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말 근황


요즘은 바빠서 글도 잘 안 써지고 하니, 그냥 근황 이야기나 좀 해볼까 한다. 이번 2014년 1학기에는 민총, 채총, 민법연습 세 과목 강의를 하고 있고, 몇 가지 연구도 진행하고 있고, 학사행정도 조금 하고 있는데, 지난 겨울에 워낙 체력을 많이 소모해서 그런지, 몸이 많이 부대끼고 있다.

일단 강의에 대해서 말해보면, 1주일에 겨우 10시간 강의인데도 부담이 만만치가 않다. 보강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보강을 많이 하기로 학생들 사이에 워낙 악명이 높았기 때문에, 이번 학기에는 보강을 좀 줄일까도 생각해보았으나, 결국엔 이번 학기에도 별 수가 없는 것 같다. 특히 채권총론의 경우 작년의 교과목 개편 이후 1주일에 세 시간만으로는 도저히 진도를 다 나갈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에, 많은 보강이 불가피하게 된 실정이다. 그나마 민법총칙은 1주일에 네 시간 강의여서 조금 여유가 있긴 하지만, 그것도 학기말이 되면 진도에 과연 여유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보강은 학생들도 힘들지만, 가르치는 선생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다. 대충 가르치면 된다고 마음을 비우면 될 일이지만, 그렇게 했다간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되니 이를 악물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학생들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를 생각하면, 없던 힘이 새로 생겨나곤 하니,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다. 체력이 떨어질 때면 아몬드를 집어먹거나 연구실 안의 간이침대를 펴서 잠깐 낮잠을 자는 식으로 체력을 보충하곤 한다.

물론 강의보다 더 힘든 것은 학사행정이다. (요즘은 연구 같은 건 엄두도 못 내고 있음.) 지난 학기에 이어서 이번 학기에도 고시반 지도교수 자리를 맡아서 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일이 만만치가 않다.

고시반 지도교수 업무 중에 가장 큰 일은 뭐니뭐니 해도 역시 실원관리다. 최근에 수정당 실원관리가 방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지난 3월 15일에는 거의 6년만에 처음으로 민법, 형법, 헌법 세 과목으로 나누어 객관식 오지선다 40문제씩, 총 120문제로 된, 제대로 된 고시반 입실시험을 실시하였다. 물론 입실시험이란 게 상당히 번거로운 절차를 동반하기는 하지만,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학생들의 진짜 실력을 테스트해서 옥석을 가려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입실시험이 말이 쉽지, 그 업무량은 결코 적지가 않다. 시험계획의 수립 및 보고, 예산신청, 시험공고, 출제교수의 섭외, 문제의 편집 및 교정, 문제지의 인쇄의뢰 및 수령, 시험의 감독, 답안의 채점, 성적결과 및 석차의 정리, 합격자공고, 예산집행신청 등 모든 자질구레한 일을 혼자서 다 해야 했다. 응시지원자 가운데 대략 절반 가량의 학생들이 합격을 했고, 절반 가량의 학생들이 불합격을 했다. 시험결과 및 석차는 투명하게 공개했고, 시험성적에 따라서 좌석배정도 다시 하도록 하였다.

한동안 안 하던 것을 갑자기 하려니까 당연히 거부반응이 많이 나타났다. 우선 시험에 불합격한 학생들의 이의제기 및 선처를 호소하는 민원이 계속되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특별한 사정을 봐달라는 학생들이 워낙 많이 찾아오니까 나중에는 강의준비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래도 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은 대단히 만족하는 눈치였으며, 이번 기회에 고시반에서 위장 고시생들을 모두 걸러내어 정말로 좋다는 분위기였다. 입실시험만 실시할 게 아니라 아예 달마다 월례고사를 실시해달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아, 학생들이 원하던 게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입바른 힐링, 위로의 말이 아니라, 불투명한 특혜, 사랑, 비젼 제시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더도 덜도 말고 공정한 경쟁의 보장, 그것만을 대학교 선생들에게 학생들이 바라고 있었나 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학교 일이 많아지면서 아들 녀석과 놀아줄 시간이 점점 없어지고 있긴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아들 녀석은 요즘도 여전히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여섯살박이답게 글씨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고, 말도 많이 늘어서 이젠 아빠와 제법 대화다운 대화도 나누고 있다. 유치원 가는 길에 하루가 다르게 더 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연두빛 싹과 나뭇잎들이 돋아나는 것을 알만큼 주변 사물에 대한 감각도 점점 더 발달해가고 있다. 장난감에 대한 집착이 더 늘어서, 최근에 할머니께서 사주신 자동차 장난감을 밤에 잠 잘 때마다 꼭 끌어안고 자곤 한다. 요즘 학교에 벚꽃이 만발한데 아들 녀석을 학교에 데리고 가서 한번 꽃구경을 시켜줄까도 생각하고 있다. 날씨 좋은 휴일엔 근처 공원에 가서 자전거를 태워볼까 하는 계획도 세워보고 있다.



댓글 1

카와카미나나미
카와카미나나미
저희 학교는 고시반 입실시험을 조교들이 알아서 보는 것 같던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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