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성의 원칙, 첨부 그리고 부합
물건은 하나의 개별적인 물건이어야 한다. 동산일 경우는 물리적으로 하나의 단일체를 형성해야 하고, 부동산, 특히 토지일 경우에도 하나의 필(筆)이라는 단위로 다른 토지와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 독일에서는 이렇게 물권의 객체가 개별화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특별성의 원칙Spezialitätsgrundsatz이라고 한다. 특히 동산인 경우 유체적 단일체körperliche Einheit로서 물리적 독자성이 있어야만 하나의 물건으로 취급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만약 하나의 물건이 물리적 독자성을 잃고서 다른 물건의 본질적 구성부분wesentlicher Bestandteil으로 들어가게 된다면(예를 들어 한 개의 페인트통에 담겨 있던 페인트가 자동차에 칠해진다면), 그 물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 1개의 소유권이 존속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사안에 관해서는 부합(附合), 혼화(混和), 가공(加工) 등 첨부(添附)에 관한 물권법 규정들이 적용된다(제256조 이하).
물론 다른 물건의 경제적 목적에 봉사하기만 할 뿐 물리적 독자성을 상실하지는 않은 경우라면(예를 들어 산 속의 어느 오두막집이 인근에 새롭게 만들어진 과수원의 경비용 건물로 사용되지만 별채로서 독립되어 있다면), 이러한 물건은 종물(從物 Zubehör)이라 하고 하나의 독립된 물권의 객체로서 취급한다. 로마법상 “부종(附從)된 것은 주(主)된 것을 따른다accessio cedit principali”는 원리에 의해 주물(主物)의 처분에 수반하긴 하지만(제100조 2항), 주물과 별도로 여전히 1개 물권의 객체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이러한 개별성의 원칙을 일물일권주의(一物一權主義 いちぶついちけんしゅぎ)라고도 표현한다. 하나의 물건에는 하나의 소유권만이 성립할 수 있으며, 각각의 소유권은 오직 한 개의 물건에만 성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공동소유관계는 여러 공동소유자들에게 각각 하나씩의 소유권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소유권이 각각의 공동소유자들에게 분할되어 귀속하는 관계에 해당한다. 그리고 여러 물건의 집합체Sachgesamtheit에 관해서는 1개의 소유권이 성립할 수 없고, 각각의 물건에 응한 여러 개의 소유권이 성립하는 것으로 보게 된다.
물론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나 입목에 관한 법률, 공장저당법, 동산ㆍ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개별물이 아닌 집합물에 대해 1개의 물권이 성립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단지 예외에 속할 뿐이며, 집합물에 대해 1개의 물권이 성립함에 관한 특별법상의 명문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일물일권주의의 원칙은 다른 모든 경우에 관철되는 것으로 본다.
마찬가지로 물건의 일부나 그 구성부분은 일반에게 공시하는 것이 곤란하고(예를 들어 컴퓨터의 부품은 컴퓨터 안에 내장되어 있는 이상 공시하는 것이 곤란함) 직접 지배하는 이익도 적기 때문에(예를 들어 경주마의 오른쪽 뒷다리만을 직접 지배하는 실익은 매우 적음), 물권법상의 독립된 물건으로 취급되지 아니하고, 그에 대해서 독립된 소유권이 성립하지도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설령 1필의 토지 가운데 일부처럼 공시가 가능하고, 직접 지배하는 경제적 이익 역시 큰 것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거래의 안전과 부동산등기주의의 원칙 등을 고려할 때, 1필의 토지 가운데 일부에 대해 소유권을 가질 수는 없으며, 이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분필절차(分筆節次)를 밟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봐야 한다(지적법 제17조 이하; 부동산등기법 제93조 이하 참조).
그리고 1동(棟)의 건물에 대해서는 등기법상 구분소유(區分所有)로 하여 그 일부에 대한 소유권을 등기하는 방법이 있으므로(민법 제215조;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제1조), 1동 건물의 일부에 대하여 소유권을 갖기 위해서는 구분등기를 해야만 할 것이다. 다시 말해 1필 토지의 일부나 1동 건물의 일부 같은 것은 분필 혹은 구분등기(區分登記)함으로써만 독립성을 갖출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다만 판례는 집합건물법 제1조 및 제2조의 해석상 구분소유권의 성립요건으로 건축물대장 등록이 필요하다거나 구분행위에 대장등록이 필수적인 방식으로 요구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고, 오히려 구분소유권은 각 구분건물의 독립성과 구분행위에 의하여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大判 2013.1.17, 2010다71578). 가령 고압송전선의 설치를 위하여 1필의 토지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만 물적인 사용권을 설정 받고 싶다면, 부동산등기법상의 등기방법에 따라 구분지상권(區分地上權)이라는 용익물권을 설정하도록 해야 한다.
