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해서


1. "Es gibt so egoistische Idioten auf dieser Welt, dass es einem schlecht werden könnte."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승객들에게는 배 안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자기만 먼저 배를 떠났다고 하는 그 선장이란 사람과 여러 승무원들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다.)

2. 세월호 선장, 그 단 한 사람의 파렴치한 행동때문인지, 아니면 국가 전체의 안전사고 대비시스템 미비때문인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렇게 300명 가까운 사람이 한꺼번에 허무하게 죽는, 이런 류의 어이 없는 대형 안전사고는 피해자와 그 유족들 뿐만 아니라 정말로 사회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야 할 것 같다. 그 수많은 유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엄청난 슬픔과 삶의 의욕 상실은 굳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이렇게 우리 주위에 어이 없는 대규모의 사망사건이 발생해버리면, 그 사회의 구성원 전체가 합리적 이성에 기반한 진보와 긍정의 에너지,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서 당장의 욕망을 참고 차근차근 자기 자본을 축적하여 내일을 대비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많든 적든 상실하게 된다는 데에 있다.

생각해보라. 당장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나 또는 내 자식이 무슨 사고로 죽을지 알 수 없는데, 일단은 먹고 쓰고 누리고 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게 될 것이 아닌가. 돈이 없다면 빌려서라도 쓰고, 오렌지족처럼 엑스세대처럼 흥청망청하며 그저 지금 현재를 최대한 폼나게 즐기며 살자는 풍조가 만연하게 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게 사람들의 정신세계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겠는가. 자기 직분에 충실했던 젊은 승무원과 시스템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던 어린 학생들은 꽃다운 생명을 잃고, 자기 한 몸 살리는 데 급급했던 늙은 선장은 최대 징역 5년의 처벌밖에 안 받는다고 한다. 이건 마치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 당시 백화점 경영진은 대형 붕괴사고가 날 것을 그 직전에 완전히 예견했으면서도 자기들만 몸을 빼어 달아났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리 큰 처벌을 받지 않았고, 선량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만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견뎌야 했었다. 사회 전체적으로 법에 대한 신뢰, 미래에 대한 희망, 자기 인생과 공동체에 대한 도덕적 기대수준이 얼마나 크게 하락했겠는가. 그 몇 년 뒤 우리나라에 외환위기라고 하는 엄청난 망국적 사태가 밀려왔던 것을 과연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3. 이런 억울한 죽음과 불공평한 운명의 장난을 접할 때면 어쩔 수 없이 '내세(來世)'를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을 때에, 사후세계, 즉 '내세'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그것이 없다면 인간에게 도덕적인 행동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대목이 반복적으로 나와서 이를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아무리 종교를 독실하게 믿는다 하더라도, 인간이 '내세'를 믿는다는 것, 지금의 삶은 단지 찰나의 한 순간에 불과하며, 내가 저지른 부도덕과 죄악은 저 하늘의 누군가가 모조리 지켜보고 있다는 것까지 믿기는 솔직히 어려운 것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쌓은 선업과 악업 그 모든 것은 설령 지금 당장 알려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저 하늘 위 어느 곳에 빠짐없이 기록되어 나중에 반드시 그 보상을 받거나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까지 모든 인간이 철저하게 믿기는 정말 어려운 것이 현실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걸 온전히 믿을 수만 있다면 이런 대형사고 앞에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일도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심지어는 종교를 독실히 믿는 사람들조차도, 죽은 뒤의 세상은 완전히 어둠일 뿐이라고 믿는다. 심지어 아메리카의 일부 인디언이나 뉴질랜드 마오리족 같은 부족들은, 살아 생전에 착한 사람이었을수록, 그리고 그 죽음이 억울하고 어이없는 것이었으면 그럴수록, 죽은 사람은 악령이 되기가 쉽다고 믿는다 한다. 왜냐하면 그 유령은 이 세상에 대해 원한과 복수심을 품게 돼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류의 망상은 정말 어리석은 것에 불과하고 나 역시 이런 망상을 절대로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나도 물론 포함) 이런 식으로 어리석은 생각을 품게 되기가 쉬운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 주변에서 이러한 대형사고를 막고 희생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 못지 않게, 자기 삶과 우리 사회에 대한 올바르고 건전한 인식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4.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이 편안히 잠들고, 더 좋은 세상에서 행복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렇게 믿을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비록 그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지만, 우리 모두가 이번 사고의 끔찍한 후유증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극복할 수 있게끔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댓글 5

