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법상의 상환(償還)
상환(償還)이란 어떤 사람이 일정한 이유로 인하여 실질적ㆍ궁극적으로 부담하여야 할 비용이나 채무를 타인이 대신하여 지출하거나 변제한 경우, 원래의 비용부담자가 그 지출ㆍ변제한 자에게 보상(補償)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독일어로는 이를 ‘Regress’, 영어로는 이를 ‘redress’ 또는 ‘compensation’이라 칭한다. 우리 말로는 ‘갚아서 돌려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환은 원칙적으로 상대방의 고의ㆍ과실을 전제로 함이 없이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상(賠償)과 구별되고, 돌려 받는 대상이 상대방의 이득(利得) 또는 상대방이 가져간 물건이 아니라 본인이 지출한 비용(費用)이라는 점에서 반환(返還)과 구별된다.
우리 민법상 상환의 예로서는 점유자(占有者) 혹은 임차인(賃借人) 등이 목적물에 대하여 필요비(必要費)나 유익비(有益費)를 지출하였을 때 회복자(回復者) 혹은 임대인(賃貸人)에 대하여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제203조, 제626조). 그 밖에 수임인(受任人) 혹은 사무관리자(事務管理者)가 위임사무(委任事務)의 처리 혹은 사무관리(事務管理)를 위하여 필요비(必要費)또는 유익비(有益費)를 지출한 경우에 위임인(委任人) 혹은 본인(本人)에 대하여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하는 것(제688조, 제739조) 역시 상환의 중요한 예로 들 수 있다.
물상보증인(物上保證人)의 구상(제341조, 제370조), 연대채무자(連帶債務者) 또는 불가분채무자(不可分債務者)의 1인이나 보증인(保證人)이 변제하였을 경우에 다른 공동채무자(共同債務者)나 주된 채무자에 대하여 요구하는 구상(제425조, 제441조, 제442조, 제444조, 제447조, 제448조), 사용자(使用者)의 피용자에 대한 구상(제756조3항), 공작물소유자 및 점유자의 구상(제758조3항) 등도 구상(求償)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은 상환(償還)과 별 차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상환은 가끔 반환이나 배상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민법에서 취소의 효과를 규정한 제141조는 그 본문에서 법률행위가 취소될 경우 그 취소로 인하여 법률행위가 소급적으로 무효가 된다고 규정한 다음에, 그 단서에서 “제한능력자는 그 행위로 인하여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상환(償還)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상환’은 ‘비용상환’이 아니라 ‘부당이득반환’에 해당한다.
제203조 2항에서 회복자가 점유자에게, 또는 제310조 1항, 제325조 2항, 제626조 2항에서 전세권자ㆍ유치권자ㆍ임차인이 소유자ㆍ임대인에게 지출금액(支出金額) 대신 증가액(增加額)의 상환을 청구할 경우에도, 그 ‘상환’은 ‘비용상환’이 아니라 ‘부당이득반환’에 해당한다. 제538조 2항에서 채권자의 귀책사유로 채무를 면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반대급부를 청구하면서 채무를 면함으로 인한 이익을 채권자에게 ‘상환’하는 것 역시 ‘비용상환’이 아니라 ‘부당이득반환’에 해당한다.
제565조 1항에서 계약금수령자가 계약의 해제를 할 때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은 ‘비용상환’이 아니라 ‘손해배상’에 해당한다. 제1018조에서 공동상속인이 담보책임으로 ‘상환’하는 것 역시 ‘비용상환’이 아니라 ‘손해배상’에 해당한다.
제604조에서 소비차주가 차용물의 시가를 ‘상환’하는 것은 ‘비용상환’이 아니라 ‘계약상 반환’에 해당한다. 이처럼 우리 민법은 ‘상환’이라는 용어를 그다지 엄밀하게 사용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구상과 배상, 부당이득반환 등 우리 민법상 '상환'의 여러 사용례에 관해 잘 알게 되었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