* 첨부 - 첨부(添附)란 어떤 물건에 타인의 물건이 결합하거나 타인의 노력이 가해지는 것을 말한다. 라틴어로는 이를 ‘accessio’라 하고, 독일어로는 이를 ‘Akzession’이라 하며, 프랑스어와 영어로는 이를 ‘accession’이라 한다. 첨부에 의하여 생긴 물건은 불가분의 하나가 되기 때문에 1개의 물건으로서 존속하며, 그 복구는 특별한 합의가 없는 한 부정된다. 그리고 첨부에 의해 하나로 합쳐진 물건에 관하여는 새로이 소유자가 결정된다. 첨부된 물건의 소유자는 소유권을 잃고, 첨부된 물건의 소유권은 주된 물건의 소유권에 흡수되는 것이다. 첨부에 관한 규정은 물권법에 속함도 불구하고 임의규정(任意規定)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새로 생긴 물건이 누구에게 귀속하는가 하는 것은 일단 사적 자치의 원칙에 의해서 당사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첨부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 것은 그 당사자들이 끝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 한한다. 어쨌든 첨부의 결과 소멸하게 된 구물건의 소유자는 부당이득에 관한 규정(제748조 이하)에 따라서 그 구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 자에게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제261조). 그리고 첨부로 인하여 물건의 소유권이 소멸하면 그 물건 위에 존재하는 제3자의 권리(예를 들면 양도담보권, 저당권 등) 역시 소멸하게 된다(제260조 1항). 하지만 첨부된 물건의 소유자가 새로운 물건의 단독소유자ㆍ공유자가 된 때에는 새로운 물건 또는 공유지분 위에 제3자의 권리 역시 존속한다(제260조 2항). 이러한 첨부에는 부합ㆍ혼화ㆍ가공, 세 가지의 경우가 있다.
부합 - 부합(附合)이란 소유자를 각각 달리하는 수개의 물건이 결합하여 1개의 물건으로 되는 것을 말한다. 독일어로는 이를 ‘Verbindung’이라 하고, 프랑스어로는 이를 ‘adjonction’이라 하며, 영어로는 이를 ‘combination’이라 칭한다. 첨부에 있어서 가장 전형적인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부동산에의 부합 - 부동산의 소유자는 그 부동산에 부합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다(제256조 본문). 부동산에 부합하는 물건은 대개 동산이며(예를 들면 페인트, 벽지, 외장재나 수도ㆍ난방ㆍ통신시설 등), 독일민법은 이에 관하여 제946조에서 “동산이 그 토지의 본질적인 구성부분이 될 정도로 그 토지와 부합한 때 토지소유권은 그 동산에 미친다(Wird eine bewegliche Sache mit einem Grundstück dergestalt verbunden, dass sie wesentlicher Bestandteil des Grundstücks wird, so erstreckt sich das Eigentum an dem Grundstück auf diese Sache)”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민법은 제525조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석고, 석회 또는 시멘트로써 그 토지에 고착되거나 그 부착되어 있는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파괴ㆍ훼손하지 않으면 동산이 분리될 수 없는 것인 때 소유권자는 그 동산을 그 토지에 영구적으로 부합시킨 것으로 본다(Le propriétaire est censé avoir attaché à son fonds des effets mobiliers à perpétuelle demeure, quand ils y sont scellés en plâtre ou à chaux ou à ciment, ou, lorsqu'ils ne peuvent être détachés sans être fracturés ou détériorés, ou sans briser ou détériorer la partie du fonds à laquelle ils sont attachés.)”