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은 부정적인 학문이다.
법학은 기본적으로 대단히 부정적인 학문이다. 일정한 자극, 정보, 충동 등에 의해서 창조적인 성과로 나아가기보다는 깊은 회의와 혐오, 그리고 파괴와 구속으로 나아가는 경향이 매우 강한 학문이다. 성공과 행복, 그리고 사랑과 꿈에 대해 무심하며 모든 종류의 장식적인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한다. 영웅적 행동에 대해 냉소적이며 심지어는 노동과 발전에 대해서도 심드렁한 태도를 취한다. 짧고 빠르기보다는 길고 느린 성질을 갖고 있다. 행동하는 자에게 적합하기보다는 관조하는 자에게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과잉을 선호하기보다는 결핍을 더 선호한다. 삶보다는 죽음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다. 능동적 활성화보다는 수동적 비활성화에 더 관심이 많다. 초조하고 부산하기보다는 느긋하고 담담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법률가는 지나치게 긍정적이고 지나치게 행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들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있으며, 회의와 혐오, 그리고 파괴와 구속을 잊어버린 듯하다. 마치 들뜬 배우처럼 성공과 영광에 대해 목말라 하고 있고, 너무나 장식적이며 감각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마치 군인이나 스포츠맨처럼 영웅적인 행동과 승리를 꿈꾸는 자들이 너무 많고, 마치 자신이 경제학자나 경영학자라도 된 것처럼 근면한 노동과 발전, 팽창, 성장에 대해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호흡은 너무나 짧고 행보는 너무나 민첩하다. 고개 숙여 사색하는 자들보다는 고개 쳐들고 자랑스럽게 행동하는 자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 모든 게 과잉이지만 아무도 줄이거나 쳐내거나 없애려 하지를 않는다.
그래서 오늘날의 법률가들 가운데는 느긋하고 담담한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다들 초조하고 부산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법학의 속성에 반하는 과잉활동과 안절부절의 정서가 법률가들의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다들 광장의 열풍 속에서 북적대는 군중으로 살아가며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이 시대에, 혼자 가만히 엎드려서 소금처럼 귀중한 부정의 계기를 제공하는 법률가들이 다 사라진다면, 모두 자폐적 성과기계 내지 선전선동의 희생양으로서 어리석음의 가속페달을 밟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끝모를 나락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달려 나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걸 뭐 대단한 의미를 갖는 것처럼 미화하는 글을 쓰는 걸 보니 아직도 주인장님 참 멀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나의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학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 전무하다시피 하고, 그나마 법학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단순무식하게 부지런히 뛰어다녀서 도둑이나 많이 잡으라는 것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법률가들은 일단 법조인 타이틀만 달고나면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것조차도 법학의 이름으로써 거부를 해버리죠. ('무죄추정의 원칙' '독수독과의 원칙' '자유민주주의질서' 등등) 자본가들이 노동착취를 하든, 불공정거래를 하든, 정경유착을 하든, 나몰라라 뒷짐지고 방관만 하겠다는 건데...
이런 걸 볼 때, 사실상 법학이라는 학문은 출세주의자들의 보수적 기득권 정당화논리 이외에 암껏도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충고 한 말씀 드린다면 법학을 공부하는 사람이야말로 긍정일변도의 사고로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부지런히 바쁘게 사는 걸로 업을 삼아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ㅆ므드리고 싶습니다. 솔직히 법학이 뭐 대단히 창조적이고 예술적으로 수준높은 걸 만들어내는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부지런하기라도 해야죠. 머리 나쁜 사람에게는 부지런함이 미덕이어야 하는 것처럼.
법률 많이 외우시고 그렇게 딸딸 외운 법률대로 도둑도 많이 잡으시고 나쁜놈도 많이 잡아들이고 그렇게 사세요. 어차피 법률이 아무리 개판이더라도 법률가들이 아무리 개판이더라도 상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법률대신 상식만으로도 얼마든지 굴러갈 수 있고, 상식만으로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무슨 부정이니 비판이니 그런 거 하지 마시고 그냥 있는 법률이나 딸딸 외우면서 권력자들이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하고 사세요.
법학은 제가 볼 때 청소, 설거지, 시다바리 학문이죠. 어차피 도둑놈 잡는 거랑 나쁜 놈 잡는 거는 단순무식하고 귀찮고 더러운 일 아닙니까? 그러니까 법학은 무슨 학문이다 이 따위 고담준론일랑은 부디 다 그만두시고, 그런 귀찮고 더러운 일이나 부지런히 열심히 하고 사시라 이 말씀입니다. 평생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