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공부라는 것
어제는 법학부 전공설명회가 있었다. 나는 여기서 '법학공부 방법론'에 관해 강연을 하기로 했는데, 언제나처럼 시중 고시잡지에서 얘기하는 천편일률적인 공부요령을 소개하려고 하다가 문득 이런 식의 진부한 강연은 나에게도 의미가 없고 학생들에게도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십분 정도 궁리를 거듭하다가 드디어 내가 꺼내기로 한 말은 이런 것이었다: "법학공부는 대단히 어려운 공부다. 법학을 몇 년간 공부하다가 어느 정도 이치를 깨달아 그 개념이 들어가고 나가는 자리를 알고 법률용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맛을 조금이라도 느끼기 시작할 때 그것이 선사하는 보람과 그때까지의 고통을 경험해본 사람은, 법학을 처음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읽어넘겨야 할 수천수만페이지의 법서 두께만큼이나 엄숙하고도 비장한 말을 건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말이다. 법학공부를 그 최소한의 기초까지만이라도 떼는 데 필요한 것은 법학에의 유별난 소질도 아니고 남다른 두뇌도 아니고 강철같은 체력도 아니다. 그것은 법학공부의 지루함과 단조로움을 견뎌내는 데 절대적 바탕이 되는 완벽한 체념과 자포자기상태이다. 그리고 남은 공부량을 조금이라도 더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오로지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처절한 절망감과 달관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법학부 전공설명회장에 나가보니 교수들만 예닐곱명 나와있고 학생들은 거의 단 한 명도 나와 있지 않았다. 약간 허탈하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한편으로는 잘 됐다 싶기도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법학공부가 하기 싫어 죽을 지경인 학생들에게 법학공부는 어렵고 앞으로도 그것이 끝날 때까지 법학공부가 재미 있을 날은 절대 없을 거란 엄포를 늘어놓아서 무얼 어쩌자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금요일 오후라서 남들은 친구를 만나네 애인을 만나네 술을 마시네 어쩌네 하는데, 늦가을 낙엽을 밟으며 혼자 집으로 돌아와 또다시 법서를 펼쳐야 하는 내 신세가 약간은 서글프게 생각되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이것도 내 직업인데 열심히 살아야지. 이것밖에는 딱히 내가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니 이거라도 열심히 하며 살아가야지.
법대에 막 들어왔을 때에 어느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인생에 있어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선택해서는 안 되는 전공이 법학이다\" 하셨는데 하면 할수록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ㅠ
인문학도 삐딱하게만 보면 옛날에 무위도식하던 귀족들이 음풍농월하며 추상적 고담준론으로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당파싸움이나 일삼던 전통을 잇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고요. 오늘날 구체적 현실 속에서 투쟁하는 근거로 삼기에는 냉철함이나 확정성이 많이 떨어지고 힘이 좀 부족한 학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과학도 물질에 대한 부분적 이해력만 가르칠 뿐이지 인간에 대한 포괄적 이해력이나 통찰력은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리더를 키울 수 있는 학문으로서는 부족함이 많은 게 사실이고요. 그러니까 각 학문마다 다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는 것입니다.
법공부한다는 사람들은 사회에 한을 품고 권력을 차지해서 세상에 군림하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하는 사람들 아니냐고 하셨는데요. 그것보다는 부정한 현실에 대한 울분이나 정의감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무작정 돌멩이나 던지고 피켓이나 들고 촛불이나 들고 해봤자 한계가 있으니까, 그리고 기성의 체제라는 게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해봤으니까, 이를 악물고 제도권에 비집고 들어가 사회정의를 실현해보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더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제도권에 편입된 이후로는 초심을 잃고 변질되는 사람들이 매우 많기는 하나, 그것은 법학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간됨을 탓할 일입니다. 자기가 힘들여 공부하고 배웠던 것을 간단히 무시하거나 배반하고 오로지 사리사욕만을 추구하는 인간형은 법대 출신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단과대 출신 가운데도 무수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제발 욕 좀 하지 마셨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상대방과 무슨 대화를 하겠다고 하시는 것입니까? 오늘은 이 정도 경고하고 그치겠지만, 다음번에도 심한 욕을 하실 경우 님을 회원명단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으니 부디 양지하시기 바라겠습니다.
돕뿌님께 욕하지 말라 하셨죠? 저는 돕뿌님의 글에 100%, 아니 200% 찬성표 던지고 싶습니다. 주인장님은 우리 사회에 공인(公人)이 맞으시죠? 그럼 네티즌들한테 제발 욕 좀 하지 말라느니 그런 말씀 좀 하지 마시기 바라겠습니다. 공인이면서 공인 자격을 못 갖춘 사람한테는 우리 시민들이 욕할 권리 당연히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b>"법학은 어차피 학문도 아니다"</b>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 나중에 자기들이 현실과 논리체계에 맞지 않은 법적용과 법집행으로 인해 피해를 당하면 뭐라고 하소연할 건지 궁금해지네요. <b>"법은 어차피 실무니까 이치에 안 맞더라도 그냥 실무에서 하는 거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b> 하실 건지... 정말 입 달렸다고 말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 널린 것 같습니다.
나중에 현실과 논리체계에 맞지 않은 법적용과 법집행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다 해도 법학교수들한테 하소연할 일은 절대 없겠죠. 어차피 모든 법적용과 법집행은 현실과 논리체계에 맞지 않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법학교수들이 우리 민중들의 현실을 알고 우리 민중들의 언어와 논리체계를 아는 것도 아니니까... 차라리 우리가 우리 자신의 힘을 믿고 맨손으로 저항을 하고 투쟁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적어도 이 땅의 민중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법학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거랑 아무 상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