파로리나
파로리나
안내방송이 시키는대로 얌전히 어두컴컴한 선실 속에서 기다리다가 공포에 떨며 죽어갔을 아이들이 너무나 불쌍합니다. 그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었던 제 자신이 너무나 밉고 야속해요. ㅠ
Betty
Betty
대학교수라면 사회 기득권층에 속한 인간이고 이런 끔찍한 사건이 났을 때에 그 누구보다도 국민 전체에게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해야 할 인간인데, 이런 뻔뻔한 글을 쓴다는 게 참 웃기네요. 삼풍백화점 때에도 책임자들은 가벼운 처벌만 받았으니 이번에도 책임자들에게는 가벼운 처벌만 때리자? 사망자들이 '내세'에서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 믿는 게 더 중요하니까 분노하는 것은 어리석은 망상에 불과하다?

글 말미에 보면 '우리 모두' '우리 모두'란 말을 반복적으로 써갈기고 계시는데, 주인장님께서 아무리 대학교수라고 해도 우리 국민 전체에게 감히 '우리 모두'란 말을 쓸 자격은 없는 거 아닌가요? 당신이 대체 뭔데 '우리 모두'한테 명령인가요? 주인장님이 '우리 모두 이래야 한다' 그러면 우리 모두 정말 그래야 하는 건가요?

주인장님이 '우리 모두'란 말을 감히 쓰셔서 그러는데, 제발 그 '우리 모두'에서 저는 좀 빼주셨으면 좋겠네요. 주인장님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 발전적으로 생각하자고 그러시는데, 이따위 식의 말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수많은 기득권층, 대학교수들, 관료들의 책임을 묻지 말자는 식의 말이고, 수많은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발언이나 마찬가지인 거에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구요? 저는 그 반대로 이번 사태에 대해서 우리 모두 가장 부정적이고 파괴적으로 반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네요. 일단 이번 사태에 대해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법적 책임 그런 거를 떠나서 사회적으로도 가장 가혹한 책임을 물어야 하고요.

주인장님도 우리나라의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만든 데 대해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위와 같은 망언까지 싸질러놓으셨으니 그에 대해 백배 사죄하고 대학교수 자리를 떠나시든지 하시기 바라겠네요! 그래야 '우리 모두'의 분노가 조금이라도 풀릴 것 같으니까요!
카와카미나나미
카와카미나나미
선장은 최대 징역 5년 밖에 처벌 안 받는다는 말씀은 틀린 말인 듯...

아마도 선원법 위반만 생각하신 것 같은데, 여러 가지 정황상 형법에 미필적 고의에 기한 살인죄가 여기에 적용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선장 이하 선원들 모두 최대 사형까지 가능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지... ㅎ

미필적 고의에 기한 살인죄가 안 된다면 최소한 업무상 과실치사도 거기에 추가가 될 거고, 특가법 제5조의12 [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도 여기에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형량이 아무리 적어도 최고 무기징역까지는 거뜬하게 나올 것 같은데효... -_-;

그나저나 바로 위에 Betty님의 미친 댓글에 대해서는 아무도 대꾸하지 마시길... 저런 분란종자들한테 귀한 시간 낭비해서 댓글 달아주면 저런 종자들은 자기 글에 관심 가져줬다고 더 좋아한다는...ㅋ
H.호나우두
H.호나우두
업무상 과실치사도 최대 금고 5년 밖에 안 됩니다. 미필적 고의에 기한 살인죄는 제가 보기엔 힘들 것 같은데, 국민감정을 고려한다면 검찰과 법원이 무리해서 선장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법리상으로는 \'살인죄\'까지... 글쎄요... -_-;)

그리고 특가법 제5조의 12는 여기에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세월호 자체가 도주선박이 아니기 때문에... -_-;

아 그리고 Betty님의 댓글에 대해 제가 하고 싶은 말 딱 한마디: \"병먹금!\" ㅋ
Rina
Rina
교수님 말씀대로 정말 내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천당도 있고 지옥도 있고... ㅠ

그렇지 않다면 이번에 죽은 사람들 불쌍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것 같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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