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와 '사적 자치'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은 그의 사기(史記) 가운데 열전(列傳), 그 중에서도 마지막에서 두번째 편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며 민법상 사적 자치의 원칙 내지 자유시장의 원리를 옹호하고 있다:

"정치를 잘 하는 자는 먼저 인과의 법칙을 따른다(善者因之). 그 다음은 백성에게 이로움의 길을 터주려 한다(其次利道之). 백성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것은 그 다음이다(其次敎誨之). 그 다음에야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다(其次整齊之). 그리고 정치를 가장 못하는 자는 백성과 다투는 자이다(最下者與之爭)."

[...]

"사람들은 각기 자기의 능력에 따라 힘을 다해 원하는 것을 얻는다(人各任其能竭其力以得所欲). 그래서 물건 값이 싸다는 것은 앞으로 비싸질 조짐이고 물건 값이 비싸다는 것은 앞으로 싸질 조짐이다(故物賤之徵貴貴之徵賤). 사람들이 각자 자기의 일에 힘쓰고 자기가 종사하는 일을 즐겁게 여기면, 이는 마치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도 같아 밤낮 쉬는 때가 없다(各勸其業樂其事若水之趨下日夜無休時). 그래서 불러들이지 않아도 스스로 오고 요구하지 않아도 백성들이 산출에 힘쓰게 되는 것이다(不召而自來不求而民出之). 이 어찌 도리에 부합되는 일이 아니며 자연스러움의 증거가 아니겠는가(豈非道之所符而自然之驗邪)."

[...]

"빈부의 도리는 억지로 빼앗거나 줄 수가 없는 것이다(貧富之道莫之奪予)."



댓글 2

옳곤
옳곤
사적 자치의 원칙을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옹호하시는 교수님의 태도가 솔직히 좀 못마땅하네요. 사적 자치의 원칙은 경제학적으로 자유방임주의에 해당하는데, 자유방임주의 경제학은 시장만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다보니 재벌들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노동자들을 직장에서 내쫓거나 형편없는 임금으로 노동착취를 하고 하청기업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을 그냥 그대로 방치하자는 이론이 아니던가요? 꼭 기업만이 문제가 아니라, 토지와 아파트의 소유자들이 임차인들을 함부로 내쫓거나 월세를 함부로 올리고 은행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안 빌려주거나 고리대금을 하고 온 국민이 돈에만 혈안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삼는 것 등을 그대로 방치하는 등 많은 법적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에 적어도 법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사적 자치의 원칙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게 상식이 아닐까요? 사적 자치의 원칙이란 법학도에게 있어서 자기부정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공법과 사법 모두 공공복리의 원칙을 최고원리로 삼아야 한다는 것으로 배웠는데요.
1stwhitewhale
1stwhitewhale
옳곤님께/ 님의 생각도 물론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윤리 도덕도 그것을 법으로 강제할 경우에는 오히려 반발과 부작용을 불러 일으키기 쉽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3자의 시각에서 아무리 보기 좋지 않다 하더라도, 당사자들이 좋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그에 대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기본전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느 대기업이 사실상 국가나 다를 바 없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라면 그것은 예외로 생각해야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국가공권력에 대해 적용하는 잣대와, 일반 시민간의 관계에 적용하는 잣대를 똑같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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