는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유리glace, 회화tableau, 장식품ornement은 그 부착되어 있는 틀이 벽판과 합체되어 있을 때 영구적으로 설치된 것(“Les glaces d'un appartement sont censées mises à perpétuelle demeure lorsque le parquet sur lequel elles sont attachées fait corps avec la boiserie”)으로 보고 있으며, 조상(彫像 statue)은 파괴ㆍ훼손 없이 이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전용의 벽감(壁龕 niche) 안에 놓여 있는 때(“lorsqu'elles sont placées dans une niche pratiquée exprès pour les recevoir, encore qu'elles puissent être enlevées sans fracture ou détérioration”)에는 부동산에 부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판례는 염전용지에 염전시설을 한 경우 그 시설이 염전용지에 정착하여 독립적 존재를 인정할 수 없을 때 그 시설은 염전용지의 소유자에게 귀속된다고 하였다(大判 1958.5.22, 4290민상460). 반면 토지임차인이 주유소 영업을 위하여 지하에 유류저장조를 설치하였을 때, 유류저장조의 매설 위치와 물리적 구조, 용도 등을 감안할 때 이를 토지로부터 분리하는 데에 과다한 비용을 요하거나 분리하게 되면 경제적 가치가 현저히 감소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사실상 분리ㆍ복구가 불가능하여 거래상 독립한 권리의 객체성을 상실하고 토지와 일체를 이루는 구성 부분이 되었다고는 보기 어렵고, 또한 임차인이 임차권에 기초하여 유류저장조를 매설한 것인 경우, 그 유류저장조는 토지에 부합하지 않고 설치자의 소유에 속한다고도 하였다(大判 2012.1.26, 2009다76546). 한편 부동산으로서 변소ㆍ소창고 등과 같은 별개의 부속건물도 연결공사 등을 통해 주된 부동산인 주택에 부합하거나 토지에 부합될 수가 있다. 이렇게 부동산끼리 부합할 경우에는 그 중 주된 부동산의 소유자가 그 하나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 때 부합되는 물건의 가격이 부합하는 부동산의 가격을 초과하는 경우(예를 들어 산간오지의 값싼 임야 위에 값비싼 향나무가 식재된 경우)에도 부동산의 소유자는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보고 있다.
부합물과 종물의 구별 - 다른 물건에 물리적ㆍ경제적으로 결합되어 이미 개별적 존재성을 상실해버린 물건을 부합물(附合物)이라 하고, 다른 물건과 장소적으로 일정한 관계에 있으며 그 상용(常用)에 공(供)하기 위하여 종속되지만 그 개별적 존재성을 완전히 잃지는 않는 물건인 경우 이를 종물(從物)이라 한다. 예를 들어 토지에 부합된 건물의 경우 염전에 딸린 소금창고, 옥외수영장에 딸린 탈의실ㆍ샤워실ㆍ화장실, 골프장의 임시대피소, 과수원의 경비실, 주택의 외벽에 덧붙여 지은 부엌, 아파트 급수용 물탱크를 위한 옥탑 등이 그와 같은 것일 수 있다. 그리고 토지의 종물인 건물은, 건물 자체가 토지에 결합할 수밖에 없는 이상, 토지의 종물이 되는 건물을 거의 상상하기 힘들긴 하지만, 주된 건물의 종물인 건물로서는 주택에 딸린 광, 본채에 딸린 공동변소, 공장에 딸린 창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두 개의 물건이 서로 부합의 관계로 결합하였다면, 두 물건은 이미 하나의 물건으로 합쳐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반면 두 개의 물건이 주물과 종물의 관계로 결합하였다면, 두 물건은 여전히 두 개의 물건으로 각각 따로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물건이 처분되는 경우, 어차피 부합물이나 종물이나 주된 물건의 처분에 따를 것이므로, 부합물과 종물 간에 법률효과 상의 차이점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물론 종물의 경우, 주물을 처분할 때에 특약으로 종물을 제외할 수도 있고, 종물만을 별도로 처분할 수도 있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다: 大判 2012.1.26, 2009다76546). 비유하자면 부합물은 의수(義手)나 의족(義足)과 같고, 종물은 노예(奴隸)와 같다고 보면 거의 비슷하다 할 것이다.
동산 간의 부합 - 부합은 동산 간에도 성립할 수 있으며(예를 들면 자동차에 타인소유의 타이어를 끼우거나 타인소유의 페인트를 칠한 경우, 휴대폰에 타인소유의 액정보호필름을 부착한 경우), 이 때 소유권은 주된 동산의 소유자에게 속하게 된다(제257조 1문). 만약 부합한 동산 간에 주종을 구별할 수 없는 경우라면(예를 들어 자기 프라모델 장난감에 타인소유의 프라모델을 합체하여 본드로 붙이고 에나멜까지 칠한 경우), 각 동산의 소유자는 부합 당시 가액의 비율로 합성물(合成物)을 공유(共有)하여야 할 것이다(제257조 2문).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