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권리자로부터의 권리취득


공서양속 위반으로 무효인 매매계약에 의해 부동산을 취득한 자(예를 들어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제2 매수인)로부터 적법하고 유효한 매매계약에 의해 부동산을 전득한 자가 있었다고 하자. 이 경우 그 불법양수인과 전득자 간의 매매계약이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그 전득자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우리 판례(大判 1996.10.25. 96다29151)는 그 이전의 채권계약, 즉 원권리자와 불법양수인 간의 채권계약이 ‘절대적 무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보다 더 정확한 이유는 이 경우 물권행위의 유인성으로 인해, 원권리자와 불법양수인 간의 무효인 채권계약에 의해서 원권리자로부터 불법양수인에게로 물권이 이전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불법양수인이 처분권한을 가질 수 없었던 결과, 불법양수인과 전득자 간에 물권변동의 요건이 되는 물권행위가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물권행위의 요건상, 처분권한이 없는 자는 처분행위를 할 수가 없으므로, 불법양수인과 전득자 간에는 채권행위의 유효와 상관없이 물권행위가 성립하지 않은 것이고, 그러한 이유로 전득자는 채권계약의 상대방인 불법양수인으로부터 채권의 취득은 할 수 있었을지 모르나, 물권의 취득은 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채권계약이 ‘절대적 무효’라는 사정은, 절대적 효력이 있을 수 없는 채권계약의 성질상, 단지 그 이후의 전득자를 선의의 제3자로서 보호하는 예외규정이 존재하지 않음으로 인한 반사적 현상이자 결과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 채권계약이 ‘절대적 무효’이기 때문에 전득자가 전득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전득자가 전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전의 채권계약이 ‘절대적 무효’라는 것이다. 그리고 전득자를 선의의 제3자로서 보호하는 예외규정은 어디까지나 예외규정일 뿐이므로, 그러한 예외규정의 유무가 전득자의 물권취득 여부에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것은 오히려, 공서양속 위반으로 무효인 채권계약이 물권행위의 유인성으로 인해 원권리자와 불법양수인 간 물권적 합의의 효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불법양수인이 물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된 결과 전득자와 물권행위를 할 수 없었다는 점에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채권변동의 여부가 아니라 물권변동의 여부이므로, 이러한 물권변동의 문제를 따질 때에는 철저히 물권법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민법상 ‘물권행위’의 개념을 인정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댓글 3

옳곤
옳곤
교수님의 글도 물론 나름대로 일리가 있긴 하지만, 철두철미하게 물권행위의 개념이 존재한다는 가설 위에서만 성립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네요. 고대 민법교수님들 가운데는 물권행위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시는 분들이 압도적 다수인데, 그런 관점에서 다시 한번 위 사안을 검토해보실 수는 없을까요? 대법원판례가 '절대적 무효'를 근거로 내세운다는 것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만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대법원판례가 잘못되었다고 섣불리 비판하시기 이전에, 오히려 위 대법원판결은 고대 민법교수님들의 '물권행위개념 부인론'을 뒷받침해주는 판결일 뿐이라는 차원에서 (대다수 수험생들은 그런 식으로 위의 대법원판결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뭔가 관점을 달리해서 보실 수는 없을까요?
H.호나우두
H.호나우두
옳곤님은 그럼 고대생?

\'물권행위개념 부인론\'은 고대에서는 다수설일지 몰라도, 다른 학교에서는 그렇지 않은데요... -_-
1stwhitewhale
1stwhitewhale
옳곤님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냥 제 생각을 말씀드린 것뿐이니 너무 불편하게 생각지는 마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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