유권은 이러한 사용ㆍ수익ㆍ처분의 권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완전물권(完全物權)으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Bartolus(1314-1357) 역시 ‘완전한 소유권dominium plenum’이란 ‘법률이 금지하지 않는 한도에서 유체물을 완전히 처분할 수 있는 권리(ius re corporali perfecte disponere, nisi lex prohibeat)’라고 정의한 바 있다.
* 처분권능과 배제ㆍ소외의 문제 :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이 사용ㆍ수익이 아니라 처분에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근대적 의미에서 어떤 대상에 대해 소유권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 소유물이라는 타자(他者 les autres)에 대하여 인간이 책임과 배려의식responsabilité pour les autres을 갖고 그 소유물과 특별한 인연으로써 결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하여 인간이 착취ㆍ분리ㆍ파괴ㆍ박탈의 자의적 전권(全權)을 움켜쥐고 이를 행사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인간은 소유물을 처분하면서 그 소유물에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된 타자들을 결과적으로 배제하거나 추방하는 경우가 많고(예를 들어 사업체를 해외로 이전하면서 거기서 일하던 노동자들과 그들을 상대하던 서비스업자들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게 만들거나, 사업체를 소유하다가 매각하면서 그 사업체의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해 내쫓는 것 등), 그런 식으로 자신과 소유물 및 그 주변인들 간의 관계를 폭력적으로 단절하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인간은 소유물을 처분함으로써 화폐를 얻게 되는데, 이러한 화폐는 소유의 대상으로부터 타자성(他者性)을 지우는, 강력한 동일화(同一化 identification)의 장치이자 비인간적 소외(疏外 aliénation)의 기제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화폐는 또한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Michel Serres의 말마따나 모든 추방 당한 것들의 상징이기도 하다. 소유권에 의해서 자행되는 이러한 ‘타자의 추방’은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타자’로서 실존하는 프롤레타리아계급의 탈주(脫走 fuite)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근대화 이후 소유권은 일종의 자연권(自然權 droit naturel)으로서 그 지위가 격상되었지만, 인간에게 이러한 소유권의 보장이 가능해진 것은, 근대국가가 독점적ㆍ배타적인 폭력을 사용해서 전국적 수준에서 화폐적ㆍ법적 평면을 만들어냈다는 데 기인하는 것이지, 인간에게 생래적ㆍ천부적으로 소유권이 주어졌다는 데 기인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근대화 이전까지만 해도 모든 인간들은 스스로를 자연이나 공동체의 일부로 생각했고, 그것과 지속적 상호작용을 주고 받으며 궁극적으로는 그것에 귀일(歸一)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많이 했었으나, 근대화 이후 인간들은 스스로를 그로부터 분리된 존재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러한 분리가 인간에게 이러한 소유물의 처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소유권의 처분권능에는 그 막강한 힘에 따르는 진중한 책임의식과 사려 깊은 반성이 요구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소유권의 처분권능만 자제시켜도 자본주의 모순 가운데 상당부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주인장님의 이런 감상적인 말에 넘어갈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네요. 소유권의 처분권능은 '자제'시킬 대상이 아니라 '금지'시켜야 할 대상입니다. 아니 그보다 소유권 자체가 폐지되어야 할 대상이죠.
1920년대와 1930년대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소련이 사적 소유권을 철폐하지 않았다면, 그러한 경제성장이 가능했을까요?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북한이 사적 소유권을 철폐하지 않았다면, 그러한 경제성장이 가능했을까요?
모든 지주 소유지는 몰수하고, 모든 자본가들의 공장과 시설도 몰수하고, 국유화된 토지의 대부분은 농민들에게 돌려주고, 지주에의 지대지불로부터 농민들을 해방하고, 모든 공장과 시설은 노동자들에게 돌려주고, 수많은 국외자본가들과 부재지주에 의해 징수되던 지대와 소작료와 이자와 배당금의 청구를 철폐하고, 모든 은행빚으로부터 노동자들의 해방, 모든 국부의 전인민의 소유로의 전환... 이건 과연 꿈같은 얘기이기만 한 걸까요? 이걸 모두 빨갱이 나쁜 자들의 선동이라고만 믿어야 할까요? 그런 거짓말에 우리는 끝까지 속아야만 하는 걸까요?
북한과 소련의 눈부신 경제성장?... 그 두 나라 중에 한 나라는 세계최빈국이 됐고, 또 한 나라는 멸망해서 아예 사라져버렸는데, 예를 들어도 그따위 후진 예를 들어서야 여기 교수님이나 다른 방문객님들께 씨알이나 먹히겠느냐구요... (그리고 갑자기 무슨 <b>경제성장?</b> 이건 또 웬 성장주의담론? 순진한 네티즌들에게 공산혁명을 선동하고 싶으시면 차라리 복지얘기나 꺼내시등가...)
소유권 자체를 폐지해야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모든 국민이 군대의 병졸 같은 생활을 해야 한다는 주의시겠네요. 제가 군대 제대한지 몇년 안 되는디... ㅠ 개인적으로 군대시절의 자유없고 개성없던 생활에 넌더리가 나서, 다시는 그런 집단생활은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입니다.
님께서 만약 소유권 없는 삶을 꿈 꾸신다면, 가장 쉬운 방법이 있네요. 군대를 간다든가, 아님 수녀원에 들어간다든가 하는 거... 한번 적극적으로 검토해보시기 바라겠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